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는 길을 익히고 있다(현대시세계 시인선 111)
이우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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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단 데뷔 25년 만에 네 번째 시집 『당신에게 가는 길을 익히고 있다』 출간
1995년 『시와시인』으로 데뷔하고 세 권의 시집과 한 권의 포토에세이를 출간한 이우림 시인이 데뷔 25년 만에 네 번째 시집 『당신에게 가는 길을 익히고 있다』를 현대시세계 시인선 111번으로 출간했다.
이우림 시인은 이번 시집의 시 쓰기 방법으로 ‘아득함’을 삼았기 때문에 그의 시선은 매우 독특하다. 대상을 직립할 만큼 정면으로 바라보는데, 물러서지 않으며 비켜 있지도 않다. 혹은 기울거나 에두름도 없다. 그는 온전한 의미로 대상-의 앞-을 지킨다. 이 ‘앞’이라는 좌표가 그의 시가 어떤 방식으로 산출되고, 무게와 밀도를 가지는지 해명할 열쇠다.
‘아득함’이란 도처에 새겨진 시인과 사물들의 관계-표징이기도 하다. 시인이 숨 쉬는 모든 순간마다, 그가 바라보고 냄새 맡고 촉지하는 모든 사물마다 깃들어 있다는 말이다. 그가 세상과 통할 때, 불현듯 찾아오는 햇살 수북한 간지럼이 어쩌면 ‘아득함’의 정체일지 모른다. “꽃은 꽃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바람과 내통해 봄을 낳는” 바로 그곳에 “늙은이 굽은 등에서도 희롱”하는 ‘봄앓이’와 ‘상사’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봄앓이만 끓다 상사로 진다」), 우주가 한 점에 내려앉는 ‘황홀’과 ‘농밀’이 시인의 손끝에서 시작하고 먼 곳을 돌아 회귀하는 것이다. 이것이 시인이 마주한 아득함의 ‘내력’이고, 그의 문장이 산출되는 존재론적 ‘장소’가 아닐까.
시 앞에서 아득해지는 경험이란 어쩌면 세계의 돌연한 나타남을 ‘나타남’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을 엄밀한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며 ‘말’과 ‘언어’로 변증하여 비로소 문장으로 뽑아내는 불가해하고도 명징한 건축술과 같다. “개구리가 소리를 내민다 소리에는 동굴이 있다 동굴 속에는 꿈이 내린다 꿈은 밤마다 찾아온다 오각형 창문에 쪽지를 꽂아둔다// 비가 먹는다”(「비가 먹는다」)는 이형(異形)에 가까운 낯선 소리들의 나타남을 보라. 그곳에 이우림 시인의 시가 있다.
그는 표제시 「당신에게 가는 길을 익히고 있다」에서 “바닷물은 샛강처럼 가슴마다 붉은 길을 만들고/ 육중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바람은 허공에/ 십육분음표의 길을 불러다준다/ 거기 있었다 그 길 끝에 당신의 길이 있었다/ 내 심장은 누더기 옷을 벗어던지고/ 당신의 길에 사분쉼표로 마디를 두드린다”고 노래하는데, 산과 섬, 바닷물과 샛강, 바람과 콘트라베이스로 이어지고 흩어지며 다시 모이는 과정의 저 편에 내가 투사하는 ‘당신의 길’이 오롯이 새겨 있음을 발견한다.
시인은 늘 “말이 언어가 되는 일”(「상춘(傷春)」)에 집중한다. 말이 언어가 된다는 것은 세계(혹은 ‘사실’)를 기표의 물리적 구조 속으로 속박시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단지 기호로서 문장이 축조되는 방식을 적시하는 것이 아닌, 그가 끈질기게 살펴보고 관찰하며 내면화했던 대상들이 언어-속-에서도 융숭한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다. 믿음과 의지로써. 말은 아득하여 언어에 닿고, 언어도 아득함으로써 말을 살핀다. 이것이 이우림 시가 겹겹이 쌓여 아득해지는 이유다.
1995년 『시와시인』으로 데뷔하고 세 권의 시집과 한 권의 포토에세이를 출간한 이우림 시인이 데뷔 25년 만에 네 번째 시집 『당신에게 가는 길을 익히고 있다』를 현대시세계 시인선 111번으로 출간했다.
이우림 시인은 이번 시집의 시 쓰기 방법으로 ‘아득함’을 삼았기 때문에 그의 시선은 매우 독특하다. 대상을 직립할 만큼 정면으로 바라보는데, 물러서지 않으며 비켜 있지도 않다. 혹은 기울거나 에두름도 없다. 그는 온전한 의미로 대상-의 앞-을 지킨다. 이 ‘앞’이라는 좌표가 그의 시가 어떤 방식으로 산출되고, 무게와 밀도를 가지는지 해명할 열쇠다.
‘아득함’이란 도처에 새겨진 시인과 사물들의 관계-표징이기도 하다. 시인이 숨 쉬는 모든 순간마다, 그가 바라보고 냄새 맡고 촉지하는 모든 사물마다 깃들어 있다는 말이다. 그가 세상과 통할 때, 불현듯 찾아오는 햇살 수북한 간지럼이 어쩌면 ‘아득함’의 정체일지 모른다. “꽃은 꽃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바람과 내통해 봄을 낳는” 바로 그곳에 “늙은이 굽은 등에서도 희롱”하는 ‘봄앓이’와 ‘상사’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봄앓이만 끓다 상사로 진다」), 우주가 한 점에 내려앉는 ‘황홀’과 ‘농밀’이 시인의 손끝에서 시작하고 먼 곳을 돌아 회귀하는 것이다. 이것이 시인이 마주한 아득함의 ‘내력’이고, 그의 문장이 산출되는 존재론적 ‘장소’가 아닐까.
시 앞에서 아득해지는 경험이란 어쩌면 세계의 돌연한 나타남을 ‘나타남’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을 엄밀한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며 ‘말’과 ‘언어’로 변증하여 비로소 문장으로 뽑아내는 불가해하고도 명징한 건축술과 같다. “개구리가 소리를 내민다 소리에는 동굴이 있다 동굴 속에는 꿈이 내린다 꿈은 밤마다 찾아온다 오각형 창문에 쪽지를 꽂아둔다// 비가 먹는다”(「비가 먹는다」)는 이형(異形)에 가까운 낯선 소리들의 나타남을 보라. 그곳에 이우림 시인의 시가 있다.
그는 표제시 「당신에게 가는 길을 익히고 있다」에서 “바닷물은 샛강처럼 가슴마다 붉은 길을 만들고/ 육중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바람은 허공에/ 십육분음표의 길을 불러다준다/ 거기 있었다 그 길 끝에 당신의 길이 있었다/ 내 심장은 누더기 옷을 벗어던지고/ 당신의 길에 사분쉼표로 마디를 두드린다”고 노래하는데, 산과 섬, 바닷물과 샛강, 바람과 콘트라베이스로 이어지고 흩어지며 다시 모이는 과정의 저 편에 내가 투사하는 ‘당신의 길’이 오롯이 새겨 있음을 발견한다.
시인은 늘 “말이 언어가 되는 일”(「상춘(傷春)」)에 집중한다. 말이 언어가 된다는 것은 세계(혹은 ‘사실’)를 기표의 물리적 구조 속으로 속박시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단지 기호로서 문장이 축조되는 방식을 적시하는 것이 아닌, 그가 끈질기게 살펴보고 관찰하며 내면화했던 대상들이 언어-속-에서도 융숭한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다. 믿음과 의지로써. 말은 아득하여 언어에 닿고, 언어도 아득함으로써 말을 살핀다. 이것이 이우림 시가 겹겹이 쌓여 아득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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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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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1부
강가에서 · 13
그림자 그 남자 · 14
구층암에서 · 15
후박나무를 읽다 · 16
청라도, 나만의 바다 · 18
을왕리 궤변 · 20
비가 먹는다 · 22
까치는 안다 · 23
배꽃 피다 · 24
너를 찾는다 · 26
날궂이 · 28
겨울 냉이 · 30
귀가 간지럽다 · 31
맑아도 검다 · 32
하루가 비처럼 내린다 · 34
2부
호박잎 한 장 · 39
콩나물대가리가 푸들하다 · 40
에이형 · 42
어린이날 아침 · 43
쌈채로 그린다 · 44
봄볕의 유혹 · 46
그리움의 불륜 · 48
당신에게 가는 길을 익히고 있다 · 49
못난 이브 · 50
나무와 개와 나와 아버지 · 52
오늘밤도 큰누이와 보리밭둑을 걷는다 · 54
개미도 나도 · 55
오늘밤엔 · 56
거미가 희미해진 나를 찾아준다 · 58
주보라의 집 · 60
3부
내 거 아닌 내 거 · 63
돌탑 해맞이 · 64
바람의 침술 · 65
4월은 · 66
풀이 풀을 뽑는다 · 68
편쑤기 한 사발만큼만 · 70
산방굴사 · 71
추사를 모시다 · 72
참세상 · 74
들이마시고 내쉰다는 것이 짐이다 · 76
대나무처럼 · 78
그녀는 · 80
5?18 민주묘지에서 · 82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 84
떨어져주세요 · 86
4부
빙리화(氷里花) · 89
혜순 씨와 혜순 씨 신랑 · 90
야매를 만났다 · 92
앤디 워홀을 만나다 · 94
안다는 건 모른다는 것 · 96
상춘(傷春) · 97
봄앓이만 끓다 상사로 진다 · 98
백락사에서 · 99
말 · 100
매미 지다 · 101
나를 굽는다 · 102
11월11일, 백담사에 핀 개나리경(警) · 103
세상이 조현병이다 · 104
솟대 · 106
블루베리, 연한 보랏빛 때문에 · 107
해설 말이 언어가 되는 일, 혹은 겹겹이 쌓여 아득해지는 / 박성현 · 108
강가에서 · 13
그림자 그 남자 · 14
구층암에서 · 15
후박나무를 읽다 · 16
청라도, 나만의 바다 · 18
을왕리 궤변 · 20
비가 먹는다 · 22
까치는 안다 · 23
배꽃 피다 · 24
너를 찾는다 · 26
날궂이 · 28
겨울 냉이 · 30
귀가 간지럽다 · 31
맑아도 검다 · 32
하루가 비처럼 내린다 · 34
2부
호박잎 한 장 · 39
콩나물대가리가 푸들하다 · 40
에이형 · 42
어린이날 아침 · 43
쌈채로 그린다 · 44
봄볕의 유혹 · 46
그리움의 불륜 · 48
당신에게 가는 길을 익히고 있다 · 49
못난 이브 · 50
나무와 개와 나와 아버지 · 52
오늘밤도 큰누이와 보리밭둑을 걷는다 · 54
개미도 나도 · 55
오늘밤엔 · 56
거미가 희미해진 나를 찾아준다 · 58
주보라의 집 · 60
3부
내 거 아닌 내 거 · 63
돌탑 해맞이 · 64
바람의 침술 · 65
4월은 · 66
풀이 풀을 뽑는다 · 68
편쑤기 한 사발만큼만 · 70
산방굴사 · 71
추사를 모시다 · 72
참세상 · 74
들이마시고 내쉰다는 것이 짐이다 · 76
대나무처럼 · 78
그녀는 · 80
5?18 민주묘지에서 · 82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 84
떨어져주세요 · 86
4부
빙리화(氷里花) · 89
혜순 씨와 혜순 씨 신랑 · 90
야매를 만났다 · 92
앤디 워홀을 만나다 · 94
안다는 건 모른다는 것 · 96
상춘(傷春) · 97
봄앓이만 끓다 상사로 진다 · 98
백락사에서 · 99
말 · 100
매미 지다 · 101
나를 굽는다 · 102
11월11일, 백담사에 핀 개나리경(警) · 103
세상이 조현병이다 · 104
솟대 · 106
블루베리, 연한 보랏빛 때문에 · 107
해설 말이 언어가 되는 일, 혹은 겹겹이 쌓여 아득해지는 / 박성현 · 108
저자
저자
이우림
1995년 『시와시인』 시, 2012년 『문학과의식』 수필로 등단하여 활동하고 있다. 시집 『봉숭아꽃과 아주까리』, 『상형문자로 걷다』, 『허름한 개』, 포토에세이 『찔레꽃을 올리다』를 출간했다. (사)한국문인협회 고양지부 회장으로 쓰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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