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핀 꽃
전대선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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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전대선의 수필집 『기다림 끝에 핀 꽃』은 삶의 가장 깊은 자리에서 건져 올린 정서와 기억을 바탕으로 쓰인 서정적 산문이자, 현대적 감수성과 전통적 삶의 가치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보기 드문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전작 이후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성찰을 바탕으로, 작가가 다시 한번 인생의 의미를 천천히 되짚고 기록한 결과물이다. 전체적으로는 '삶의 회고와 현재의 충만' '가족의 시간' '고향과 자연의 생명성'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 대한 감사' '돌봄과 사랑의 윤리' 등을 핵심 주제로 삼아 사람과 시간, 기억과 사물, 생과 사가 어떻게 인간의 내면에서 합류하는지를 세밀하게 탐구한다.
전대선의 글쓰기는 일상의 사소한 움직임에서 존재의 본질을 포착해 내는 데 탁월하다. 그의 글 속 문장들은 소란스럽지 않지만 깊게 스며들며, 특별한 장치나 의도된 감정의 과장이 아니라 담담한 시선과 성찰의 호흡으로 독자를 이끈다. 이러한 문체적 특징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 미덕이다. 그의 글은 눈에 띄는 미사여구보다는 일상적 표현의 소박함을 통해 울림을 창조하고, 작가 자신이 지나온 삶의 궤적과 그 안에서 마주한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주제와 정서의 흐름이 안정적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단순히 주제를 묶은 구성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다섯 개의 장은 '삶의 여정', '돌봄과 성장', '고향과 자연의 시간성', '사랑의 윤리', '인간적 연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상호 반향하는 구조를 이루며, 전대선이라는 한 인간이 걸어온 시간을 관통하는 사유의 지도를 제공한다. 이 서평에서는 각 장의 문학적 특성과 이론적 의미망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전대선의 수필이 지닌 가치와 현대 수필 문학에서의 위치를 조명하고자 한다.
들어가며
제1부 존재의 근원으로 향하는 질문: '어디쯤 가고 있을까'
첫 장에서 핵심이 되는 정서는 '돌봄의 시간'과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통찰'이다. 작가는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의 모습과 시들어가는 육체를 바라보며, 존재의 본질적인 유약함과 인생 후반의 덧없음을 깊은 마음으로 포착한다. 이때 그의 글은 단순한 회상을 넘어 '돌봄'을 수행하는 자의 내면적 상태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전대선의 글이 갖는 미덕은, 노모를 돌보는 과정이 '의무감'이나 '희생'이 아니라 '존재의 순환을 긍정하는 자연적 감수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머니가 아기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작가는 슬픔과 애틋함을 동시에 경험한다. 여기서 작가가 던지는 질문, "어디쯤 가고 있을까"는 단순히 어머니의 신체적 상태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삶의 끝자락에서 어디로 향하는가의 실존적 물음이다.
노년의 신체에 대한 서정적 관찰
작가가 묘사한 어머니는 더 이상 '과거의 어머니'가 아니다. 기억을 잃어가고, 눈빛은 흐려지고, 몸은 유약해지고, 언어는 사라져 간다. 이 묘사는 현대 수필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전대선의 문장에는 분명한 사실 묘사나 슬픔의 과장 대신 존재에 대한 섬세한 윤리적 배려가 담겨 있다.
어머니의 손톱이 갈라지고, 욕창을 막기 위해 체위를 바꾸고, 혈관을 찾지 못해 장딴지에 바늘이 꽂히는 장면들은 삶이 끝자락에서 얼마나 유약한 존재로 변화하는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그는 그 유약한 모습을 '아름다운 퇴행'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단순한 미화가 아니라, 생로병사의 구조 속에서 '돌아감'이라는 필연적 흐름을 인정하는 태도이며, 이는 동양적 생명관과 매우 유사한 정조다.
이별의 시간과 사유의 공간
작가는 어머니와 눈을 맞추는 잠깐의 순간을 통해 삶의 불가역적인 흐름을 실감한다. 순간의 눈빛은 희미한 빛임에도 불구하고 삶 전체를 요약하는 듯한 감정적 진동이 있다. 이 장면에서 수필은 단지 사실을 기록하는 문학이 아니라 "시간이 지닌 영혼의 층위"를 드러내는 문학으로 확장된다.
그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그 사랑을 다시 돌려주는 일을 인생의 자연스러운 '반환점'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순환적 구조는 이 수필집 전체의 핵심 사유를 이루는 주제다. 즉, 사랑이 돌고 돌아 완성되는 지점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신이 살아온 삶의 구조를 깨닫는다.
제2부 일상의 사물과 풍경에 새겨진 의미: '바늘로 그리는 그림'
2부에서는 삶을 함께해온 '집'과 '가족', 그리고 일상의 순간들이 중심 주제가 된다. 전대선은 일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삶의 다른 층위들을 열어 보인다. 예컨대 집을 묘사할 때 그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삶의 그릇'이자 '세대 간의 기억을 품은 장소'로 바라본다.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문체
전대선의 문장은 때로 사물을 사람처럼 다루고, 사람을 사물처럼 다루기도 한다. 이는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의 『공간의 시학』에서 설명하는 "집=인간 정신의 내면적 구조"라는 관점과 연결된다. 전대선은 집의 마루, 창문, 바람, 햇살, 장독대 등을 묘사하면서 사물이 갖는 '시간성(time-ness)'을 포착한다.
그에게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이 작동하는 심리적 장소이며 '나'와 '우리'를 연결하는 매개물이다. 이 관점은 작가의 수필이 단순한 회상의 글을 넘어 사물의 인문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기록문학으로 확장되는 지점을 보여 준다.
가족의 시간성을 기록하는 글쓰기
집과 가족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시간성과 얽힌다. 가족이 함께한 계절, 떠나간 사람의 흔적, 집에 남아 있는 잔향 같은 것들이 하나의 '기억의 서랍'을 열듯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특정 사건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기억의 감정적 진동을 기록한다.
이때 그의 글은 '기억의 문학'과 '감정의 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동한다. 전대선의 문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 것들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데 탁월하며, 이를 통해 수필이 지닌 근본적 기능-"잊혀가는 것들을 붙잡아 의미로 되살리는 힘"을 증명한다.
제3부 - 돌봄의 윤리, 가족의 윤리: '무보수 비서'
작가가 가족과 맺는 관계를 바탕으로 '돌봄(care)'에 대한 윤리적 사유를 전개한다. 특히 어머니와 자녀 세대를 연결하는 돌봄의 사슬은 가족과 사랑, 책임의 윤리에 관한 심층적 탐구를 가능하게 한다.
돌봄의 윤리학
현대 사회에서 가족 간 돌봄은 종종 부담과 의무로 여겨지지만, 전대선에게 돌봄은 '존재의 본래적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행위이다. 그가 "무보수 비서"라고 이름 붙인 글에서 드러나듯 돌봄은 경제적 보상을 상정하지 않는 순수한 행위이다.
실제로 발달한 돌봄 윤리 이론(캐럴 길리건, 넬 노딩스 등)은 돌봄을 인간관계의 근본적 원리로 본다. 전대선의 글은 이러한 윤리적 전통과 맞닿아 있으며, 그는 가족을 돌보는 일을 '삶의 본질을 깨닫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성장의 문학으로서의 수필
전대선의 수필은 자신과 주변 인물의 성장을 기록하는 '성장 서사(growth narrative)'의 성격도 갖는다. 특히 자녀가 성장해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은 삶의 연속성과 세대 간의 관계를 사색적으로 제시한다.
그의 글은 부모-자녀 관계의 역동성을 무겁지 않게,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풀어내며, 이를 통해 수필이 가진 '세대 간 감수성의 문학'이라는 성격이 잘 드러난다.
제4부 고향과 자연의 생명성: '안식의 끈, 고향집'
이 장은 전대선 수필의 중심 정서 중 하나를 구성한다. 고향 서천의 풍경과 그 자연이 지닌 생명력은 그의 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기억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이어진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적 사유
전대선의 자연 묘사는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니다. 자연은 작가에게 '시간의 목격자'이자 '내면의 거울'이다. 예를 들어 금강 하구언의 갈대, 서해의 바람, 봄의 새싹, 숲의 피톤치드 등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위로와 재생의 기호들이다.
자연이 인간을 치유한다는 주장은 심리학적·철학적 관점에서 이미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그의 글은 이러한 관점을 문학적으로 구체화한다. 자연은 작가에게 다시 태어나는 공간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를 되묻는 공간이기도 하다.
고향집의 상징성
고향집은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을 상징한다. 어머니가 있던 집, 유년의 시간, 오래된 담장, 텃밭의 나무와 풀들, 문을 여닫을 때 들리던 소리 등은 모두 작가의 기억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고향 서사가 작가의 수필을 더욱 문학적으로 만드는 요소이며, 이는 "장소의 정체성(place-identity)"을 강조한 현대 인문지리학이나 기억 연구와도 조응한다. 장소는 인간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전대선의 수필은 이러한 장소성과 정체성의 관계를 문학적으로 구현한다.
제5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흰 가운의 무게'
마지막 장은 작가의 직업적 경험, 즉 의료 현장에서 마주한 인간적 고통과 생명의 무게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의료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생명의 존엄성', '고통의 서사', '인간적 연대의 가능성' 등이 촘촘히 담겨 있다.
생명에 대한 통찰
의료인으로서 작가는 생명의 탄생과 마침을 모두 목격한다. 그는 의료 현장을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소'로 바라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의 문장은 단순한 경험담이 아니라 인간 실존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확장된다.
인간적 연대의 가능성
의료인과 환자의 관계는 단순한 전문적 관계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관계이다. 작가는 그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울림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환자의 고통, 가족의 걱정, 치료 과정의 긴장감 등은 단순한 사건으로 서술되지 않고, 인간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그려진다.
나가며; 인간의 시간을 기록하는 문학
전대선의 『기다림 끝에 핀 꽃』은 한 인간의 사적 기록을 넘어 현대 수필 문학이 지닌 근본적 가치를 재정의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책의 핵심 가치는 '기억과 사라짐의 문학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아 의미의 층위로 올려놓는 능력이 탁월하다. 돌봄의 윤리를 담은 문학으로써 인간 존재의 본질적 관계를 정직하게 기록했다. 또한, 자연과 장소의 문학으로 고향과 자연은 존재의 근원을 묻는 사유의 공간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 삶의 전체 구조를 비춰보는 통찰이 있다. 문인과 의료인의 시선으로 포착한 생명의 무게는 현대 수필에서 보기 드문 깊이를 보여 준다.'
전대선의 문장은 조용하고 담백하지만, 그 속에는 지혜, 사랑, 감사, 희망이라는 거대한 정서적 힘이 흐른다.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의 삶이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단단한지를 이해하는 일이며,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이유를 다시 확인하는 일이다.
『기다림 끝에 핀 꽃』은 독자에게 위로와 생각, 그리고 마음의 재생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삶의 의미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순간의 작은 빛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전대선의 글쓰기는 일상의 사소한 움직임에서 존재의 본질을 포착해 내는 데 탁월하다. 그의 글 속 문장들은 소란스럽지 않지만 깊게 스며들며, 특별한 장치나 의도된 감정의 과장이 아니라 담담한 시선과 성찰의 호흡으로 독자를 이끈다. 이러한 문체적 특징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 미덕이다. 그의 글은 눈에 띄는 미사여구보다는 일상적 표현의 소박함을 통해 울림을 창조하고, 작가 자신이 지나온 삶의 궤적과 그 안에서 마주한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주제와 정서의 흐름이 안정적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단순히 주제를 묶은 구성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다섯 개의 장은 '삶의 여정', '돌봄과 성장', '고향과 자연의 시간성', '사랑의 윤리', '인간적 연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상호 반향하는 구조를 이루며, 전대선이라는 한 인간이 걸어온 시간을 관통하는 사유의 지도를 제공한다. 이 서평에서는 각 장의 문학적 특성과 이론적 의미망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전대선의 수필이 지닌 가치와 현대 수필 문학에서의 위치를 조명하고자 한다.
들어가며
제1부 존재의 근원으로 향하는 질문: '어디쯤 가고 있을까'
첫 장에서 핵심이 되는 정서는 '돌봄의 시간'과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통찰'이다. 작가는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의 모습과 시들어가는 육체를 바라보며, 존재의 본질적인 유약함과 인생 후반의 덧없음을 깊은 마음으로 포착한다. 이때 그의 글은 단순한 회상을 넘어 '돌봄'을 수행하는 자의 내면적 상태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전대선의 글이 갖는 미덕은, 노모를 돌보는 과정이 '의무감'이나 '희생'이 아니라 '존재의 순환을 긍정하는 자연적 감수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머니가 아기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작가는 슬픔과 애틋함을 동시에 경험한다. 여기서 작가가 던지는 질문, "어디쯤 가고 있을까"는 단순히 어머니의 신체적 상태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삶의 끝자락에서 어디로 향하는가의 실존적 물음이다.
노년의 신체에 대한 서정적 관찰
작가가 묘사한 어머니는 더 이상 '과거의 어머니'가 아니다. 기억을 잃어가고, 눈빛은 흐려지고, 몸은 유약해지고, 언어는 사라져 간다. 이 묘사는 현대 수필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전대선의 문장에는 분명한 사실 묘사나 슬픔의 과장 대신 존재에 대한 섬세한 윤리적 배려가 담겨 있다.
어머니의 손톱이 갈라지고, 욕창을 막기 위해 체위를 바꾸고, 혈관을 찾지 못해 장딴지에 바늘이 꽂히는 장면들은 삶이 끝자락에서 얼마나 유약한 존재로 변화하는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그는 그 유약한 모습을 '아름다운 퇴행'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단순한 미화가 아니라, 생로병사의 구조 속에서 '돌아감'이라는 필연적 흐름을 인정하는 태도이며, 이는 동양적 생명관과 매우 유사한 정조다.
이별의 시간과 사유의 공간
작가는 어머니와 눈을 맞추는 잠깐의 순간을 통해 삶의 불가역적인 흐름을 실감한다. 순간의 눈빛은 희미한 빛임에도 불구하고 삶 전체를 요약하는 듯한 감정적 진동이 있다. 이 장면에서 수필은 단지 사실을 기록하는 문학이 아니라 "시간이 지닌 영혼의 층위"를 드러내는 문학으로 확장된다.
그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그 사랑을 다시 돌려주는 일을 인생의 자연스러운 '반환점'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순환적 구조는 이 수필집 전체의 핵심 사유를 이루는 주제다. 즉, 사랑이 돌고 돌아 완성되는 지점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신이 살아온 삶의 구조를 깨닫는다.
제2부 일상의 사물과 풍경에 새겨진 의미: '바늘로 그리는 그림'
2부에서는 삶을 함께해온 '집'과 '가족', 그리고 일상의 순간들이 중심 주제가 된다. 전대선은 일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삶의 다른 층위들을 열어 보인다. 예컨대 집을 묘사할 때 그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삶의 그릇'이자 '세대 간의 기억을 품은 장소'로 바라본다.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문체
전대선의 문장은 때로 사물을 사람처럼 다루고, 사람을 사물처럼 다루기도 한다. 이는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의 『공간의 시학』에서 설명하는 "집=인간 정신의 내면적 구조"라는 관점과 연결된다. 전대선은 집의 마루, 창문, 바람, 햇살, 장독대 등을 묘사하면서 사물이 갖는 '시간성(time-ness)'을 포착한다.
그에게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이 작동하는 심리적 장소이며 '나'와 '우리'를 연결하는 매개물이다. 이 관점은 작가의 수필이 단순한 회상의 글을 넘어 사물의 인문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기록문학으로 확장되는 지점을 보여 준다.
가족의 시간성을 기록하는 글쓰기
집과 가족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시간성과 얽힌다. 가족이 함께한 계절, 떠나간 사람의 흔적, 집에 남아 있는 잔향 같은 것들이 하나의 '기억의 서랍'을 열듯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특정 사건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기억의 감정적 진동을 기록한다.
이때 그의 글은 '기억의 문학'과 '감정의 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동한다. 전대선의 문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 것들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데 탁월하며, 이를 통해 수필이 지닌 근본적 기능-"잊혀가는 것들을 붙잡아 의미로 되살리는 힘"을 증명한다.
제3부 - 돌봄의 윤리, 가족의 윤리: '무보수 비서'
작가가 가족과 맺는 관계를 바탕으로 '돌봄(care)'에 대한 윤리적 사유를 전개한다. 특히 어머니와 자녀 세대를 연결하는 돌봄의 사슬은 가족과 사랑, 책임의 윤리에 관한 심층적 탐구를 가능하게 한다.
돌봄의 윤리학
현대 사회에서 가족 간 돌봄은 종종 부담과 의무로 여겨지지만, 전대선에게 돌봄은 '존재의 본래적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행위이다. 그가 "무보수 비서"라고 이름 붙인 글에서 드러나듯 돌봄은 경제적 보상을 상정하지 않는 순수한 행위이다.
실제로 발달한 돌봄 윤리 이론(캐럴 길리건, 넬 노딩스 등)은 돌봄을 인간관계의 근본적 원리로 본다. 전대선의 글은 이러한 윤리적 전통과 맞닿아 있으며, 그는 가족을 돌보는 일을 '삶의 본질을 깨닫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성장의 문학으로서의 수필
전대선의 수필은 자신과 주변 인물의 성장을 기록하는 '성장 서사(growth narrative)'의 성격도 갖는다. 특히 자녀가 성장해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은 삶의 연속성과 세대 간의 관계를 사색적으로 제시한다.
그의 글은 부모-자녀 관계의 역동성을 무겁지 않게,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풀어내며, 이를 통해 수필이 가진 '세대 간 감수성의 문학'이라는 성격이 잘 드러난다.
제4부 고향과 자연의 생명성: '안식의 끈, 고향집'
이 장은 전대선 수필의 중심 정서 중 하나를 구성한다. 고향 서천의 풍경과 그 자연이 지닌 생명력은 그의 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기억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이어진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적 사유
전대선의 자연 묘사는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니다. 자연은 작가에게 '시간의 목격자'이자 '내면의 거울'이다. 예를 들어 금강 하구언의 갈대, 서해의 바람, 봄의 새싹, 숲의 피톤치드 등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위로와 재생의 기호들이다.
자연이 인간을 치유한다는 주장은 심리학적·철학적 관점에서 이미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그의 글은 이러한 관점을 문학적으로 구체화한다. 자연은 작가에게 다시 태어나는 공간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를 되묻는 공간이기도 하다.
고향집의 상징성
고향집은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을 상징한다. 어머니가 있던 집, 유년의 시간, 오래된 담장, 텃밭의 나무와 풀들, 문을 여닫을 때 들리던 소리 등은 모두 작가의 기억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고향 서사가 작가의 수필을 더욱 문학적으로 만드는 요소이며, 이는 "장소의 정체성(place-identity)"을 강조한 현대 인문지리학이나 기억 연구와도 조응한다. 장소는 인간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전대선의 수필은 이러한 장소성과 정체성의 관계를 문학적으로 구현한다.
제5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흰 가운의 무게'
마지막 장은 작가의 직업적 경험, 즉 의료 현장에서 마주한 인간적 고통과 생명의 무게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의료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생명의 존엄성', '고통의 서사', '인간적 연대의 가능성' 등이 촘촘히 담겨 있다.
생명에 대한 통찰
의료인으로서 작가는 생명의 탄생과 마침을 모두 목격한다. 그는 의료 현장을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소'로 바라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의 문장은 단순한 경험담이 아니라 인간 실존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확장된다.
인간적 연대의 가능성
의료인과 환자의 관계는 단순한 전문적 관계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관계이다. 작가는 그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울림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환자의 고통, 가족의 걱정, 치료 과정의 긴장감 등은 단순한 사건으로 서술되지 않고, 인간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그려진다.
나가며; 인간의 시간을 기록하는 문학
전대선의 『기다림 끝에 핀 꽃』은 한 인간의 사적 기록을 넘어 현대 수필 문학이 지닌 근본적 가치를 재정의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책의 핵심 가치는 '기억과 사라짐의 문학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아 의미의 층위로 올려놓는 능력이 탁월하다. 돌봄의 윤리를 담은 문학으로써 인간 존재의 본질적 관계를 정직하게 기록했다. 또한, 자연과 장소의 문학으로 고향과 자연은 존재의 근원을 묻는 사유의 공간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 삶의 전체 구조를 비춰보는 통찰이 있다. 문인과 의료인의 시선으로 포착한 생명의 무게는 현대 수필에서 보기 드문 깊이를 보여 준다.'
전대선의 문장은 조용하고 담백하지만, 그 속에는 지혜, 사랑, 감사, 희망이라는 거대한 정서적 힘이 흐른다.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의 삶이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단단한지를 이해하는 일이며,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이유를 다시 확인하는 일이다.
『기다림 끝에 핀 꽃』은 독자에게 위로와 생각, 그리고 마음의 재생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삶의 의미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순간의 작은 빛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목차
목차
서문 | 지금, 이 순간이 선물이다·4
추천사 |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선물 받다 - 김정민·6
Ⅰ. 어디쯤 가고 있을까
어디쯤 가고 있을까·12
서천의 사계·17
내 안의 뜰·21
금강 하구언의 숨·26
옛길은 추억의 그리움이다·31
기다림 그리고 시작·36
때가 되면 피는 꽃·41
낯선 그녀·46
Ⅱ. 바늘로 그리는 그림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집·52
봄빛처럼 찬란한 나날·57
뭍에 오른 조각배·62
인생을 함께하는 집·67
다시, 수학여행처럼·72
이순이 손짓하는 즈음·78
바늘로 그리는 그림·83
어머니의 여름·88
Ⅲ. 무보수 비서
숲으로 간다·94
아름다운 이별·99
청년이 된 남자·103
둥지를 날다·107
어머니의 삼계죽·111
손님에서 가족으로·115
행복한 숙제·120
무보수 비서·125
Ⅳ. 안식의 끈, 고향 집
달콤한 정원·132
안녕, 숨터·136
안식의 끈, 고향 집·141
달 마중·146
멈춘 시계·152
해바라기 사랑·156
어둠이 짙을수록 달은 밝다·162
공포와 악몽이 지나간 자리·166
Ⅴ. 흰 가운의 무게
마당 넓은 집·172
번개를 치다·177
뿌리 깊은 나무·182
삶의 경계를 넘다·187
서림문학동인회와 나들이·191
아름다운 사람은 언제나 아름답다·195
흰 가운의 무게·199
한 여름날의 미열·204
서평 | 기다림 끝에 핀 꽃 - 장석영·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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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어디쯤 가고 있을까
어디쯤 가고 있을까·12
서천의 사계·17
내 안의 뜰·21
금강 하구언의 숨·26
옛길은 추억의 그리움이다·31
기다림 그리고 시작·36
때가 되면 피는 꽃·41
낯선 그녀·46
Ⅱ. 바늘로 그리는 그림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집·52
봄빛처럼 찬란한 나날·57
뭍에 오른 조각배·62
인생을 함께하는 집·67
다시, 수학여행처럼·72
이순이 손짓하는 즈음·78
바늘로 그리는 그림·83
어머니의 여름·88
Ⅲ. 무보수 비서
숲으로 간다·94
아름다운 이별·99
청년이 된 남자·103
둥지를 날다·107
어머니의 삼계죽·111
손님에서 가족으로·115
행복한 숙제·120
무보수 비서·125
Ⅳ. 안식의 끈, 고향 집
달콤한 정원·132
안녕, 숨터·136
안식의 끈, 고향 집·141
달 마중·146
멈춘 시계·152
해바라기 사랑·156
어둠이 짙을수록 달은 밝다·162
공포와 악몽이 지나간 자리·166
Ⅴ. 흰 가운의 무게
마당 넓은 집·172
번개를 치다·177
뿌리 깊은 나무·182
삶의 경계를 넘다·187
서림문학동인회와 나들이·191
아름다운 사람은 언제나 아름답다·195
흰 가운의 무게·199
한 여름날의 미열·204
서평 | 기다림 끝에 핀 꽃 - 장석영·210
저자
저자
전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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