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탄생
태초부터 고대 그리스·로마의 등장까지 지중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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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의 〈오디세이〉가 보여준 바다, 지중해
그 바다는 어떻게 하나의 '세계'가 되었을까"
울프슨 역사상(Wolfson History Prize) 수상작, 사이프리언 브루드뱅크의 기념비적 지중해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국내 극장가에서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는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거대한 바다와 낯선 섬들을 헤쳐가는 여정을 그린다. 서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약 3천 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관객들을 지중해의 바다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디세우스가 항해했던 그 바다는 언제부터 인간에게 '건널 수 있는 바다'가 되었을까?
사람들은 언제 처음 육지를 떠나 섬으로 건너갔을까? 언제부터 바람과 해류를 읽고 배를 타고 더 먼 수평선으로 나아갔을까? 곡물과 금속, 도자기와 유리를 싣고 바다를 오간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 떨어져 있던 유럽·아시아·아프리카의 해안을 연결했을까? 그리고 그러한 수많은 이동과 만남은 어떻게 하나의 '지중해 세계'를 만들어냈을까?
사이프리언 브루드뱅크(Cyprian Broodbank)의 『지중해의 탄생』(The Making of the Middle Sea: A History of the Mediterranean from the Beginning to the Emergence of the Classical World)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영화 〈오디세이〉가 한 영웅의 항해를 보여준다면, 『지중해의 탄생』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질문, '오디세우스가 항해할 수 있었던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추적한다.
그리스도 로마도 없던 시대, 지중해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 『지중해의 탄생』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서양 문명의 출발점으로 바라보는 익숙한 역사에서 벗어나 무려 180만 년 전부터 기원전 500년 무렵까지, 지중해가 하나의 역사적 세계로 형성되는 장대한 과정을 복원한다.
이 책은 2013년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되어 2014년 울프슨 역사상(Wolfson History Prize)을 수상했으며, 이탈리아, 튀르키예, 독일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중국, 일본에도 판권 계약이 이루어져 학계와 독서계 양쪽에서 화제가 되었다. 높은 수준의 전문 연구와 일반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역사 서술을 동시에 성취해 "학문적 깊이, 일관성, 가독성 면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라는 평가를 받은 이 책은 선사시대에서 고전고대의 문턱에 이르기까지 지중해의 역사를 새롭게 구성한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디세우스보다 먼저 바다를 건넌 사람들
'그리스·로마의 지중해'가 아니라 '지중해가 만들어지는 역사'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지중해의 역사는 이집트, 미노스와 미케네, 페니키아, 그리스와 로마 같은 위대한 문명들의 역사다. 〈오디세이〉 역시 우리가 고대 지중해를 상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세계에 속한다.
그러나 브루드뱅크의 시선은 그보다 훨씬 더 이전으로 향한다.
애초에 지중해라는 공간은 언제부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바다'가 되었는가?사람들은 언제 바다를 장벽이 아니라 이동과 교류의 통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는가?농경과 금속, 항해와 교역은 어떻게 서로 다른 지역을 연결하고 하나의 지중해 세계를 만들어냈는가?
책은 지중해가 형성되는 자연환경과 지질학적 조건에서 출발해 초기 인류의 이동, 섬의 정착, 신석기 농경의 확산, 금속기술과 항해술의 발전, 청동기 교역망의 형성과 붕괴, 페니키아와 초기 그리스 세계의 등장까지를 하나의 긴 역사로 연결한다.
그 시간적 범위는 약 180만 년에 이르며, 브루드뱅크는 그 긴 기간을 "선사와 역사를 하나의 서사로 봉합한 유일무이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매끄럽게 잇는다.
오디세우스의 항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중해에서는 이름조차 남지 않은 수많은 사람의 '오디세이'가 계속되고 있었다. 새로운 땅을 찾아 바다를 건넌 사람들, 섬에 정착한 사람들, 흑요석과 금속을 싣고 해안을 오간 사람들, 배를 만들고 바람과 해류를 익혀 더 먼 수평선으로 나아간 사람들이다.
『지중해의 탄생』이 들려주는 것은 영웅 한 사람의 위대한 항해가 아니라, 수십만 년 동안 바다를 건너고 연결해온 수많은 인간의 항해가 쌓여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이토록 방대한 시간을 다루면서도 책은 정치사나 특정 문명의 흥망을 나열하는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환경과 기술, 농업과 인구, 생산과 교역, 이동과 정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지중해라는 하나의 역사적 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바다는 배경이 아니라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섬과 바람, 배와 항해가 만든 지중해
〈오디세이〉에서 바다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오디세우스를 고향에서 떼어놓는 거대한 장벽인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길이다.
『지중해의 탄생』에서도 바다는 역사적 사건들이 벌어지는 무대에 머물지 않는다.
이 책에서 역사의 주인공은 특정한 왕이나 제국만이 아니다. 바다와 섬, 해류와 바람, 기후와 지형, 배와 항해술, 곡물과 금속, 도자기와 유리, 농부와 선원과 상인, 그리고 이름조차 남지 않은 수많은 공동체가 모두 역사를 움직이는 행위자가 된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지중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바다는 오랫동안 사람을 갈라놓는 위험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항해 기술이 발전하고 섬과 해안 사이의 이동이 반복되면서 바다는 점차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통로로 변했다.
물건만 이동한 것도 아니다. 곡물과 금속, 도자기와 유리가 바다를 건넜고, 그와 함께 기술과 지식, 생활방식과 신앙, 언어와 문화가 이동했다. 사람들은 서로 만나고 충돌했으며, 서로의 것을 받아들이고 변형했다.
바다가 사람을 갈라놓는 경계에서 사람과 물자와 지식이 오가는 통로로 바뀌어가는 과정 자체가 『지중해의 탄생』의 중심 서사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고대 지중해의 풍경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호메로스의 이야기 속에서 이미 수많은 섬과 해안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면, 브루드뱅크는 그 세계가 결코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디세우스가 바다를 건너기까지, 그보다 앞선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먼저 바다를 건너야 했다.
문명의 '중심'이 아니라 연결과 상호작용의 역사
『지중해의 탄생』의 가장 중요한 학문적 성취는 고대 지중해사를 몇몇 위대한 문명의 계보로 환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브루드뱅크는 이집트와 크레타, 그리스뿐 아니라 이베리아반도와 발칸, 북아프리카, 레반트, 아나톨리아, 그리고 수많은 섬과 해안 공동체를 하나의 시야에 넣는다. 전통적인 고대사가 상대적으로 주변부로 다뤄왔던 지역과 공동체에도 동등한 역사적 무게를 부여한다.
그 결과 지중해의 역사는 '중심 문명이 주변으로 영향을 퍼뜨린 역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과 집단이 끊임없이 접촉하고 교류하면서 함께 만들어낸 역사로 다시 쓰인다.
우리가 흔히 '그리스 문명'이나 '서양 문명'의 독자적인 성취로 이해했던 많은 요소 역시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어진 이동과 교역, 기술의 전파와 문화적 혼합의 결과였다. 이집트, 레반트, 미노스, 미케네, 페니키아, 그리스와 에트루리아는 서로 고립된 문명이 아니라 더 넓은 지중해 네트워크 안에서 성장하고 변화했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세계 역시 이러한 오랜 연결의 역사 위에서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배를 타고 섬에서 섬으로, 해안에서 해안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세계, 서로 다른 언어와 풍습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고 물건과 이야기가 오가는 세계는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천 년에 걸친 이동과 접촉이 축적된 결과였다.
이러한 관점은 '누가 최초였는가' 또는 '어느 문명이 더 우월했는가'를 묻는 기존의 문명사에서 벗어나, 문명은 어떻게 접촉과 교환을 통해 만들어지는가라는 한층 근본적인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
고고학에서 기후과학과 유전학까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깊은 역사'
『지중해의 탄생』이 기존의 고대사와 또 하나 다른 점은 문자 기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처럼 문자로 전해진 이야기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의 역사를 복원하려면 전혀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
브루드뱅크는 유적과 도자기, 동물의 뼈와 식물의 흔적, 선박과 항구, 해수면과 해안선의 변화, 방사성탄소연대와 고기후 자료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증거를 함께 읽는다. 여기에 환경의 변화, 기술의 발전, 농경의 확산, 인구의 이동, 물자의 생산과 교역을 결합함으로써 인류사의 장기적인 변화를 복원한다.
이처럼 방대한 종류의 증거와 연구 성과를 하나의 역사 서사 속에 통합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지중해 선사·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중해의 탄생』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고대 지중해 통사'를 넘어선다. 고고학과 역사학, 인류학과 지리학, 환경사와 자연과학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인간 사회가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공간을 이용하며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왔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역사(deep history)'의 탁월한 사례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지중해의 모습을 수천 년 전에서 시작하지 않고 수십만 년의 시간 깊이에서 바라볼 때, 문명의 탄생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180만 년을 한 권에 담아낸
방대한 학술서이면서 동시에 '읽는 역사'
약 180만 년에 이르는 시간과 유럽·아시아·아프리카에 걸친 방대한 공간을 한 권에 담아낸 학술적 규모만큼 주목받은 것은 이 책의 뛰어난 서술이다.
전문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지중해 고고학과 선사시대 연구의 주요 성과를 집대성한 책으로 평가받는 동시에, 일반 독자가 따라갈 수 있는 구성과 문체를 갖춘 역사서라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방대한 자료를 압축하면서도 하나의 일관된 역사적 서사를 만들어냈고, 전문적인 논의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책에 풍부하게 수록된 지도와 유적도, 유물 사진과 복원도 역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수많은 섬과 항구, 교역로와 유적을 시각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추상적인 '지중해 세계'가 구체적인 인간의 생활 공간으로 되살아난다.
그런 점에서 『지중해의 탄생』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즐겨 읽는 독자에게도 훌륭한 안내서가 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서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전은 지중해라는 거대한 공간 위에서 펼쳐진다. 그 지리와 역사를 머릿속에 그리지 못하면 낯선 지명에 길을 잃기 쉽지만, 지중해 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나면 고전 속 인물과 사건이 비로소 하나의 공간 안에서 연결되기 시작한다. 풍부한 지도와 도판을 따라 지중해를 익히는 일은 고전을 읽기 위한 든든한 배경지식을 쌓는 일이자, 익숙한 고전을 한층 깊고 입체적으로 읽는 방법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고고학과 고대사를 연구하는 전문 연구자에게는 방대한 연구 성과를 집약한 종합서이며, 일반 독자에게는 문명의 탄생을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의 규모에서 경험하게 하는 지적 모험이다.
영화 〈오디세이〉를 통해 지중해의 바다와 섬, 항해의 세계에 매혹된 독자라면, 『지중해의 탄생』은 스크린 너머로 그 세계의 훨씬 깊은 시간 속까지 여행할 기회를 제공한다.
왜 지금 다시 지중해인가
기후, 이동, 교류와 충돌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다
그러나 『지중해의 탄생』이 흥미로운 이유는 고대의 바다를 생생하게 복원한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이 출간 이후 지금까지 의미를 잃지 않는 이유는 지중해를 고정된 문명권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변화해온 관계의 공간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환경과 기후의 변화는 단순한 역사의 배경이 아니다. 때로는 인간의 활동을 제약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이동과 적응, 기술혁신을 촉발한다.
사람들은 기후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이동하고,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며, 바다를 건너 다른 집단과 만났다. 이 과정에서 물건만 오간 것은 아니다. 기술과 지식, 생활방식과 신앙, 언어와 문화가 함께 이동했다. 서로 다른 집단의 만남은 갈등을 낳기도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공동체와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지중해 세계의 역사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사람들과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정체성의 역사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각은 기후변화와 대규모 인구 이동, 국경과 정체성, 교류와 충돌이 다시 세계적인 쟁점으로 떠오른 오늘날 더욱 선명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이 오늘의 문제에 직접적인 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문명은 고립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과 접촉, 적응과 교환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100만 년이 넘는 시간의 깊이 속에서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가 고정된 국경과 민족, 문명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이 책은 그 모든 경계가 얼마나 오랜 교류와 이동 속에서 만들어지고 또 변화해왔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브로델 이후, 지중해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넓히다
페르낭 브로델 이후 지중해는 단순히 여러 국가 사이에 놓인 바다가 아니라 지리와 환경, 경제와 인간의 활동이 서로 얽히면서 역사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거대한 공간으로 인식되어왔다.
브루드뱅크는 그 시선을 문자 기록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으로 밀고 나간다.
역사를 몇 세기 단위가 아니라 수십만 년의 시간 속에서 바라보고, 왕과 전쟁이 아니라 해안선과 바람, 선박과 섬, 농경과 이동까지 역사 서술의 중심에 놓는다. 개별 지역만을 들여다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거대한 변화의 패턴을 지중해 전체의 시야에서 포착해낸 것이다.
그 결과 『지중해의 탄생』은 선사시대와 고대사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놓은 책으로 평가받아왔다. 지중해 선사·고대사 연구의 방대한 성과를 종합하는 동시에 앞으로 지중해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준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2024년에는 초판 출간 이후 축적된 고고학, 고유전학, 환경 연구의 성과를 반영한 저자의 새로운 서문이 추가된 개정판도 출간됐다. 이는 이 책이 완결된 과거의 연구서가 아니라 새로운 발견과 연구 성과 속에서 계속해서 읽히고 갱신되는 저작임을 보여준다.
'문명의 요람'이 되기 이전의 지중해를 만나다
오디세우스의 바다에서, 인류의 바다로
『지중해의 탄생』은 우리에게 익숙한 '고대 문명의 요람'으로서의 지중해에서 한 걸음 더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와 로마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 사람들이 처음 섬으로 건너가고 바다를 항해하고, 곡물과 금속을 교환하고 새로운 땅에 정착하면서 만들어낸 세계가 펼쳐진다.
지중해는 처음부터 하나의 세계였던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이동과 선택, 수없이 반복된 만남과 교환, 환경에 대한 적응과 기술의 혁신이 오랜 시간 쌓이고 연결되면서 비로소 '지중해 세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긴 시간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페니키아인들이 바다를 누비고, 그리스인들이 더 넓은 지중해로 나아가고, 훗날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들려줄 섬과 항구, 항해와 귀향의 세계가 펼쳐진다.
영화 〈오디세이〉에서 바다는 영웅이 극복해야 할 거대한 시련의 공간이다. 그러나 『지중해의 탄생』을 읽고 나면 그 바다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오디세우스보다 먼저 바다를 건넌 수많은 사람들, 이름도 기록도 남지 않았지만 섬과 섬을 잇고 해안과 해안을 연결했던 사람들의 시간이 그 뒤에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가 오디세우스 한 사람의 위대한 귀향을 그린다면, 『지중해의 탄생』은 인류가 수십만 년에 걸쳐 바다를 하나의 세계로 만들어온 거대한 여정을 그린다.
따라서 이 책은 이미 완성된 지중해 문명의 역사가 아니다. 지중해라는 세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다.
그리고 그 긴 역사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일깨운다.
문명은 경계를 세움으로써가 아니라, 경계를 넘어 만나고 교류하면서 만들어져왔다.
그 바다는 어떻게 하나의 '세계'가 되었을까"
울프슨 역사상(Wolfson History Prize) 수상작, 사이프리언 브루드뱅크의 기념비적 지중해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국내 극장가에서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는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거대한 바다와 낯선 섬들을 헤쳐가는 여정을 그린다. 서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약 3천 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관객들을 지중해의 바다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디세우스가 항해했던 그 바다는 언제부터 인간에게 '건널 수 있는 바다'가 되었을까?
사람들은 언제 처음 육지를 떠나 섬으로 건너갔을까? 언제부터 바람과 해류를 읽고 배를 타고 더 먼 수평선으로 나아갔을까? 곡물과 금속, 도자기와 유리를 싣고 바다를 오간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 떨어져 있던 유럽·아시아·아프리카의 해안을 연결했을까? 그리고 그러한 수많은 이동과 만남은 어떻게 하나의 '지중해 세계'를 만들어냈을까?
사이프리언 브루드뱅크(Cyprian Broodbank)의 『지중해의 탄생』(The Making of the Middle Sea: A History of the Mediterranean from the Beginning to the Emergence of the Classical World)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영화 〈오디세이〉가 한 영웅의 항해를 보여준다면, 『지중해의 탄생』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질문, '오디세우스가 항해할 수 있었던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추적한다.
그리스도 로마도 없던 시대, 지중해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 『지중해의 탄생』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서양 문명의 출발점으로 바라보는 익숙한 역사에서 벗어나 무려 180만 년 전부터 기원전 500년 무렵까지, 지중해가 하나의 역사적 세계로 형성되는 장대한 과정을 복원한다.
이 책은 2013년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되어 2014년 울프슨 역사상(Wolfson History Prize)을 수상했으며, 이탈리아, 튀르키예, 독일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중국, 일본에도 판권 계약이 이루어져 학계와 독서계 양쪽에서 화제가 되었다. 높은 수준의 전문 연구와 일반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역사 서술을 동시에 성취해 "학문적 깊이, 일관성, 가독성 면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라는 평가를 받은 이 책은 선사시대에서 고전고대의 문턱에 이르기까지 지중해의 역사를 새롭게 구성한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디세우스보다 먼저 바다를 건넌 사람들
'그리스·로마의 지중해'가 아니라 '지중해가 만들어지는 역사'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지중해의 역사는 이집트, 미노스와 미케네, 페니키아, 그리스와 로마 같은 위대한 문명들의 역사다. 〈오디세이〉 역시 우리가 고대 지중해를 상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세계에 속한다.
그러나 브루드뱅크의 시선은 그보다 훨씬 더 이전으로 향한다.
애초에 지중해라는 공간은 언제부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바다'가 되었는가?사람들은 언제 바다를 장벽이 아니라 이동과 교류의 통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는가?농경과 금속, 항해와 교역은 어떻게 서로 다른 지역을 연결하고 하나의 지중해 세계를 만들어냈는가?
책은 지중해가 형성되는 자연환경과 지질학적 조건에서 출발해 초기 인류의 이동, 섬의 정착, 신석기 농경의 확산, 금속기술과 항해술의 발전, 청동기 교역망의 형성과 붕괴, 페니키아와 초기 그리스 세계의 등장까지를 하나의 긴 역사로 연결한다.
그 시간적 범위는 약 180만 년에 이르며, 브루드뱅크는 그 긴 기간을 "선사와 역사를 하나의 서사로 봉합한 유일무이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매끄럽게 잇는다.
오디세우스의 항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중해에서는 이름조차 남지 않은 수많은 사람의 '오디세이'가 계속되고 있었다. 새로운 땅을 찾아 바다를 건넌 사람들, 섬에 정착한 사람들, 흑요석과 금속을 싣고 해안을 오간 사람들, 배를 만들고 바람과 해류를 익혀 더 먼 수평선으로 나아간 사람들이다.
『지중해의 탄생』이 들려주는 것은 영웅 한 사람의 위대한 항해가 아니라, 수십만 년 동안 바다를 건너고 연결해온 수많은 인간의 항해가 쌓여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이토록 방대한 시간을 다루면서도 책은 정치사나 특정 문명의 흥망을 나열하는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환경과 기술, 농업과 인구, 생산과 교역, 이동과 정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지중해라는 하나의 역사적 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바다는 배경이 아니라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섬과 바람, 배와 항해가 만든 지중해
〈오디세이〉에서 바다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오디세우스를 고향에서 떼어놓는 거대한 장벽인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길이다.
『지중해의 탄생』에서도 바다는 역사적 사건들이 벌어지는 무대에 머물지 않는다.
이 책에서 역사의 주인공은 특정한 왕이나 제국만이 아니다. 바다와 섬, 해류와 바람, 기후와 지형, 배와 항해술, 곡물과 금속, 도자기와 유리, 농부와 선원과 상인, 그리고 이름조차 남지 않은 수많은 공동체가 모두 역사를 움직이는 행위자가 된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지중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바다는 오랫동안 사람을 갈라놓는 위험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항해 기술이 발전하고 섬과 해안 사이의 이동이 반복되면서 바다는 점차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통로로 변했다.
물건만 이동한 것도 아니다. 곡물과 금속, 도자기와 유리가 바다를 건넜고, 그와 함께 기술과 지식, 생활방식과 신앙, 언어와 문화가 이동했다. 사람들은 서로 만나고 충돌했으며, 서로의 것을 받아들이고 변형했다.
바다가 사람을 갈라놓는 경계에서 사람과 물자와 지식이 오가는 통로로 바뀌어가는 과정 자체가 『지중해의 탄생』의 중심 서사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고대 지중해의 풍경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호메로스의 이야기 속에서 이미 수많은 섬과 해안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면, 브루드뱅크는 그 세계가 결코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디세우스가 바다를 건너기까지, 그보다 앞선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먼저 바다를 건너야 했다.
문명의 '중심'이 아니라 연결과 상호작용의 역사
『지중해의 탄생』의 가장 중요한 학문적 성취는 고대 지중해사를 몇몇 위대한 문명의 계보로 환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브루드뱅크는 이집트와 크레타, 그리스뿐 아니라 이베리아반도와 발칸, 북아프리카, 레반트, 아나톨리아, 그리고 수많은 섬과 해안 공동체를 하나의 시야에 넣는다. 전통적인 고대사가 상대적으로 주변부로 다뤄왔던 지역과 공동체에도 동등한 역사적 무게를 부여한다.
그 결과 지중해의 역사는 '중심 문명이 주변으로 영향을 퍼뜨린 역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과 집단이 끊임없이 접촉하고 교류하면서 함께 만들어낸 역사로 다시 쓰인다.
우리가 흔히 '그리스 문명'이나 '서양 문명'의 독자적인 성취로 이해했던 많은 요소 역시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어진 이동과 교역, 기술의 전파와 문화적 혼합의 결과였다. 이집트, 레반트, 미노스, 미케네, 페니키아, 그리스와 에트루리아는 서로 고립된 문명이 아니라 더 넓은 지중해 네트워크 안에서 성장하고 변화했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세계 역시 이러한 오랜 연결의 역사 위에서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배를 타고 섬에서 섬으로, 해안에서 해안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세계, 서로 다른 언어와 풍습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고 물건과 이야기가 오가는 세계는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천 년에 걸친 이동과 접촉이 축적된 결과였다.
이러한 관점은 '누가 최초였는가' 또는 '어느 문명이 더 우월했는가'를 묻는 기존의 문명사에서 벗어나, 문명은 어떻게 접촉과 교환을 통해 만들어지는가라는 한층 근본적인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
고고학에서 기후과학과 유전학까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깊은 역사'
『지중해의 탄생』이 기존의 고대사와 또 하나 다른 점은 문자 기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처럼 문자로 전해진 이야기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의 역사를 복원하려면 전혀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
브루드뱅크는 유적과 도자기, 동물의 뼈와 식물의 흔적, 선박과 항구, 해수면과 해안선의 변화, 방사성탄소연대와 고기후 자료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증거를 함께 읽는다. 여기에 환경의 변화, 기술의 발전, 농경의 확산, 인구의 이동, 물자의 생산과 교역을 결합함으로써 인류사의 장기적인 변화를 복원한다.
이처럼 방대한 종류의 증거와 연구 성과를 하나의 역사 서사 속에 통합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지중해 선사·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중해의 탄생』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고대 지중해 통사'를 넘어선다. 고고학과 역사학, 인류학과 지리학, 환경사와 자연과학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인간 사회가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공간을 이용하며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왔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역사(deep history)'의 탁월한 사례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지중해의 모습을 수천 년 전에서 시작하지 않고 수십만 년의 시간 깊이에서 바라볼 때, 문명의 탄생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180만 년을 한 권에 담아낸
방대한 학술서이면서 동시에 '읽는 역사'
약 180만 년에 이르는 시간과 유럽·아시아·아프리카에 걸친 방대한 공간을 한 권에 담아낸 학술적 규모만큼 주목받은 것은 이 책의 뛰어난 서술이다.
전문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지중해 고고학과 선사시대 연구의 주요 성과를 집대성한 책으로 평가받는 동시에, 일반 독자가 따라갈 수 있는 구성과 문체를 갖춘 역사서라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방대한 자료를 압축하면서도 하나의 일관된 역사적 서사를 만들어냈고, 전문적인 논의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책에 풍부하게 수록된 지도와 유적도, 유물 사진과 복원도 역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수많은 섬과 항구, 교역로와 유적을 시각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추상적인 '지중해 세계'가 구체적인 인간의 생활 공간으로 되살아난다.
그런 점에서 『지중해의 탄생』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즐겨 읽는 독자에게도 훌륭한 안내서가 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서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전은 지중해라는 거대한 공간 위에서 펼쳐진다. 그 지리와 역사를 머릿속에 그리지 못하면 낯선 지명에 길을 잃기 쉽지만, 지중해 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나면 고전 속 인물과 사건이 비로소 하나의 공간 안에서 연결되기 시작한다. 풍부한 지도와 도판을 따라 지중해를 익히는 일은 고전을 읽기 위한 든든한 배경지식을 쌓는 일이자, 익숙한 고전을 한층 깊고 입체적으로 읽는 방법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고고학과 고대사를 연구하는 전문 연구자에게는 방대한 연구 성과를 집약한 종합서이며, 일반 독자에게는 문명의 탄생을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의 규모에서 경험하게 하는 지적 모험이다.
영화 〈오디세이〉를 통해 지중해의 바다와 섬, 항해의 세계에 매혹된 독자라면, 『지중해의 탄생』은 스크린 너머로 그 세계의 훨씬 깊은 시간 속까지 여행할 기회를 제공한다.
왜 지금 다시 지중해인가
기후, 이동, 교류와 충돌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다
그러나 『지중해의 탄생』이 흥미로운 이유는 고대의 바다를 생생하게 복원한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이 출간 이후 지금까지 의미를 잃지 않는 이유는 지중해를 고정된 문명권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변화해온 관계의 공간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환경과 기후의 변화는 단순한 역사의 배경이 아니다. 때로는 인간의 활동을 제약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이동과 적응, 기술혁신을 촉발한다.
사람들은 기후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이동하고,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며, 바다를 건너 다른 집단과 만났다. 이 과정에서 물건만 오간 것은 아니다. 기술과 지식, 생활방식과 신앙, 언어와 문화가 함께 이동했다. 서로 다른 집단의 만남은 갈등을 낳기도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공동체와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지중해 세계의 역사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사람들과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정체성의 역사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각은 기후변화와 대규모 인구 이동, 국경과 정체성, 교류와 충돌이 다시 세계적인 쟁점으로 떠오른 오늘날 더욱 선명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이 오늘의 문제에 직접적인 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문명은 고립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과 접촉, 적응과 교환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100만 년이 넘는 시간의 깊이 속에서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가 고정된 국경과 민족, 문명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이 책은 그 모든 경계가 얼마나 오랜 교류와 이동 속에서 만들어지고 또 변화해왔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브로델 이후, 지중해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넓히다
페르낭 브로델 이후 지중해는 단순히 여러 국가 사이에 놓인 바다가 아니라 지리와 환경, 경제와 인간의 활동이 서로 얽히면서 역사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거대한 공간으로 인식되어왔다.
브루드뱅크는 그 시선을 문자 기록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으로 밀고 나간다.
역사를 몇 세기 단위가 아니라 수십만 년의 시간 속에서 바라보고, 왕과 전쟁이 아니라 해안선과 바람, 선박과 섬, 농경과 이동까지 역사 서술의 중심에 놓는다. 개별 지역만을 들여다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거대한 변화의 패턴을 지중해 전체의 시야에서 포착해낸 것이다.
그 결과 『지중해의 탄생』은 선사시대와 고대사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놓은 책으로 평가받아왔다. 지중해 선사·고대사 연구의 방대한 성과를 종합하는 동시에 앞으로 지중해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준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2024년에는 초판 출간 이후 축적된 고고학, 고유전학, 환경 연구의 성과를 반영한 저자의 새로운 서문이 추가된 개정판도 출간됐다. 이는 이 책이 완결된 과거의 연구서가 아니라 새로운 발견과 연구 성과 속에서 계속해서 읽히고 갱신되는 저작임을 보여준다.
'문명의 요람'이 되기 이전의 지중해를 만나다
오디세우스의 바다에서, 인류의 바다로
『지중해의 탄생』은 우리에게 익숙한 '고대 문명의 요람'으로서의 지중해에서 한 걸음 더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와 로마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 사람들이 처음 섬으로 건너가고 바다를 항해하고, 곡물과 금속을 교환하고 새로운 땅에 정착하면서 만들어낸 세계가 펼쳐진다.
지중해는 처음부터 하나의 세계였던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이동과 선택, 수없이 반복된 만남과 교환, 환경에 대한 적응과 기술의 혁신이 오랜 시간 쌓이고 연결되면서 비로소 '지중해 세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긴 시간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페니키아인들이 바다를 누비고, 그리스인들이 더 넓은 지중해로 나아가고, 훗날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들려줄 섬과 항구, 항해와 귀향의 세계가 펼쳐진다.
영화 〈오디세이〉에서 바다는 영웅이 극복해야 할 거대한 시련의 공간이다. 그러나 『지중해의 탄생』을 읽고 나면 그 바다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오디세우스보다 먼저 바다를 건넌 수많은 사람들, 이름도 기록도 남지 않았지만 섬과 섬을 잇고 해안과 해안을 연결했던 사람들의 시간이 그 뒤에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가 오디세우스 한 사람의 위대한 귀향을 그린다면, 『지중해의 탄생』은 인류가 수십만 년에 걸쳐 바다를 하나의 세계로 만들어온 거대한 여정을 그린다.
따라서 이 책은 이미 완성된 지중해 문명의 역사가 아니다. 지중해라는 세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다.
그리고 그 긴 역사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일깨운다.
문명은 경계를 세움으로써가 아니라, 경계를 넘어 만나고 교류하면서 만들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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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목차
목차
제1장 야만의 역사
서곡: 지중해의 세계
'오염' 이전의 지중해
풍요에 대한 당황스러움
북아프리카, 엄청난 공백
새로운 틀: 시간과 기후 변화
현재의 위험
제2장 도발적인 장소
지중해의 중심과 주변
유럽의 지중해권과 유사한 특성의 권역들
지중해 연안의 탄생
지각 변동이 가져다준 다섯 가지 결과
주항기: 바다를 탐사하며
나아가는 항해
제3장 새롭게 태어난 바다 (180만~5만 년 전)
먼 과거에서의 시작
태고의 지중해
지중해 북부에서의 인류의 최초 거주
비슷한 품격을 갖춘 두 종의 인류
햇빛 속의 네안데르탈인
제4장 추위의 도래 (5만 년 전~B.C. 1만 년)
지중해의 현생인류
세련된 수렵채집민
마지막 최대 빙하기를 견뎌내며
어로활동과 코르사르데냐
먼동의 미광
독침은 꼬리에 있다
제5장 용감한 신세계 (B.C. 10000~5500년)
난쟁이 하마와 검은 유리의 섬
낙원을 다시 찾게 되는가?
레반트 신석기시대의 대폭발
안정된 레반트 지역의 미래를 향하여
산 넘고 바다 건너
지중해 북부의 최후 수렵채집민
신석기시대로 이행하는 지중해 유럽
연못 주위의 개구리처럼 건너뛰는 사람들
사하라 지역의 매력과 삼각주 자연 제방
제6장 지중해 문화권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B.C. 5500~3500년)
지중해에서의 백화만발
유목 생활의 종말
섬사람들의 확산
가깝게 보는 지중해
보다 장기적인 전망
지중해 유럽에 유입된 유물이 말해주는 것
눈부신 레반트 지역
제7장 악마와 깊고 푸른 바다(B.C. 3500~2200년)
상상 속의 비행
지중해 고유의 모습을 갖는 자연환경
사하라로 돌아오다
최초의 거대 권력: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화의 진행
지중해의 최초 반응
당나귀와 배의 돛
교차로 위의 레반트
레반트 해상활동의 시대
가시가 많은 나뭇잎과 철면피 사람들
난쟁이 나라의 우두머리
먼 수평선과 항해의 초대
칼립소(Calypso)의 작은 섬들
제8장 화려한 의식 (B.C. 2200~1300년)
빛나는 모든 것들
실험의 시대
지중해 동부의 궁정 정치체의 모습
연못 주변의 궁정들
동지중해의 교역 체제가 자리 잡다
나일강 삼각주의 아바리스에 이르는 길
동지중해권에서의 변화와 지속
'교역'의 네 가지 창구
제국과 무역
서부전선도 조용한 것만은 아니다
돌탑의 섬
지중해 중부 권역의 동요
지중해에서의 만남
제9장 평범한 바다에서 빛나는 바다로 (B.C. 1300~800년)
조망 창이 있는 접견실
동지중해의 투박함과 부드러움
재앙 혹은 바다의 변화, 풍요롭고 낯선 것에 대한 지향?
지중해 중부가 중심이 되다
생쥐와 몰타섬의 멜카르트(Melqart)
지중해의 다른 구역
제10장 시작의 끝 (B.C. 800~500년)
8번 교향곡 '미완성'
원숭이 사업
제2의 고향
신과 그리스인: 성소와 종족의 발생
아르케익시대(Archaic)의 끝: 도시와 시민 생활의 확대
과거의 교역을 벗어나서
신전과 3단 노 갤리선
마지막 위대한 수렴
지중해의 대폭발이 시작되다
익숙한 곳으로
제11장 깊은 구렁 속에서
초기 지중해 역사의 성격
세 가지 공통분모를 다시 보다
지중해를 향한 가속적인 움직임
다가올 지중해에 대한 네 가지 질문
살라미스섬에서 바라보다
서곡: 지중해의 세계
'오염' 이전의 지중해
풍요에 대한 당황스러움
북아프리카, 엄청난 공백
새로운 틀: 시간과 기후 변화
현재의 위험
제2장 도발적인 장소
지중해의 중심과 주변
유럽의 지중해권과 유사한 특성의 권역들
지중해 연안의 탄생
지각 변동이 가져다준 다섯 가지 결과
주항기: 바다를 탐사하며
나아가는 항해
제3장 새롭게 태어난 바다 (180만~5만 년 전)
먼 과거에서의 시작
태고의 지중해
지중해 북부에서의 인류의 최초 거주
비슷한 품격을 갖춘 두 종의 인류
햇빛 속의 네안데르탈인
제4장 추위의 도래 (5만 년 전~B.C. 1만 년)
지중해의 현생인류
세련된 수렵채집민
마지막 최대 빙하기를 견뎌내며
어로활동과 코르사르데냐
먼동의 미광
독침은 꼬리에 있다
제5장 용감한 신세계 (B.C. 10000~5500년)
난쟁이 하마와 검은 유리의 섬
낙원을 다시 찾게 되는가?
레반트 신석기시대의 대폭발
안정된 레반트 지역의 미래를 향하여
산 넘고 바다 건너
지중해 북부의 최후 수렵채집민
신석기시대로 이행하는 지중해 유럽
연못 주위의 개구리처럼 건너뛰는 사람들
사하라 지역의 매력과 삼각주 자연 제방
제6장 지중해 문화권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B.C. 5500~3500년)
지중해에서의 백화만발
유목 생활의 종말
섬사람들의 확산
가깝게 보는 지중해
보다 장기적인 전망
지중해 유럽에 유입된 유물이 말해주는 것
눈부신 레반트 지역
제7장 악마와 깊고 푸른 바다(B.C. 3500~2200년)
상상 속의 비행
지중해 고유의 모습을 갖는 자연환경
사하라로 돌아오다
최초의 거대 권력: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화의 진행
지중해의 최초 반응
당나귀와 배의 돛
교차로 위의 레반트
레반트 해상활동의 시대
가시가 많은 나뭇잎과 철면피 사람들
난쟁이 나라의 우두머리
먼 수평선과 항해의 초대
칼립소(Calypso)의 작은 섬들
제8장 화려한 의식 (B.C. 2200~1300년)
빛나는 모든 것들
실험의 시대
지중해 동부의 궁정 정치체의 모습
연못 주변의 궁정들
동지중해의 교역 체제가 자리 잡다
나일강 삼각주의 아바리스에 이르는 길
동지중해권에서의 변화와 지속
'교역'의 네 가지 창구
제국과 무역
서부전선도 조용한 것만은 아니다
돌탑의 섬
지중해 중부 권역의 동요
지중해에서의 만남
제9장 평범한 바다에서 빛나는 바다로 (B.C. 1300~800년)
조망 창이 있는 접견실
동지중해의 투박함과 부드러움
재앙 혹은 바다의 변화, 풍요롭고 낯선 것에 대한 지향?
지중해 중부가 중심이 되다
생쥐와 몰타섬의 멜카르트(Melqart)
지중해의 다른 구역
제10장 시작의 끝 (B.C. 800~500년)
8번 교향곡 '미완성'
원숭이 사업
제2의 고향
신과 그리스인: 성소와 종족의 발생
아르케익시대(Archaic)의 끝: 도시와 시민 생활의 확대
과거의 교역을 벗어나서
신전과 3단 노 갤리선
마지막 위대한 수렴
지중해의 대폭발이 시작되다
익숙한 곳으로
제11장 깊은 구렁 속에서
초기 지중해 역사의 성격
세 가지 공통분모를 다시 보다
지중해를 향한 가속적인 움직임
다가올 지중해에 대한 네 가지 질문
살라미스섬에서 바라보다
저자
저자
사이프리언 브루드뱅크 Cyprian Broodbank
옥스퍼드대학교 학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고고학을 전공으로 브리스톨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거친 다음, 박사 학위를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취득하였다. 런던대학교 고고학 교수를 거쳐 현재 케임브리지대학교 고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동 대학교 맥도날드 고고학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국제 저작상을 수상한 바 있는 An Island Archaeology of the Early Cyclades(2000)이 있다. 그의 연구는 에게해라는 하위권역에서 출발하였지만, 지중해권 전체의 초기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특정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광역적인 공간에 걸쳐 비교론적 방법을 취하고, 도서 지역에 대하여 고고학 연구의 정당한 체계를 정립하고자 한 것이 그의 연구 특징이다.
옥스퍼드대학교 학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고고학을 전공으로 브리스톨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거친 다음, 박사 학위를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취득하였다. 런던대학교 고고학 교수를 거쳐 현재 케임브리지대학교 고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동 대학교 맥도날드 고고학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국제 저작상을 수상한 바 있는 An Island Archaeology of the Early Cyclades(2000)이 있다. 그의 연구는 에게해라는 하위권역에서 출발하였지만, 지중해권 전체의 초기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특정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광역적인 공간에 걸쳐 비교론적 방법을 취하고, 도서 지역에 대하여 고고학 연구의 정당한 체계를 정립하고자 한 것이 그의 연구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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