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청: 차일린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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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디까지 타인을 훼손하면서 사랑일 수 있는가
연인을 먹고, 시체에서 꽃을 피우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몸으로 듣는다
현실에서 말할 수 없는 욕망을 '환상'이라는 가장 정확한 언어로 번역한 10편
성애와 장애, 주거와 노동, 가족과 식민의 기억까지-욕망이 사회와 만나는 순간들
연인을 사랑한 여자는 자신의 몸을 마지막 한 조각까지 먹어달라고 청한다. 얼어 죽은 정원사의 시체를 뿌리로 끌어안은 나무는 한겨울의 온실에서 찬란한 꽃을 피우고, 청력을 잃은 피아니스트는 입술의 움직임과 피부의 진동, 기억으로 연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부검실에서 백서른여덟 명의 죽음을 견딘 화가는 살아 있는 연인의 몸 위에 그 죽음들을 다시 그려낸다.
《환상청》은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사랑이 소유가 되고, 돌봄이 통제가 되고, 쾌락이 고통과 맞붙는 순간을 피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타인을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먹고, 듣고, 그리고, 휘감으며 경계를 지워버리려 한다. 차일린이 붙드는 것은 그 위험한 충동이야말로 한 존재가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순간이라는 역설이다.
표제작 〈환상청〉에서 한계는 욕망을 막는 벽이 아니라 욕망을 만들어내는 조건이 된다. "한계가 없다면 의지는 애초에 생겨나지 않아. 의지란 근본적으로 욕망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 그 자체야." 들리지 않는 소리를 끝내 들으려는 이 집요한 의지는 소설집 전체를 관통한다. 이 책에서 환상은 현실을 벗어나는 장치가 아니라, 현실이 감추거나 금지해온 욕망을 몸과 감각의 형태로 드러내는 문학적 방법이다.
그래서 이 책의 섹슈얼리티는 침실 안에 갇히지 않는다. 두 여성의 사랑은 반지하와 전세 사기, 셰어하우스와 등기서류를 통과하고, 중년 여성의 욕망은 결혼과 모성의 규칙에 부딪힌다. 장애와 노동, 가난과 식민지배, 이름 없이 사라진 죽음까지 개인의 욕망 속으로 밀려든다. 작가가 말하듯 성적 욕망은 사회적 욕망이기도 하다. 《환상청》은 환상을 통해 현실을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보다 더 노골적으로 현실을 드러낸다.
연인을 먹고, 시체에서 꽃을 피우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몸으로 듣는다
현실에서 말할 수 없는 욕망을 '환상'이라는 가장 정확한 언어로 번역한 10편
성애와 장애, 주거와 노동, 가족과 식민의 기억까지-욕망이 사회와 만나는 순간들
연인을 사랑한 여자는 자신의 몸을 마지막 한 조각까지 먹어달라고 청한다. 얼어 죽은 정원사의 시체를 뿌리로 끌어안은 나무는 한겨울의 온실에서 찬란한 꽃을 피우고, 청력을 잃은 피아니스트는 입술의 움직임과 피부의 진동, 기억으로 연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부검실에서 백서른여덟 명의 죽음을 견딘 화가는 살아 있는 연인의 몸 위에 그 죽음들을 다시 그려낸다.
《환상청》은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사랑이 소유가 되고, 돌봄이 통제가 되고, 쾌락이 고통과 맞붙는 순간을 피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타인을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먹고, 듣고, 그리고, 휘감으며 경계를 지워버리려 한다. 차일린이 붙드는 것은 그 위험한 충동이야말로 한 존재가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순간이라는 역설이다.
표제작 〈환상청〉에서 한계는 욕망을 막는 벽이 아니라 욕망을 만들어내는 조건이 된다. "한계가 없다면 의지는 애초에 생겨나지 않아. 의지란 근본적으로 욕망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 그 자체야." 들리지 않는 소리를 끝내 들으려는 이 집요한 의지는 소설집 전체를 관통한다. 이 책에서 환상은 현실을 벗어나는 장치가 아니라, 현실이 감추거나 금지해온 욕망을 몸과 감각의 형태로 드러내는 문학적 방법이다.
그래서 이 책의 섹슈얼리티는 침실 안에 갇히지 않는다. 두 여성의 사랑은 반지하와 전세 사기, 셰어하우스와 등기서류를 통과하고, 중년 여성의 욕망은 결혼과 모성의 규칙에 부딪힌다. 장애와 노동, 가난과 식민지배, 이름 없이 사라진 죽음까지 개인의 욕망 속으로 밀려든다. 작가가 말하듯 성적 욕망은 사회적 욕망이기도 하다. 《환상청》은 환상을 통해 현실을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보다 더 노골적으로 현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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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사랑을 아름답게 쓰지 않는다. 아름다움이 얼마나 잔혹한지 끝까지 쓴다
《환상청》의 첫 문턱에서 독자는 곧바로 질문을 받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지키는 일인가, 아니면 끝내 내 안에 넣어 없애는 일인가. 〈손〉의 연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한 입까지" 자신을 먹어달라고 청하고, 〈온실에서 얼어 죽은 남자〉의 나무는 정원사의 시체를 뿌리로 끌어안아 꽃을 피운다. 애무는 살해로, 돌봄은 포식으로, 사랑은 소멸로 미끄러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장면들은 추악함보다 아름다움에 가깝다. 바로 그 불편함이 이 소설집의 출발점이다.
차일린은 기괴한 사건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몸을 하나의 사유 공간으로 삼아 사랑과 폭력, 쾌락과 고통, 보호와 통제가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먹고, 핥고, 듣고, 그리고, 휘감는 행위가 반복될수록 인물의 욕망은 설명이 아니라 감각으로 드러난다. 독자는 인물의 욕망을 이해하기보다 먼저 몸으로 통과하게 된다.
표제작 〈환상청〉은 이 소설집의 미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청력을 잃은 피아니스트에게 '듣는다'는 것은 귀의 기능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의지다. 소리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수록 "너를 듣고 싶어"라는 욕망은 더 날카로워지고, 마침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 그 자체야"라는 문장에 닿는다. 결핍 때문에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욕망은 비로소 자기 형태를 얻는다.
이때 환상은 현실의 반대편에 있지 않다. 오히려 현실의 압력을 더 정확하게 드러내는 장치다. 〈레즈비언 섹스와 부동산의 상관관계〉에서 두 여성에게 사랑을 나눌 방은 곧 주거권이고, 반지하와 전세 사기, 셰어하우스와 공동명의는 성적 자유의 조건이 된다. 〈셋의 의미〉의 중년 여성은 결혼과 모성, 남편의 '개방성' 뒤에 숨어 있던 욕망의 성별 격차를 깨닫고 "내가 하고 싶을 때"를 선언한다. 섹슈얼리티는 사적인 취향이 아니라 돈과 집, 노동과 가족이 얽힌 사회적 현실이다.
그 사회적 몸은 역사로도 확장된다. 〈회색 바다〉에서는 바다에 버린 밀항자들의 시체가 몇 번이고 마을로 돌아오고, 〈옥과 해골〉의 식민지 조선인은 '자유'를 '지유'라고 발음하며 가난과 제국이 빼앗은 삶을 폭발적인 독백으로 토해낸다. 〈물감을 먹는 화가〉에서는 부검실에서 마주한 백서른여덟 명의 죽음이 살아 있는 연인의 몸 위에 되살아난다. 개인의 상처와 역사적 폭력은 다른 층위가 아니라 같은 몸에 겹쳐 쓰인다.
그래서 《환상청》은 '퀴어', '고딕', '환상' 같은 장르의 명칭으로만 묶기 어렵다. 작가 자신이 대부분의 작품을 순문학이라고 생각하며 썼다고 밝히듯, 이 책이 겨누는 것은 사건의 기이함보다 욕망을 바라보는 시선과 문장의 밀도다. 장르문학이 넓힌 자유를 빌려 순문학이 좀처럼 허락하지 않았던 개인의 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문장은 촉감과 냄새, 색과 소리를 집요하게 불러낸다. 차가운 손, 썩는 몸의 열기, 회색 바다와 연분홍 진달래, 푸른 옥과 하얀 해골, 들리지 않는 음악과 피부의 진동. 감각은 장식이 아니라 기억과 욕망을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 감각의 과잉 때문에 죽음은 생생해지고, 현실은 환상보다 더 낯설어진다.
작가가 상상하는 독자는 윌리엄 버로스의 《퀴어》를 주문하고 아니 에르노를 한꺼번에 빌려 읽는 사람들이다. 《환상청》 역시 그런 독자에게 가 닿는 책이다. 욕망을 도덕적으로 해명하지도, 상처를 다정하게 봉합하지도 않는다. 대신 "왜 이런 욕망을 품는가"보다 더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욕망을 빼고도 한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욕망을 해명하지 않는다. 독자가 자기 욕망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환상청》의 첫 문턱에서 독자는 곧바로 질문을 받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지키는 일인가, 아니면 끝내 내 안에 넣어 없애는 일인가. 〈손〉의 연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한 입까지" 자신을 먹어달라고 청하고, 〈온실에서 얼어 죽은 남자〉의 나무는 정원사의 시체를 뿌리로 끌어안아 꽃을 피운다. 애무는 살해로, 돌봄은 포식으로, 사랑은 소멸로 미끄러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장면들은 추악함보다 아름다움에 가깝다. 바로 그 불편함이 이 소설집의 출발점이다.
차일린은 기괴한 사건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몸을 하나의 사유 공간으로 삼아 사랑과 폭력, 쾌락과 고통, 보호와 통제가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먹고, 핥고, 듣고, 그리고, 휘감는 행위가 반복될수록 인물의 욕망은 설명이 아니라 감각으로 드러난다. 독자는 인물의 욕망을 이해하기보다 먼저 몸으로 통과하게 된다.
표제작 〈환상청〉은 이 소설집의 미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청력을 잃은 피아니스트에게 '듣는다'는 것은 귀의 기능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의지다. 소리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수록 "너를 듣고 싶어"라는 욕망은 더 날카로워지고, 마침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 그 자체야"라는 문장에 닿는다. 결핍 때문에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욕망은 비로소 자기 형태를 얻는다.
이때 환상은 현실의 반대편에 있지 않다. 오히려 현실의 압력을 더 정확하게 드러내는 장치다. 〈레즈비언 섹스와 부동산의 상관관계〉에서 두 여성에게 사랑을 나눌 방은 곧 주거권이고, 반지하와 전세 사기, 셰어하우스와 공동명의는 성적 자유의 조건이 된다. 〈셋의 의미〉의 중년 여성은 결혼과 모성, 남편의 '개방성' 뒤에 숨어 있던 욕망의 성별 격차를 깨닫고 "내가 하고 싶을 때"를 선언한다. 섹슈얼리티는 사적인 취향이 아니라 돈과 집, 노동과 가족이 얽힌 사회적 현실이다.
그 사회적 몸은 역사로도 확장된다. 〈회색 바다〉에서는 바다에 버린 밀항자들의 시체가 몇 번이고 마을로 돌아오고, 〈옥과 해골〉의 식민지 조선인은 '자유'를 '지유'라고 발음하며 가난과 제국이 빼앗은 삶을 폭발적인 독백으로 토해낸다. 〈물감을 먹는 화가〉에서는 부검실에서 마주한 백서른여덟 명의 죽음이 살아 있는 연인의 몸 위에 되살아난다. 개인의 상처와 역사적 폭력은 다른 층위가 아니라 같은 몸에 겹쳐 쓰인다.
그래서 《환상청》은 '퀴어', '고딕', '환상' 같은 장르의 명칭으로만 묶기 어렵다. 작가 자신이 대부분의 작품을 순문학이라고 생각하며 썼다고 밝히듯, 이 책이 겨누는 것은 사건의 기이함보다 욕망을 바라보는 시선과 문장의 밀도다. 장르문학이 넓힌 자유를 빌려 순문학이 좀처럼 허락하지 않았던 개인의 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문장은 촉감과 냄새, 색과 소리를 집요하게 불러낸다. 차가운 손, 썩는 몸의 열기, 회색 바다와 연분홍 진달래, 푸른 옥과 하얀 해골, 들리지 않는 음악과 피부의 진동. 감각은 장식이 아니라 기억과 욕망을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 감각의 과잉 때문에 죽음은 생생해지고, 현실은 환상보다 더 낯설어진다.
작가가 상상하는 독자는 윌리엄 버로스의 《퀴어》를 주문하고 아니 에르노를 한꺼번에 빌려 읽는 사람들이다. 《환상청》 역시 그런 독자에게 가 닿는 책이다. 욕망을 도덕적으로 해명하지도, 상처를 다정하게 봉합하지도 않는다. 대신 "왜 이런 욕망을 품는가"보다 더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욕망을 빼고도 한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욕망을 해명하지 않는다. 독자가 자기 욕망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목차
목차
손 ☞ 11
온실에서 얼어 죽은 남자 ☞ 39
레즈비언 섹스와 부동산의 상관관계 ☞ 65
환상청 ☞ 99
완성 ☞ 123
회색 바다 ☞ 157
셋의 의미 ☞ 183
옥과 해골 ☞ 219
물감을 먹는 화가 ☞ 243
홍수 ☞ 269
작가의 말 ☞ 291
온실에서 얼어 죽은 남자 ☞ 39
레즈비언 섹스와 부동산의 상관관계 ☞ 65
환상청 ☞ 99
완성 ☞ 123
회색 바다 ☞ 157
셋의 의미 ☞ 183
옥과 해골 ☞ 219
물감을 먹는 화가 ☞ 243
홍수 ☞ 269
작가의 말 ☞ 291
저자
저자
차일린 동화와 소설을 쓴다. 환상과 현실,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오가며 몸과 욕망, 사랑과 폭력, 개인과 사회가 맞부딪히는 지점을 탐색한다.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를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환상청》에는 대부분 발표되지 않았던 열 편의 소설을 묶었다. 작가가 스스로 '순문학'이라 생각하며 썼지만 그 틀을 벗어나려는 순간을 억누르지 않은 작품들이다.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를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환상청》에는 대부분 발표되지 않았던 열 편의 소설을 묶었다. 작가가 스스로 '순문학'이라 생각하며 썼지만 그 틀을 벗어나려는 순간을 억누르지 않은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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