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 뿐이라네
애서가들의 장서표 이야기
애서가들의 장서표 이야기『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 뿐이라네』. 저자인 쯔안은 그야말로 장서표 ‘덕후’이다. 현재 중국 미술가협회 장서표연구회 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1999년 유럽 유학 시절부터 장서표 수집을 시작해 현재 거의 1만 매에 달하는 장서표를 소장하고 있다. 한 장서표에 적힌 경구에서 제목을 따온 이 책은 저자의 소장품 중 19세기 말에서 지금까지 통용된 유럽 각국의 각 시기별 장서표 200매를 수록했다. 대부분 장서표의 주제나 등장하는 소품이 ‘책’과 연관된 것으로, 장서표의 주인에 관한 배경을 바탕으로 그 안에 숨은 코드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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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작은 사각형으로 엿보는 애서가들의 '책탐冊貪'
"이번에 장서표에 대해 전문적으로 쓴 책이 번역되었다고 하니 반갑다. 외국에서는 장서표에 대한 책들이 적지 않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관련 책이 참 적어 장서표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에 많이 부족했던 차에, 이 책이 갈증을 많이 덜어줄 것이라 믿는다."_이용훈(도서관문화비평가·서울도서관 관장)
애서가들의 책 사랑은 유별나다. 조선 후기의 서화가인 추사 김정희는 "차서환서구일치借書還書俱一癡"라는 시의 구절을 남겼는데, 이는 "책은 빌려주는 사람도 돌려주는 사람도 바보"라는 뜻이다. 이처럼 책을 향한 집착에 가까운 애서가들의 열렬한 사랑의 징표가 바로 '장서표'다.
저자인 쯔안은 그야말로 장서표 '덕후'이다. 1999년 유럽 유학 시절부터 장서표 수집을 시작해 현재 거의 1만 매에 달하는 장서표를 소장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제일가는 장서표 수집가로 베이징에 개인 장서표관인 '쯔안판화장서표관'을 개관해 운영 중이며, 현재 중국 미술가협회 장서표연구회 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소장한 장서표에 적힌 경구에서 제목을 따온 《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뿐이라네》는 쯔안의 소장품 중 19세기 말에서 지금까지 통용된 유럽 각국의 각 시기별 장서표 200매를 수록했다. 대부분 장서표의 주제나 등장하는 소품이 '책'과 연관된 것으로, 장서표의 주인이나 시대에 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그 안에 숨은 코드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디킨스와 앨리엇의 장서표, 그리고 서머싯 몸?에드워드 포스터가 회원이고 코넌 도일이 회장을 맡기도 했던 영국의 '작가클럽' 장서표도 수록되어 있다.
장서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서양에서 장서표가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후반 인쇄술 발달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인쇄술 발달로 책이 많이 제작?유통되면서 책을 소유하는 개인이나 기관이 등장했다. 그런 과정에서 책의 소유를 표시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이를 위해 판화로 만들어 여러 번 찍어 책에 붙일 수 있는 장서표가 등장한 것이다. 장서표는 출판 산업이 활기를 띤 19세기 후반부터 널리 사용되었다. 크기는 보통 5?6cm정도로 작은 것이 보통이지만 때로는 엽서 크기도 있는 등 다양하다.
장서표에는 반드시 '…의 장서에서'라는 의미의 라틴어 'Ex libris'가 인쇄되어 있다. 그리고 축약된 형태든 별명이나 필명이든 간에 반드시 소장자의 이름도 기록한다. 추가로 소장자 기호에 따라 주소나 구입 연도를 쓰기도 하고 책 내용과 관련 있는 격언, 경구 등을 적은 것도 있다. 초기 장서표가 실용성을 강조했다면, 현대 장서표는 예술성을 훨씬 중시한다. 책에 해설과 함께 수록된 100편의 장서표 가운데 1/3이 바로 미국의 황금세대 5대가(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미국의 장서표 발전에 공헌한 다섯 사람을 일컫는다. 시드니 스미스, 아서 맥도널드, 에드윈 프렌치, 조지프 스펜슬리, 윌리엄 홉슨을 가리킨다)의 작품들로, 그 예술성이 매우 뛰어나다.
예전에는 장서표가 단순히 책 소장자를 표시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요즘에는 풍부한 이미지나 색을 사용할 수 있어 예술적으로도 아름다운 것들이 많고, 또 장서표 주인의 이야기 등등이 더해져서 수집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에 장서표를 판매하는 곳도 다수 있다. 특히 장서표의 주인이나 그것을 제작한 디자이너가 유명할수록 그 가치는 올라가는데, 이와 관련해 저자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장서표를 수집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2007년 당시 인터넷 경매로 나온 찰스 디킨스의 개인 장서표 매입에 아깝게 실패한 저자는 판매자가 추천한 보스턴의 개인 서적상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어 디킨스의 장서표를 더 갖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몇 차례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운 좋게도 인터넷 경매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 가격으로 장서표(p90 참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는 유명 인사의 개인용 장서표의 경우 세상에 남아 있는 수량이 너무 적고 정말 비싸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며, 여기에 보태 장서표와의 인연을 위한 작은 '행운'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각양각색의 장서표를 만나다
장서표를 제작하는 이들은 대부분 '책 덕후'들이라, 장서표에 책이나 책의 문구 등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윌리엄 버터필드의 경우는 장서표 한가운데 책장에 책 수십 권이 꽂혀 있는데, 책의 책등에는 영어나 라틴어로 장서표를 뜻하는 단어가 적혀 있다. 얼마나 장서표를 사랑했으면 그랬을까. 또한 장서표 맨 위에 "좋은 책은 좋은 벗이다"라는 경구를 골라 넣었다.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영국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작품을 열렬히 좋아하는 '브라우닝협회'가 결성되었는데, 그 협회의 장서표(p164 참조)에는 당연하게도 브라우닝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그 초상은 마크 트웨인이나 너대니얼 호손 등의 작품에 삽화를 그린 유명한 삽화가 프랭크 메릴이 그려주었다. 폴란드계 독일 판화가 헨리크 파이르하우어의 '노인과 책' 장서표 연작 중에는 책이 마치 바벨탑처럼 쌓여 하늘까지 닿은 것도 있다. '책으로 쌓은 바벨탑'의 유일신은 아마 장서의 주인일 것이다(p238 참조).
그 밖에 도서관 기부자를 기리며 도서관 측에서 장서표를 제작해 그의 기증 도서에 부착하기도 하였으며, 본인의 직업이나 취미 등을 반영해 장서표를 제작하기도 했다. 부부의 공동 장서표는 꽤 보편적이었다. 세 차례 결혼한 장서표 디자이너 록웰 켄트는 두 번째 아내를 위해 만든 장서표를 살짝 변형해 세 번째 아내를 위한 장서표(p98 참조)를 제작하기도 했다. 영국의 소장가 로젠하임 형제처럼 특별히 형제 간에 공동 장서표(p219 참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부부 장서표에 비해 그 수가 많지 않다.
19세기 말부터는 여성들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여성 장서표Lady Bookplate'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뉴햄프셔 주 전국여성당 의장이었던 샐리 허비의 장서표에는 니체의 명언과 함께 그의 대표작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등장한다(p57 참조). 록웰 켄트의 개인변호사의 아내 헬렌 라우리의 장서표(p106 참조)에는 여성해방 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이 잘 묻어나 있다. 장서표 속 여인은 마치 규방을 뛰쳐나와 '전통의 속박'을 딛고 하늘로 뛰어오르려는 듯하다.
장서표 안에 숨은 비밀 기호
장서표 주인에 관한 배경지식을 알고 나면 장서표 그림의 여러 상징들이 마치 비밀 기호처럼 풀려나간다. 쯔안의 취미는 단순히 장서표를 수집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장서표 주인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조사한 뒤, 장서표의 상징을 '해독'하는 것에서 큰 기쁨을 얻는다. 장서표에는 애서가의 은밀한 내면과 한 시대의 대표적인 문화 코드도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때로는 옛날이야기 같고, 때로는 역사적인 사건 같기도 한 장서표의 숨은 비밀 사연들로 가득하다.
위스콘신대학교 도서관 직원으로 일했던 플로라 데이비슨의 장서표(p29 참조)를 보며, 쯔안은 장서표 그림 속에 펼쳐놓은 책이 어쩌면 데이비슨의 여행 일기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당시 20세기 초 상류 계층 여성들 사이에 여행기를 기록하는 게 유행이었다. 저자는 책의 오른편에 놓여 문장을 가리고 있는 꽃병은 아마도 몰래 그 글을 훔쳐보려는 사람들에게 비록 책이 펼쳐져 있더라도 개인 일기이므로 주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달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 같다고 해석한다. 일기장 뒤에 꽂혀 있는 몇 권의 책에는 예술, 여행, 스코틀랜드 부족, 자서전, 장서표 등의 제목이 적혀 있는데, 이것은 장서표 주인의 평소 취미를 주석처럼 달아놓은 것이다.
1910년에 독일에서 제작된 어떤 부부 공용 장서표(p231 참조)에서는 장서표 수집가들이라면 모두가 원할 '꿈의 작업실'의 모습을 발견한다. 쯔안은 장서표 속 작업실의 가구와 소품을 샅샅이 훑어보며 그곳에서 생활했을 부부의 동선을 상상해본다. "오른쪽 벽에 붙어 있는 긴 책상은 장서표 주인의 신체에 맞게 만든 것이다. 책상 위에는 크기가 다른 서적과 책자를 꽂기 위해 서가와 책장을 마련해뒀다. 왼쪽 하단부는 일반적인 작업 책상과 동일하다. 주인은 아마도 그곳에서 글을 쓸 것이다. 책상 오른쪽 하단에는 층을 지어 만든 수납 공간에 대형 그림을 넣어둔 듯하다. 왼쪽 벽면에는 작업대 하나만 붙어 있다. 그 작업대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쯔안은 책의 말미에 장서표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방법과 더불어, 소장한 장서표를 수집가끼리 교환하는 현장인 '세계장서표대회'의 탐방기를 실었다. 책을 찾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장서표 수집은 '골동의 취미'가 되어버렸지만, 그는 여전히 장서표의 가치를 믿는다. 최근에는 젊은 작가들에 의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장서표도 등장했는데, 이는 비록 판화의 전통 기법에는 위배되지만 젊은 세대에게 장서표를 보급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아가 이 책을 위한 추천의 글을 집필한 서울도서관 이용훈 관장의 말마따나 장서표가 일종의 스티커처럼 하나의 재미 요소로 역할하게 되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독서문화가 다시금 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목차
목차
차례 11
한국어판 서문 15
글머리에 19
나는 광산의 왕이다 26
꽃의 여신을 위하여 28
고고학자의 장서표 30
모든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결합되나니 32
인디아나 주립도서관의 장서표 36
작가클럽 38
사진가의 장서표 42
도서관 기부자를 위한 장서표 46
은혜로운 자선가를 위한 장서표 50
지도 애호가의 장서표 52
오랜 친구와 오랜 책 54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56
링컨 신드롬 60
메이플라워 사교클럽 64
진리가 너를 자유케 하리라 68
나일 강에서 숨을 거둔 자, 책을 남기고 70
나무에서 이야기를 듣고, 흐르는 시내에서 책을 구한다 72
닥터 호러스 웰스의 유일한 후손 76
아내에게 바치는 꽃송이 80
기억 속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다 82
수수께끼를 풀어라 86
디킨스의 장서표는 얼마일까 90
노랑데이지와 붉은 카네이션 94
사랑하는 아내, 샐리에게 98
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뿐이라네 102
랄프 퓰리처 부부를 위하여 104
속박을 발로 밟고 하늘로 날아오른 여성 106
당신 주위를 먼저 둘러보라 108
판에 박힌 규칙을 따를 필요가 없는 이유 110
좋은 책은 좋은 벗이다 114
10년 후에 마주한 인연 118
나이 들어서까지도 배워야 한다 122
사서의 여행기 노트 124
마크 스키너 도서관을 위한 장서표 128
장서가들의 존경을 받는 장서가 132
내 모습 그대로 받아주소서 134
그의 영생으로 지식은 끝없이 이어지나니 138
프렌치도서관 창고 개방 세일! 142
벨몬트 공공도서관의 장서표 146
눈부신 석양 아래서의 휴식 148
잡지광을 위하여 152
개인의 인생을 기록하다 156
세상 모든 사람이 천재라면, 천재가 무슨 의미? 160
시인 브라우닝 팬클럽 164
인생은 두꺼운 책과 같다 168
요절한 꽃청년을 기리며 172
역사는 시대의 증인이다 176
완벽한 낚시꾼 180
동화책 그림 작가의 장서표 184
귀족 부부의 은밀한 서재 188
이해의 빵으로 그를 먹이고 지혜의 물을 그에게 주리라 192
준비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194
흐르는 시내에서 책을 발견하고, 바위에게서 설교를 듣는다 198
토머스 하디의 작은 집 202
책을 읽느라 모자에 불이 붙는 줄도 몰랐네 206
퇴폐적인 시인의 벗 210
책을 읽을 때 나는 기쁘오 214
맥스와 모리스, 우애 깊은 형제를 위하여 218
오페라 무대를 뛰노는 타이포 222
부지런히 노력하면 달콤한 열매를 얻는다 226
꿈에 그리는 괴테식 작업실 230
책벌레의 비밀 서재 234
책으로 쌓은 바벨탑 238
삼차원 속의 미궁 242
한 손에 화장품, 다른 한 손에 책을 244
독서클럽 만만세 246
프라하의 고서점 250
체코의 판화 명인 쿠르하네크 254
인쇄술을 장서표에 담아내다 258
책에서 불꽃이 튀는 순간 262
루쉰박물관에서 보석을 찾다 266
시인 엘리엇의 히아신스 아가씨 270
책과 미녀를 함께 누릴 수 있다니! 274
폴란드 고서점에서 장서표를 만나다 278
도서관 장서표에 왜 낚싯대가 그려져 있을까 282
폴란드 도서관에서 선물로 도착한 장서표 284
꿈속의 여인 288
상대가 돋보기를 들이대면 당장 탈출하라 292
신세대의 장서표 296
꿈에 취하다 300
책으로 산을 쌓다 304
오스트리아 빈의 클래식 선율이 흐르면 308
체코의 장서표 수집가 310
매일 밤 당신의 서재 등불은 그렇게 밝게 빛난다 312
지식의 샘물 316
도서관에서 홀로 책을 읽다 320
예일대학교의 괴테 322
만약 주님이 아니라면 326
독서를 하면 넉넉해지고 328
아버지를 향한 존경을 담아 332
책에는 각각의 운명이 있다 336
장서가들의 롤 모델 338
책의 산에 과연 지름길이 있을까? 342
서재 밖 공중전 344
외톨이들을 위한 장서표 346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다 350
노력으로 모든 일을 극복한다 354
문장과 사랑에 빠진 남자 356
애서인의 장서 정리법 360
중세의 철학자 362
부록| 장서표 초보자들을 위한 안내서 367
부록| 장서표 보관법 381
부록| 제33회 터키 이스탄불 세계장서표대회 참가 후기 389
옮긴이의 글 403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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