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빙벽(현대시세계 시인선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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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현실 밖을 넘나들며 '당혹의 세계'로 이끄는 이정주 시집 『피아노와 빙벽』
1982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시집 『행복한 그림자』, 『문밖에 계시는 아버지』, 『홍등』, 『아무래도 나는 육식성이다』를 통해 독특한 시세계를 보여왔던 이정주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피아노와 빙벽』을 출간했다.
『아무래도 나는 육식성이다』(천년의시작, 2014) 이후 12년 만에 상재되는 이번 시집은 독자들에게는 낯설고 당혹스러울 수 있다. 독자를 '당혹의 세계'로 이끄는 것은 낯선 언어 때문만도, 세상을 향한 은근한 조소와 야유 때문만도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낯선 변모라 할 수 있다.
현실의 중력에 붙들려 비상하지 못하던 존재가 좌절과 결핍을 통과하며 어느 순간 현실 너머로 도약한다. 생경한 상징들은 그 불가능한 도약의 흔적이며, 동시에 한 존재가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시집의 해설을 쓴 김정수 시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정주 시의 주체는 현실 세계에서 밖으로 표출하지 못한 욕망을 절제하면서 비현실의 세계를 동경하거나 그 경계를 돌파해 욕망을 실현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결핍과 상처 많은 인간 존재라는 자각 이후에도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끊임없는 한계의 초월 의지는 마르틴 하이데거가 말한 현존재(現存在·Dasein)를 떠올리게 한다. (중략) 현존재는 사물이나 타자, 자아와 얽힌 의미의 그물망 안에서 살아간다. 이 같은 하이데거의 현존재와 시간성, 공간성은 이번 시집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키를 제공한다. 여러 편의 시에서 존재론적 사유와 초월 의지를 시화(詩化)하는 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제시 「피아노」는 짧은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장면 이동이 선명하다. '장면 1'은 빙판 위로 미끄러지다가 빙벽 앞에 멈춰선 피아노, '장면 2'는 버스-들판-빙판을 걷는 여자, '장면 3'은 피아노 앞에서 얼어 있다가 쓰러지는 여자, '장면 4'는 얼음 위에 쓰러져 있는 여자 위로 날아오르는 새 떼다. 연주하러 나온 여자가 쓰러지면서 피아노와 부딪쳐 내는 "커다란 소리"는 이 시의 반전 장면이다. 피아노는 연주를 위한 악기가 아니라 "스스로 빙판 위를 나아"가는 독립적 존재다. 주체적으로 시적 서사를 이끌어감에도, 얼어붙거나 피아노라는 존재를 일깨우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여자의 희생은 아이러니하다.
이정주의 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여자'는 현실적이면서도, 어느 순간 비현실적인 존재로 변하는 특징을 보인다. 시의 초반부에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시가 전개될수록 비현실적으로 변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귀가 없거나, 인어가 되거나, 거대한 산처럼 나타나거나 몸속에 집이나 바위를 품기도 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기 때문에 하나의 의미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현실에서는 평범한 여성 같지만, 비현실의 세계에서는 물이나 바위, 산, 집과 같은 다른 존재로 변한다.
이정주의 시에서 '생경한 방식'과 '당혹'은 언어의 도구화를 거부하고, 기표(記表, signifiant)가 스스로 유기적 연쇄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초현실주의 기법에서도 드러난다. 시인은 의식의 검열을 우회해 무의식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받아적는 '자동기술법'보다는 사물을 본래의 맥락에서 떼어내 엉뚱한 공간에 배치하는 '전치/치환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하늘 얼음덩어리 속에 핀 꽃(「꽃」), 하늘을 날아다니는 돌들(「약속」), 빙판 위를 유랑하는 피아노(「피아노」), 트럭에 실려 떠나는 텅 빈 피아노(「류머티즘」), 공중에 단단하게 떠 있는 테이프(「테이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시인은 본래 자리에 있어야 할 일상의 사물을 친숙한 환경에서 떼어내 새로운 공간에서 결합을 유도함으로써 생경한 의미를 촉발한다. 이때 여러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상징과 의미의 중첩이 독자를 '당혹의 세계'로 이끈다.
1982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시집 『행복한 그림자』, 『문밖에 계시는 아버지』, 『홍등』, 『아무래도 나는 육식성이다』를 통해 독특한 시세계를 보여왔던 이정주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피아노와 빙벽』을 출간했다.
『아무래도 나는 육식성이다』(천년의시작, 2014) 이후 12년 만에 상재되는 이번 시집은 독자들에게는 낯설고 당혹스러울 수 있다. 독자를 '당혹의 세계'로 이끄는 것은 낯선 언어 때문만도, 세상을 향한 은근한 조소와 야유 때문만도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낯선 변모라 할 수 있다.
현실의 중력에 붙들려 비상하지 못하던 존재가 좌절과 결핍을 통과하며 어느 순간 현실 너머로 도약한다. 생경한 상징들은 그 불가능한 도약의 흔적이며, 동시에 한 존재가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시집의 해설을 쓴 김정수 시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정주 시의 주체는 현실 세계에서 밖으로 표출하지 못한 욕망을 절제하면서 비현실의 세계를 동경하거나 그 경계를 돌파해 욕망을 실현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결핍과 상처 많은 인간 존재라는 자각 이후에도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끊임없는 한계의 초월 의지는 마르틴 하이데거가 말한 현존재(現存在·Dasein)를 떠올리게 한다. (중략) 현존재는 사물이나 타자, 자아와 얽힌 의미의 그물망 안에서 살아간다. 이 같은 하이데거의 현존재와 시간성, 공간성은 이번 시집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키를 제공한다. 여러 편의 시에서 존재론적 사유와 초월 의지를 시화(詩化)하는 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제시 「피아노」는 짧은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장면 이동이 선명하다. '장면 1'은 빙판 위로 미끄러지다가 빙벽 앞에 멈춰선 피아노, '장면 2'는 버스-들판-빙판을 걷는 여자, '장면 3'은 피아노 앞에서 얼어 있다가 쓰러지는 여자, '장면 4'는 얼음 위에 쓰러져 있는 여자 위로 날아오르는 새 떼다. 연주하러 나온 여자가 쓰러지면서 피아노와 부딪쳐 내는 "커다란 소리"는 이 시의 반전 장면이다. 피아노는 연주를 위한 악기가 아니라 "스스로 빙판 위를 나아"가는 독립적 존재다. 주체적으로 시적 서사를 이끌어감에도, 얼어붙거나 피아노라는 존재를 일깨우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여자의 희생은 아이러니하다.
이정주의 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여자'는 현실적이면서도, 어느 순간 비현실적인 존재로 변하는 특징을 보인다. 시의 초반부에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시가 전개될수록 비현실적으로 변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귀가 없거나, 인어가 되거나, 거대한 산처럼 나타나거나 몸속에 집이나 바위를 품기도 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기 때문에 하나의 의미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현실에서는 평범한 여성 같지만, 비현실의 세계에서는 물이나 바위, 산, 집과 같은 다른 존재로 변한다.
이정주의 시에서 '생경한 방식'과 '당혹'은 언어의 도구화를 거부하고, 기표(記表, signifiant)가 스스로 유기적 연쇄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초현실주의 기법에서도 드러난다. 시인은 의식의 검열을 우회해 무의식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받아적는 '자동기술법'보다는 사물을 본래의 맥락에서 떼어내 엉뚱한 공간에 배치하는 '전치/치환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하늘 얼음덩어리 속에 핀 꽃(「꽃」), 하늘을 날아다니는 돌들(「약속」), 빙판 위를 유랑하는 피아노(「피아노」), 트럭에 실려 떠나는 텅 빈 피아노(「류머티즘」), 공중에 단단하게 떠 있는 테이프(「테이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시인은 본래 자리에 있어야 할 일상의 사물을 친숙한 환경에서 떼어내 새로운 공간에서 결합을 유도함으로써 생경한 의미를 촉발한다. 이때 여러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상징과 의미의 중첩이 독자를 '당혹의 세계'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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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목차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꽃 · 13
피아노 · 14
약속 · 15
분수 · 16
류머티즘 · 17
미인 · 18
바위 · 20
월곶 · 22
2부
수니 · 27
큰집/작은집 · 28
양배추 시집 · 30
거대한 여자 · 32
내 집 짓기 · 34
오류동 · 36
집 · 38
새들도 페루로 간다 · 40
TV/하느님 · 42
물들었다 · 44
서부간선도로 · 46
3부
임시공휴일 · 49
상자 · 50
분리수거 · 52
새 · 54
여자의 시집 · 56
서리 내린 날 · 58
벽을 꼬집다 · 60
숙희가 닭이 되었구나 · 62
세밑 · 63
눈 · 64
해일 · 66
색(色) · 68
방생 · 70
4부
시 · 75
불이(不二) · 76
상(像) · 78
상처 · 80
배 · 82
말[言] · 84
귀울림 · 86
테이프 · 88
친구들 · 90
유빙(流氷) · 92
타인들 · 94
해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는 존재의 비상/ 김정수 · 96
1부
꽃 · 13
피아노 · 14
약속 · 15
분수 · 16
류머티즘 · 17
미인 · 18
바위 · 20
월곶 · 22
2부
수니 · 27
큰집/작은집 · 28
양배추 시집 · 30
거대한 여자 · 32
내 집 짓기 · 34
오류동 · 36
집 · 38
새들도 페루로 간다 · 40
TV/하느님 · 42
물들었다 · 44
서부간선도로 · 46
3부
임시공휴일 · 49
상자 · 50
분리수거 · 52
새 · 54
여자의 시집 · 56
서리 내린 날 · 58
벽을 꼬집다 · 60
숙희가 닭이 되었구나 · 62
세밑 · 63
눈 · 64
해일 · 66
색(色) · 68
방생 · 70
4부
시 · 75
불이(不二) · 76
상(像) · 78
상처 · 80
배 · 82
말[言] · 84
귀울림 · 86
테이프 · 88
친구들 · 90
유빙(流氷) · 92
타인들 · 94
해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는 존재의 비상/ 김정수 · 96
저자
저자
이정주 낙동강 가까운 마을에서 태어나서 경남 여러 도시에서 성장했다. 부산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출판계로 들어가 일하면서 『외국문학』 편집장을 거쳤고 이어서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했다.
시집으로는 『행복한 그림자』, 『문밖에 계시는 아버지』, 『홍등』, 『아무래도 나는 육식성이다』가 있고 소설집으로 『블루스 왈츠 탱고』, 산문집으로 『옛성을 찾아가다』, 『붉은 등을 단 집들』이 있다.
시집으로는 『행복한 그림자』, 『문밖에 계시는 아버지』, 『홍등』, 『아무래도 나는 육식성이다』가 있고 소설집으로 『블루스 왈츠 탱고』, 산문집으로 『옛성을 찾아가다』, 『붉은 등을 단 집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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