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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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무너진 그날 이후,
꽃들과 빛의 의기투합이 이룬 역사적 시간을 기록하다
12월 3일 비상계엄의 선포 이후 1년이 지났다. 이 시절이 5.18 광주의 아픔을 겪었던 시인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박선욱 시인의 시집 『무등산』에는 일상이 무너진 그 날 이후, 어떻게 눈을 반짝이고 귀를 열어 버텼는지, 어떻게 흩어져 조각났던 일상의 감정을 추스르고자 애썼는지, 마침내 꽃들과 빛의 의기투합이 이룬 우리 역사의 순간들, 특히 시인이 경험했던 5.18 광주의 시간들, 그 어머니 무등산의 땅울음이 지켜낸 우리들의 오늘을 펼쳐 보인다.
일상이 무너진 그날 이후,
꽃들과 빛의 의기투합이 이룬 역사적 시간을 기록하다
■ ‘5월 광주가 탄생시킨’ 박선욱 시인의 문학적 행로
평사리에서 박선욱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무등산』을 펴낸다. 박 시인은 5공 정권에 의해 모든 매체가 강제 폐간된 뒤 등장한 무크 『실천문학』의 제1호 시인으로 1982년 등단했다. 일찍이 김준태 시인은 박 시인을 일컬어 “5월 광주가 탄생시킨 시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시인이 등단작 「누이야」를 비롯해 5월 광주를 형상화한 시편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기에 그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박선욱 시인은 시집 『그때 이후』 『다시 불러보는 벗들』 『세상의 출구』 등 세 권의 시집을 펴내는 동안 광주 오월 정신을 기반으로 분단과 통일, 노동과 인권, 제국주의에 의한 제3세계 침탈에 대한 문제의식을 형상화하는 여러 시편들을 발표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시 이외에 어린이 인물 이야기를 쓰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동화와 청소년소설, 장편소설을 연달아 펴낸 박 시인은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하여 평전문학의 성가(聲價)를 인정받았다. 산문 영역으로 들어섰지만, 그는 “광주항쟁의 현장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채 오히려 그 정신의 원류를 찾아 외롭게 민족사의 정통성 탐사작업에 매진해 왔다.”(평론가 임헌영)는 평가도 받았다. 평론가 임헌영은 거듭하여, 박 시인이 “근대 실학사상(『조선의 별빛; 젊은 날의 홍대용』)에서 민족혁명의 발아를 찾아 조선의 무예 훈련을 위해 교재를 만든 협객 백동수(『백동수』)와 민중문화를 진작시킨 독서의 명인(『김득신』)을 부각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4시집 『회색빛 베어지다』에서는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개인적 고뇌와 내적 자아에 대한 성찰과 물음을 던지는 시편들을 선보였고, 5시집 『눈물의 깊이』와 6시집으로 펴낸 독립운동가 기림시집 『풍찬노숙』에서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가들에 대한 장시를 수록함으로써 서사의 지평을 넓히는 데까지 나아갔다. 『풍찬노숙』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7시집 『무등산』은 역사에 대한 반추, 미래에 대한 전망이 중추를 형성하고 있다.
■ 박선욱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무등산』의 시 세계
박선욱 시인에게 행주산성은 서녘 하늘의 고요함과 푸르스름한 빛을 거느린 곳으로 기억된다. 그 행주산성을 품은 덕양산에 올라 너른 들녘, 도심의 높은 빌딩들, 차들로 북적이는 자유로를 바라보는 아침나절은 평화 그 자체였다. 그는 거기서 “방화대교에 노을 번질 때면/아무런 걱정 근심 없이/꽃향기에 흠뻑 취해 볼까나”(「봄, 행주산성 위에서」) 하고 유유자적한 한때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유장하게 넘실넘실 흐르는 한강”(「꿀잠」)이 바라보이는 곳으로 이사한 시인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2024년 12월 3일, “검사 출신 주정쟁이 군 통수권자가/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계엄령」)한 그날은 일상이 통째로 무너진 날이 되고 말았다.
이 어처구니없는 내란은 그날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의 불굴의 저항과 국회의원들 및 보좌관과 국회 직원들, 군인들의 소극적 대응에 의해 무산되었다. 내란수괴가 체포되기까지 추운 겨울날 응원봉을 들고 빛의 혁명을 이끌었던 시민들의 활약상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며 지구촌의 이목을 끌었다. 헌정사상 두 번에 걸쳐 무혈 혁명을 통해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성공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저력과 K-민주주의의 높은 격조를 보여준 사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하지만, 내란 극복을 하는 과정은 지난한 것이었다. 내란 세력들은 교활한 법 기술을 조자룡 헌 칼 쓰듯이 휘두르며 지켜보는 시민들을 조롱하고 경멸했다. 응원봉을 들었던 시민들은 그때마다 말할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친위 쿠데타가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지났건만 내란범 가운데 단 한 명도 사법적으로 단죄하지 못한 현실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마저 치솟게 한다.
박선욱 시인이 펴낸 이 시집은 그러한 악몽을 떨쳐 내며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불안한 나날을 살아낸 모든 이들과 함께 작은 비망록을 펼치고 독자들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행위이다. “언어도단의 시대가 도둑처럼 왔”(시인의 말)지만, 결코 절망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 시집 『무등산』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범하지 않은, 아니 경이로웠던 그 일상을 36편의 시편에 담은 게 한 축이고(1~3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5.18 광주를 연작시 23편으로 엮은 게(4부) 다른 한 축이다.
시인은 제4부로 구성된 연작시 ‘동토에서 피어난 봄의 노래’의 마지막 장에서 “우리 이제 낮이나 밤이나 억만 발걸음 멈추지 말자”(「23. 무진악(武珍岳) 땅울림」)며 대동단결과 내일을 위한 전진을 다짐함으로써 종지부를 찍고 있다. 이 시집 4부에, 45년 전 신군부의 무도한 계엄과 광주학살의 만행을 배치한 것은 역사를 통시적으로 바라보고 반추하며, 그 교훈을 잊지 말자는 다짐의 뜻에서이다.
꽃들과 빛의 의기투합이 이룬 역사적 시간을 기록하다
12월 3일 비상계엄의 선포 이후 1년이 지났다. 이 시절이 5.18 광주의 아픔을 겪었던 시인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박선욱 시인의 시집 『무등산』에는 일상이 무너진 그 날 이후, 어떻게 눈을 반짝이고 귀를 열어 버텼는지, 어떻게 흩어져 조각났던 일상의 감정을 추스르고자 애썼는지, 마침내 꽃들과 빛의 의기투합이 이룬 우리 역사의 순간들, 특히 시인이 경험했던 5.18 광주의 시간들, 그 어머니 무등산의 땅울음이 지켜낸 우리들의 오늘을 펼쳐 보인다.
일상이 무너진 그날 이후,
꽃들과 빛의 의기투합이 이룬 역사적 시간을 기록하다
■ ‘5월 광주가 탄생시킨’ 박선욱 시인의 문학적 행로
평사리에서 박선욱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무등산』을 펴낸다. 박 시인은 5공 정권에 의해 모든 매체가 강제 폐간된 뒤 등장한 무크 『실천문학』의 제1호 시인으로 1982년 등단했다. 일찍이 김준태 시인은 박 시인을 일컬어 “5월 광주가 탄생시킨 시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시인이 등단작 「누이야」를 비롯해 5월 광주를 형상화한 시편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기에 그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박선욱 시인은 시집 『그때 이후』 『다시 불러보는 벗들』 『세상의 출구』 등 세 권의 시집을 펴내는 동안 광주 오월 정신을 기반으로 분단과 통일, 노동과 인권, 제국주의에 의한 제3세계 침탈에 대한 문제의식을 형상화하는 여러 시편들을 발표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시 이외에 어린이 인물 이야기를 쓰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동화와 청소년소설, 장편소설을 연달아 펴낸 박 시인은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하여 평전문학의 성가(聲價)를 인정받았다. 산문 영역으로 들어섰지만, 그는 “광주항쟁의 현장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채 오히려 그 정신의 원류를 찾아 외롭게 민족사의 정통성 탐사작업에 매진해 왔다.”(평론가 임헌영)는 평가도 받았다. 평론가 임헌영은 거듭하여, 박 시인이 “근대 실학사상(『조선의 별빛; 젊은 날의 홍대용』)에서 민족혁명의 발아를 찾아 조선의 무예 훈련을 위해 교재를 만든 협객 백동수(『백동수』)와 민중문화를 진작시킨 독서의 명인(『김득신』)을 부각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4시집 『회색빛 베어지다』에서는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개인적 고뇌와 내적 자아에 대한 성찰과 물음을 던지는 시편들을 선보였고, 5시집 『눈물의 깊이』와 6시집으로 펴낸 독립운동가 기림시집 『풍찬노숙』에서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가들에 대한 장시를 수록함으로써 서사의 지평을 넓히는 데까지 나아갔다. 『풍찬노숙』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7시집 『무등산』은 역사에 대한 반추, 미래에 대한 전망이 중추를 형성하고 있다.
■ 박선욱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무등산』의 시 세계
박선욱 시인에게 행주산성은 서녘 하늘의 고요함과 푸르스름한 빛을 거느린 곳으로 기억된다. 그 행주산성을 품은 덕양산에 올라 너른 들녘, 도심의 높은 빌딩들, 차들로 북적이는 자유로를 바라보는 아침나절은 평화 그 자체였다. 그는 거기서 “방화대교에 노을 번질 때면/아무런 걱정 근심 없이/꽃향기에 흠뻑 취해 볼까나”(「봄, 행주산성 위에서」) 하고 유유자적한 한때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유장하게 넘실넘실 흐르는 한강”(「꿀잠」)이 바라보이는 곳으로 이사한 시인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2024년 12월 3일, “검사 출신 주정쟁이 군 통수권자가/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계엄령」)한 그날은 일상이 통째로 무너진 날이 되고 말았다.
이 어처구니없는 내란은 그날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의 불굴의 저항과 국회의원들 및 보좌관과 국회 직원들, 군인들의 소극적 대응에 의해 무산되었다. 내란수괴가 체포되기까지 추운 겨울날 응원봉을 들고 빛의 혁명을 이끌었던 시민들의 활약상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며 지구촌의 이목을 끌었다. 헌정사상 두 번에 걸쳐 무혈 혁명을 통해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성공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저력과 K-민주주의의 높은 격조를 보여준 사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하지만, 내란 극복을 하는 과정은 지난한 것이었다. 내란 세력들은 교활한 법 기술을 조자룡 헌 칼 쓰듯이 휘두르며 지켜보는 시민들을 조롱하고 경멸했다. 응원봉을 들었던 시민들은 그때마다 말할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친위 쿠데타가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지났건만 내란범 가운데 단 한 명도 사법적으로 단죄하지 못한 현실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마저 치솟게 한다.
박선욱 시인이 펴낸 이 시집은 그러한 악몽을 떨쳐 내며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불안한 나날을 살아낸 모든 이들과 함께 작은 비망록을 펼치고 독자들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행위이다. “언어도단의 시대가 도둑처럼 왔”(시인의 말)지만, 결코 절망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 시집 『무등산』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범하지 않은, 아니 경이로웠던 그 일상을 36편의 시편에 담은 게 한 축이고(1~3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5.18 광주를 연작시 23편으로 엮은 게(4부) 다른 한 축이다.
시인은 제4부로 구성된 연작시 ‘동토에서 피어난 봄의 노래’의 마지막 장에서 “우리 이제 낮이나 밤이나 억만 발걸음 멈추지 말자”(「23. 무진악(武珍岳) 땅울림」)며 대동단결과 내일을 위한 전진을 다짐함으로써 종지부를 찍고 있다. 이 시집 4부에, 45년 전 신군부의 무도한 계엄과 광주학살의 만행을 배치한 것은 역사를 통시적으로 바라보고 반추하며, 그 교훈을 잊지 말자는 다짐의 뜻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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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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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비상계엄의 선포 이후 1년이 지났다. 이 시절이 5.18 광주의 아픔을 겪었던 시인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박선욱 시인의 시집 『무등산』에는 일상이 무너진 그날 이후, 어떻게 눈을 반짝이고 귀를 열어 버텼는지, 어떻게 흩어져 조각났던 일상의 감정을 추스르고자 애썼는지, 마침내 꽃들과 빛의 의기투합이 이룬 우리 역사의 순간들, 특히 시인이 경험했던 5.18 광주의 시간들, 그 어머니 무등산의 땅울음이 지켜낸 우리들의 오늘을 펼쳐 보인다.
'1부 호접란'에서는 시인이 새롭게 이사한 터전에서 마주하는 일상들을 옮기며, 빛이 꽃들과 의기투합해 이룬 신비를 노래한다.
"16년 만에 이사를 했다."(「꿀잠」) 종일 짐을 부리고, 유장하게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고 뒷등을 넉넉히 감싸 안아준 대덕산 아래 새 터전에서 꿀잠을 잤다. 누구나처럼 마트를 다녀오고 햇귀 머금은 목련에 황홀해 했다. 행주산성에 올라 행주강 봄볕 윤슬에 건듯건듯 노닐어 보았다. 수직으로 낙하하는 봄비가 턱 밑까지 치민 육백년 대왕소나무를 지켜내는 경이로움도 지켜보았다.
"나는 빛을 갈망한다"(「빛」) 생을 틔우는 온기가 빛 속에 있으니, 시인은 어둠이 바닥처럼 깊어도 가시밭 진창길이어도 빛 한 줄기만 있다면 온몸을 내던지리리라 다짐한다. 시인은 빛이 하는 일을 살핀다. "햇살이 주렴처럼 드리울 때/ 붉고 샛노란 빛의 파장 속/ 둘은 그저 오랜 벗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웃더군"(「산수유」). "잎사귀 흔들릴수록/ 수백 수천의 푸른 빛/ 쏘아 올리는 몸짓들"(「울릉도 해국」), "여러 빛깔로 인화되는/ 지점이 있다/ 주상절리 오묘한 바위"(「행남해안산책로」). 산수유, 바닷가 해국, 울릉도 주상절리에서 만난 붉고 샛노랗고 연보랏빛 그리고 청록빛이 만든 세상이 나를 잊게 한다. 복숭앗빛 다섯 화판에 황금빛 햇살이 쏟아져 향기를 낸다.(「호접란」) 호접란에 이르러 빛의 세상은 신비롭기까지 하다고 시인은 말한다.
'2부 작은 새'와 '3부 손돌목'에서는 일제, 국가경비대, 군통수권자, 미국 이민국, 국가 고위책임자들에 의해 짓밟혔지만, 이를 견디고 극복해 왔던 민초들, 그리고 앞서 이끌었던 선각자들이 있었다. 당대를 사는 시인은 그 흩어진 동서고금의 조각들을 교차하며 오간다.
"2016년 가을, 작은 촛불들이 모이기 시작했다"(「2016년 촛불의 노래」). 시인은 겨울 한파를 관통하며 탄핵을 외쳤던 촛불의 행진을 떠올린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천수만 습지 새들의 거대한 군무, 독도 촛대바위의 장엄한 포효 소리, 뜨거운 맥놀이가 벌어지던 몽마르트르 언덕, 길 잃어 캄캄해도 사랑 잃어 고독해도 다독여 주는 어머니 무등산, 미얀마에서 들려오는 피울음의 비극, 삼일절 백성들, 누군가의 임종을 대신하던 팬데믹 시대의 간호 천사, 평화와 자유를 노래하던 윤이상 추모 음악회의 작은 새들, 미국 이민국 단속에 짓밟혔던 한국 노동자의 자존심…. 장면과 장면, 행간과 행간의 겹을 뚫고 울렸던 다정한 말들을 되새겨 보고자 했다.
국방경비대가 곤을동 고향 사람들을 죽창으로 죽였던 지옥을 평생 안고 살아온 이발사의 피울음 섞인 비나리, 올올한 민족혼 끌어모으고 숱한 젊은이들이 나아갔던 수도리 무섬외나무다리, 강화 대곶 앞바다 물길 드세던 뱃길을 터 왕과 신하들을 구했던 사공 손돌, 해방 이후 제주에서 벌어진 잿더미와 시체를 기억하는 어머니 여수댁, 미군정 치하 친일 경찰들에게 오리장림에서 무참히 학살당한 선량한 자천리 사람들, 이름 없는 민초들이 오롯이 떨쳐 일어났던 의병들, 호리병 좁은 길로 몰려 옴짝달싹 못하고 목숨을 잃은 이태원 젊은이들…. 이렇듯 짓밟혀 왔던 우리 민초들은 마침내 키 낮은 고동색 화분에서 알알이 영글고 있는 스킨답서스처럼, 백로 오기 전에 박수갈채로 마중하는 군자란처럼 살아났다.
'4부 동토에서 피어난 봄의 노래'는 전두환의 군사 반란과 5.18 광주를 다룬 23개의 연작시로 현대사의 비감을 응축해 놓았다. 박정희의 죽음, 이 순간부터 시작된 전두환 세력의 음모와 군사 반란, 충정훈련, 사북 사태, 서울의 봄, 광주의 가두시위, 그리고 광주 시민에 대한 신군부의 압살,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는 광주의 저항과 참혹한 학살 과정을 그린다.
여기서 시인은 광주에 대한 신군부의 책동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또 다른 쿠데타로 5.18를 기록한다. 미국이 군사 반란과 쿠데타를 공인했음을 말한다. 구두닦이 김경철, 조대부고 3학년 김영찬, 대동고 3학년 전영진의 싸늘한 주검을 밝혔고, 유혈이 낭자한 거리의 모습을 전한다. 시민들의 항전과 차량 시위가 있었고, 마침내 시민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무기를 들었고, 잠깐의 평화가 찾아오지만, 5월 27일 새벽 신군부의 '상무충정작전'이 개시된다. 도청에 모였던 시민군들은 그렇게 최후를 맞게 된다.
여기서 시인은 '국가 폭력'의 더러운 역사가 아주 길게 이어지고 있음을 말한다. 무등산을 바라보며 시인은 "우리 이제 더 이상 눈물 흘리지 말자"며 마무리한다.
이 시집은 빛을 갈망하는 시인의 개인사와 "더러운 국가 폭력에 맞서 왔던 민초들의 억만 발걸음"에 대한 감사와 연대의 메시지가 담긴, 시대의 심장 같은 작품이다.
'1부 호접란'에서는 시인이 새롭게 이사한 터전에서 마주하는 일상들을 옮기며, 빛이 꽃들과 의기투합해 이룬 신비를 노래한다.
"16년 만에 이사를 했다."(「꿀잠」) 종일 짐을 부리고, 유장하게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고 뒷등을 넉넉히 감싸 안아준 대덕산 아래 새 터전에서 꿀잠을 잤다. 누구나처럼 마트를 다녀오고 햇귀 머금은 목련에 황홀해 했다. 행주산성에 올라 행주강 봄볕 윤슬에 건듯건듯 노닐어 보았다. 수직으로 낙하하는 봄비가 턱 밑까지 치민 육백년 대왕소나무를 지켜내는 경이로움도 지켜보았다.
"나는 빛을 갈망한다"(「빛」) 생을 틔우는 온기가 빛 속에 있으니, 시인은 어둠이 바닥처럼 깊어도 가시밭 진창길이어도 빛 한 줄기만 있다면 온몸을 내던지리리라 다짐한다. 시인은 빛이 하는 일을 살핀다. "햇살이 주렴처럼 드리울 때/ 붉고 샛노란 빛의 파장 속/ 둘은 그저 오랜 벗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웃더군"(「산수유」). "잎사귀 흔들릴수록/ 수백 수천의 푸른 빛/ 쏘아 올리는 몸짓들"(「울릉도 해국」), "여러 빛깔로 인화되는/ 지점이 있다/ 주상절리 오묘한 바위"(「행남해안산책로」). 산수유, 바닷가 해국, 울릉도 주상절리에서 만난 붉고 샛노랗고 연보랏빛 그리고 청록빛이 만든 세상이 나를 잊게 한다. 복숭앗빛 다섯 화판에 황금빛 햇살이 쏟아져 향기를 낸다.(「호접란」) 호접란에 이르러 빛의 세상은 신비롭기까지 하다고 시인은 말한다.
'2부 작은 새'와 '3부 손돌목'에서는 일제, 국가경비대, 군통수권자, 미국 이민국, 국가 고위책임자들에 의해 짓밟혔지만, 이를 견디고 극복해 왔던 민초들, 그리고 앞서 이끌었던 선각자들이 있었다. 당대를 사는 시인은 그 흩어진 동서고금의 조각들을 교차하며 오간다.
"2016년 가을, 작은 촛불들이 모이기 시작했다"(「2016년 촛불의 노래」). 시인은 겨울 한파를 관통하며 탄핵을 외쳤던 촛불의 행진을 떠올린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천수만 습지 새들의 거대한 군무, 독도 촛대바위의 장엄한 포효 소리, 뜨거운 맥놀이가 벌어지던 몽마르트르 언덕, 길 잃어 캄캄해도 사랑 잃어 고독해도 다독여 주는 어머니 무등산, 미얀마에서 들려오는 피울음의 비극, 삼일절 백성들, 누군가의 임종을 대신하던 팬데믹 시대의 간호 천사, 평화와 자유를 노래하던 윤이상 추모 음악회의 작은 새들, 미국 이민국 단속에 짓밟혔던 한국 노동자의 자존심…. 장면과 장면, 행간과 행간의 겹을 뚫고 울렸던 다정한 말들을 되새겨 보고자 했다.
국방경비대가 곤을동 고향 사람들을 죽창으로 죽였던 지옥을 평생 안고 살아온 이발사의 피울음 섞인 비나리, 올올한 민족혼 끌어모으고 숱한 젊은이들이 나아갔던 수도리 무섬외나무다리, 강화 대곶 앞바다 물길 드세던 뱃길을 터 왕과 신하들을 구했던 사공 손돌, 해방 이후 제주에서 벌어진 잿더미와 시체를 기억하는 어머니 여수댁, 미군정 치하 친일 경찰들에게 오리장림에서 무참히 학살당한 선량한 자천리 사람들, 이름 없는 민초들이 오롯이 떨쳐 일어났던 의병들, 호리병 좁은 길로 몰려 옴짝달싹 못하고 목숨을 잃은 이태원 젊은이들…. 이렇듯 짓밟혀 왔던 우리 민초들은 마침내 키 낮은 고동색 화분에서 알알이 영글고 있는 스킨답서스처럼, 백로 오기 전에 박수갈채로 마중하는 군자란처럼 살아났다.
'4부 동토에서 피어난 봄의 노래'는 전두환의 군사 반란과 5.18 광주를 다룬 23개의 연작시로 현대사의 비감을 응축해 놓았다. 박정희의 죽음, 이 순간부터 시작된 전두환 세력의 음모와 군사 반란, 충정훈련, 사북 사태, 서울의 봄, 광주의 가두시위, 그리고 광주 시민에 대한 신군부의 압살,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는 광주의 저항과 참혹한 학살 과정을 그린다.
여기서 시인은 광주에 대한 신군부의 책동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또 다른 쿠데타로 5.18를 기록한다. 미국이 군사 반란과 쿠데타를 공인했음을 말한다. 구두닦이 김경철, 조대부고 3학년 김영찬, 대동고 3학년 전영진의 싸늘한 주검을 밝혔고, 유혈이 낭자한 거리의 모습을 전한다. 시민들의 항전과 차량 시위가 있었고, 마침내 시민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무기를 들었고, 잠깐의 평화가 찾아오지만, 5월 27일 새벽 신군부의 '상무충정작전'이 개시된다. 도청에 모였던 시민군들은 그렇게 최후를 맞게 된다.
여기서 시인은 '국가 폭력'의 더러운 역사가 아주 길게 이어지고 있음을 말한다. 무등산을 바라보며 시인은 "우리 이제 더 이상 눈물 흘리지 말자"며 마무리한다.
이 시집은 빛을 갈망하는 시인의 개인사와 "더러운 국가 폭력에 맞서 왔던 민초들의 억만 발걸음"에 대한 감사와 연대의 메시지가 담긴, 시대의 심장 같은 작품이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1부 호접란
관음도
꿀잠
눈총
목련
봄, 행주산성 위에서
봄비 소리
빛
산수유
울릉도 해국
행남해안산책로
호접란
2부 작은 새
2016년 촛불의 노래
기다림의 미학
독도 촛대바위
몽마르트르 언덕
무등산
미얀마, 아! 미얀마!
삼일절날 아침에
서가에서
임종간호
작은 새
계엄령
조지아 참사
3부 손돌목
곤을동 비나리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지막 숨결
망백의 일초선사
무섬다리
손돌목
어떤 축제
여수댁
오리장림
의병 정신
이태원 비가
조용한 축복
환대
4부 동토에서 피어난 봄의 노래
1_ 종말
2_ 모의
3_ 거래
4_ 충정훈련
5_ 사북
6_ 서울의 봄
7_ 횃불 대행진
8_ 또 다른 쿠데타
9_ 반란군들
10_ 학살의 시작
11_ 새벽 세 시의 기록
12_ 최초의 총격
13_ 파묘
14_ 유혈의 거리
15_ 항전
16_ 차량 시위
17_ 오열하는 무등산
18_ 해방 광주
19_ 폭풍 전야
20_ 행진
21_ 새벽의 메아리
22_ 더러운 유전자
23_ 무진악 땅울림
1부 호접란
관음도
꿀잠
눈총
목련
봄, 행주산성 위에서
봄비 소리
빛
산수유
울릉도 해국
행남해안산책로
호접란
2부 작은 새
2016년 촛불의 노래
기다림의 미학
독도 촛대바위
몽마르트르 언덕
무등산
미얀마, 아! 미얀마!
삼일절날 아침에
서가에서
임종간호
작은 새
계엄령
조지아 참사
3부 손돌목
곤을동 비나리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지막 숨결
망백의 일초선사
무섬다리
손돌목
어떤 축제
여수댁
오리장림
의병 정신
이태원 비가
조용한 축복
환대
4부 동토에서 피어난 봄의 노래
1_ 종말
2_ 모의
3_ 거래
4_ 충정훈련
5_ 사북
6_ 서울의 봄
7_ 횃불 대행진
8_ 또 다른 쿠데타
9_ 반란군들
10_ 학살의 시작
11_ 새벽 세 시의 기록
12_ 최초의 총격
13_ 파묘
14_ 유혈의 거리
15_ 항전
16_ 차량 시위
17_ 오열하는 무등산
18_ 해방 광주
19_ 폭풍 전야
20_ 행진
21_ 새벽의 메아리
22_ 더러운 유전자
23_ 무진악 땅울림
저자
저자
박선욱
1959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1982년 『실천문학』지에 시 「누이야」 외 3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그때 이후』 『다시 불러보는 벗들』 『세상의 출구』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이 있고, 창작동화집 『모나리자 누나와 하모니카』, 어린이 인물 이야기 『이티 할아버지 채규철』, 『윤이상: 끝없는 음악의 길』 『황병기: 천년의 숨결을 가야금에 담다』 『박선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김득신』 『박선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백동수』 『박선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백석』 등이 있으며, 청소년소설 『고주몽: 고구려를 세우다』, 장편소설 『조선의 별빛: 젊은 날의 홍대용』이 있다. 역사 인물서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나는 왕건이다』 등을 펴냈다. 본격 평전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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