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라의 잃어버린 세계
고대 세계 맥락에서 본 언약과 지혜로서 (율)법
본서는 토라가 고대 근동의 맥락에서 율법이나 법률로 기능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간의 언약 관계 안에서 합당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가르침 또는 교훈 모음집으로 기능했다고 주장한다. 우리 시대에 토라의 적절한 위치와 기능을 올바로 이해하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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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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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구약성경에 대해 한마디로 요약하기를 "율법과 선지자"라고 하셨다(마 11:13). 즉 구약성경은 율법(서)과 예언서로 구성되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율법으로 번역된 단어는 히브리어 '토라'다. 그런데 토라를 율'법'으로 번역한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법'은 규범성, 강제성, 보편성, 그리고 일정한 항구성을 띤다. 토라를 율'법'으로 번역한 까닭에 역사상 절대 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이 구약의 토라를 법률적인 규정으로 이해했다. 그 결과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구약의 토라 규정을 현대 세계에서도 문자 그대로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덕목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구약의 토라 규정 안에 묘사된 수많은 규정들은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어서 그것을 현대에 문자 그대로 실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리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토라를 의식법, 사회법, 도덕법 등으로 세분화한 다음 그중 도덕법만이 항구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구약성경의 토라에 담긴 진짜 의도일까?
저명한 복음주의 구약학자인 월튼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를 꺼리지 않는다. 그는 야심찬 기획과 함께 지속적으로 출간하고 있는 '잃어버린 ㅇㅇ 시리즈'의 근본 모토인 '구약성경을 고대 근동의 문화적 배경'에서 살펴보기 방식을 어김없이 토라 연구에도 적용한다. 그가 고대 근동의 수많은 문서 및 법령들과 구약성경을 자세히 비교한 후 내린 결론은, 구약성경의 토라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특별한 종교적 규칙이 아닌 고대 근동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지혜로운 방식'에 대한 묘사라는 것이다. 따라서 토라는 법률이 아니라 지혜 모음집이다. 이런 발견은 구약성경의 토라를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진공 상태에 두는 것이 아니라 고대 근동이라고 하는 특정 시간과 장소에 위치시킨다. 하나님의 계시는 성경 저자의 문화와 조우하는 방식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한편, 고대 근동에서 법률 규정은 통치자(왕)들의 속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토라의 경우, 이스라엘의 하나님인 야웨의 거룩한 속성을 반영하는 삶의 질서 체계다. 하지만 그것은 이스라엘의 주변 문화가 공통으로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야웨의 속성을 드러낸다. 이렇듯 토라 안에 노예제도나 가부장제를 옹호하는 규정들이 다수 포함된 까닭은, 그것이 고대 근동의 세계관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적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토라는 당시 주변 국가들의 법률 규정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그것이 바로 야웨와 이스라엘 사이에 맺은 언약 관계다. 야웨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토라를 수여하신 목적은 단순히 이스라엘이 삶의 질서를 잘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언약 관계 안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축복을 풍성히 누리려면 토라를 충실히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야웨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언약 관계는 고대 근동의 종주와 봉신 사이에 체결된 종주권 조약과 궤를 같이한다. 종주권 조약에 따르면, 주인(야웨)과 봉신(이스라엘) 사이에는 상호 신실성의 의무가 발생한다. 곧 야웨는 이스라엘의 생존과 복지를 책임져야 하며, 이스라엘은 야웨의 속성을 주변 세계에 드러내는 동시에 야웨께 충성해야 한다. 이처럼 토라가 언약 관계의 틀 안에 자리한 까닭에 토라 안에는 다양한 제의 규정과 함께 거룩함의 의무가 수반되는 것이다. 토라는 이스라엘이 질서 있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일 뿐 아니라 자신의 주인인 야웨 하나님께 거룩하게 반응해야 하는 목표를 지시한다. 따라서 토라는 고대 근동이라고 하는 일반 문화와 함께 이스라엘이라고 하는 신성한 공간 안에 함께 이중으로 위치한다.
그렇다면 신약성경은 이스라엘의 토라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까? 오늘날 우리는 소위 옛 관점과 새 관점의 대립이라고 하는, 구약성경과 제2성전기의 율법 이해에 대한 첨예한 논쟁을 잘 알고 있다. 본서의 저자들은 현대의 첨예한 논의와 별개로, 신약성경 시대에는 구약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토라 개념이 상당부분 희석되거나 변경되었음을 기꺼이 인정한다. 본서의 저자들이 판단할 때, 신약성경의 저자들은 구약의 토라 개념을 구원의 길로도, 삶의 지혜로운 방식으로도 간주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오히려 신약성경의 저자들은 당시 자신들의 문화적 옷인 그리스-로마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규범과 삶의 질서 개념에 비춰 '그리스도인다움의 윤리'를 설파했다. 곧 신약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이 거룩하게 살아가는 방식은 당시 이방 문화 안에서도 기꺼이 인정받을 수 있는 도덕적 규범과 일정 부분 궤를 같이했다. 이 점에서 신약성경의 저자들은, 구약의 토라가 기능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변 문화의 옷을 입고 거룩한 생활 방식을 실천한 셈이다.
만약 저자들의 주장처럼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 제시된 하나님의 백성의 삶의 방식이 진공 상태의 (초월적) 윤리 규정이 아니라 자신들의 시대와 대화가 가능한 삶의 방식에 기초한 것이라면,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거룩한 삶의 방식을 드러내는 방식 역시 21세기의 사람들이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는 도덕-윤리 규범과 궤를 같이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토라를 문자 그대로 현대 사회에 적용하려는 노력이나, 토라 규정 중에서 도덕법만을 별도로 분리하여 실천하려는 태도 역시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히려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태도는 성경의 근본 정신(거룩함)을 존중하되 그것을 현대 사회의 첨예하고 복잡한 이슈에 합리적으로 착근시키는 방식으로 교회의 윤리를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왜냐하면 고대의 이스라엘이 주변 문화에서 납득할 수 있는 질서 있고 조화로운 삶의 방식을 통해 이방인들을 야웨의 구원의 영역 안으로 초대하는 호스트의 역할을 한 것처럼, 오늘날의 교회가 현대의 이방인들을 삼위일체 하나님의 은혜의 영역 안으로 초청하기 위해서는 우리 시대의 상식 및 규범과 공명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본서는 시민 사회로부터 봉건적이고 전근대적이라는 비판(비난)에 노출된 채 길을 잃고 헤매는 현대 교회를 향해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의미심장한 나침반 역할을 하리라 본다.
목차
목차
제1부 - 방법론
명제 1 - 구약성경은 고대 문서다
명제 2 - 오늘날 우리가 토라를 해석하는 방식은 법과 법률 작동 방식에 관한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받는다
제2부 - 고대 근동 법 모음집의 기능
명제 3 - 고대 세계의 법 모음집은 법률이 아니다
명제 4 - 고대 근동의 법 모음집은 지혜를 가르친다
명제 5 - 토라는 고대 근동의 법 모음집과 비슷하며, 따라서 법률이 아니라 지혜를 가르친다
명제 6 - 이스라엘의 언약은 사실상 고대 근동의 종주권조약 역할을 한다
명제 7 - 거룩은 목표가 아니라 지위다
제3부 - 제의와 토라
명제 8 - 고대 근동의 제의는 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했다
명제 9 - 야웨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고대 이스라엘의 제의는 언약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제4부 - 토라의 맥락
명제 10 - 토라는 고대 근동의 법 모음집에 의존하기 때문이 아니라 동일한 문화적 맥락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고대 근동의 법 모음집과 유사하다
명제 11 - 토라와 고대 근동의 법 모음집 사이의 차이는 법률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언약에서 세워진 질서에서 발견된다
명제 12 - 토라는 고대 세계의 맥락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명제 13 - 토라는 언약의 맥락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명제 14 - 토라는 이스라엘 가운데 거하시는 야웨의 임재에 관한 이스라엘 신학의 맥락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제5부 - 토라의 지속적인 중요성
명제 15 - 신약에서의 율법에 관한 논의들은 우리에게 고대 세계의 맥락에서 구약의 토라에 관하여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명제 16 - 지금도 적실성이 있는 부분을 가려내기 위해 토라의 범주를 구분해서는 안된다
명제 17 - 토라는 결코 구원을 제공하도록 의도되지 않았다
명제 18 - 신적 가르침은 법의 은유가 아니라 건강의 은유로 이해될 수 있다
명제 19 - 맥락에서 토라를 읽고서 도출한 원칙을 바탕으로 도덕적 지식을 얻거나 윤리 체계를 구축할 수 없다
명제 20 - 토라는 오늘날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근거 텍스트를 제공할 수 없다
명제 21 -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토라를 신성한 도덕적 가르침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명제 22 - 윤리 신명론은 토라가 도덕적 가르침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명제 23 - 토라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토라를 도덕법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토라가 무엇을 말하기 위하여 기록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들의 요약
부록 - 십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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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 색인
저자
저자
히브루유니언 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무디 성경대학에서 20여 년간 가르쳤으며, 현재는 휘튼 칼리지에서 구약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세기 1장의 잃어버린 세계』, 『창세기 1장과 고대 근동 우주론』이라는 독창적인 저술을 통해 구약 성서 특히 창세기와 고대 근동 문헌 간의 비교연구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신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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