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폭풍은 감추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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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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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바람, 그대
지난 밤, 한바탕 폭풍이 다녀갔다. 세찬 바람 잦아들고, 귀를 찢는 울음소리도 멈춘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무너진 자리에서만 오롯이 쓸 수 있는 문장이 있다.
〈간밤의 폭풍은 감추어 두겠습니다〉는 폭풍 이후에 비로소 시작하는 시집이다. 정능소의 시는 폭풍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이 휩쓸고 간 풍경의 뒷면을 오래 들여다본다.
시인에게 생은 신비와 비정함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한줄기 실바람에도 목련은 부서지고"(무명천), "살아 숨 쉬는 풀 잎사귀 하나에도 강이 깊고, 불길이 흐"(달항아리)른다. "우연이란 이빨 사이로 요리조리 잘도 피해" 왔으나, "한 치 오차 없이 떨어지는 기요틴의 칼날"(부러진 말뚝)을 맨몸으로 마주하는 곳이다.
시인은 생의 낙차를 고스란히 견뎌낸 자리에 남은 것들, 허물어지고 무너지고 부서진 것들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실금 간 채 가까스로 버티는 이들을 향해 몸을 돌린다. 시인은 고통을 바로 보되, 결코 고통에 매몰되지 않는다. '산다는 일은 슬픔을 느낄 일이 많'음을 깨닫는 과정이지만, 한편으로 '사람 마음에는 슬픔을 무디게 받아들이도록/ 한 겹 깔판이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에 그대, 세상없이
곤히 자더군요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지붕은 들썩이며 고양이 울음이 폭풍 속에서 메아리쳐도
꿈속 고요함을 즐기듯 미동이 없었습니다
어둠 속으로 모든 것이 빨려들어 빙빙 도는 소용돌이 기둥을 보았습니다
밤하늘 가득 혼돈의 신(神)이 핏발 선 눈으로 구리종 울리는 소리로 울부짖으니
잡신들 두려움으로 벌벌 떨어도
고른 숨을 쉬던 그대여,
심장이 쿵쿵 뛰어도 그대는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하게 아침을 맞더군요
간밤의 폭풍은 감추어 두겠습니다
〈폭풍이 지난 후〉
폭풍은 지나갔고, 흔적만 남았다. 시인은 헤집어 드러내는 대신, 감춤을 선택했다. 폭풍을 온전히 품은 자만이 보일 수 있는 지긋한 배려다. 말하지 않고도 말해지는 것들이 있음을, 잊힌 듯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은 것들이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자신의 세계를 써내려 가는 일일 테다. 시를 읽는 일 또한 그러하다. 어떤 고통도 함부로 위로하지 않고, 슬픔을 회칠하여 치장하지 않는 정능소의 한 세계를 통해 독자는 역설적으로 알게 될 것이다. 애써 감추었던 격랑의 시간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누군가의 시가 당신을 위해, 그 밤을 함께 견뎠음을.
지난 밤, 한바탕 폭풍이 다녀갔다. 세찬 바람 잦아들고, 귀를 찢는 울음소리도 멈춘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무너진 자리에서만 오롯이 쓸 수 있는 문장이 있다.
〈간밤의 폭풍은 감추어 두겠습니다〉는 폭풍 이후에 비로소 시작하는 시집이다. 정능소의 시는 폭풍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이 휩쓸고 간 풍경의 뒷면을 오래 들여다본다.
시인에게 생은 신비와 비정함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한줄기 실바람에도 목련은 부서지고"(무명천), "살아 숨 쉬는 풀 잎사귀 하나에도 강이 깊고, 불길이 흐"(달항아리)른다. "우연이란 이빨 사이로 요리조리 잘도 피해" 왔으나, "한 치 오차 없이 떨어지는 기요틴의 칼날"(부러진 말뚝)을 맨몸으로 마주하는 곳이다.
시인은 생의 낙차를 고스란히 견뎌낸 자리에 남은 것들, 허물어지고 무너지고 부서진 것들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실금 간 채 가까스로 버티는 이들을 향해 몸을 돌린다. 시인은 고통을 바로 보되, 결코 고통에 매몰되지 않는다. '산다는 일은 슬픔을 느낄 일이 많'음을 깨닫는 과정이지만, 한편으로 '사람 마음에는 슬픔을 무디게 받아들이도록/ 한 겹 깔판이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에 그대, 세상없이
곤히 자더군요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지붕은 들썩이며 고양이 울음이 폭풍 속에서 메아리쳐도
꿈속 고요함을 즐기듯 미동이 없었습니다
어둠 속으로 모든 것이 빨려들어 빙빙 도는 소용돌이 기둥을 보았습니다
밤하늘 가득 혼돈의 신(神)이 핏발 선 눈으로 구리종 울리는 소리로 울부짖으니
잡신들 두려움으로 벌벌 떨어도
고른 숨을 쉬던 그대여,
심장이 쿵쿵 뛰어도 그대는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하게 아침을 맞더군요
간밤의 폭풍은 감추어 두겠습니다
〈폭풍이 지난 후〉
폭풍은 지나갔고, 흔적만 남았다. 시인은 헤집어 드러내는 대신, 감춤을 선택했다. 폭풍을 온전히 품은 자만이 보일 수 있는 지긋한 배려다. 말하지 않고도 말해지는 것들이 있음을, 잊힌 듯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은 것들이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자신의 세계를 써내려 가는 일일 테다. 시를 읽는 일 또한 그러하다. 어떤 고통도 함부로 위로하지 않고, 슬픔을 회칠하여 치장하지 않는 정능소의 한 세계를 통해 독자는 역설적으로 알게 될 것이다. 애써 감추었던 격랑의 시간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누군가의 시가 당신을 위해, 그 밤을 함께 견뎠음을.
목차
목차
시집을 내면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새벽/ 겨울나무/ 구름집/ 우물 이야기
재/ 하느님의 눈/ 발찌/ 새와 아이/ 꽃상여
빨간 차/ 흘러서/ 응달/ 가을 정변(政變)
별 사이에 두다/ 봄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여우비/ 샐비어/ 쪽지 편지/ 절대 신공
대숲 바람/ 썩은 이/ 하찮은 사랑/ 중절모 쓴 가을
자작나무/ 달무리/ 잔혹 동화/ 밤눈
흔들리는 둥지/ 나방/ 사월/ 장구 치는 여인
콩새/ 장미 한 다발/ 조등(弔燈)/ 부러진 말뚝
이사를 하고 싶소/ 불멸의 사랑/ 지저깨비
오이꽃/ 그/ 툰드라/ 달래꽃
남의 달덩이
달걀 한 판/ 오래된 병/ 꽃병/ 겨울 냄새
매구/ 황혼 이혼/ 눈 발자국/ 줄기
평상천하/ 하이에나/ 잎새/ 물고기
감자가 싹이 나서/ 보푸라기/ 마개/ 지렁이의 꿈
생선 칼/ 콩죽/ 달 밝은 밤/ 해후
노각/ 개울가에 앉아/ 보쌈집에서
굵은 소금/ 쥐불놀이/ 카멜레온의 눈/ 들창
살 파먹히기/ 불여우/ 엉겅퀴/ 미운 달
문/ 똥 막대기/ 쇠똥구리의 초상/ 자반
남의 달덩이/ 매나니/ 복숭아의 품격
입동/ 새살/ 바람의 언어
매화가 지는 까닭은
변명의 조각/ 찬탈의 날/ 바람의 껍질
휘파람새/ 무심천/ 매화가 지는 까닭은
폭풍이 지난 후/ 말똥가리/ 잎새 바람
샛강의 반란/ 괭이갈매기/ 생선구이 집
봄바람에/ 오래된 강/ 뿔/ 장마
양귀비/ 소슬바람인 그대/ 금 간 기둥
늙은 풍경/ 매듭/ 희망이란 알/ 몽환의 달
벚꽃 아래서/ 나는 보았네/ 바위에 앉아
내일/ 설마가 일어설 때/ 풍창파벽의 날
보리타작/ 고목/ 노을 비치는 창
여린 날/ 여름 고개/ 턴/ 어름사니
소금기둥/ 11월 중순쯤/ 걸신/ 숙살지기
봄/ 돈
창백한 말
피 흘리는 꿈/ 노거수/ 미로
왜바람 부는 날/ 손가락/ 공작새/ 비석
등불을 들고/ 늪/ 껍데기/ 구린내
쓸쓸함의 정의/ 싹/ 빈 병/ 불 꺼진 창
무서운 미소/ 섬세한 바람/ 달콤한 봄
달항아리/ 유성/ 녹두꽃/ 습작의 하소연
나비 발톱/ 가난한 겨울/ 무명천
무한 속의 당신/ 굼벵이/ 비눗방울/ 광야로
거머리/ 영산홍/ 고추 먹고 맴맴/ 망각초
현(絃)/ 불의 뼈/ 파리/ 기억의 덫
창백한 말/ 적셔지다/ 방구리
[발문] 소슬바람, 그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새벽/ 겨울나무/ 구름집/ 우물 이야기
재/ 하느님의 눈/ 발찌/ 새와 아이/ 꽃상여
빨간 차/ 흘러서/ 응달/ 가을 정변(政變)
별 사이에 두다/ 봄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여우비/ 샐비어/ 쪽지 편지/ 절대 신공
대숲 바람/ 썩은 이/ 하찮은 사랑/ 중절모 쓴 가을
자작나무/ 달무리/ 잔혹 동화/ 밤눈
흔들리는 둥지/ 나방/ 사월/ 장구 치는 여인
콩새/ 장미 한 다발/ 조등(弔燈)/ 부러진 말뚝
이사를 하고 싶소/ 불멸의 사랑/ 지저깨비
오이꽃/ 그/ 툰드라/ 달래꽃
남의 달덩이
달걀 한 판/ 오래된 병/ 꽃병/ 겨울 냄새
매구/ 황혼 이혼/ 눈 발자국/ 줄기
평상천하/ 하이에나/ 잎새/ 물고기
감자가 싹이 나서/ 보푸라기/ 마개/ 지렁이의 꿈
생선 칼/ 콩죽/ 달 밝은 밤/ 해후
노각/ 개울가에 앉아/ 보쌈집에서
굵은 소금/ 쥐불놀이/ 카멜레온의 눈/ 들창
살 파먹히기/ 불여우/ 엉겅퀴/ 미운 달
문/ 똥 막대기/ 쇠똥구리의 초상/ 자반
남의 달덩이/ 매나니/ 복숭아의 품격
입동/ 새살/ 바람의 언어
매화가 지는 까닭은
변명의 조각/ 찬탈의 날/ 바람의 껍질
휘파람새/ 무심천/ 매화가 지는 까닭은
폭풍이 지난 후/ 말똥가리/ 잎새 바람
샛강의 반란/ 괭이갈매기/ 생선구이 집
봄바람에/ 오래된 강/ 뿔/ 장마
양귀비/ 소슬바람인 그대/ 금 간 기둥
늙은 풍경/ 매듭/ 희망이란 알/ 몽환의 달
벚꽃 아래서/ 나는 보았네/ 바위에 앉아
내일/ 설마가 일어설 때/ 풍창파벽의 날
보리타작/ 고목/ 노을 비치는 창
여린 날/ 여름 고개/ 턴/ 어름사니
소금기둥/ 11월 중순쯤/ 걸신/ 숙살지기
봄/ 돈
창백한 말
피 흘리는 꿈/ 노거수/ 미로
왜바람 부는 날/ 손가락/ 공작새/ 비석
등불을 들고/ 늪/ 껍데기/ 구린내
쓸쓸함의 정의/ 싹/ 빈 병/ 불 꺼진 창
무서운 미소/ 섬세한 바람/ 달콤한 봄
달항아리/ 유성/ 녹두꽃/ 습작의 하소연
나비 발톱/ 가난한 겨울/ 무명천
무한 속의 당신/ 굼벵이/ 비눗방울/ 광야로
거머리/ 영산홍/ 고추 먹고 맴맴/ 망각초
현(絃)/ 불의 뼈/ 파리/ 기억의 덫
창백한 말/ 적셔지다/ 방구리
[발문] 소슬바람, 그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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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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