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세븐
백지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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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이면 위험하다. 밖으로 내보내면 더 위험하다.
그런데 이미, 그가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돌이킬 수 있는》의 여운을 잊지 못한 당신에게, 더 위험하고 애틋한 관계가 온다.
당신이 《돌이킬 수 있는》에서 사건의 진실을 좇다가, 끝내 한 사람을 놓지 못하는 마음에 붙잡혔다면. 백지구의 장편소설 《하드보일드 세븐》은 그 먹먹한 감성을 잇는 또 하나의 이야기다. 초능력으로도 뜻대로 할 수 없는 마음, 함께한 시간이 쌓일수록 더 간절해지는 한 사람. 이번에는 그 애틋함이 최면술사와 연하 킬러의 위험한 동거 속으로 들어온다.
살인에는 능숙하고, 선배에게는 지나치게 다정한 남자. 그 남자의 정신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으면서, 정작 다정한 말 한마디에는 속수무책인 또 다른 남자.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남자가 식사를 차리고, 곁에 머물 이유를 만들어낸다. 위협과 애정이 번갈아 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얼굴로 함께 온다.
시작은 쏟아진 카페라테 한 잔이다. 6월의 시부야, 최면술사 아카미 아키라는 자신과 부딪히고도 사과하지 않은 남자에게 작은 복수를 한다. 자신을 마음 깊이 존경하라는 명령. 그런데 스물일곱 살 닛코 마사요시는 그 말을 너무 잘 듣는다. 오만하던 얼굴은 호감으로 풀리고, 거칠고 낮은 목소리는 선배를 부를 때마다 부드러워진다. 문제는 그가 살인청부업자라는 것. 더 큰 문제는 아카미의 최면으로도 그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닛코는 자신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도 아카미의 후배로 남고 싶다. 버리지 말아달라며 울먹인 뒤, 최면이 풀리면 반드시 아카미를 죽일 것이라고 말한다. 두 말 모두 진지하다. 최면의 지속 시간은 길어야 사흘. 아카미는 살아남기 위해 이 위험한 남자와 계속 눈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닛코는 순종적인 인형이 아니다. 그는 선배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어떤 말에 약해지는지 읽어내며, 선배 쪽에서 자신을 원하게 만들 계획을 세운다. 아카미 역시 점점 명령하지 않고 물어보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게 된다. 목숨을 지키려 시작한 관계가, 목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욕심으로 번진다.
도쿄의 범죄 세계를 가로지르는 액션, 한 끼의 메뉴를 두고 벌이는 실랑이, 날 선 심리전과 뜻밖의 질투. 위험한 연하남에게 끌렸다가, 서툰 연상남의 마음 앞에서 발이 묶인다. 다정한 장면을 하나씩 모을수록 쉽게 떠날 수 없어진다. 두 사람도, 이들을 읽는 독자도.
그런데 이미, 그가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돌이킬 수 있는》의 여운을 잊지 못한 당신에게, 더 위험하고 애틋한 관계가 온다.
당신이 《돌이킬 수 있는》에서 사건의 진실을 좇다가, 끝내 한 사람을 놓지 못하는 마음에 붙잡혔다면. 백지구의 장편소설 《하드보일드 세븐》은 그 먹먹한 감성을 잇는 또 하나의 이야기다. 초능력으로도 뜻대로 할 수 없는 마음, 함께한 시간이 쌓일수록 더 간절해지는 한 사람. 이번에는 그 애틋함이 최면술사와 연하 킬러의 위험한 동거 속으로 들어온다.
살인에는 능숙하고, 선배에게는 지나치게 다정한 남자. 그 남자의 정신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으면서, 정작 다정한 말 한마디에는 속수무책인 또 다른 남자.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남자가 식사를 차리고, 곁에 머물 이유를 만들어낸다. 위협과 애정이 번갈아 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얼굴로 함께 온다.
시작은 쏟아진 카페라테 한 잔이다. 6월의 시부야, 최면술사 아카미 아키라는 자신과 부딪히고도 사과하지 않은 남자에게 작은 복수를 한다. 자신을 마음 깊이 존경하라는 명령. 그런데 스물일곱 살 닛코 마사요시는 그 말을 너무 잘 듣는다. 오만하던 얼굴은 호감으로 풀리고, 거칠고 낮은 목소리는 선배를 부를 때마다 부드러워진다. 문제는 그가 살인청부업자라는 것. 더 큰 문제는 아카미의 최면으로도 그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닛코는 자신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도 아카미의 후배로 남고 싶다. 버리지 말아달라며 울먹인 뒤, 최면이 풀리면 반드시 아카미를 죽일 것이라고 말한다. 두 말 모두 진지하다. 최면의 지속 시간은 길어야 사흘. 아카미는 살아남기 위해 이 위험한 남자와 계속 눈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닛코는 순종적인 인형이 아니다. 그는 선배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어떤 말에 약해지는지 읽어내며, 선배 쪽에서 자신을 원하게 만들 계획을 세운다. 아카미 역시 점점 명령하지 않고 물어보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게 된다. 목숨을 지키려 시작한 관계가, 목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욕심으로 번진다.
도쿄의 범죄 세계를 가로지르는 액션, 한 끼의 메뉴를 두고 벌이는 실랑이, 날 선 심리전과 뜻밖의 질투. 위험한 연하남에게 끌렸다가, 서툰 연상남의 마음 앞에서 발이 묶인다. 다정한 장면을 하나씩 모을수록 쉽게 떠날 수 없어진다. 두 사람도, 이들을 읽는 독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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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돌이킬 수 있는》을 덮고도
그 마음에서 나오지 못한 당신에게.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싸움을 따라 읽다가, 어느 순간 사건의 결말보다 한 사람의 안부가 더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다. 문목하의 《돌이킬 수 있는》이 남기는 애틋함은 거기에서 자란다. 초능력보다, 그 초능력을 써서라도 누군가를 지키려는 선택이 오래 남는다. 얼마나 강한가보다, 누구 때문에 자신의 삶을 바꾸는가. 거대한 사건의 한가운데서 마음을 붙드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얼굴이다.
백지구의 《하드보일드 세븐》은 그 감성을 더 위험하고 밀착된 두 남자의 관계로 잇는다. 시간을 둘러싼 선택의 자리에 이번에는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는 최면이 놓인다. 그러나 사랑을 고백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이야기는 아니다. 누군가를 붙잡는 일이 그를 지키는 것인지, 자신이 버티기 위해 그를 소유하는 것인지 자꾸만 경계가 흐려진다.
두 작품을 잇는 것은 같은 세계관이나 사건이 아니라, 비범한 능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마음을 끝까지 따라가게 하는 독서의 경험이다. 먼저 읽은 대사의 의미가 뒤늦게 달라지고, 무심히 지나친 행동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여운. 당신이 《돌이킬 수 있는》의 그 먹먹함을 사랑했다면, 이번에는 아카미와 닛코의 이름을 기억해둘 차례다.
잘생겼고, 유능하고, 다정하다.
그리고 정말로 나를 죽일 수 있다.
흐트러짐 없는 정장, 거칠게 긁히는 저음, 사람들 사이에서 단번에 눈에 들어오는 큰 키. 닛코 마사요시는 자신의 매력을 정확히 알고 있는 남자다. 요리도, 외국어도,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일도 능숙하다. 필요하면 다정한 얼굴을 하고, 필요하면 망설임 없이 상대를 해친다. 그런 남자가 선배의 짧은 칭찬에 환하게 웃고,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눈물을 흘린다.
매혹은 그 낙차에서 생긴다. 강한 남자가 한 사람 앞에서 유난히 약해지는 순간. 다 알아서 하는 남자가 그 사람의 반응만을 기다리는 순간. 하지만 선배를 보는 눈이 아무리 다정해도, 닛코의 위험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살인은 지나간 이력이 아니라 언제든 현재가 될 수 있는 행동이다.
그의 다정함은 안전을 보증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놓으려는 독자의 손목을 붙잡는다. 이 사람을 좋아해도 되는 걸까. 그런데 이미 좋아하는 장면이 생겨버렸다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살의를 지워서 다정해지는 남자가 아니다.
살의를 가진 채, 누구보다 다정해지는 남자다."
존경하라고 했지,
내 취향까지 외우라고는 안 했는데.
닛코는 선배가 먹고 싶다는 생선가스 도시락을 찾으려고 편의점을 다섯 군데나 돈다. 결국 구하지 못하면 선배가 좋아하는 참치마요 주먹밥을 고르고, 마요네즈가 느끼할까 봐 음료는 녹차로 바꾼다. 카페라테는 퇴근길에 사주면 된다. 세심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선배가 잠들어 있으면 비닐봉지 소리조차 조심하고, 차에 타면 안전벨트를 대신 매고 흔들림이 전해지지 않도록 운전한다.
이 소설에서 친밀함은 추상적인 고백보다 구체적인 생활로 쌓인다. 입에 맞는 음식, 잠든 얼굴, 바뀐 넥타이 색을 알아봐주기를 기다리는 마음. 아카미는 늘 귀찮다고 말하면서도 그 세심함이 자신의 하루에 들어오는 것을 조금씩 허락한다. 독자가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것도 그 틈이다. 총을 든 킬러의 큰 손이, 한 사람의 사소한 불편을 챙기는 손으로 바뀌는 순간들.
그러니 이 책의 달콤함은 대놓고 달지 않다. 퉁명스러운 대답 뒤에, 괜한 핀잔 아래에, 말하지 않아도 기억해둔 취향 속에 숨어 있다. 그것을 먼저 알아본 독자가 두 사람보다 먼저 조바심을 내게 된다.
최면에 걸렸다고,
이 남자가 순순히 길들여질 거라고?
"난 최면술에 걸린 거지, 바보가 된 게 아니에요." 닛코의 내면독백은 이 소설의 관계를 단숨에 뒤집는다. 그는 아카미를 존경하도록 강요받지만, 관찰력과 계산 능력까지 잃지는 않는다. 선배가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것, 그 두려움 때문에 계속 만나야 한다는 것, 그 만남을 더 가까워질 기회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안다.
닛코가 원하는 것은 명령에 잘 따르는 후배 자리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 아카미 쪽에서 자신을 원하게 만드는 것. 자신은 이미 선배의 것이니, 선배도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뻔뻔하고 집요한 계산이다. 복종처럼 보였던 행동에 소유욕이 드러나고, 헌신처럼 들렸던 말에 전략이 겹친다.
아카미가 최면으로 닛코를 붙잡는 동안, 닛코는 다정함과 약점을 이용해 아카미의 일상 안으로 들어간다. 누가 위에 있는지 쉽게 정리할 수 없는 관계. 두 사람의 속마음을 번갈아 읽는 독자는 같은 말이 상대에게는 전혀 다른 뜻으로 닿는 장면을 목격한다. 관계를 읽는 재미는 바로 이 어긋남에서 날카로워진다.
"명령하는 사람은 아카미다.
하지만 관계의 다음 수를 두는 사람이 늘 아카미인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 시킬 수 있는 사람이
처음으로 부탁을 배우기까지.
서른일곱 살의 아카미는 평범한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 그 정신을 조종하는 편이 쉽다. 돈도 능력도 있지만, 누군가를 곁에 두는 법은 모른다. 독선적이고 심술궂고, 불편한 대화를 최면으로 끝내버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타인의 진심을 바란다. 자신을 사랑하라고 명령해 얻은 빈 얼굴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가 닛코에게 "너에 대해 말해줬으면 좋겠군. 그냥, 알고 싶어서."라고 말하기까지는 몇 번의 망설임이 필요하다. 말하기 싫은 부분은 제외해도 된다는 덧붙임까지. 무엇이든 캐낼 수 있는 사람이 상대가 말해주기를 기다린다. 닛코가 왼손잡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먼저 왼손을 내미는 악수는 그 변화에 손의 온도를 더한다. 힘을 쓰는 장면보다, 쓰지 않으려 애쓰는 장면에서 마음이 더 선명해진다.
사랑해달라는 말보다 아픈 부탁.
존경할 만한 사람이 되어달라는 것.
자신을 무조건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닛코는 어느 순간 아카미에게 실망하고 싶다고 말한다. 잘못된 선택임을 알아도 존경을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이 괴롭기 때문이다. 선배가 좋다는 고백과 선배를 증오하고 싶다는 말이 한자리에서 충돌한다. 그가 바라는 것은 최면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존경할 만한 선배로 있어달라는 것. 마음을 지배하는 일과 마음을 얻는 일은, 끝내 같은 일이 아니다.
이 소설은 두 사람의 결핍을 모든 행동의 면죄부로 쓰지 않는다. 버림받을까 두려운 마음이 소유욕으로, 가까워지고 싶은 바람이 통제로 번진다. 그래서 애틋한 동시에 불편하다. 상대를 구하고 싶은지, 상대가 있어야 자신을 견딜 수 있는지, 두 사람도 독자도 자꾸 다시 묻게 된다.
다정한 장면을 모을수록,
그 마음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검은 정장 위의 와인색 넥타이. 창밖으로 스치는 시부야의 불빛. "선배와 함께 온 바다를 좋아하는 거죠." 좋아하는 것이 없던 남자의 세계에 한 사람이 들어오자, 바다에도 전에 없던 의미가 생긴다. 그러나 총격과 살인, 학대의 기억은 그 일상 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친밀함이 깊어진다고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최면은 영원하지 않다.
《돌이킬 수 있는》을 읽고 오래 마음에 남았던 것이 초능력 자체보다 누군가를 놓지 못하는 선택이었다면, 《하드보일드 세븐》에서는 그 애틋함과 다른 결의 서늘함을 함께 만나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안심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안의 다정함까지 없던 것으로 할 수도 없는 관계. 처음에는 매혹적인 남자의 다음 행동이 궁금하고, 나중에는 그가 무심히 했던 한마디를 다시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때의 여운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이 위험한 다정함을 펼칠 차례다."
그 마음에서 나오지 못한 당신에게.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싸움을 따라 읽다가, 어느 순간 사건의 결말보다 한 사람의 안부가 더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다. 문목하의 《돌이킬 수 있는》이 남기는 애틋함은 거기에서 자란다. 초능력보다, 그 초능력을 써서라도 누군가를 지키려는 선택이 오래 남는다. 얼마나 강한가보다, 누구 때문에 자신의 삶을 바꾸는가. 거대한 사건의 한가운데서 마음을 붙드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얼굴이다.
백지구의 《하드보일드 세븐》은 그 감성을 더 위험하고 밀착된 두 남자의 관계로 잇는다. 시간을 둘러싼 선택의 자리에 이번에는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는 최면이 놓인다. 그러나 사랑을 고백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이야기는 아니다. 누군가를 붙잡는 일이 그를 지키는 것인지, 자신이 버티기 위해 그를 소유하는 것인지 자꾸만 경계가 흐려진다.
두 작품을 잇는 것은 같은 세계관이나 사건이 아니라, 비범한 능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마음을 끝까지 따라가게 하는 독서의 경험이다. 먼저 읽은 대사의 의미가 뒤늦게 달라지고, 무심히 지나친 행동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여운. 당신이 《돌이킬 수 있는》의 그 먹먹함을 사랑했다면, 이번에는 아카미와 닛코의 이름을 기억해둘 차례다.
잘생겼고, 유능하고, 다정하다.
그리고 정말로 나를 죽일 수 있다.
흐트러짐 없는 정장, 거칠게 긁히는 저음, 사람들 사이에서 단번에 눈에 들어오는 큰 키. 닛코 마사요시는 자신의 매력을 정확히 알고 있는 남자다. 요리도, 외국어도,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일도 능숙하다. 필요하면 다정한 얼굴을 하고, 필요하면 망설임 없이 상대를 해친다. 그런 남자가 선배의 짧은 칭찬에 환하게 웃고,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눈물을 흘린다.
매혹은 그 낙차에서 생긴다. 강한 남자가 한 사람 앞에서 유난히 약해지는 순간. 다 알아서 하는 남자가 그 사람의 반응만을 기다리는 순간. 하지만 선배를 보는 눈이 아무리 다정해도, 닛코의 위험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살인은 지나간 이력이 아니라 언제든 현재가 될 수 있는 행동이다.
그의 다정함은 안전을 보증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놓으려는 독자의 손목을 붙잡는다. 이 사람을 좋아해도 되는 걸까. 그런데 이미 좋아하는 장면이 생겨버렸다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살의를 지워서 다정해지는 남자가 아니다.
살의를 가진 채, 누구보다 다정해지는 남자다."
존경하라고 했지,
내 취향까지 외우라고는 안 했는데.
닛코는 선배가 먹고 싶다는 생선가스 도시락을 찾으려고 편의점을 다섯 군데나 돈다. 결국 구하지 못하면 선배가 좋아하는 참치마요 주먹밥을 고르고, 마요네즈가 느끼할까 봐 음료는 녹차로 바꾼다. 카페라테는 퇴근길에 사주면 된다. 세심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선배가 잠들어 있으면 비닐봉지 소리조차 조심하고, 차에 타면 안전벨트를 대신 매고 흔들림이 전해지지 않도록 운전한다.
이 소설에서 친밀함은 추상적인 고백보다 구체적인 생활로 쌓인다. 입에 맞는 음식, 잠든 얼굴, 바뀐 넥타이 색을 알아봐주기를 기다리는 마음. 아카미는 늘 귀찮다고 말하면서도 그 세심함이 자신의 하루에 들어오는 것을 조금씩 허락한다. 독자가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것도 그 틈이다. 총을 든 킬러의 큰 손이, 한 사람의 사소한 불편을 챙기는 손으로 바뀌는 순간들.
그러니 이 책의 달콤함은 대놓고 달지 않다. 퉁명스러운 대답 뒤에, 괜한 핀잔 아래에, 말하지 않아도 기억해둔 취향 속에 숨어 있다. 그것을 먼저 알아본 독자가 두 사람보다 먼저 조바심을 내게 된다.
최면에 걸렸다고,
이 남자가 순순히 길들여질 거라고?
"난 최면술에 걸린 거지, 바보가 된 게 아니에요." 닛코의 내면독백은 이 소설의 관계를 단숨에 뒤집는다. 그는 아카미를 존경하도록 강요받지만, 관찰력과 계산 능력까지 잃지는 않는다. 선배가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것, 그 두려움 때문에 계속 만나야 한다는 것, 그 만남을 더 가까워질 기회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안다.
닛코가 원하는 것은 명령에 잘 따르는 후배 자리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 아카미 쪽에서 자신을 원하게 만드는 것. 자신은 이미 선배의 것이니, 선배도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뻔뻔하고 집요한 계산이다. 복종처럼 보였던 행동에 소유욕이 드러나고, 헌신처럼 들렸던 말에 전략이 겹친다.
아카미가 최면으로 닛코를 붙잡는 동안, 닛코는 다정함과 약점을 이용해 아카미의 일상 안으로 들어간다. 누가 위에 있는지 쉽게 정리할 수 없는 관계. 두 사람의 속마음을 번갈아 읽는 독자는 같은 말이 상대에게는 전혀 다른 뜻으로 닿는 장면을 목격한다. 관계를 읽는 재미는 바로 이 어긋남에서 날카로워진다.
"명령하는 사람은 아카미다.
하지만 관계의 다음 수를 두는 사람이 늘 아카미인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 시킬 수 있는 사람이
처음으로 부탁을 배우기까지.
서른일곱 살의 아카미는 평범한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 그 정신을 조종하는 편이 쉽다. 돈도 능력도 있지만, 누군가를 곁에 두는 법은 모른다. 독선적이고 심술궂고, 불편한 대화를 최면으로 끝내버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타인의 진심을 바란다. 자신을 사랑하라고 명령해 얻은 빈 얼굴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가 닛코에게 "너에 대해 말해줬으면 좋겠군. 그냥, 알고 싶어서."라고 말하기까지는 몇 번의 망설임이 필요하다. 말하기 싫은 부분은 제외해도 된다는 덧붙임까지. 무엇이든 캐낼 수 있는 사람이 상대가 말해주기를 기다린다. 닛코가 왼손잡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먼저 왼손을 내미는 악수는 그 변화에 손의 온도를 더한다. 힘을 쓰는 장면보다, 쓰지 않으려 애쓰는 장면에서 마음이 더 선명해진다.
사랑해달라는 말보다 아픈 부탁.
존경할 만한 사람이 되어달라는 것.
자신을 무조건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닛코는 어느 순간 아카미에게 실망하고 싶다고 말한다. 잘못된 선택임을 알아도 존경을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이 괴롭기 때문이다. 선배가 좋다는 고백과 선배를 증오하고 싶다는 말이 한자리에서 충돌한다. 그가 바라는 것은 최면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존경할 만한 선배로 있어달라는 것. 마음을 지배하는 일과 마음을 얻는 일은, 끝내 같은 일이 아니다.
이 소설은 두 사람의 결핍을 모든 행동의 면죄부로 쓰지 않는다. 버림받을까 두려운 마음이 소유욕으로, 가까워지고 싶은 바람이 통제로 번진다. 그래서 애틋한 동시에 불편하다. 상대를 구하고 싶은지, 상대가 있어야 자신을 견딜 수 있는지, 두 사람도 독자도 자꾸 다시 묻게 된다.
다정한 장면을 모을수록,
그 마음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검은 정장 위의 와인색 넥타이. 창밖으로 스치는 시부야의 불빛. "선배와 함께 온 바다를 좋아하는 거죠." 좋아하는 것이 없던 남자의 세계에 한 사람이 들어오자, 바다에도 전에 없던 의미가 생긴다. 그러나 총격과 살인, 학대의 기억은 그 일상 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친밀함이 깊어진다고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최면은 영원하지 않다.
《돌이킬 수 있는》을 읽고 오래 마음에 남았던 것이 초능력 자체보다 누군가를 놓지 못하는 선택이었다면, 《하드보일드 세븐》에서는 그 애틋함과 다른 결의 서늘함을 함께 만나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안심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안의 다정함까지 없던 것으로 할 수도 없는 관계. 처음에는 매혹적인 남자의 다음 행동이 궁금하고, 나중에는 그가 무심히 했던 한마디를 다시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때의 여운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이 위험한 다정함을 펼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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