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개의 창문과 당신
Regular price
$18.88
Sale price
Regular price
Shipping calculated at checkout.
✈️
Estimated delivery date 예상 배송일
Standard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8-12 영업일
Express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6-8 영업일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마늘 냄새가 난다. 시골장에서 산 마늘 한 접을 까는 손끝, 소리도 없이 벗겨지는 껍질, 그 안에 아직 남아 있는 물기. 홍미경의 네 번째 산문은 이렇게 사소한 부엌의 풍경에서 시작해 '젊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까지 닿는다. 『열한 개의 창문과 당신』은 서른세 편의 산문을 세 개의 창으로 나누어 담은 책이다.
저자는 하루하루 스쳐 지나가는 장면 하나를 붙잡고 오래 바라본다. 건널목 앞에서 몸이 얼어붙었던 순간, 협상하듯 몸과 마음을 달래며 계단을 오르는 일, 사투리 한마디에 숨어 있는 서로 다른 삶의 사전, 십삼 년째 이어온 독서모임에서 배운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은 관계'까지. 소재는 달라지지만 그 아래 흐르는 질문은 하나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이 책의 매력은 평범한 장면에서 생각의 깊이를 길어 올리는 문장에 있다. 문 닫은 대장간의 그을린 벽 앞에서 저자는 '열정의 반대는 냉정이 아니라 기어이 남고 마는 검정'이라고 쓴다. 감정마저 기계가 대신 읽어 주는 드라마를 보며 '그 시계를 차고 있는 한, 그의 감정은 반은 그의 것이고 반은 기계의 것'이라고 말한다. 기찻길과 나란히 놓인 침목 앞에서는 '지워지지 않는 것은 말이 아니었다. 말하지 않아도 유지되었던 그 거리, 간격이었다.'고 쓴다. 과장하지 않은 문장인데 오래 남는다. 책을 읽을 때보다 책장을 덮은 뒤 일상의 어느 순간에 문득 다시 떠오르는 문장들이다. 가장 마음이 오래 머문 곳은 엄마 이야기였다. 만두를 빚으며 엄마는 "너무 오래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자다가 가면 제일 좋겠는데"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딸은 육백 년 된 팽나무 앞에서 오래전 엄마에게 자신이 뱉었던 날 선 말을 떠올린다. 저자는 관계를 크게 흔들어 보여주지 않는다. 조용히 바라보고, 그 안에 남은 마음을 독자가 스스로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 표제작 「열한 개의 창문과 당신」에 이르면 그동안 등장했던 '창문'의 의미가 비로소 하나로 모인다. 바라보는 일, 듣는 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이해하는 일, 그리고 누군가의 곁에 오래 서 있는 일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였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이제 마지막 창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 당신.
이 문장 앞에서 책장을 덮기 어렵다. 그 '당신'은 책을 읽는 나일 수도 있고, 내가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누군가일 수도 있다.
저자는 하루하루 스쳐 지나가는 장면 하나를 붙잡고 오래 바라본다. 건널목 앞에서 몸이 얼어붙었던 순간, 협상하듯 몸과 마음을 달래며 계단을 오르는 일, 사투리 한마디에 숨어 있는 서로 다른 삶의 사전, 십삼 년째 이어온 독서모임에서 배운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은 관계'까지. 소재는 달라지지만 그 아래 흐르는 질문은 하나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이 책의 매력은 평범한 장면에서 생각의 깊이를 길어 올리는 문장에 있다. 문 닫은 대장간의 그을린 벽 앞에서 저자는 '열정의 반대는 냉정이 아니라 기어이 남고 마는 검정'이라고 쓴다. 감정마저 기계가 대신 읽어 주는 드라마를 보며 '그 시계를 차고 있는 한, 그의 감정은 반은 그의 것이고 반은 기계의 것'이라고 말한다. 기찻길과 나란히 놓인 침목 앞에서는 '지워지지 않는 것은 말이 아니었다. 말하지 않아도 유지되었던 그 거리, 간격이었다.'고 쓴다. 과장하지 않은 문장인데 오래 남는다. 책을 읽을 때보다 책장을 덮은 뒤 일상의 어느 순간에 문득 다시 떠오르는 문장들이다. 가장 마음이 오래 머문 곳은 엄마 이야기였다. 만두를 빚으며 엄마는 "너무 오래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자다가 가면 제일 좋겠는데"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딸은 육백 년 된 팽나무 앞에서 오래전 엄마에게 자신이 뱉었던 날 선 말을 떠올린다. 저자는 관계를 크게 흔들어 보여주지 않는다. 조용히 바라보고, 그 안에 남은 마음을 독자가 스스로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 표제작 「열한 개의 창문과 당신」에 이르면 그동안 등장했던 '창문'의 의미가 비로소 하나로 모인다. 바라보는 일, 듣는 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이해하는 일, 그리고 누군가의 곁에 오래 서 있는 일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였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이제 마지막 창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 당신.
이 문장 앞에서 책장을 덮기 어렵다. 그 '당신'은 책을 읽는 나일 수도 있고, 내가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누군가일 수도 있다.
목차
목차
Ⅰ 마음에 낸 창
나의 델마는 어디로 갔을까
파판차
선함의 무례
오컴의 면도날
협상하는 중입니다
쓱, 소리도 없이
완성 & 검정
다정한 밤
현망간弦望間의 달
아니, 조금만 더
여전히 걷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Ⅱ 사이에 낸 창
곁 주기
1,435밀리미터
사백
적당히_지구도 살리고 우리도 살리는
깊은 귀
빗금
타인의 자리
One set
날 선 지우개
느린 얼굴
조우
Ⅲ 세상에 낸 창
9와 ¾
흙이 먼저 아는 봄
생각보다 오래 봄이었다
비를 건너온 빨간 자전거
바람 본 날
포효하지 않는 사자
항성
감정을 알려드립니다
종이의 끝에서
우리가 사라졌다
열한 개의 창문과 당신
나의 델마는 어디로 갔을까
파판차
선함의 무례
오컴의 면도날
협상하는 중입니다
쓱, 소리도 없이
완성 & 검정
다정한 밤
현망간弦望間의 달
아니, 조금만 더
여전히 걷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Ⅱ 사이에 낸 창
곁 주기
1,435밀리미터
사백
적당히_지구도 살리고 우리도 살리는
깊은 귀
빗금
타인의 자리
One set
날 선 지우개
느린 얼굴
조우
Ⅲ 세상에 낸 창
9와 ¾
흙이 먼저 아는 봄
생각보다 오래 봄이었다
비를 건너온 빨간 자전거
바람 본 날
포효하지 않는 사자
항성
감정을 알려드립니다
종이의 끝에서
우리가 사라졌다
열한 개의 창문과 당신
저자
저자
홍미경 - 수필집 『뭐, 어때』, 『잡(雜)』, 『일상을 낚는 재미』와 이야기책 『꼬불꼬불 이야기 길』을 썼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늘 저만치 앞서가고, 글은 그 뒤를 천천히 따라온다. 그 간격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간격이 나를 다시 창문 앞에 앉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한 줄의 문장을 기다리며, 천천히 삶을 쓰고 있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늘 저만치 앞서가고, 글은 그 뒤를 천천히 따라온다. 그 간격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간격이 나를 다시 창문 앞에 앉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한 줄의 문장을 기다리며, 천천히 삶을 쓰고 있다.
Payment & Security
Payment methods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