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에 고하는 작별
미학을 다루는 철학적 성찰들은 1990년대에 괄목할 만한 부흥기를 맞았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논의가 적어도 일시적으로 전업 철학계를 넘어선 대중, 특히 흔히 말해지는 “예술계”에 반향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시조적 철학 분야로서 고안된 미학적 학설, 그것의 부흥을 믿기까지는 몇몇 철학자가 부단히 내딛으려 했던 단 한 걸음만이 남아 있다. 1990년대의 관련 성찰들은 미적 사실들에 대한 비선입관적 분석에 의지하여, 당시까지 철학적 학설로서 고안된 미학의 통일적 유대의 핵심 가정들을 파편화시켰다. 이러한 분석이 도출하는 것은 미적 판단이 미적 관계의 핵심도 아니요, 목적도 아니라는, 그리고 미적 판단이 단순하게도 미적 관계의 결과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결론이다. 만약 미적 판단이 감상적 관계의 객관화를 유도하는 번역이라면, 그러한 미적 판단은 필히 주관적이며 개인의 의미에 부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인간적 현실과 마찬가지로, 미적 장은 동의나 부동의의 환원 불가능한 장소이며, 이 긴장 관계가 그러한 장을 살아 있게 만든다. 이 에세이의 목적은 위와 같은 믿음, 나아가 그러한 기대의 허망한 성격을 보여 주는 것이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Opus'는 보통 약자(Op.)를 사용하여 음악작품들을 손쉽게 나열하여 표현하는 말로, "작가나 화가 등의 중요한 작품"이라는 뜻을 함께 지닙니다. Opus가 간단한 표기만으로 수많은 음악을 담듯, 오퍼스 총서는 멀게만 느껴지는 오늘날의 지식인들과 그 작품들을 담아 우리의 곁에 가까이 닿을 수 있도록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의 말
어떤 것에 대하여 작별을 고한다고 할 때, 우리는 보통 그것과의 영원한 이별, 또는 마지막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미학에 고하는 작별"이란 아주 도전적이고 위험해 보일 수 있는 제목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미학과 작별해야 하는가?" 그렇다. 만약 당신이 생각하는 미학이 "철학적" 미학, 그러니까 여태까지 미학계를 주름잡았던 어떤 특정한 경향성을 지닌 미학이라면 말이다. 셰퍼에 따르면, 이 철학적 미학은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에 내재하는 활동들의 총체로서의 예술 장르들을 다루는 대신, 이 활동들을 삶과 대립시키는 미학"이다. 셰퍼에 따르면, 미학은 삶 속의 체험과 그 체험에서 얻어진 사실들과 괴리되어서는 안 된다. 근대 유럽에서 시작되어 발전해 온 철학적 미학은 "몇 가지 헛된 기대들"을 낳았다. 그 '헛된 기대'란, 철학이 "어떤 미적 이상이나 판단 기준"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미적 경험이 철학적 명제로 환원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셰퍼는 "분석적 관점에서 구상된 미적 성찰의 과제는 미적 사실들을 판별하고 이해하는 것이지, 어떤 미적 이상이나 판단 기준들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며, "미적 사실들은 철학적 합리성의 유추된 (그리고 감각된) 예증으로도, 결핍과 비본래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존재 방식에 대립하는 완결성과 진실성의 역표본으로도, 인간의 초월적 기반이나 개별적 주체성과 인류의 보편성이 조화를 이루며 소통 방식의 개화가 이루어지는 장으로도" 설명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는 이처럼 헛된 기대를 품고 있는 철학적 미학과 작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어떤 것과의 이별은 곧 새로운 어떤 만남을 의미하기도 한다. 바꿔 말해, 새로운 만남이 있으려면 우리는 먼저 이전의 것과 작별해야만 한다. 이 책이 의도하는 것 역시 그렇다. 셰퍼에 따르면, "'미학에 고하는 작별'은 또 다른 미학의 탄생에의 호소이다." 즉 이 작별은 또 다른 미학을 위한, 그 탄생을 촉구하기 위한 작별인 것이다. 그렇다면 셰퍼가 말하는 "또 다른" 미학이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 셰퍼가 천천히 전개해 나가는 논지와 옮긴이의 상세한 해제를 살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이 추구하는 바가 단순히 "작별"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오늘에 고하는 작별은 내일을 향한 마중이다.
목차
목차
1장 철학과 미학
2장 미적 행동
3장 취향 판단
옮긴이의 해제
저자
저자
현재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cole des hautes ?tudes en sciences sociales) 교수로 재직 중이며 또한 2010년까지 동 연구원 내 예술과 언어 연구 센터(Centre de recherche sur les arts et le langage)의 센터장을 역임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 연구원을 동시에 맡고 있다. 그의 연구는 미학과 예술학, 문학에 대한 분석철학적, 인지심리학적 분석에 집중되어 있으며, 시각예술, 사진, 허구, 문학 장르들과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주요 저서로는 『롤랑 바르트에게 보내는 편지(Lettre ? Roland Barthes)』(2015), 『미적 경험(L'Exp?rience esth?tique)』(2015), 『인간예외주의의 종말(La fin de l'exception humaine)』(2007), 『왜 픽션인가?(Pourquoi la fiction?)』(1999), 『범예술의 독신자들: 비신화적 미학을 위하여(Les c?libataires de l'Art. Pour une esth?tique sans mythes)』(1996), 『문학 장르란 무엇인가?(Qu'est-ce qu'un genre litt?raire?)』(1989) 등이 있고, 그 밖에 다수의 학술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