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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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마음껏 주무르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전무후무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
로봇들이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바로 인간
국내 독자들에게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이름은 다소 낯선 이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아서 C. 클라크, 필립 K. 딕과 함께 20세기 SF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며, 비영어권 출신의 작가임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SF 작가이기도 하다. 뉴욕 타임스로부터 ‘과학 소설계의 바흐’이자 ‘문학계의 아인슈타인’, ‘우주 시대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라는 찬사를 받는 만큼 스타니스와프 렘의 작품에는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통해 쌓아올린 이야기를 관통하는 철학적 질문이 담겨 있다. ‘고전’이라면 갖고 있어야 할 모든 덕목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스타니스와프 렘의 작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다른 무엇도 아닌 ‘유머’다. 존재론적인 관점에서 삶과 죽음의 차이를 가르는 심도 깊은 질문이 오고 갈 때조차 렘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가 진정으로 위대한 작가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런 유머를 통해 이야기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때문일 것이다.
《로봇 동화》는 그 제목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스타니스와프 렘이 SF와 동화적인 상상력을 총 동원해 완성시킨 단편집이다. 어린이들에게 삶의 교훈과 지혜, 용기를 주기 위해 쓰인 동화가 그렇듯 《로봇 동화》 역시 마찬가지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로봇 동화》는 ‘로봇’을 위해 쓰인 동화다. 로봇이라면 갖춰야 할 미덕과 삶의 지혜, 혹은 우스꽝스러운 인물을 통해 웃으면서 얻을 수 있는 반면교사적 교훈과 같은 것들이 15편의 이야기에 담겨 있다. 로봇들이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바로 인간이다. 그러니 폴란드인 작가의 손에 쓰여 한국에 있는 독자들까지 읽고 있는 《로봇 동화》의 아이러니함은 오직 이 책을 완벽하게 독파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운 농담이다.
전무후무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
로봇들이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바로 인간
국내 독자들에게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이름은 다소 낯선 이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아서 C. 클라크, 필립 K. 딕과 함께 20세기 SF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며, 비영어권 출신의 작가임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SF 작가이기도 하다. 뉴욕 타임스로부터 ‘과학 소설계의 바흐’이자 ‘문학계의 아인슈타인’, ‘우주 시대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라는 찬사를 받는 만큼 스타니스와프 렘의 작품에는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통해 쌓아올린 이야기를 관통하는 철학적 질문이 담겨 있다. ‘고전’이라면 갖고 있어야 할 모든 덕목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스타니스와프 렘의 작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다른 무엇도 아닌 ‘유머’다. 존재론적인 관점에서 삶과 죽음의 차이를 가르는 심도 깊은 질문이 오고 갈 때조차 렘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가 진정으로 위대한 작가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런 유머를 통해 이야기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때문일 것이다.
《로봇 동화》는 그 제목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스타니스와프 렘이 SF와 동화적인 상상력을 총 동원해 완성시킨 단편집이다. 어린이들에게 삶의 교훈과 지혜, 용기를 주기 위해 쓰인 동화가 그렇듯 《로봇 동화》 역시 마찬가지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로봇 동화》는 ‘로봇’을 위해 쓰인 동화다. 로봇이라면 갖춰야 할 미덕과 삶의 지혜, 혹은 우스꽝스러운 인물을 통해 웃으면서 얻을 수 있는 반면교사적 교훈과 같은 것들이 15편의 이야기에 담겨 있다. 로봇들이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바로 인간이다. 그러니 폴란드인 작가의 손에 쓰여 한국에 있는 독자들까지 읽고 있는 《로봇 동화》의 아이러니함은 오직 이 책을 완벽하게 독파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운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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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그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임을 저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에게 이성이 단 한 조각이라도 있었더라면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태양 아래 살아가는 존재에게 가스로 이루어진 보석과 얼음으로 만들어진 은별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입니까?"
그러자 얼음인들은 또다시 현자의 현명함에 놀라워했고 안심한 채 다정한 성에가 낀 안락한 집으로 각자 돌아갔다. 그때부터 아무도 크리오니아를 침략하려 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우주 전체에 바보들이 사라졌기 때문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바보들이 아직 많이 있는데 그저 길을모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_20쪽
바로 이 점에서 우리가 동화가 아니라 진실을 이야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왜냐하면 동화에서는 언제나 미덕이 승리하기 때문이다.
_64쪽
"하지만 아주 나쁘다고도 할 수 없어. 내가 완전히 패배하는 건 저들이 내 이성을 훔쳐가는 경우뿐이니까!"
_77쪽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성운, 은하계, 별들이 서로 멀어지며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고, 그 끊임없는 흩어짐의 결과 우주는 수십억 년 전부터 팽창하는 중이라 가르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팽창을 아주 놀라워하며, 이 개념을 뒤집어 우주가 아주아주 오래전에 별 방울 같은 하나의 점에 응집되어 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해,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커지는 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식으로 우주를 이해해 왔기에, 그 폭발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의 영역이었는데, 아무도 그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다.
_121쪽
"그리고 물질 안에는 모든 가능성이 들어 있어. 우리가 집을 떠올리면 집을 지어 올리고, 수정 궁궐을 생각하면 궁궐을 창조하고, 생각하는 별을 만들려 한다면 불타는 이성을 설계하면서 그걸 조립해 낼 수 있지. 하지만 물질 속에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들어 있다네. 그러니까 물질에 입을 달아서, 우리가 생각해 내지 못한 것 중에서 또 뭘 더 창조해 낼 수 있는지 직접 말하도록 해야겠어!"
"입은 필요하지."
기간치안이 동의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입은 이성이 생각해 낸 걸 표현할 뿐이니까. 그러니까 물질에 입만 달아줄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도 심어줘야 해. 그러면 물질은 분명 우리에게 자기 비밀을 다 밝히게 될 거야!"
_123쪽
"노력해 볼 가치가 있어. 그러니까 이렇게 해보자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에너지이므로 에너지에 생각을 지어넣되, 가장 작은 것, 즉 양자부터 시작하면 될 거야. 양자의 지성은 원자로 지은 가장 작은 우리 안에 가두어야 하지. 이 말인즉슨, 우리는 원자를 조립하는 공학자로서, 끊임없이 모든 것을 축소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네. 내 주머니에 1억 명의 양자 천재들을 쏟아 넣어도 공간이 남는다면, 목적은 달성한 셈이야. 이 천재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아무 데나 있는 생각하는 모래 한 줌조차 수많은 개인들이 모인 위원회나 다름없으니 무엇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말해주겠지!"
"아니, 그게 아니야!"
기간치안이 반대했다.
"그 반대로 접근해야 해, 왜냐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질량이니까. 그러니까 우주의 모든 질량을 모아서 그것으로 하나의 뇌를 만드는 거야, 생각으로 가득한, 완전히 특출나게 커다란 뇌를. 그 뇌한테 질문하면 우주 창조의 모든 비밀을 나에게 밝혀주겠지, 그 뇌 혼자서. 자네의 그 천재적인 가루들은 비효율적인 괴물에 불과해. 그 낟알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걸 말하게 되면 정신이 없어서 지식을 얻지 못할 테니까!"
_123~124쪽
결국 미크로미우도 기간치안도 물질에게서 비밀을 캐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고, 물질에 이성을 가르치고 입을 달아주기는 했지만, 내실 있는 대화에 이르기도 전에 이런 불행이 벌어지고 말았는데, 몇몇 어리석은 사람들의 무지로 인해 이 불행은 세계 창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_130쪽
그러므로 이 이야기를 믿지 않는 자는 학자들에게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마치 팽이처럼 하나의 축 주위를 끊임없이 도는 게 참인지 거짓인지를 물어보면 될 것이다. 바로 그 어지러운 회전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_130쪽
모두들 알다시피 동화에서는 모두가 '반말'을 하고 심지어 용들도 존칭을 쓰지 않으며 유일하게 왕에게만 존댓말을 한다.
_179쪽
"네가 죽었을 때 너의 관점에서 이런 장소들이 없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지금도 너에게 이런 것들은 존재하지 않아. (중략) 즉 '모든 곳에 있는 것'과 '거의 아무 데도 없는 것' 사이에는 거대한 차이가 있고, 이 차이가 너의 정상적인 삶의 몫이라는 거야, 왜냐하면 너는 언제나 한 번에 한 곳, 단 한 군데에만 있었으니까. 반면에 '거의 아무 데도 없는 것'과 '아무 데도 없는 것' 사이에는 솔직히 말해서 아주 미세한 차이만이 벌어질 뿐이야. 그러므로 인식의 수학이 증명하는 바, 너는 마치 죽은 사람처럼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아주 간신히 살아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지."
_192~193쪽
"살고 싶다는 것은 즉, 언젠가 현재가 될 미래를 갖고 싶다는 것인데, 삶은 바로 그렇게 이어지기 때문이겠지. 삶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바로 우리가 이미 전제했듯이 너는 살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살 수 없으니까. 다만 여기서 문제는 네가 어떤 방식으로 살기를 멈추느냐는 거야. 오랫동안 고통받다가 멈추느냐 아니면 쉽게, 한방에 물을 빨아들인 뒤에…."
_194쪽
"왕이시여, 당신은 우주가 한없이 훌륭하며 거대하고 장엄한 별들이 넘치도록 깔려 있는 강력한 것이라 배우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이것이 과연 그토록 숭배할 가치가 있는지, 어디에나 있으며 영원히 존재하는 구조가 극단적인 어리석음의 작품이 아닌지, 생각과 논리에 정반대되지 않는지? 어째서 이제까지 아무도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겠지요. 왜냐하면 어리석음은 사방에 있기 때문입니다!
_236~237쪽
"학문은 세상을 설명하지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오로지 예술뿐이지. 우리가 우주의 시초에 관해서 정말로 뭘 알겠나? 그토록 드넓은 허공을 채울 방법은 신화와 전설뿐인걸. 그렇게 신화화함으로써 나는 불가능의 영역에 도달하고 싶었고, 결국 꽤나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네. 자네도 그걸 알고 있으니 우주가 정말로 우스운지 그 한 가지를 묻고 싶었던 거겠지. 하지만 그 질문에는 각자 알아서 대답하는 수밖에 없네."
_236~237쪽
《로봇 동화》는 폴란드 크라쿠프에 있는 문학 출판사(Wydawnictwo literackie)에서 출간된 2017년판 《Bajki robot?w》를 원전으로 사용했다. 원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어유희로 가득하다. 렘은 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학 용어가 라틴어로 되어 있으므로 라틴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폴란드어뿐 아니라 때로는 라틴어나 다른 외국어를 사용해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기계 이름으로 말장난을 하고 여기에 화학과 물리학 지식을 섞어 넣는다. 번역하는 입장에서 원작은 더없이 즐겁고 번역 작업 또한 재미있었는데 수많은 언어유희를 그대로 한국어로 옮길 수 없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
(중략)
렘이 이 작품을 재미있게 쓴 만큼, 독자분들도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다. 《로봇 동화》 전체를 통해 렘은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상은 즐거운 일이며, 과학도 기계도 신화도 동화도 무엇이든 상상의 소재가 될 수 있고, 인간이 상상한 머릿속의 우주 안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_옮긴이의 글
FoP Classic 시리즈
《20세기 파리》 쥘 베른 김남주 옮김 X 정지돈의 20세기 파리 다시 쓰기
《제4 간빙기》 아베 고보 이홍이 옮김 X 서윤후의 제4 간빙기 다시 쓰기
《사이버리아드》 스타니스와프 렘 송경아 옮김 X 심너울의 사이버리아드 다시 쓰기
《아득한 내일》 리 브래킷 이수현 옮김 X 듀나의 아득한 내일 다시 쓰기
《로봇 동화》 스타니스와프 렘 정보라 옮김 X 설재인의 로봇 동화 다시 쓰기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그러자 얼음인들은 또다시 현자의 현명함에 놀라워했고 안심한 채 다정한 성에가 낀 안락한 집으로 각자 돌아갔다. 그때부터 아무도 크리오니아를 침략하려 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우주 전체에 바보들이 사라졌기 때문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바보들이 아직 많이 있는데 그저 길을모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_20쪽
바로 이 점에서 우리가 동화가 아니라 진실을 이야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왜냐하면 동화에서는 언제나 미덕이 승리하기 때문이다.
_64쪽
"하지만 아주 나쁘다고도 할 수 없어. 내가 완전히 패배하는 건 저들이 내 이성을 훔쳐가는 경우뿐이니까!"
_77쪽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성운, 은하계, 별들이 서로 멀어지며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고, 그 끊임없는 흩어짐의 결과 우주는 수십억 년 전부터 팽창하는 중이라 가르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팽창을 아주 놀라워하며, 이 개념을 뒤집어 우주가 아주아주 오래전에 별 방울 같은 하나의 점에 응집되어 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해,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커지는 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식으로 우주를 이해해 왔기에, 그 폭발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의 영역이었는데, 아무도 그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다.
_121쪽
"그리고 물질 안에는 모든 가능성이 들어 있어. 우리가 집을 떠올리면 집을 지어 올리고, 수정 궁궐을 생각하면 궁궐을 창조하고, 생각하는 별을 만들려 한다면 불타는 이성을 설계하면서 그걸 조립해 낼 수 있지. 하지만 물질 속에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들어 있다네. 그러니까 물질에 입을 달아서, 우리가 생각해 내지 못한 것 중에서 또 뭘 더 창조해 낼 수 있는지 직접 말하도록 해야겠어!"
"입은 필요하지."
기간치안이 동의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입은 이성이 생각해 낸 걸 표현할 뿐이니까. 그러니까 물질에 입만 달아줄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도 심어줘야 해. 그러면 물질은 분명 우리에게 자기 비밀을 다 밝히게 될 거야!"
_123쪽
"노력해 볼 가치가 있어. 그러니까 이렇게 해보자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에너지이므로 에너지에 생각을 지어넣되, 가장 작은 것, 즉 양자부터 시작하면 될 거야. 양자의 지성은 원자로 지은 가장 작은 우리 안에 가두어야 하지. 이 말인즉슨, 우리는 원자를 조립하는 공학자로서, 끊임없이 모든 것을 축소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네. 내 주머니에 1억 명의 양자 천재들을 쏟아 넣어도 공간이 남는다면, 목적은 달성한 셈이야. 이 천재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아무 데나 있는 생각하는 모래 한 줌조차 수많은 개인들이 모인 위원회나 다름없으니 무엇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말해주겠지!"
"아니, 그게 아니야!"
기간치안이 반대했다.
"그 반대로 접근해야 해, 왜냐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질량이니까. 그러니까 우주의 모든 질량을 모아서 그것으로 하나의 뇌를 만드는 거야, 생각으로 가득한, 완전히 특출나게 커다란 뇌를. 그 뇌한테 질문하면 우주 창조의 모든 비밀을 나에게 밝혀주겠지, 그 뇌 혼자서. 자네의 그 천재적인 가루들은 비효율적인 괴물에 불과해. 그 낟알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걸 말하게 되면 정신이 없어서 지식을 얻지 못할 테니까!"
_123~124쪽
결국 미크로미우도 기간치안도 물질에게서 비밀을 캐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고, 물질에 이성을 가르치고 입을 달아주기는 했지만, 내실 있는 대화에 이르기도 전에 이런 불행이 벌어지고 말았는데, 몇몇 어리석은 사람들의 무지로 인해 이 불행은 세계 창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_130쪽
그러므로 이 이야기를 믿지 않는 자는 학자들에게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마치 팽이처럼 하나의 축 주위를 끊임없이 도는 게 참인지 거짓인지를 물어보면 될 것이다. 바로 그 어지러운 회전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_130쪽
모두들 알다시피 동화에서는 모두가 '반말'을 하고 심지어 용들도 존칭을 쓰지 않으며 유일하게 왕에게만 존댓말을 한다.
_179쪽
"네가 죽었을 때 너의 관점에서 이런 장소들이 없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지금도 너에게 이런 것들은 존재하지 않아. (중략) 즉 '모든 곳에 있는 것'과 '거의 아무 데도 없는 것' 사이에는 거대한 차이가 있고, 이 차이가 너의 정상적인 삶의 몫이라는 거야, 왜냐하면 너는 언제나 한 번에 한 곳, 단 한 군데에만 있었으니까. 반면에 '거의 아무 데도 없는 것'과 '아무 데도 없는 것' 사이에는 솔직히 말해서 아주 미세한 차이만이 벌어질 뿐이야. 그러므로 인식의 수학이 증명하는 바, 너는 마치 죽은 사람처럼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아주 간신히 살아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지."
_192~193쪽
"살고 싶다는 것은 즉, 언젠가 현재가 될 미래를 갖고 싶다는 것인데, 삶은 바로 그렇게 이어지기 때문이겠지. 삶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바로 우리가 이미 전제했듯이 너는 살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살 수 없으니까. 다만 여기서 문제는 네가 어떤 방식으로 살기를 멈추느냐는 거야. 오랫동안 고통받다가 멈추느냐 아니면 쉽게, 한방에 물을 빨아들인 뒤에…."
_194쪽
"왕이시여, 당신은 우주가 한없이 훌륭하며 거대하고 장엄한 별들이 넘치도록 깔려 있는 강력한 것이라 배우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이것이 과연 그토록 숭배할 가치가 있는지, 어디에나 있으며 영원히 존재하는 구조가 극단적인 어리석음의 작품이 아닌지, 생각과 논리에 정반대되지 않는지? 어째서 이제까지 아무도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겠지요. 왜냐하면 어리석음은 사방에 있기 때문입니다!
_236~237쪽
"학문은 세상을 설명하지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오로지 예술뿐이지. 우리가 우주의 시초에 관해서 정말로 뭘 알겠나? 그토록 드넓은 허공을 채울 방법은 신화와 전설뿐인걸. 그렇게 신화화함으로써 나는 불가능의 영역에 도달하고 싶었고, 결국 꽤나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네. 자네도 그걸 알고 있으니 우주가 정말로 우스운지 그 한 가지를 묻고 싶었던 거겠지. 하지만 그 질문에는 각자 알아서 대답하는 수밖에 없네."
_236~237쪽
《로봇 동화》는 폴란드 크라쿠프에 있는 문학 출판사(Wydawnictwo literackie)에서 출간된 2017년판 《Bajki robot?w》를 원전으로 사용했다. 원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어유희로 가득하다. 렘은 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학 용어가 라틴어로 되어 있으므로 라틴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폴란드어뿐 아니라 때로는 라틴어나 다른 외국어를 사용해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기계 이름으로 말장난을 하고 여기에 화학과 물리학 지식을 섞어 넣는다. 번역하는 입장에서 원작은 더없이 즐겁고 번역 작업 또한 재미있었는데 수많은 언어유희를 그대로 한국어로 옮길 수 없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
(중략)
렘이 이 작품을 재미있게 쓴 만큼, 독자분들도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다. 《로봇 동화》 전체를 통해 렘은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상은 즐거운 일이며, 과학도 기계도 신화도 동화도 무엇이든 상상의 소재가 될 수 있고, 인간이 상상한 머릿속의 우주 안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_옮긴이의 글
FoP Classic 시리즈
《20세기 파리》 쥘 베른 김남주 옮김 X 정지돈의 20세기 파리 다시 쓰기
《제4 간빙기》 아베 고보 이홍이 옮김 X 서윤후의 제4 간빙기 다시 쓰기
《사이버리아드》 스타니스와프 렘 송경아 옮김 X 심너울의 사이버리아드 다시 쓰기
《아득한 내일》 리 브래킷 이수현 옮김 X 듀나의 아득한 내일 다시 쓰기
《로봇 동화》 스타니스와프 렘 정보라 옮김 X 설재인의 로봇 동화 다시 쓰기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목차
목차
세 전기기사들.. 7
우라늄 귀덮개.. 21
자가유도자 에르그가 창백한 자를 물리친 이야기.. 35
비스칼라르왕의 보물.. 65
두 괴물.. 87
하얀 죽음.. 105
미크로미우와 기간치안이 팽창하는 우주를 만든 이야기.. 119
디지털 기계가 용과 싸운 동화.. 131
히드로프스왕의 장관들.. 147
아우토마테우슈의 친구.. 177
글로바레스왕과 현자들.. 217
무르다스왕 이야기.. 243
세상이 살아남은 이야기.. 265
트루를의 기계.. 279
한 방 먹였다.. 303
옮긴이의 글.. 321
설재인의 《로봇 동화》 다시 쓰기 〈착각과 말로〉.. 337
우라늄 귀덮개.. 21
자가유도자 에르그가 창백한 자를 물리친 이야기.. 35
비스칼라르왕의 보물.. 65
두 괴물.. 87
하얀 죽음.. 105
미크로미우와 기간치안이 팽창하는 우주를 만든 이야기.. 119
디지털 기계가 용과 싸운 동화.. 131
히드로프스왕의 장관들.. 147
아우토마테우슈의 친구.. 177
글로바레스왕과 현자들.. 217
무르다스왕 이야기.. 243
세상이 살아남은 이야기.. 265
트루를의 기계.. 279
한 방 먹였다.. 303
옮긴이의 글.. 321
설재인의 《로봇 동화》 다시 쓰기 〈착각과 말로〉.. 337
저자
저자
스타니스와프 렘
스타니스와프 렘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 폴란드의 과학소설 작가로서 보르헤스, 루이스 캐럴, 필립 K. 딕을 합쳐놓은 것 같은 인물이다. 그의 작품들은 영미권의 SF문학이 독자적인 스타일을 형성해오던 1970년대부터 차례차례 영역되면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제까지 41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인간의 기억을 형상화시키는 신비의 외계 행성을 통해 우주적 인식론의 불가해성을 그린 《솔라리스》는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작으로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및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솔라리스》와 같은 진지한 서사들 외에 《사이버리아드》처럼 통렬한 풍자와 블랙코미디가 결합되어 경쾌하고 현란한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는 작품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렘은 폴란드의 르보프(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의대를 졸업했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엔 나치 치하에서 용접공으로 일하기도 했다. 1940년대 중반부터 작가 생활을 시작하여 장단편 소설, 희곡, 평론, 에세이 등 40여 편의 저작을 발표했다. 대표작으로 《스타 다이어리》 《미래학 회의》 《주인의 목소리》 등이 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 지는 렘을 일컬어 "비영어권 과학소설 작가 중 쥘 베른 이후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했고,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 시어도어 스터전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읽히는 SF 작가는 렘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렘은 생전에 '서구의 작가들은 SF장르가 지닌 엄청난 잠재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렘은 폴란드의 르보프(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의대를 졸업했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엔 나치 치하에서 용접공으로 일하기도 했다. 1940년대 중반부터 작가 생활을 시작하여 장단편 소설, 희곡, 평론, 에세이 등 40여 편의 저작을 발표했다. 대표작으로 《스타 다이어리》 《미래학 회의》 《주인의 목소리》 등이 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 지는 렘을 일컬어 "비영어권 과학소설 작가 중 쥘 베른 이후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했고,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 시어도어 스터전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읽히는 SF 작가는 렘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렘은 생전에 '서구의 작가들은 SF장르가 지닌 엄청난 잠재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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