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철학의 발견
한국 자생종교인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이 새롭게 선언한 사은(四恩)사상, 즉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의 네 가지 은혜에 관한 철학은 이 우주만물이 본래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로 얽혀 있으며 그것이 우주 만유의 존재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진리 언어임을 새롭게 발견해 가는 여정을 담아낸 책이다. 사은은 우주의 존재론, 그 창조성, 그리고 생명성을 보여주는 핵심 패러다임으로서 생명 근원, 무한 긍정, 평화 공생의 의미를 통해서, 혐오, 소외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의 위기와 기후위기나 인류세 등으로 대표되는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 수양과 불공의 겸전을 통해 자기완성을 추구해 나가는 밑바탕의 원력이 됨을 탐구한다. 또한 이 은혜철학으로써 타자와 대화하고 생태학과 대화하며 세상을 새롭게 보고, 읽고, 듣고, 말하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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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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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 네 가지 은혜로 얽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은 인간세계의 삶의 질서를 근본에서부터 뒤흔드는 사건이지만, 그러한 전환 자체는 사실 인간들의 삶의 질서의 대전환, 특히 그로부터 유래한 인간 시선(視線)의 확장의 결과요 결실이었다. 코페르니쿠스로부터 갈릴레오에 이르기까지 지동설을 확립해 나간 사람들은 천문학적 궁구(窮究) 작업과 아울러 망원경 등 필요한 도구를 발명해 나가면서 끊임없이 하늘의 별을 주시하며 관측의 범위를 넓혀 나갔다. 다른 모든 인류 문명, 문화, 사상, 철학의 발달이 그러하듯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일회적인 사건이거나, 일인에 의한 사건이 아니라 그때까지 인류가 일구어 온 성과가 '천문학적 천재'의 통찰을 거치며 하나의 티핑포인트를 넘어서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사상계에서도 이러한 통찰적인 깨달음이 '종교적 천재'에 의하여 일어나곤 한다. 특히 19세기~20세기 초에 이르는 기간 한국사회는 차축시대라고 불릴 만큼 압도적으로 다수의 '종교적, 사상적 천재'들이 잇달아 등장하여 20세기 이후의 새로운 세계를 위한 철학적, 종교적 새 지평을 개창하였다. 이 시기에 제시된 진리의 언어들은 짧게/좁게는 '지구촌 형성기' 다시 말해 지리상의 발견 이후 서세동점의 제국주의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전 세계를 풍미한 서구 발(發) 인신(人神)론적 종교 사조와 이원론에 입각한 철학 사조 등의 폐해를 극복하는 대안적인 종교가 되며, 길게/넓게는 이른바 '선천'으로 지칭되는, 지금-여기까지의 인류사가 이룩한 인식의 지평을 한 차원 새롭게 '개벽'하는 개벽적 언어로서, 인간문명(사)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추동하는 철학이 된다.
한국 자생종교, 그중에서도 개벽종교로 불리는 일련의 종교들 가운데 비교적 늦은 시기에 창립된 원불교의 교조 소태산은 이 세상 만물이 천지은(天地恩), 부모은(父母恩), 동포은(同胞恩), 법률은(法律恩)의 네 가지[四恩]로 구체화되는 은혜(恩惠)로 서로 얽혀 있으며,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론적인 연결 관계의 본질이 바로 은혜라고 선언하였다. 소태산-원불교 사상의 모든 언어들이 그러하듯이 이 네 가지는 각각 우주 전체의 일부분을 지시하고 대상으로 하는 분절적 언어가 아니라 통합적인 전체의 각 현상적, 현실적 측면을 지시하는 것으로, 넷이면서 곧 하나이고, 하나인 전체의 생동하는 양상을 지시해 주는 말이다.
여기서 통합, 일원, 전체는 원불교의 본질적 측면,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원(一圓)'으로 호명되는 진리 그 자체의 측면이라면, 의미지을 수 없는 일원상이 이 세상에 드러나는 양상이 바로 사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은-은혜철학의 현실적인 의미는 그것이 우리 존재의 본질적인 존재양상임을 깨닫고, 그 본질에 귀의하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인간사회는 물론 지구전체에 해독을 끼치는 혐오와 소외, 차별과 (자연)착취 등의 삶의 양식을 구원하고 개벽하면서 초월적 진급을 이루어낼 수 있는, 포월(包越)의 동력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서로를 살리며 은혜로 얽힌 존재입니다
위기의 지구, 벼랑 끝 인류를 구원할 진리입니다
일원-사은의 이러한 관계와 그 원력을 '은혜철학'이라고 명명할 때, 일원-사은 철학에의 불공, 일원-사은 철학의 수양은 다시, 오늘날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배은(背恩)의 행위를 씻어내고 보은(報恩)의 공력을 쌓는 보은행으로 나아갈 것을 지시한다. 우선 나 한 사람이, 한 사람부터 보은행의 길로 나아갈 뿐만 아니라, 그와 동시에 최대한 많은 존재자가 보은행에 돌아오도록 함으로써 은혜가 살아 숨쉬며, 흐르며, 활동하는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바로 사은철학의 실천적 의미이다. 이렇게 사은철학이 실천의 단계에 접어들면 오늘날, 인간의 배은행의 절정으로써 인류세의 위기, 즉 기후의 위기, 생명의 위기, 지구의 위기는 평화와 화해, 공존의 미래사회로 전환적인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사은철학이 천지-부모-동포-법률로 구체적으로 드러남으로써, 원불교 수양학의 특징인 공경과 불공과 통합되는 지점이 뚜렷이 보이게 된다. 즉 이 지구 구성원은 천지에서부터 부모와 동포(인간존재만이 아니라 비인간 존재까지 아울러 '나'의 존재를 가능케 하고 나와 먹고-되먹임의 살림 관계 에 있는 모든 존재, 즉 지구 전체)의 '은(恩)적 네트워크', 즉 긴밀한 상호의존적 관계로 이어져 있으며, 나의 보은행은 이러한 네트워크를 생생활활(生生活活)케 하는 원기(元氣)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산, 물, 호수, 강과 같은, 그동안에는 인간 사회의 배경으로써 인간의 개발과 착취, 소비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자연물, 사물(事物)까지도 인간과 동등(同等)한 권리주체로서, 법률-헌법적인 차원에서 보장하는 움직임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조건'으로서의 거주 불능 행성으로 전락할 위기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임기응변의 간지(奸智)의 결실이 아니다. 그 말을 증언하고 증거하는 것이 바로 은혜철학이나 동학의 삼경(三敬思想), 물오동포(物吾同胞), 최한기의 활동운화(活動運化) 등의 개념이다. 이는 명백한 '탈-인간중심주의'를 보여주는 것으로, 현대 인류사회에 최신의, 필수의, 필연의 철학이 되고 있는 사상적 맥락이 이미 1세기 전에 우리 사회의 개벽적 조류로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형성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은혜철학은 이러한 '비-인간' '탈-인간'의 존재들이 인간과 동등할 뿐만 아니라,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로 얽혀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존재 이유이며, 서로가 서로를 살리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설파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을 위한 인간 역량도, 생명을 위한 생명 역량도 아닌 존재하는 그 자체를 위한 존재 역량을 함께 발달시키"는 관계, 다시 말해 서로-주체의 관계임을 말해준다. 이것이야말로 오늘 위기에 처한 인류가 배우고 때로 익혀야 하는 철학사상이요, 생존전략이며, 활인기계(活人機械)라 할 것이다.
목차
목차
제1부 은혜로 시작된 얽힘
제1장 은혜의 탐구 경향
1. 존재론, 은혜의 통합적 시선
2. 창조성, 은혜의 포괄적 위상
3. 생태성, 은혜의 지구적 활동
제2장 은혜의 의미와 쟁점
1. 생명, 근원의 성찰
2. 긍정, 무한의 은혜
3. 공생, 평화의 얽힘
제3장 은혜의 응답
1. 혐오, 균형감의 응답
2. 소외, 불공의 응답
3. 위기, 탈중심성의 응답
제2부 은혜로 통화는 대화
제1장 수양학과의 대화
1. 수양, 위기의 극복
2. 불공, 얽힘 속의 실천
3. 연대, 자기완성과의 통합
제2장 타자철학과의 대화
1. 타자, 새로운 시선
2. 여성, 신이자 부처
3. 환대와 불공, 실천의 윤리
제3장 생태학과의 대화
1. 탈인간중심성, 지구를 위한 새로운 시선
2. 은혜공동체, 공생의 터전
3. 생태불공, 실천의 방법론
제3부 은혜로 읽는 세상
제1장 은혜로 읽는 영화
1. 〈Nope〉, '애매한 자들'의 집
2. 〈IO〉, 우리의 근원
3. 지구, 생명이자 은혜
제2장 은혜로 읽는 생명평화
1. 지구권, 본래 존재하던 것
2. 생명평화, 범종교적 가치
3. 원불교 기후행동, 생명평화와의 만남
제3장 은혜로 읽는 언어
1. 언어, 종교와의 대화
2. 수사학, 대종경의 안내자
3. 얽힘, 모두의 연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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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저서로는 『지구인문학의 시선: 갈래와 쟁점』(공저), 『근현대 한국종교의 생태공공성과 지구학적 해석』(공저), 『지구적 전환 2021』(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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