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묻는다(시인동네 시인선 283)
이경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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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서사들
1991년 《시조와비평》으로 등단한 이경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하루를 묻는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283으로 출간되었다. 이경주의 시들은 비의도적, 비계획적으로 불안한 실존과 흔들리는 경계를 다룬다. 그의 붓이 움직일 때, 그의 시적 레이다에, 운명처럼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멈추지 않는 시간과 흔들리는 풍경과 끝나지 않는 서사들이 걸려든다. 그 이야기들은 사랑이 가득 찬 시적 주체가 외재성과 무한성의 타자 앞에서 느끼는 떨림과 절망, 아픔과 쓸쓸함을 담고 있다. 주체와 세계(타자) 사이의 회복 불가능한 이 거리가 불안한 실존과 흔들리는 경계를 구성한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친족 서사뿐 아니라 사회 서사에서도 주체와 타자 사이의 요원한 거리는 극복되지 않는다. 해소 불가능한 이 외재성 앞에서의 철저한 무력감, 고통과 아픔이 이경주 시의 팽팽한 긴장을 낳는다.
1991년 《시조와비평》으로 등단한 이경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하루를 묻는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283으로 출간되었다. 이경주의 시들은 비의도적, 비계획적으로 불안한 실존과 흔들리는 경계를 다룬다. 그의 붓이 움직일 때, 그의 시적 레이다에, 운명처럼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멈추지 않는 시간과 흔들리는 풍경과 끝나지 않는 서사들이 걸려든다. 그 이야기들은 사랑이 가득 찬 시적 주체가 외재성과 무한성의 타자 앞에서 느끼는 떨림과 절망, 아픔과 쓸쓸함을 담고 있다. 주체와 세계(타자) 사이의 회복 불가능한 이 거리가 불안한 실존과 흔들리는 경계를 구성한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친족 서사뿐 아니라 사회 서사에서도 주체와 타자 사이의 요원한 거리는 극복되지 않는다. 해소 불가능한 이 외재성 앞에서의 철저한 무력감, 고통과 아픔이 이경주 시의 팽팽한 긴장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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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경주의 시들은 비의도적으로 실존의 불안을 건드린다. 그의 시들은 평면이 아니라 흔들리는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범함은 그의 파사드(facade)에 불과하며, 그는 그 단순한 표면에 절대 안주하지 않는다. 그는 바람이 머무는 나뭇잎처럼 흔들리고 뒤집히며 안정된 고원(高原)의 모습을 비껴간다. 이런 움직임들은 의도적이라기보다는 무의식에 가까운 것으로서 그의 내면이 오래전부터 포착한 실존의 불안한 풍경이다. 그는 단정한 서정을 추구하지도, 폭발하는 리비도의 혼란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의 힘은 그 모든 평범성 속에 웅크리고 있는 실존의 불안을 드러내는 기예에 있다.
뭇별이 돌아와서 구름을 밀치는 밤
보란 듯 자리 잡던 날빛 속 푸르름도
긴 옷깃 여미게 하는 서릿발로 눕는다
남에서 오던 바람 북서풍 날을 세워
버텨 선 가로수들 벌겋게 달아올라
또 한 해 심장에 긋고,
덜어내고 뺏기고
어디를 가야 하나, 어디든 떠나야 할
갈 일이 없는데도, 길 위에 있어야 할
그런 밤 그런 분위기,
시월의 마지막 밤
- 「시월의 마지막 밤」 전문
그의 풍경은 멈추어 있지 않다. 그의 시간은 단 한 번도 정지하는 법이 없다. 그에겐 "푸르름"도 "서릿발"도 영속적인 것이 아니다. 푸르름은 그 이전과 그 이후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서릿발도 제 자신에게 당도하기도 전에 이미 다른 것으로 건너간다. 정지(停止)와 정주(定住)가 없는 것이 그의 풍경이고 시간이다. 그는 도대체 왜 이럴까. 그는 왜 봄날의 희망을 멈춰 세우고 그것에 안주하지 못하며, 아름다운 단풍의 풍경을 정지시키고 그것을 흠뻑 즐기지 못할까. 그의 서정은 왜 불안하게 이 순간에도 저 순간을 들여다보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자꾸 흔들릴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는 그것이 세계의 본질이며 실존의 생생한 현장이라 믿는다. 이 세계에 쇠판처럼 굳어 멈춰 있는 현실이란 없다. 이 세계에 건전지가 다한 시계처럼 멈춰 선 시간이란 없다. 멈춰 선 파사드는 이미 다른 곳으로 움직이고 있고, 정지된 시간은 이미 저만큼 달려가 있다. 그의 시선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이곳으로 불안하게 흔들린다. "남에서 오던 바람"은 영원한 남쪽이 아니라 "북서풍 날을 세워" 초록으로 무성하던 "가로수들"을 "벌겋게 달아"오르게 만든다. 영원한 정지의 순간은 없다. '벌겋게 달아오른' 아름다운 가을은 영속적인 그림이 아니며 영원한 시간이 아니다. 가기 싫어도 가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도 가야 한다. 심지어 "갈 일이 없는데도, 길 위에 있어야 할/그런 밤 그런 분위기", 그 불안한 공간과 시간이 실존을 구성한다.
뭇별이 돌아와서 구름을 밀치는 밤
보란 듯 자리 잡던 날빛 속 푸르름도
긴 옷깃 여미게 하는 서릿발로 눕는다
남에서 오던 바람 북서풍 날을 세워
버텨 선 가로수들 벌겋게 달아올라
또 한 해 심장에 긋고,
덜어내고 뺏기고
어디를 가야 하나, 어디든 떠나야 할
갈 일이 없는데도, 길 위에 있어야 할
그런 밤 그런 분위기,
시월의 마지막 밤
- 「시월의 마지막 밤」 전문
그의 풍경은 멈추어 있지 않다. 그의 시간은 단 한 번도 정지하는 법이 없다. 그에겐 "푸르름"도 "서릿발"도 영속적인 것이 아니다. 푸르름은 그 이전과 그 이후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서릿발도 제 자신에게 당도하기도 전에 이미 다른 것으로 건너간다. 정지(停止)와 정주(定住)가 없는 것이 그의 풍경이고 시간이다. 그는 도대체 왜 이럴까. 그는 왜 봄날의 희망을 멈춰 세우고 그것에 안주하지 못하며, 아름다운 단풍의 풍경을 정지시키고 그것을 흠뻑 즐기지 못할까. 그의 서정은 왜 불안하게 이 순간에도 저 순간을 들여다보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자꾸 흔들릴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는 그것이 세계의 본질이며 실존의 생생한 현장이라 믿는다. 이 세계에 쇠판처럼 굳어 멈춰 있는 현실이란 없다. 이 세계에 건전지가 다한 시계처럼 멈춰 선 시간이란 없다. 멈춰 선 파사드는 이미 다른 곳으로 움직이고 있고, 정지된 시간은 이미 저만큼 달려가 있다. 그의 시선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이곳으로 불안하게 흔들린다. "남에서 오던 바람"은 영원한 남쪽이 아니라 "북서풍 날을 세워" 초록으로 무성하던 "가로수들"을 "벌겋게 달아"오르게 만든다. 영원한 정지의 순간은 없다. '벌겋게 달아오른' 아름다운 가을은 영속적인 그림이 아니며 영원한 시간이 아니다. 가기 싫어도 가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도 가야 한다. 심지어 "갈 일이 없는데도, 길 위에 있어야 할/그런 밤 그런 분위기", 그 불안한 공간과 시간이 실존을 구성한다.
목차
목차
제1부
대구(大口)ㆍ13/벽화를 나온 소ㆍ14/자작나무ㆍ15/문뜩ㆍ16/문학강연을 다녀온 후ㆍ18/뒤끝ㆍ19/날마다 아름다운 세상ㆍ20/신감 구판장ㆍ22/플러그ㆍ23/낯선 바람 분다ㆍ24/시월의 마지막 밤ㆍ26/신목ㆍ27/꿈의 탄생ㆍ28/사막의 말ㆍ30/무참한 봄ㆍ31/루틴ㆍ32
제2부
시작(詩作)ㆍ35/시작((詩作)2ㆍ36/진주비빔밥ㆍ38/반 고흐ㆍ39/나를 끌고 간다ㆍ40/악은 존재하지 않는다ㆍ42/빅 보스(Big Boss)ㆍ43/여름 가고, 가을ㆍ44/직립보행ㆍ46/만추(晩秋)ㆍ47/바람ㆍ48/방하착(放下着)ㆍ49/그런 시절 있었지ㆍ50/경계를 걸어서ㆍ52/모과ㆍ53/구름이 사라진다ㆍ54
제3부
아내ㆍ57/세 시 십삼 분ㆍ58/전화를 받아줘ㆍ59/소설(小雪)ㆍ60/고맙다ㆍ62/해 질 무렵ㆍ63/별 헤는 밤ㆍ64/처가, 푸른 유영(游泳)ㆍ66/자고 나면ㆍ67/탑ㆍ68/그 남자 사는 집ㆍ70/그 여자 사는 집ㆍ71/하루를 묻는다ㆍ72/그 여자의 베란다ㆍ74/그곳에 오래 머문다ㆍ75/콘센트ㆍ76
제4부
꽃피지 않는 곳이 있을까ㆍ79/양심이 사라진다ㆍ80/해형일(解刑日)ㆍ81/책문(策問)ㆍ82/트랙터 상경ㆍ84/청자(靑瓷)ㆍ85/천불산 청량사ㆍ86/여여(如如)ㆍ87/가위눌린 밤ㆍ88/횡단보도ㆍ90/묻는다ㆍ91/뜨거운 겨울ㆍ92/가로수 밑을 보다ㆍ94/돌의 말ㆍ95/좌파ㆍ96/나무ㆍ98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ㆍ99
대구(大口)ㆍ13/벽화를 나온 소ㆍ14/자작나무ㆍ15/문뜩ㆍ16/문학강연을 다녀온 후ㆍ18/뒤끝ㆍ19/날마다 아름다운 세상ㆍ20/신감 구판장ㆍ22/플러그ㆍ23/낯선 바람 분다ㆍ24/시월의 마지막 밤ㆍ26/신목ㆍ27/꿈의 탄생ㆍ28/사막의 말ㆍ30/무참한 봄ㆍ31/루틴ㆍ32
제2부
시작(詩作)ㆍ35/시작((詩作)2ㆍ36/진주비빔밥ㆍ38/반 고흐ㆍ39/나를 끌고 간다ㆍ40/악은 존재하지 않는다ㆍ42/빅 보스(Big Boss)ㆍ43/여름 가고, 가을ㆍ44/직립보행ㆍ46/만추(晩秋)ㆍ47/바람ㆍ48/방하착(放下着)ㆍ49/그런 시절 있었지ㆍ50/경계를 걸어서ㆍ52/모과ㆍ53/구름이 사라진다ㆍ54
제3부
아내ㆍ57/세 시 십삼 분ㆍ58/전화를 받아줘ㆍ59/소설(小雪)ㆍ60/고맙다ㆍ62/해 질 무렵ㆍ63/별 헤는 밤ㆍ64/처가, 푸른 유영(游泳)ㆍ66/자고 나면ㆍ67/탑ㆍ68/그 남자 사는 집ㆍ70/그 여자 사는 집ㆍ71/하루를 묻는다ㆍ72/그 여자의 베란다ㆍ74/그곳에 오래 머문다ㆍ75/콘센트ㆍ76
제4부
꽃피지 않는 곳이 있을까ㆍ79/양심이 사라진다ㆍ80/해형일(解刑日)ㆍ81/책문(策問)ㆍ82/트랙터 상경ㆍ84/청자(靑瓷)ㆍ85/천불산 청량사ㆍ86/여여(如如)ㆍ87/가위눌린 밤ㆍ88/횡단보도ㆍ90/묻는다ㆍ91/뜨거운 겨울ㆍ92/가로수 밑을 보다ㆍ94/돌의 말ㆍ95/좌파ㆍ96/나무ㆍ98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ㆍ99
저자
저자
이경주 시인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경상국립대 수의학과 졸업, 동 대학원 문화융복합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시조와비평》으로 등단했으며, 시조집으로 『세상 너머』 『사람의 겨울』이 있다. 경남시조문학상, 한국꽃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경상국립대 수의학과 졸업, 동 대학원 문화융복합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시조와비평》으로 등단했으며, 시조집으로 『세상 너머』 『사람의 겨울』이 있다. 경남시조문학상, 한국꽃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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