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로의 시간 여행
새롭게 쓴 실크로드 여행가 열전
최근 중앙아시아 지역은 중국, 러시아, 미국 등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함께 개발한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주창하면서 19세기 말~20세기 초 제국주의 세력 간에 벌어졌던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이 재현되리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이 지역의 정치, 경제적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한국 또한 지난 2013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시한 이래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의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 화합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반도가 유라시아로 직접 연결되는 상상이 한층 현실에 가까워졌다. 이렇게 유라시아 대륙의 ‘연결’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그 연결의 장이었던 실크로드 지역이 다시금 주목받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사 대표 연구자 여섯 명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5000년간 다양한 목적으로 실크로드를 오갔던 여행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이 지역이 동서양을 연결한 가교로서만이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단위로서 세계사의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압축적으로 서술했다. 과거에 대한 이해는 미래를 상상하는 기초가 된다. 이 책은 한반도가 유라시아를 거쳐 전 세계로 연결되는 상상을 위한 문화적 기초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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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새롭게 복원한 실크로드 여행가들의 여정
이 책은 한반도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유럽에까지 이르는 광활한 길, 이른바 철의 실크로드가 가시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과거 그 길 위에서 펼쳐졌던 역사를 새롭게 재조명해보려는 시도이다. 현재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지역은 각국의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무분별한 개발이 진행되고, 역사가 새로이 발굴되거나 다시 쓰이는 등 격변을 겪고 있다. 유목제국사, 불교미술사, 고고학 등 각자의 분야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을 연구해온 여섯 필자들은 이 지역의 현재를 만든 오랜 역사와 더불어 그 역사가 현재의 격변 속에서 재해석되고 있는 양상을 함께 살펴보았다.
유라시아 대륙 이곳저곳을 연결하는 옛 실크로드는 현대의 철도와 도로처럼 단선으로 연결된 길이 아니라, 사막길과 초원길, 산악길과 밀림, 바닷길 등이 서로 교차하며 연결된 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 이동했던 이들의 목적도 정치적 교섭, 무력 정복, 경제적 이익, 선교와 구법, 20세기 제국주의자들의 탐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과 물자와 문명이 교차했던 이곳의 역사는 대단히 복잡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물 이야기, 즉 실크로드 여행가들의 일대기와 구체적인 여행 경로를 통해 이곳의 역사와 지리를 알아가는 길을 택했다.
군사 동맹을 위해 서방으로 향했던 한나라의 장건, 불교 경전을 구하기 위해 인도를 순례했던 현장, 의정, 혜초 등의 구법승들, 몽골제국의 쿠빌라이 카안을 만나고 돌아온 마르코 폴로, 그리고 20세기 초 서구의 탐험가들 등 이미 잘 알려진 인물들은 오해를 바로잡거나 현재적 의미를 새로이 제시했다. 다른 한편으로 티베트 불교 연구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봉사라는 두 가지 목적이 혼재된 채 티베트에 다녀온 일본 승려 타다 토우칸, 몽골의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수사 랍반 사우마,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실크로드 연구에 가려져 접하기 어려웠던 러시아 실크로드 연구의 선구자 프르제발스키, 최초의 여성 실크로드 탐험가 포타니나 등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을 새롭게 발굴해 소개했다.
과거를 재해석하는 현재의 권력에 대한 비판적 서술
이 책은 여섯 명의 필자가 자신의 전문 연구 분야를 바탕으로 다각도에서 중앙아시아 역사를 조망하고 있지만, 전체를 흐르는 한 가지 공통된 관점이 있다. 바로 중국의 자국중심주의적 역사관과 이미 한 세기 이상 이어져온 서양 중심적 시각 등 당대의 권력이 현재 혹은 미래의 이익을 위해 과거를 임의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분별해내고 비판하려는 것이다. 일례로 1950년대 영국의 한 중국학자가 주장했던 '로마 용병 중국 거주설'이 그 빈약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살아남아 2015년 성룡 주연의 영화 〈드래곤 블레이드〉의 모티프가 되었던 이유는 '실크로드의 주인공은 로마(서양)와 중국'이라는 관점이 지금껏 강력하게 버텨왔기 때문이다.
서양인 우월주의는 지난 100여 년간 내내 실크로드 연구의 기저에 깔려 있었다. 수천 년의 실크로드 역사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대부분 서쪽에서 사람들이 왔다거나 그들이 서양인 계통이라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중략) 실크로드를 따라 유라시아 서쪽에서 동쪽으로 온 이들은 '죽음을 각오한 서양인 여행가들'로 표현된다. 하지만 반대로 동양인이 유라시아를 건너가면 '악마의 자손(아틸라)', '황화yellow peril' 같은 식으로 표현된다. (중략)
하지만 실크로드의 진정한 주인공은 5000년 전 황량한 이 땅을 개척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목축이라는 새로운 경제에 기마술이라는 기술을 장착하고, 사막에 거점을 만들고, 교류의 길을 이었다. 20세기 서양의 팽창으로 윤색된 '로마와 중국의 실크로드'라는 이미지는 중국에 간 로마 병사들이라는 해프닝을 만들어냈다. _ 27~29쪽
티베트는 현재의 권력이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대표적인 현장이다. 현대 중국에서는 7세기 티베트의 송첸감포 왕과 결혼하기 위해 당나라를 떠났던 문성공주의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확대 해석하여 현재의 중국-티베트 관계를 바라보는 틀로 이용하고 있다. 문성공주가 티베트로 향했던 길을 복원하면서 여러 가지 유적과 기념물을 만들고, 문성공주를 중국과 티베트의 우호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애국적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역사와 부합하지 않는 면이 많고, 티베트의 기록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중국의 일방적 해석이다. 이 책에서는 양측의 기록을 두루 살펴 과거 중국과 티베트의 상호 영향 관계를 분명하게 제시하며 중국의 역사 왜곡을 지적하고 있다.
티베트의 기록에 따르면, 문성공주는 티베트 고원을 통일한 위대한 제왕이자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송첸감포 왕의 여러 부인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오히려 티베트에서는 문성공주 및 치준공주와의 정략결혼을 송첸감포 왕이 중국과 인도까지 아우르는 드넓은 지역을 통치하는 위대한 제왕이었음을 드러내고, 관세음보살과 타라, 브리쿠티로 구성된 관음삼존觀音三尊의 화현이 실제 역사에서 이루어져 티베트 불교의 세계관이 완성되었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이해하고 있다. (중략)
그 옛날 힘없는 여성의 신세를 한탄하며 티베트로 시집갔을 문성공주는 이제 현대 중국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 아래서 위대한 애국적 영웅이자 사랑과 종교적 열정으로 충만한 낭만적인 여성으로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매서운 검열 속에서 고산병과 싸우며 티베트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현대 중국이 그려내고 있는 문성공주 이야기가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으로 포장되어 있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_ 77~80쪽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는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폐기된 '롭 노르 호수 이동설'이 한국의 실크로드 관련 서적들에는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는 점 등 실크로드의 낭만적 이미지와 함께 왜곡되어 전해지는 정보들도 꼼꼼하게 바로잡고 있다. 이런 잘못된 정보가 수정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러시아와 중국에서 실시한 과학적인 조사와 연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서구 중심적 연구 풍토 때문이라는 것도 새겨들을 만한 지적이다.
[책속으로 추가]
4장 제국주의와 실크로드
4장에서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식민지 확장에 혈안이 되어 중앙아시아의 거대한 땅을 두고 경쟁을 벌인 제국주의 세력과 그러한 흐름 속에서 실크로드 지역을 조사한 탐험가들을 소개한다. 서유럽 탐험가들에 앞서 최초로 실크로드 일대를 전면적으로 조사했던 러시아의 프르제발스키, 미란, 누란, 단단윌릭 등 실크로드상의 고대 유적을 직접 발굴하고 돈황석굴 장경동에 숨겨져 있던 고대 문서와 유물을 수집해 서구에 공개한 스타인, 실크로드의 여러 석굴들에서 벽화를 무분별하게 절취해 간 독일 탐험대, 최초의 여성 실크로드 탐험가로서 몽골, 알타이, 티베트 등지를 다니며 현지인들의 풍습과 생활문화를 섬세하게 기록한 포타니나, '실크로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주창한 리히트호펜, 사라진 고대 왕국 누란을 발견하고 온갖 어려움 끝에 티베트 탐사에 성공한 스벤 헤딘, 일본의 중앙아시아 탐험대를 조직하고 후원한 오타니 고즈이 등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스타인, 희대의 도굴꾼? 성실하고 열정적인 학자?
중국에서는 장경동 유물을 대량 반출해 가져간 스타인, 펠리오 등을 문화재 도굴꾼이자 제국주의의 스파이라고 비난했지만, 스타인이 탐사할 당시 그들이 타림분지 일대의 실크로드 고대 문명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스타인이 아니었다면 장경동의 문서와 유물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 (중략)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새롭게 주목해야 할 것은 '스타인 컬렉션Stein Collection'의 상당수를 소장하고 있는 영국 학계의 활동이다. 1994년 영국도서관의 수잔 휫필드Susan Whitfield는 국제돈황프로젝트International Dunhuang Project(IDP)를 발족하여 영국, 중국, 러시아, 인도, 독일, 미국, 프랑스, 헝가리, 일본, 한국 등에 분산되어 있는 돈황 관련 문헌과 문화재들을 온라인상에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http://idp.bl.uk/ 참조). 이는 돈황 관련 문화재를 소장한 각각의 기관들이 자신들의 소장품을 디지털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연구 기반 조성 사업이다. 현재 영국, 중국, 러시아, 일본, 독일, 프랑스 등 6개국이 참여하여 총 51만 점 이상의 전산 자료가 공유되고 있다. (중략)
현대 중국의 신실크로드 정책 및 폐쇄적인 문화재 보호 정책과 가상세계에서 자유롭게 학문의 길을 이어가는 영국 학자들의 국제돈황프로젝트는 모두 실크로드의 사라진 고대 문명을 재발견한 스타인의 업적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서로의 방향성과 진행 방식은 스타인에 대한 상반된 평가만큼이나 대조적이다. _ 244~247쪽
조작된 스벤 헤딘의 1차 탐험 이야기
헤딘의 1차 탐험은 (중략) 한마디로 처참한 실패였다. 그런데도 그의 회고록은 현지 가이드를 맡은 메르케트 마을 출신의 욜치(우즈벡어로 일꾼이라는 뜻으로 본명은 카심 아쿤)에 대한 악평으로 가득 차 있다. 물을 충분히 준비해 오지 않은 욜치가 탈진해서 낙타와 양의 피를 먹었고,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물을 몰래 훔쳐 먹다가 천벌을 받아 고통 속에 죽어갔다는 것이다. 지난 100여 년간 헤딘을 다룬 모든 책에서 이 회고록 내용을 마치 진실인 양 그대로 인용해왔다. (중략)
실패의 원인을 현지 주민에게 돌리는 그의 서술은 전형적인 인종차별주의에 기반한 제국주의적 시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헤딘이 서술한 욜치 이야기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1990년대 후반 브루노 바우만Bruno Baumann(1955~)이라는 탐험가가 헤딘의 발자취를 따라 같은 코스를 답사한 적이 있다. 바우만은 헤딘과 똑같은 날짜에 출발하여 그의 자취를 따라가는 답사를 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헤딘이 그렇게 욕을 했던 욜치가 탐험 당시에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우만은 메르케트 마을에서 욜치의 손자 투르숨을 만났다. 투르숨에 따르면, 욜치는 다시 마을로 돌아왔고,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촌장을 지냈다고 한다. 바우만은 투르숨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어서 마을의 연장자들을 만나 교차 검증을 했는데,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욜치는 오히려 헤딘을 도왔다는 이유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는 헤딘과의 탐험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집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훗날 정권을 잡은 공산주의자들에게 발각되어 서양인에게 부역했다는 이유로 재산을 압류당했다고 한다. _ 276~277쪽
목차
목차
1장 다른 세계를 향한 호기심
실크로드 5000년의 여행자들 … 강인욱
흉노를 넘어 저 멀리 서쪽으로 가는 길을 뚫은 장건 … 정재훈
자유무역지대를 꿈꾼 소그드 상인 마니악 … 정재훈
위구르의 수도를 방문한 아랍 여행가 타밈 이븐 바흐르 … 정재훈
티베트 왕과 결혼한 당나라의 문성공주 … 주경미
2장 진리의 법을 찾아 떠난 구법승
설산과 대양을 건너 붓다의 계율을 찾아간 법현 … 주경미
현장의 서역 기행, 걸어서 110개국 … 임영애
의정과 해상 실크로드의 시대 … 주경미
신라승 혜초가 인도로 간 까닭은 … 임영애
타다 토우칸과 근대 티베트 불교 … 주경미
3장 세계 체제의 전주곡
칭기스 칸을 알현한 중국인 도사 장춘진인 … 조원
몽골제국의 수도를 찾은 수도사 카르피니와 루브룩 … 김장구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과 쿠빌라이 카안 … 김장구
몽골의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수사 랍반 사우마 … 조원
쿠빌라이의 계승자 영락제와 정화의 남해 대원정 … 김장구
4장 제국주의와 실크로드
러시아 실크로드 연구의 선구자 프르제발스키 … 강인욱
고대 실크로드 문명의 재발견과 영국의 오렐 스타인 … 주경미
벽화 절취의 달인, 독일 탐험대의 그륀베델과 르 콕 … 임영애
최초의 여성 실크로드 탐험가 포타니나 … 강인욱
실크로드의 발견과 제국주의의 그림자, 리히트호펜과 헤딘의 1차 탐험 … 강인욱
사라진 오아시스 누란을 발견한 집념의 탐험가 스벤 헤딘 … 조원
오타니 고즈이와 오타니 탐험대의 수집품 … 주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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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 동양 및 한국 불교미술사 전공.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섬유예술학 및 미술사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서역불교조각사』, 『동양미술사』, 『교류로 본 한국 불교 조각』 등이 있으며, 한국 및 동아시아, 중앙아시아의 불교미술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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