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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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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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과 벼랑 사이
오래된 것들에는 서늘한 어둠이 배어 있다. 대개 끝에 가까운 것부터 차례로 닳아가기에. 무릎 꿇기 직전의 늙은 노새 정강뼈(〈둑〉)처럼, 아무리 금 간 곳을 덧칠해보아도 끝내 허물어지고 말 오랜 벽(〈시작과 호사〉)처럼. 내일쯤 무서리 뽀얗게 뒤집어쓸 구절초 한 뭉치(〈잔인한 계절〉)처럼.
〈관계의 허기〉가 보여주는 정능소의 세계는 이처럼 허물어짐이 예비된 곳이며, 비정함 그리고 허망함을 도처에서 발견하는 잿빛 공간이다. '모든 것들이 바래지는 흐릿한 날' 쓰인 그의 시 안에서 죽음과 삶, 환희와 슬픔,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 또한 무너져 내린다.
생채기로 가득한 생을 이어가면서도, 시인의 시선은 결코 가시에 찔리는 아픔과 핏물이 배어든 상처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의 결기는 천길 벼랑 앞에서 더욱 빛난다.
중심을 잡자,
내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땅이 비틀리는 중이니까
벼랑과 벼랑 사이
아득해도
절묘한 줄타기로 쓰러지지 않으리
〈황반변성〉
'내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땅이 비틀리는 중'이라는 문장은 일종의 선언이다.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와중에도, 더는 견디지 못할 듯한 순간에도, 그는 한 발 더 내딛기를 선택한다. 철길이 끊어진 곳까지 죽어라 달려야 하는 기차처럼, 그는 끊긴 길 위에서 생을 이어 쓸 수밖에 없는 시인의 천명을 기꺼이 감수한다.
정능소의 시를 읽는 순간에도, 여전히, 우리는 생이라는 비정한 바퀴를 굴려야만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그 관계는 또 얼마나 허망한가. 말들은 홑겹 벽처럼 너무도 쉽게 부서져내리고, 떠도는 마음은 제때 수신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시는 이 메마른 세상에서 끝내 살아남을 것임을, 안다. 우리가 살아, 아직 신발이 필요한 지상에 머물러 있는 한은. 허물어지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끝내 말을 건네야 하는 한은.
오래된 것들에는 서늘한 어둠이 배어 있다. 대개 끝에 가까운 것부터 차례로 닳아가기에. 무릎 꿇기 직전의 늙은 노새 정강뼈(〈둑〉)처럼, 아무리 금 간 곳을 덧칠해보아도 끝내 허물어지고 말 오랜 벽(〈시작과 호사〉)처럼. 내일쯤 무서리 뽀얗게 뒤집어쓸 구절초 한 뭉치(〈잔인한 계절〉)처럼.
〈관계의 허기〉가 보여주는 정능소의 세계는 이처럼 허물어짐이 예비된 곳이며, 비정함 그리고 허망함을 도처에서 발견하는 잿빛 공간이다. '모든 것들이 바래지는 흐릿한 날' 쓰인 그의 시 안에서 죽음과 삶, 환희와 슬픔,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 또한 무너져 내린다.
생채기로 가득한 생을 이어가면서도, 시인의 시선은 결코 가시에 찔리는 아픔과 핏물이 배어든 상처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의 결기는 천길 벼랑 앞에서 더욱 빛난다.
중심을 잡자,
내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땅이 비틀리는 중이니까
벼랑과 벼랑 사이
아득해도
절묘한 줄타기로 쓰러지지 않으리
〈황반변성〉
'내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땅이 비틀리는 중'이라는 문장은 일종의 선언이다.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와중에도, 더는 견디지 못할 듯한 순간에도, 그는 한 발 더 내딛기를 선택한다. 철길이 끊어진 곳까지 죽어라 달려야 하는 기차처럼, 그는 끊긴 길 위에서 생을 이어 쓸 수밖에 없는 시인의 천명을 기꺼이 감수한다.
정능소의 시를 읽는 순간에도, 여전히, 우리는 생이라는 비정한 바퀴를 굴려야만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그 관계는 또 얼마나 허망한가. 말들은 홑겹 벽처럼 너무도 쉽게 부서져내리고, 떠도는 마음은 제때 수신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시는 이 메마른 세상에서 끝내 살아남을 것임을, 안다. 우리가 살아, 아직 신발이 필요한 지상에 머물러 있는 한은. 허물어지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끝내 말을 건네야 하는 한은.
목차
목차
시인의 말
꿈을 꾸다
구름 의자/ 여름에 내리는 눈/ 동고비/ 꿈을 꾸다
무생채/ 살아난 이미지/ 겨울 해변/ 심 봉사의 비애
별 총총한 밤에/ 겨울 국화/ 박제된 화양연화
집들이 초대장/ 싸리 울타리/ 가을 부고장
꿈꾸는 자/ 촛불, 타오르다/ 개울물 소리
풍경, 1970/ 동숙이/ 돈벌레/ 터
새해/ 가출/ 신의 바퀴/ 단주
종소리/ 황반 변성/ 객동(客冬) 맞이/ 바랜 사진
그 겨울의 악취/ 별아, 내 가슴에/ 목침의 기억
헌 것/ 난간에 나 홀로/ 대못/ 목련이 오는 길
한 송이의 전령/ 관계의 허기/ 흐린 날의 풍경/ 홍운탁월(烘雲托月)
배냇저고리
들녘 바람/ 사소한 날/ 난파선/ 가을 새
배냇저고리/ 이상한 나라 앨리스/ 알
벼랑과 벼랑 사이/ 건어물 가게/ 개복숭아
홀애비 나무/ 행장/ 올빼미/ 빗소리 궤적
명자야, 명자야/ 섬뜩한 칼날/ 쭉정이끼리
낙과/ 묵은 번데기/ 길몽 꾸는 밤/ 애옥살이
칡넝쿨/ 낭패란 골목에서/ 병어/ 해국
정거장/ 소돔의 서막/ 그림자의 뼈
마른 내/ 가시 숲/ 칼날 위에서/ 웅덩이 속 악마
깊은 못/ 여행의 정설/ 삭풍/ 방아깨비
된여울/ 잔인한 계절/ 소금쟁이/ 머리를 판 사내
기억이란 무덤
물 넘치던 날/ 풀 바람/ 깨진 종소리/ 황소
생각하는 나무/ 맥장꾼/ 마음속의 세상/ 헛간에서
묵은 이빨/ 별의 눈초리/ 까마귀 울음/ 소박한 소망
흩날리는 불티/ 자전거 도둑/ 향/ 소한
손돌이바람/ 귀신 탈/ 배꼽의 때/ 그해 여름
깃발/ 오일장 개암나무/ 백발의 날에/ 일그러진 얼굴
별빛 흐르는 밤/ 아귀 입/ 썩고 삭은 것/ 아기단풍
흠뻑 젖은 날/ 기품이란 가면/ 촉/ 마른벼락
기억이란 무덤/ 고비 사막/ 비늘
달랭이 진주 목걸이/ 모닥불 꺼진 후/ 두려움이란 손님
12월 달력/ 벼랑을 건너서
홀아비바람꽃
강의 노래/ 바람의 기억/ 까마귀 부리/ 동창회
디오게네스의 변론/ 군병들의 노래/ 바퀴 빠진 기차
고통의 끝/ 비정한 달/ 시작과 끝/ 섣달, 긴긴밤에
숨/ 불놀이/ 모락모락/ 슬픈 바다
잿빛 흐린 날/ 중환자실에서/ 모래 나신상
얼룩/ 똥파리의 꿈/ 물메기/ 폭풍 속에서
홀아비바람꽃/ 둑/ 갈대밭에서/ 장마
난쟁이 느릅나무/ 예번즉란/ 살모사
이끼 낀 우물/ 묵화/ 바위 어른/ 꽃무늬 이불
오래된 식탁/ 당나무/ 종합병원에서/ 빗소리
샹그릴라/ 겨울 모기/ 이징가미
[발문] 벼랑과 벼랑 사이
꿈을 꾸다
구름 의자/ 여름에 내리는 눈/ 동고비/ 꿈을 꾸다
무생채/ 살아난 이미지/ 겨울 해변/ 심 봉사의 비애
별 총총한 밤에/ 겨울 국화/ 박제된 화양연화
집들이 초대장/ 싸리 울타리/ 가을 부고장
꿈꾸는 자/ 촛불, 타오르다/ 개울물 소리
풍경, 1970/ 동숙이/ 돈벌레/ 터
새해/ 가출/ 신의 바퀴/ 단주
종소리/ 황반 변성/ 객동(客冬) 맞이/ 바랜 사진
그 겨울의 악취/ 별아, 내 가슴에/ 목침의 기억
헌 것/ 난간에 나 홀로/ 대못/ 목련이 오는 길
한 송이의 전령/ 관계의 허기/ 흐린 날의 풍경/ 홍운탁월(烘雲托月)
배냇저고리
들녘 바람/ 사소한 날/ 난파선/ 가을 새
배냇저고리/ 이상한 나라 앨리스/ 알
벼랑과 벼랑 사이/ 건어물 가게/ 개복숭아
홀애비 나무/ 행장/ 올빼미/ 빗소리 궤적
명자야, 명자야/ 섬뜩한 칼날/ 쭉정이끼리
낙과/ 묵은 번데기/ 길몽 꾸는 밤/ 애옥살이
칡넝쿨/ 낭패란 골목에서/ 병어/ 해국
정거장/ 소돔의 서막/ 그림자의 뼈
마른 내/ 가시 숲/ 칼날 위에서/ 웅덩이 속 악마
깊은 못/ 여행의 정설/ 삭풍/ 방아깨비
된여울/ 잔인한 계절/ 소금쟁이/ 머리를 판 사내
기억이란 무덤
물 넘치던 날/ 풀 바람/ 깨진 종소리/ 황소
생각하는 나무/ 맥장꾼/ 마음속의 세상/ 헛간에서
묵은 이빨/ 별의 눈초리/ 까마귀 울음/ 소박한 소망
흩날리는 불티/ 자전거 도둑/ 향/ 소한
손돌이바람/ 귀신 탈/ 배꼽의 때/ 그해 여름
깃발/ 오일장 개암나무/ 백발의 날에/ 일그러진 얼굴
별빛 흐르는 밤/ 아귀 입/ 썩고 삭은 것/ 아기단풍
흠뻑 젖은 날/ 기품이란 가면/ 촉/ 마른벼락
기억이란 무덤/ 고비 사막/ 비늘
달랭이 진주 목걸이/ 모닥불 꺼진 후/ 두려움이란 손님
12월 달력/ 벼랑을 건너서
홀아비바람꽃
강의 노래/ 바람의 기억/ 까마귀 부리/ 동창회
디오게네스의 변론/ 군병들의 노래/ 바퀴 빠진 기차
고통의 끝/ 비정한 달/ 시작과 끝/ 섣달, 긴긴밤에
숨/ 불놀이/ 모락모락/ 슬픈 바다
잿빛 흐린 날/ 중환자실에서/ 모래 나신상
얼룩/ 똥파리의 꿈/ 물메기/ 폭풍 속에서
홀아비바람꽃/ 둑/ 갈대밭에서/ 장마
난쟁이 느릅나무/ 예번즉란/ 살모사
이끼 낀 우물/ 묵화/ 바위 어른/ 꽃무늬 이불
오래된 식탁/ 당나무/ 종합병원에서/ 빗소리
샹그릴라/ 겨울 모기/ 이징가미
[발문] 벼랑과 벼랑 사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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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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