상처의 힘(문학의전당 시인선 411)
정은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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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조화와 연대의 가능성
1999년 〈들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은호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상처의 힘』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411로 출간되었다. 시는 서사화되지 않는, 다시 말해 길게 이야기되지 않는 감정적 소여(所與)에 공감함으로써 고통의 너머를 존재와 함께 살핀다. 그 과정에서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부조리를 감각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그러한 세계를 살아가는 '나'를 톺는다. 이는 흔히 세계의 자아화라고 일컫는, 세계를 응시하되 그 세계와 관계 맺고 살아가는 '나'와 직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세계를 읽는 방식인 서정 갈래의 특성에 기인한다. 동화와 투사라는 의식적 동일시를 통해 세계와 '나'의 일체감을 추동하는 시는 기실 그 안에 깃든 갈등과 부조리함을 고통스럽게 감각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은호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상처의 힘』은 바로 그 고통의 감각에서 시작하여 그로부터 길어 올린 '상처의 힘'으로 상처받고 고통에 겨운 존재를 일으켜 세우고자 한다.
1999년 〈들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은호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상처의 힘』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411로 출간되었다. 시는 서사화되지 않는, 다시 말해 길게 이야기되지 않는 감정적 소여(所與)에 공감함으로써 고통의 너머를 존재와 함께 살핀다. 그 과정에서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부조리를 감각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그러한 세계를 살아가는 '나'를 톺는다. 이는 흔히 세계의 자아화라고 일컫는, 세계를 응시하되 그 세계와 관계 맺고 살아가는 '나'와 직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세계를 읽는 방식인 서정 갈래의 특성에 기인한다. 동화와 투사라는 의식적 동일시를 통해 세계와 '나'의 일체감을 추동하는 시는 기실 그 안에 깃든 갈등과 부조리함을 고통스럽게 감각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은호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상처의 힘』은 바로 그 고통의 감각에서 시작하여 그로부터 길어 올린 '상처의 힘'으로 상처받고 고통에 겨운 존재를 일으켜 세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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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한나 아렌트는 권력의 유일한 한계를 타인의 실존에서 찾는다.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다수의 상호작용이 권력에 한계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흙수저로 타자화된 존재의 연대가 금수저 권력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짚는 셈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정은호 시인은 시집을 여는 첫 시에서 연대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공장에서 면면이 다른 동료들 마주하면
가슴 한복판이 아려온다
철이 없는 것인지 기댈 곳이 없는 것인지
날것의 속마음 가시처럼 툭툭 내뱉는 사람들
그러나 안다
목소리 높인다는 것,
대개는 욕심과 욕심이 부딪혀 깨지는 소리
잇속의 민낯을 부려놓고
아웅다웅 다퉈본들
저문 저녁 우리를 기다리는 건
쓸쓸한 허기뿐인데
서로를 할퀴며 높아지는 저 소란들 앞에
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높아진 목소리만큼 내 영혼의 키가 작아지는 것을
우리는 언제쯤 이 가파른 전장에서 깨닫게 될까
- 「목소리 높인다는 것」 전문
유사한 삶의 조건을 지닌 공장 노동자 동료를 향한 시인의 사유는 현상적 측면과 배면에 깔린 슬픔을 모두 아우른다. "날것의 속마음 가시처럼 툭툭 내뱉는 사람들"로 인한 갈등은 그들이 지닌 "욕심과 욕심이 부딪혀 깨지는" 데에서 비롯된다. 이는 사소한 투덜거림이나 불만의 표출이 아니다. "날것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이유는 그들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잇속의 민낯"이라 부정적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구체적 '행위'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전회로 기능할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이 공장 내에서 자신과 동일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질 때 그 어떤 효과도 얻을 수 없을 뿐이다.
시인이 지적하는 바가 여기에 있다. 공장 내에서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아웅다웅 다퉈본들" 노동자 개인의 삶을, 그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에 시인은 "서로를 할퀴며 높아지는 저 소란들 앞에"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러한 갈등의 양태는 공장 바깥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한 채 자기 "영혼의 키가 작아지"게 만들 뿐이며 "쓸쓸한 허기"를 반복해 경험하게 하는 공허일 따름이다. 저 단단한 세계의 부조리한 구조를 깨뜨릴 단합된 목소리를 "이 가파른 전장에서 깨닫게 될" 날이 언제일까. 시인은 안타까운 어조로 우리를 향해 묻는다.
-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
공장에서 면면이 다른 동료들 마주하면
가슴 한복판이 아려온다
철이 없는 것인지 기댈 곳이 없는 것인지
날것의 속마음 가시처럼 툭툭 내뱉는 사람들
그러나 안다
목소리 높인다는 것,
대개는 욕심과 욕심이 부딪혀 깨지는 소리
잇속의 민낯을 부려놓고
아웅다웅 다퉈본들
저문 저녁 우리를 기다리는 건
쓸쓸한 허기뿐인데
서로를 할퀴며 높아지는 저 소란들 앞에
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높아진 목소리만큼 내 영혼의 키가 작아지는 것을
우리는 언제쯤 이 가파른 전장에서 깨닫게 될까
- 「목소리 높인다는 것」 전문
유사한 삶의 조건을 지닌 공장 노동자 동료를 향한 시인의 사유는 현상적 측면과 배면에 깔린 슬픔을 모두 아우른다. "날것의 속마음 가시처럼 툭툭 내뱉는 사람들"로 인한 갈등은 그들이 지닌 "욕심과 욕심이 부딪혀 깨지는" 데에서 비롯된다. 이는 사소한 투덜거림이나 불만의 표출이 아니다. "날것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이유는 그들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잇속의 민낯"이라 부정적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구체적 '행위'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전회로 기능할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이 공장 내에서 자신과 동일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질 때 그 어떤 효과도 얻을 수 없을 뿐이다.
시인이 지적하는 바가 여기에 있다. 공장 내에서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아웅다웅 다퉈본들" 노동자 개인의 삶을, 그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에 시인은 "서로를 할퀴며 높아지는 저 소란들 앞에"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러한 갈등의 양태는 공장 바깥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한 채 자기 "영혼의 키가 작아지"게 만들 뿐이며 "쓸쓸한 허기"를 반복해 경험하게 하는 공허일 따름이다. 저 단단한 세계의 부조리한 구조를 깨뜨릴 단합된 목소리를 "이 가파른 전장에서 깨닫게 될" 날이 언제일까. 시인은 안타까운 어조로 우리를 향해 묻는다.
-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제1부
목소리 높인다는 것 13/밥 14/생존과 윤리 16/신입사원 18/일거리가 없다 20/코로나19, 유감 21/군수공장 노동자 22/근로 시간 단축 24/노동은 사람의 것이다 26/야근 28/떡값 십만 원 29/가면무도회 30/자본이 甲이다 32/저물녘 34/꽃자리 36
제2부
한 끼 밥 앞에서 39/닮았다 40/연습이라도 하자 42/텅 빈 집 한 채 44/하현달 45/문턱 46/천생연분 48/매화꽃 필 때면 50/쑥을 캐러 갔다 51/새하얀 눈길 52/간이역이 있는 마을 54/눈[目] 56/머리가 하얘진다 57/솔잎 58/좋은 시 60
제3부
4B 연필 63/당신, 누구요? 64/너 아버지 뭐 하시노? 66/그믐달 68/안부 69/바람벽 70/못난 형 72/선유도에서 73/내가 거기 서 있다 74/피라미드 76/새싹 77/추석 앞두고 78/항구 80/빈 둥지 82
제4부
그네의 궤도 85/능소화 86/서울 지하철 88/와신상담 90/마산역 앞을 지나며 92/약속 94/복날 96/달마산, 진달래 97/내가 산을 오르고 걷는 이유 98/노고단 운해 100/계단 하나가 하루란다 102/더운 몸 104/물소리 깊은 밤 106
해설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 107
목소리 높인다는 것 13/밥 14/생존과 윤리 16/신입사원 18/일거리가 없다 20/코로나19, 유감 21/군수공장 노동자 22/근로 시간 단축 24/노동은 사람의 것이다 26/야근 28/떡값 십만 원 29/가면무도회 30/자본이 甲이다 32/저물녘 34/꽃자리 36
제2부
한 끼 밥 앞에서 39/닮았다 40/연습이라도 하자 42/텅 빈 집 한 채 44/하현달 45/문턱 46/천생연분 48/매화꽃 필 때면 50/쑥을 캐러 갔다 51/새하얀 눈길 52/간이역이 있는 마을 54/눈[目] 56/머리가 하얘진다 57/솔잎 58/좋은 시 60
제3부
4B 연필 63/당신, 누구요? 64/너 아버지 뭐 하시노? 66/그믐달 68/안부 69/바람벽 70/못난 형 72/선유도에서 73/내가 거기 서 있다 74/피라미드 76/새싹 77/추석 앞두고 78/항구 80/빈 둥지 82
제4부
그네의 궤도 85/능소화 86/서울 지하철 88/와신상담 90/마산역 앞을 지나며 92/약속 94/복날 96/달마산, 진달래 97/내가 산을 오르고 걷는 이유 98/노고단 운해 100/계단 하나가 하루란다 102/더운 몸 104/물소리 깊은 밤 106
해설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 107
저자
저자
정은호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1999년 〈들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지리한 장마,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방바닥이 속삭인다』 『쉬운 산은 없다』가 있다. 현재 〈객토〉 문학동인으로 활동하며 노동자의 땀내 나는 삶과 이야기를 글로 써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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