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습니다(황금알 시인선 338)
신승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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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삶의 자리에서 건네는 한마디, 『괜찮습니다』
신승학 시집 『괜찮습니다』에는 반듯하게 정돈된 삶보다 여기저기 금이 가고 구겨진 삶이 더 많이 등장한다. 장사가 망하고, 직장을 잃고, 가족이 흩어지고, 늙고 병들고, 빚에 쫓기고, 요양원과 고시원과 보호관찰소와 인력사무실을 오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중심에서 한 발 비켜난 것처럼 보이지만, 신승학의 시는 바로 그들의 자리에서 오늘의 삶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바라본다.
표제작 「괜찮습니다」부터 역설적이다. 호프집을 정리한 뒤 아내는 집을 나가고, 자식들의 삶도 차례차례 흔들린다. 큰아들은 편의점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고, 큰딸은 대학을 그만두며, 둘째 아들은 사채업자의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도 벽에 걸린 가족사진 속 사람들은 환하게 웃고 있다. 제목의 '괜찮습니다'는 그래서 안온한 위로나 낙관이 아니다. 모든 것이 괜찮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괜찮지 않은 삶을 오늘도 견뎌야 하기에 자신에게 건네는 낮은 자세의 쓸쓸한 인사다. 시집을 채우는 공간도 특별하다. 요양원, 장례식장, 화장터, 소년원, 고시원, 공사장, 시장 골목, 허름한 원룸과 옥탑방 등이다. 「사각의 링」의 고시원에는 곰팡이가 벽지에 피고, 「눈물」의 화자는 떡볶이와 김밥으로 저녁을 때운 뒤 옥탑방에 눕는다. 「유산」에서는 화장된 어머니의 몸에서 나온 티타늄 조각 앞에서 생전에 다투었던 돈의 의미가 돌연 허망해진다. 이처럼 신승학은 거대한 관념보다 한 끼의 밥, 월세, 일자리, 병든 몸, 낡은 작업화 같은 구체적인 사물들을 통해 삶을 말한다.
그러나 『괜찮습니다』는 가난과 불행을 늘어놓는 시집이 아니다. 오히려 비극 가까이에서 뜻밖의 웃음을 길어 올리는 데 이 시집의 개성이 있다. 요양원의 노인, 실직한 노동자,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 이주노동자, 사찰의 처사와 스님들이 능청스러운 입말과 사투리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거칠지만, 그 웃음 뒤에는 인간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시선이 놓여 있다. 「오사마 녀석」에서는 파키스탄 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가 더위와 노동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결국 "먹고살자고 용쓰는 건 너나 나나 다름이 없는 일"이라는 생활의 평등에 도달한다.
특히 요양원을 다룬 작품들은 늙음과 돌봄을 미화하지 않는다. 몸의 쇠락, 배설, 기억의 혼란, 짜증과 외로움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의 마지막 체온을 찾아낸다. 「황금복」의 노인은 매일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고향 사람이라며 반가워한다. 기억은 흐려졌지만 반가워할 줄 아는 마음은 남아 있다. 『괜찮습니다』에서 시는 높은 곳에서 삶을 설명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일터와 골목과 병실로 내려가 그들과 같은 높이에서 바라본다. 그래서 이 시집의 '괜찮습니다'는 쉽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 아니다. 상처가 사라질 것이라고 약속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처 입은 채 밥을 먹고, 일자리를 찾고, 누군가를 돌보고, 한 번 더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삶은 자주 우리를 넘어뜨리지만 인간은 놀랍게도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생활을 시작한다. 신승학의 『괜찮습니다』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 시집이다. 눈물과 웃음, 죽음과 밥, 절망과 농담이 한 밥상에 둘러앉아 있는 시집. 그러므로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한마디는 화려하지 않다. 오늘도 살아냈다면, 그걸로 우선 괜찮습니다.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필)
신승학 시집 『괜찮습니다』에는 반듯하게 정돈된 삶보다 여기저기 금이 가고 구겨진 삶이 더 많이 등장한다. 장사가 망하고, 직장을 잃고, 가족이 흩어지고, 늙고 병들고, 빚에 쫓기고, 요양원과 고시원과 보호관찰소와 인력사무실을 오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중심에서 한 발 비켜난 것처럼 보이지만, 신승학의 시는 바로 그들의 자리에서 오늘의 삶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바라본다.
표제작 「괜찮습니다」부터 역설적이다. 호프집을 정리한 뒤 아내는 집을 나가고, 자식들의 삶도 차례차례 흔들린다. 큰아들은 편의점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고, 큰딸은 대학을 그만두며, 둘째 아들은 사채업자의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도 벽에 걸린 가족사진 속 사람들은 환하게 웃고 있다. 제목의 '괜찮습니다'는 그래서 안온한 위로나 낙관이 아니다. 모든 것이 괜찮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괜찮지 않은 삶을 오늘도 견뎌야 하기에 자신에게 건네는 낮은 자세의 쓸쓸한 인사다. 시집을 채우는 공간도 특별하다. 요양원, 장례식장, 화장터, 소년원, 고시원, 공사장, 시장 골목, 허름한 원룸과 옥탑방 등이다. 「사각의 링」의 고시원에는 곰팡이가 벽지에 피고, 「눈물」의 화자는 떡볶이와 김밥으로 저녁을 때운 뒤 옥탑방에 눕는다. 「유산」에서는 화장된 어머니의 몸에서 나온 티타늄 조각 앞에서 생전에 다투었던 돈의 의미가 돌연 허망해진다. 이처럼 신승학은 거대한 관념보다 한 끼의 밥, 월세, 일자리, 병든 몸, 낡은 작업화 같은 구체적인 사물들을 통해 삶을 말한다.
그러나 『괜찮습니다』는 가난과 불행을 늘어놓는 시집이 아니다. 오히려 비극 가까이에서 뜻밖의 웃음을 길어 올리는 데 이 시집의 개성이 있다. 요양원의 노인, 실직한 노동자,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 이주노동자, 사찰의 처사와 스님들이 능청스러운 입말과 사투리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거칠지만, 그 웃음 뒤에는 인간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시선이 놓여 있다. 「오사마 녀석」에서는 파키스탄 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가 더위와 노동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결국 "먹고살자고 용쓰는 건 너나 나나 다름이 없는 일"이라는 생활의 평등에 도달한다.
특히 요양원을 다룬 작품들은 늙음과 돌봄을 미화하지 않는다. 몸의 쇠락, 배설, 기억의 혼란, 짜증과 외로움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의 마지막 체온을 찾아낸다. 「황금복」의 노인은 매일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고향 사람이라며 반가워한다. 기억은 흐려졌지만 반가워할 줄 아는 마음은 남아 있다. 『괜찮습니다』에서 시는 높은 곳에서 삶을 설명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일터와 골목과 병실로 내려가 그들과 같은 높이에서 바라본다. 그래서 이 시집의 '괜찮습니다'는 쉽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 아니다. 상처가 사라질 것이라고 약속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처 입은 채 밥을 먹고, 일자리를 찾고, 누군가를 돌보고, 한 번 더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삶은 자주 우리를 넘어뜨리지만 인간은 놀랍게도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생활을 시작한다. 신승학의 『괜찮습니다』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 시집이다. 눈물과 웃음, 죽음과 밥, 절망과 농담이 한 밥상에 둘러앉아 있는 시집. 그러므로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한마디는 화려하지 않다. 오늘도 살아냈다면, 그걸로 우선 괜찮습니다.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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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도전과 인내로 찾은 가능성과 희망의 길
-신승학의 시 세계
권 온(문학평론가)
1. 사회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
필자는 이 글에서 독자 여러분에게 새로운 시인을 소개하고 싶다. 신승학은 널리 알려진 시인은 아니다. 그는 이번에 시집 『괜찮습니다』를 출간하였다. 시집의 서두에 배치된 '시인의 말'은 신승학을 파악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제공한다. 시인은 "모든 것을 낯설게 새롭게 바라보기"를 추구한다. 또한 그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글 쓰기"를 지향한다. 신승학에게 '글' 또는 '시'는 "어렵고 아득"한 대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에게 덜 부끄럽도록" "앞으로 걸음을 내딛고 싶다" 신승학에게 시는 성찰의 계기로서 작용하고, 성장과 발전의 촉매로서 작용한다.
시인의 시 세계를 규정하는 결정적인 대목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신승학은 사람들이 모여서 일상과 삶을 영위하는 사회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을 시적인 언어에 담아 형상화하였다. 특히 그는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었음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표현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동시에 바른 미래를 위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2. 언어, 삶, 경험, 세상으로서 시
신승학의 시는 단순한 언어의 결과물이 아니다. 그의 시는 언어이자 삶이며, 경험이자 세상이다. 시인은 시집의 제목으로서 "괜찮습니다"를 선택하였는데, 다음의 시는 시집 제목과 같은 표현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독자들로서는 이 시를 분석함으로써 신승학이 지향하는 시 세계의 핵심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스러지는 눈꽃처럼 호프집 정리하고
아내가 집을 나갔습니다
마음 추스를 겸 집 여기저기 손봤는데
천장에 다시 국화 무늬가 핍니다
신학대학 졸업반 큰아들이
편의점 밤샘 아르바이트를 선언합니다
대학 때려치운 큰딸은
문 잠그고 애완견만 쓰다듬습니다
강아지 오줌 지린 수험서 구겨져
쓰레기통 처박혀 하품합니다
아빠 호강 입에 달던 둘째 아들 녀석을
사채업자가 전화로 자녀교육 합니다
엊그저께는 막내 딸년
담배 속성과외 받고 어른 되었습니다
라면 한 봉지와 막대 커피 하나로
얼룩진 하루를 닦아냅니다
과꽃 같은 가족사진 액자
벽에 걸려 환하게 웃습니다
- 「괜찮습니다」 전문
이 시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내" "큰아들" "큰딸" "아빠" "둘째 아들 녀석" "막내 딸년" 등의 인물은 어떤 가족의 구성원으로 판단된다. '아들'과 '딸'에게 '아빠'인 남자는 동시에 '아내'에게는 '남편'이 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2명의 아들과 2명이 딸을 낳아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으나, '아빠'이자 '남편'으로서의 남자는 결국 "스러지는 눈꽃처럼 호프집 "을 "정리하고" 만다.
평화로운 가정이 파괴되기 시작한 시기는 경제적인 파탄과 무관하지 않다. 호프집을 닫음으로써 남편이 경제적인 능력을 상실하게 되자 "아내가 집을 나갔"고, "큰아들이/ 편의점 밤샘 아르바이트를 선언"하며, "큰딸은" "대학"을 "때려치운"다. 또한 "둘째 아들 녀석"은, "사채업자"에게서 "전화로 자녀교육"을 받고, "막내딸년"은 "담배 속성과외 받고 어른"이 되었다.
생계와 생존의 위기 속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정상적인 상황 또는 상태에서 이탈한다. 큰딸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육을 포기하고, 아내는 가출한다. 정규적인 일자리를 구할 여유를 잃은 큰아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둘째 아들은 빚의 개념을 강제적으로 알게 되며, 막내딸년은 이른 나이에 담배를 배우게 된다.
신승학의 이 시는 가정의 붕괴와 가족의 해체를 사실적으로 형상화한다. 우리는 이 작품의 가치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이 시의 제목이기도 한 "괜찮습니다"와 무관할 수 없을 테다. '괜찮다'라는 형용사는 탈이나 문제 또는 걱정이 되거나 꺼릴 것이 없음을 뜻한다. 또한 별로 나쁘지 않고 보통 이상의 상태를 의미한다. 가족이 흩어지고 가정이 무너지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시인은 독자들에게 '괜찮습니다'라는 곡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정성을 가득 품은 말로서의 '괜찮습니다'를 끝까지 간직해야 할 것이다.
죽었다
아파트 청소부 엄마를 패던
내가 수면제 스무 알 먹었다
'해 뜰 날' 편의점 영희 년이
나를 차버린 건 신의 한 수
앞날 짱짱하겠다
흔들리는 술 취한 내일
빚처럼 쌓인 손찌검 멈춘다
금고 털던 손모가지 화장된다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던 엄마
따끈따끈한 뼛가루를 선물 받고
주저앉아 찔끔거린다
미안하다 보호관찰 담당자야
시원하게 보호관찰 끝내고
오늘 밤 꿀잠 달려가라
눈 내린다
함박눈이 성탄절 전날처럼 안긴다
내 부고는 복음이다
- 「복음」 전문
신승학은 이 시에서 시적 화자 '나'에 주목한다. 이 작품을 이끄는 것은 '나'의 목소리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나'의 음성을 듣는 일은 쉽지 않다. '나'의 진술을 듣는 일이 괴로운 이유는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나'의 주위에서 깊은 관련성을 맺고 있는 사람들에는 "엄마"와 "영희 년"과 "보호관찰 담당자" 등이 있다.
'나'와 '엄마'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다. '나'는 "아파트 청소부 엄마를 패던", 나쁜 아들이었고, '엄마'는 '나'가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였다. "편의점"에서 인연을 맺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영희 년'은 "나를 차버"렸는데, '나'는 이것을 그녀의 입장에서 "신의 한 수"로서 평가한다.
'나'는 "술 취한" 사람이었고, "손찌검"하는 사람이었으며, "금고 털던" 사람이다. 어느 날 문제적인 인물로서의 "내가 수면제 스무 알 먹었다" '나'는 "화장"되고, "따끈따끈한 뼛가루를" 남겼으며, 이를 "부고"로서 알리게 되었다. '나'와 악연을 맺고 있던 사람들에게, '나'의 죽음은 어떻게 수용될까?
'나'의 폭행에 시달리던 '엄마'는 나쁜 아들의 죽음 앞에서 "주저앉아 찔끔거"림으로써, '나'를 향한 복잡한 심경을 피력한다. 또한 '나'를 "보호관찰"하느라 숙면을 취하기 힘들었던 '보호관찰 담당자'는 이제 '나'를 대상으로 하는 "보호관찰 끝내고" "꿀잠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의 시작은 "죽었다"이고, 마지막은 "내 부고는 복음이다"이다. 어두운 캐릭터로서의 '나'는 스스로의 죽음을 왜 '복음'으로서 규정하는가? '나'가 자신의 소멸을 '기쁜 소식'으로서 규정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을 향한 참회와 무관하지 않다. 자신의 잘못이나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나'를 통해서 우리는 어떤 성찰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시장 순대 골목 돌아가면
하노이 쌀국숫집 두 손 벌리는데요
하얀 아오자이 걸친 아잉안
까만 눈동자 깜빡거리죠
귀퉁이 닳은 메뉴판 뒤적거리다가
순두부 같은 다리 눈에 들어오면
얼굴 달아올라 쌀국수로 고개 돌려요
소고기 육수와 심심한 면발에
레몬 곁들인 아삭한 숙주나물이
전세방 말아먹고 시원하게 토낀 아내 같아
쩝쩝 씹다가 후루룩 마셔버리지요
호주머니 뒤적거려 금반지 내밀면
팔천 원 달라는 짧은 혓바닥
면발처럼 늘어나 사근사근할까요
문밖 루주 같은 장미 넝쿨이
커피숍 담장을 넘어가는 오후
골프장 일당을 일주일 펑펑 튀기면
우리나라 영자처럼 불러도 될까요
- 「금반지」 전문
신승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현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앞에서 살핀 시 「괜찮습니다」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기인한 가정의 붕괴를 다루었고, 시 「복음」에서는 문제적인 청년의 자살을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상화하였다.
시인은 이번 시 「금반지」에서 다문화 사회로서의 한국 사회에 주목한다. 이 시의 잠재적 화자가 집중하는 인물은 "아잉안"이다. '아잉안'은 "하노이 쌀국숫집"에서 "하얀 아오자이 걸친" 모습으로 시적 화자를 응대한다. 시적 화자에게는 "전세방 말아먹고 시원하게 토낀 아내"가 있다. 그는 이른바 '돌아온 싱글' 또는 '돌싱'인 셈이다. '돌싱'으로서의 남성인 그의 눈에 포착된 사람은 베트남 여성인 아잉안인 것이다.
시적 화자인 남성은 아잉안의 "까만 눈동자" "순두부 같은 다리" "짧은 혓바닥" 등을 관찰하면서 "얼굴 달아"오른다. 그는 사라진 아내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아내를 꿈꾸다가 베트남에서 온 아잉안을 발견한 것이다. 남성은 아잉안을 향해 "호주머니 뒤적거려 금반지 내밀"고 싶다. 남성은 외국에서 온 여성에게 "금반지"를 제공함으로써 그녀를 "우리나라 영자"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언젠가부터 한국 남자와 외국 여자가 서로 사귀거나 결혼에 이르는 경우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점점 다양해질 것이다. 다문화 사회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이 시는 이를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비쩍 마른 오사마 녀석
엊그저께 국민연금공단 연수원 산책길에서
귀가 따가운 예초기 돌리는데
더위에 이골이 났는지
자기만 살겠다고 그러는지
그늘 손짓해도 모른 척하더니만
성가신 십장 영감 자리를 비워
잡역부들 비지땀 훔치다가
물 마시자 사막여우처럼 다가왔죠
물 얻어 마시고 엎드려 뭐라 뭐라
쑤알라거리며 하늘 우러러봤지요
젠장! 연수원 청소 아줌마 눈총을
눈웃음으로 때우고 물 떠온 나는 모른 척
보이지 않는 알라신만 찾는 꼴이라니
맘 같아선 네 나라로 가라고 말하고 싶은데
아침부터 열사병 때문에 어질거리는 내게
가만히 포도당 소금을 건네는 것 아니겠어요
낼모레가 추석이지만 품새 보니 푹푹 찔 것 같은데
먹고살자고 용쓰는 건 너나 나나 다름이 없는 일이죠
녀석 자취방 찾아가 송편을 건네려고요
모래바람 날리는 알라든 달덩이 같은 조상님이든
국제적으로 기도하고 절을 해요
약발 받아 두빠따 두른 아가씨 소개해주면 땡큐죠
- 「오사마 녀석」 전문
다문화 사회로 이동 중인 한국 사회를 시적으로 형상화하려는 신승학의 노력은 이 시에서도 지속된다. 앞에서 점검한 시 「금반지」에 '베트남' 여성 "아잉안"이 등장했다면 이번 시 「오사마 녀석」에는 '파키스탄' 남성 "오사마"가 제시된다. 대한민국의 안정적인 유지, 발전을 위해서는 '베트남'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에서 이주한 인력들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시적 화자 '나'는 이 시에서 파키스탄에서 이주한 오사마를 "녀석" 또는 "너"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나'와 '너'는 "예초기 돌리는" "잡역부들"의 일원이었다. '나'의 입장에서 오사마는 얄미운 인물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물 떠온 나"를 "모른 척"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오사마의 관계는 갈등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오사마는 "아침부터 열사병 때문에 어질거리는 내게/ 가만히 포도당 소금을 건네"었고, '나'는 "녀석 자취방 찾아가 송편을 건네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오사마로부터 "두빠따 두른", 파키스탄 "아가씨"를 "소개"받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특히 "먹고살자고 용쓰는 건 너나 나나 다름이 없는 일이죠"라는 진술은 독자들이 다문화 사회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중략〉---
충주 남산 화장터 구내식당
식은 육개장에 밥 말아
돼지 수육 새우젓을 찍는다
마른오징어 씹는 허전한 입
귤껍질처럼 뒤끝 남은 유산을 뜯다가
짝이 맞지 않은 젓가락 분지른다
에누리 없는 한 시간 삼십 분
화구로 들어간 엄마
민달팽이처럼 꾸무럭거리더니
한 줌으로 끌려 나온다
티타늄 쇳조각 가리키는 분골사
가져가실 분 말해주세요
줄다리기했던 육백만 원과 달리
아무도 받지 않는다
엉치뼈 박혔던 눈물이 반짝거린다
- 「유산」 전문
신승학이 시집 『괜찮습니다』에서 추구하는 시 세계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사회 또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다채로운 인물들의 일상, 삶, 인생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삶은 불가피하게 죽음으로 귀결된다. 넓게 보면 죽음 역시 삶의 과정에 포함된다. 시 「유산」은 인생의 마지막 국면인 죽음을 다룬다. 곧 이 시에서 "화장터" "화구" "한 줌" "분골사" "엉치뼈" 등의 어휘는 "엄마"의 죽음을 암시한다.
'엄마'는 "충주 남산 화장터"에서 화장된 것으로 예상된다. 엄마가 화장되어서 '엉치뼈'와 '한 줌'이 되는 데에는 "에누리 없는 한 시간 삼십 분"이 걸렸을 테다. 70년, 80년, 90년의 인생이 몇 조각의 뼈와 재로 변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고작 90분 정도일 뿐이다.
이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단어에는 "티타늄 쇳조각"이 있다. '티타늄 쇳조각'은 엄마의 원활한 활동을 돕는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육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였을 티타늄 쇳조각을 "가져가실 분"은 아무도 없었다. 신승학은 "아무도 받지 않는", 티타늄 쇳조각을 "엉치뼈 박혔던 눈물"로서 규정한다. "반짝거"리는 티타늄 쇳조각은 엄마가 남긴 "유산"이다. 우리는 이 시를 읽으며,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가 남겨야 할 유산은 무엇인가?
3. 도전과 인내로 찾은 가능성과 희망의 길
필자는 이 글에서 신승학의 시집 『괜찮습니다』를 다양한 각도에서 점검하였다. 우리는 시인의 시들을 살피면서, 우리가 머물고 있는 사회와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고, 여러 인물들이 펼치는 삶과 일상과 죽음 등에 대해서도 넓고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이번 시집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다문화 사회와 연결된다. 「금반지」 「오사마 녀석」 「태풍」 등의 시들을 읽음으로써, 독자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베트남, 파키스탄 등의 국가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인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신승학은 한국 사회에 유입된 외국인들의 삶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리 사회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겪는 어두운 지점 역시 함께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승학이 전개하는 시 세계의 중심에는 무엇이 위치할까? 필자는 시인의 시들을 보면서, 삶을 향한 태도나 자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밥줄"을 중시하고,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다. 신승학은 "걸리적거리는 세상을" "슬슬 넘어가"기 위해서 "불편도 절망도" "그럭저럭 견딜 수"있음을 입증하였다. 이는 진정성과 긍정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 시집의 표제시인 「괜찮습니다」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필자는 신승학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어휘로서 '도전'과 '인내'를 선택하고 싶다.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은 도전challenge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당신 스스로 도전하라; 그것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길이다Challenge yourself; it's the only path which leads to growth." 또한 플라우투스Plautus는 인내patience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인내는 모든 문제에 대한 최고의 해결책이다Patience is the best remedy for every trouble."
우리는 신승학의 시집 『괜찮습니다』를 읽으며 도전과 인내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삶이 처한 현실이 어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독자들은 시인이 제안한 도전과 인내의 가능성을 믿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도전함으로써 한 걸음 더 전진하는 성장의 길을 찾을 수 있고, 인내함으로써 힘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시의 새로운 개성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신승학의 시 세계
권 온(문학평론가)
1. 사회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
필자는 이 글에서 독자 여러분에게 새로운 시인을 소개하고 싶다. 신승학은 널리 알려진 시인은 아니다. 그는 이번에 시집 『괜찮습니다』를 출간하였다. 시집의 서두에 배치된 '시인의 말'은 신승학을 파악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제공한다. 시인은 "모든 것을 낯설게 새롭게 바라보기"를 추구한다. 또한 그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글 쓰기"를 지향한다. 신승학에게 '글' 또는 '시'는 "어렵고 아득"한 대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에게 덜 부끄럽도록" "앞으로 걸음을 내딛고 싶다" 신승학에게 시는 성찰의 계기로서 작용하고, 성장과 발전의 촉매로서 작용한다.
시인의 시 세계를 규정하는 결정적인 대목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신승학은 사람들이 모여서 일상과 삶을 영위하는 사회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을 시적인 언어에 담아 형상화하였다. 특히 그는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었음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표현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동시에 바른 미래를 위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2. 언어, 삶, 경험, 세상으로서 시
신승학의 시는 단순한 언어의 결과물이 아니다. 그의 시는 언어이자 삶이며, 경험이자 세상이다. 시인은 시집의 제목으로서 "괜찮습니다"를 선택하였는데, 다음의 시는 시집 제목과 같은 표현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독자들로서는 이 시를 분석함으로써 신승학이 지향하는 시 세계의 핵심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스러지는 눈꽃처럼 호프집 정리하고
아내가 집을 나갔습니다
마음 추스를 겸 집 여기저기 손봤는데
천장에 다시 국화 무늬가 핍니다
신학대학 졸업반 큰아들이
편의점 밤샘 아르바이트를 선언합니다
대학 때려치운 큰딸은
문 잠그고 애완견만 쓰다듬습니다
강아지 오줌 지린 수험서 구겨져
쓰레기통 처박혀 하품합니다
아빠 호강 입에 달던 둘째 아들 녀석을
사채업자가 전화로 자녀교육 합니다
엊그저께는 막내 딸년
담배 속성과외 받고 어른 되었습니다
라면 한 봉지와 막대 커피 하나로
얼룩진 하루를 닦아냅니다
과꽃 같은 가족사진 액자
벽에 걸려 환하게 웃습니다
- 「괜찮습니다」 전문
이 시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내" "큰아들" "큰딸" "아빠" "둘째 아들 녀석" "막내 딸년" 등의 인물은 어떤 가족의 구성원으로 판단된다. '아들'과 '딸'에게 '아빠'인 남자는 동시에 '아내'에게는 '남편'이 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2명의 아들과 2명이 딸을 낳아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으나, '아빠'이자 '남편'으로서의 남자는 결국 "스러지는 눈꽃처럼 호프집 "을 "정리하고" 만다.
평화로운 가정이 파괴되기 시작한 시기는 경제적인 파탄과 무관하지 않다. 호프집을 닫음으로써 남편이 경제적인 능력을 상실하게 되자 "아내가 집을 나갔"고, "큰아들이/ 편의점 밤샘 아르바이트를 선언"하며, "큰딸은" "대학"을 "때려치운"다. 또한 "둘째 아들 녀석"은, "사채업자"에게서 "전화로 자녀교육"을 받고, "막내딸년"은 "담배 속성과외 받고 어른"이 되었다.
생계와 생존의 위기 속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정상적인 상황 또는 상태에서 이탈한다. 큰딸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육을 포기하고, 아내는 가출한다. 정규적인 일자리를 구할 여유를 잃은 큰아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둘째 아들은 빚의 개념을 강제적으로 알게 되며, 막내딸년은 이른 나이에 담배를 배우게 된다.
신승학의 이 시는 가정의 붕괴와 가족의 해체를 사실적으로 형상화한다. 우리는 이 작품의 가치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이 시의 제목이기도 한 "괜찮습니다"와 무관할 수 없을 테다. '괜찮다'라는 형용사는 탈이나 문제 또는 걱정이 되거나 꺼릴 것이 없음을 뜻한다. 또한 별로 나쁘지 않고 보통 이상의 상태를 의미한다. 가족이 흩어지고 가정이 무너지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시인은 독자들에게 '괜찮습니다'라는 곡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정성을 가득 품은 말로서의 '괜찮습니다'를 끝까지 간직해야 할 것이다.
죽었다
아파트 청소부 엄마를 패던
내가 수면제 스무 알 먹었다
'해 뜰 날' 편의점 영희 년이
나를 차버린 건 신의 한 수
앞날 짱짱하겠다
흔들리는 술 취한 내일
빚처럼 쌓인 손찌검 멈춘다
금고 털던 손모가지 화장된다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던 엄마
따끈따끈한 뼛가루를 선물 받고
주저앉아 찔끔거린다
미안하다 보호관찰 담당자야
시원하게 보호관찰 끝내고
오늘 밤 꿀잠 달려가라
눈 내린다
함박눈이 성탄절 전날처럼 안긴다
내 부고는 복음이다
- 「복음」 전문
신승학은 이 시에서 시적 화자 '나'에 주목한다. 이 작품을 이끄는 것은 '나'의 목소리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나'의 음성을 듣는 일은 쉽지 않다. '나'의 진술을 듣는 일이 괴로운 이유는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나'의 주위에서 깊은 관련성을 맺고 있는 사람들에는 "엄마"와 "영희 년"과 "보호관찰 담당자" 등이 있다.
'나'와 '엄마'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다. '나'는 "아파트 청소부 엄마를 패던", 나쁜 아들이었고, '엄마'는 '나'가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였다. "편의점"에서 인연을 맺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영희 년'은 "나를 차버"렸는데, '나'는 이것을 그녀의 입장에서 "신의 한 수"로서 평가한다.
'나'는 "술 취한" 사람이었고, "손찌검"하는 사람이었으며, "금고 털던" 사람이다. 어느 날 문제적인 인물로서의 "내가 수면제 스무 알 먹었다" '나'는 "화장"되고, "따끈따끈한 뼛가루를" 남겼으며, 이를 "부고"로서 알리게 되었다. '나'와 악연을 맺고 있던 사람들에게, '나'의 죽음은 어떻게 수용될까?
'나'의 폭행에 시달리던 '엄마'는 나쁜 아들의 죽음 앞에서 "주저앉아 찔끔거"림으로써, '나'를 향한 복잡한 심경을 피력한다. 또한 '나'를 "보호관찰"하느라 숙면을 취하기 힘들었던 '보호관찰 담당자'는 이제 '나'를 대상으로 하는 "보호관찰 끝내고" "꿀잠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의 시작은 "죽었다"이고, 마지막은 "내 부고는 복음이다"이다. 어두운 캐릭터로서의 '나'는 스스로의 죽음을 왜 '복음'으로서 규정하는가? '나'가 자신의 소멸을 '기쁜 소식'으로서 규정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을 향한 참회와 무관하지 않다. 자신의 잘못이나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나'를 통해서 우리는 어떤 성찰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시장 순대 골목 돌아가면
하노이 쌀국숫집 두 손 벌리는데요
하얀 아오자이 걸친 아잉안
까만 눈동자 깜빡거리죠
귀퉁이 닳은 메뉴판 뒤적거리다가
순두부 같은 다리 눈에 들어오면
얼굴 달아올라 쌀국수로 고개 돌려요
소고기 육수와 심심한 면발에
레몬 곁들인 아삭한 숙주나물이
전세방 말아먹고 시원하게 토낀 아내 같아
쩝쩝 씹다가 후루룩 마셔버리지요
호주머니 뒤적거려 금반지 내밀면
팔천 원 달라는 짧은 혓바닥
면발처럼 늘어나 사근사근할까요
문밖 루주 같은 장미 넝쿨이
커피숍 담장을 넘어가는 오후
골프장 일당을 일주일 펑펑 튀기면
우리나라 영자처럼 불러도 될까요
- 「금반지」 전문
신승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현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앞에서 살핀 시 「괜찮습니다」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기인한 가정의 붕괴를 다루었고, 시 「복음」에서는 문제적인 청년의 자살을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상화하였다.
시인은 이번 시 「금반지」에서 다문화 사회로서의 한국 사회에 주목한다. 이 시의 잠재적 화자가 집중하는 인물은 "아잉안"이다. '아잉안'은 "하노이 쌀국숫집"에서 "하얀 아오자이 걸친" 모습으로 시적 화자를 응대한다. 시적 화자에게는 "전세방 말아먹고 시원하게 토낀 아내"가 있다. 그는 이른바 '돌아온 싱글' 또는 '돌싱'인 셈이다. '돌싱'으로서의 남성인 그의 눈에 포착된 사람은 베트남 여성인 아잉안인 것이다.
시적 화자인 남성은 아잉안의 "까만 눈동자" "순두부 같은 다리" "짧은 혓바닥" 등을 관찰하면서 "얼굴 달아"오른다. 그는 사라진 아내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아내를 꿈꾸다가 베트남에서 온 아잉안을 발견한 것이다. 남성은 아잉안을 향해 "호주머니 뒤적거려 금반지 내밀"고 싶다. 남성은 외국에서 온 여성에게 "금반지"를 제공함으로써 그녀를 "우리나라 영자"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언젠가부터 한국 남자와 외국 여자가 서로 사귀거나 결혼에 이르는 경우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점점 다양해질 것이다. 다문화 사회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이 시는 이를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비쩍 마른 오사마 녀석
엊그저께 국민연금공단 연수원 산책길에서
귀가 따가운 예초기 돌리는데
더위에 이골이 났는지
자기만 살겠다고 그러는지
그늘 손짓해도 모른 척하더니만
성가신 십장 영감 자리를 비워
잡역부들 비지땀 훔치다가
물 마시자 사막여우처럼 다가왔죠
물 얻어 마시고 엎드려 뭐라 뭐라
쑤알라거리며 하늘 우러러봤지요
젠장! 연수원 청소 아줌마 눈총을
눈웃음으로 때우고 물 떠온 나는 모른 척
보이지 않는 알라신만 찾는 꼴이라니
맘 같아선 네 나라로 가라고 말하고 싶은데
아침부터 열사병 때문에 어질거리는 내게
가만히 포도당 소금을 건네는 것 아니겠어요
낼모레가 추석이지만 품새 보니 푹푹 찔 것 같은데
먹고살자고 용쓰는 건 너나 나나 다름이 없는 일이죠
녀석 자취방 찾아가 송편을 건네려고요
모래바람 날리는 알라든 달덩이 같은 조상님이든
국제적으로 기도하고 절을 해요
약발 받아 두빠따 두른 아가씨 소개해주면 땡큐죠
- 「오사마 녀석」 전문
다문화 사회로 이동 중인 한국 사회를 시적으로 형상화하려는 신승학의 노력은 이 시에서도 지속된다. 앞에서 점검한 시 「금반지」에 '베트남' 여성 "아잉안"이 등장했다면 이번 시 「오사마 녀석」에는 '파키스탄' 남성 "오사마"가 제시된다. 대한민국의 안정적인 유지, 발전을 위해서는 '베트남'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에서 이주한 인력들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시적 화자 '나'는 이 시에서 파키스탄에서 이주한 오사마를 "녀석" 또는 "너"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나'와 '너'는 "예초기 돌리는" "잡역부들"의 일원이었다. '나'의 입장에서 오사마는 얄미운 인물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물 떠온 나"를 "모른 척"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오사마의 관계는 갈등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오사마는 "아침부터 열사병 때문에 어질거리는 내게/ 가만히 포도당 소금을 건네"었고, '나'는 "녀석 자취방 찾아가 송편을 건네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오사마로부터 "두빠따 두른", 파키스탄 "아가씨"를 "소개"받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특히 "먹고살자고 용쓰는 건 너나 나나 다름이 없는 일이죠"라는 진술은 독자들이 다문화 사회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중략〉---
충주 남산 화장터 구내식당
식은 육개장에 밥 말아
돼지 수육 새우젓을 찍는다
마른오징어 씹는 허전한 입
귤껍질처럼 뒤끝 남은 유산을 뜯다가
짝이 맞지 않은 젓가락 분지른다
에누리 없는 한 시간 삼십 분
화구로 들어간 엄마
민달팽이처럼 꾸무럭거리더니
한 줌으로 끌려 나온다
티타늄 쇳조각 가리키는 분골사
가져가실 분 말해주세요
줄다리기했던 육백만 원과 달리
아무도 받지 않는다
엉치뼈 박혔던 눈물이 반짝거린다
- 「유산」 전문
신승학이 시집 『괜찮습니다』에서 추구하는 시 세계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사회 또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다채로운 인물들의 일상, 삶, 인생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삶은 불가피하게 죽음으로 귀결된다. 넓게 보면 죽음 역시 삶의 과정에 포함된다. 시 「유산」은 인생의 마지막 국면인 죽음을 다룬다. 곧 이 시에서 "화장터" "화구" "한 줌" "분골사" "엉치뼈" 등의 어휘는 "엄마"의 죽음을 암시한다.
'엄마'는 "충주 남산 화장터"에서 화장된 것으로 예상된다. 엄마가 화장되어서 '엉치뼈'와 '한 줌'이 되는 데에는 "에누리 없는 한 시간 삼십 분"이 걸렸을 테다. 70년, 80년, 90년의 인생이 몇 조각의 뼈와 재로 변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고작 90분 정도일 뿐이다.
이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단어에는 "티타늄 쇳조각"이 있다. '티타늄 쇳조각'은 엄마의 원활한 활동을 돕는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육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였을 티타늄 쇳조각을 "가져가실 분"은 아무도 없었다. 신승학은 "아무도 받지 않는", 티타늄 쇳조각을 "엉치뼈 박혔던 눈물"로서 규정한다. "반짝거"리는 티타늄 쇳조각은 엄마가 남긴 "유산"이다. 우리는 이 시를 읽으며,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가 남겨야 할 유산은 무엇인가?
3. 도전과 인내로 찾은 가능성과 희망의 길
필자는 이 글에서 신승학의 시집 『괜찮습니다』를 다양한 각도에서 점검하였다. 우리는 시인의 시들을 살피면서, 우리가 머물고 있는 사회와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고, 여러 인물들이 펼치는 삶과 일상과 죽음 등에 대해서도 넓고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이번 시집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다문화 사회와 연결된다. 「금반지」 「오사마 녀석」 「태풍」 등의 시들을 읽음으로써, 독자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베트남, 파키스탄 등의 국가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인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신승학은 한국 사회에 유입된 외국인들의 삶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리 사회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겪는 어두운 지점 역시 함께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승학이 전개하는 시 세계의 중심에는 무엇이 위치할까? 필자는 시인의 시들을 보면서, 삶을 향한 태도나 자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밥줄"을 중시하고,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다. 신승학은 "걸리적거리는 세상을" "슬슬 넘어가"기 위해서 "불편도 절망도" "그럭저럭 견딜 수"있음을 입증하였다. 이는 진정성과 긍정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 시집의 표제시인 「괜찮습니다」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필자는 신승학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어휘로서 '도전'과 '인내'를 선택하고 싶다.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은 도전challenge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당신 스스로 도전하라; 그것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길이다Challenge yourself; it's the only path which leads to growth." 또한 플라우투스Plautus는 인내patience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인내는 모든 문제에 대한 최고의 해결책이다Patience is the best remedy for every trouble."
우리는 신승학의 시집 『괜찮습니다』를 읽으며 도전과 인내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삶이 처한 현실이 어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독자들은 시인이 제안한 도전과 인내의 가능성을 믿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도전함으로써 한 걸음 더 전진하는 성장의 길을 찾을 수 있고, 인내함으로써 힘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시의 새로운 개성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목차
목차
1부
괜찮습니다·12
눈은 내리고·13
노년·14
달·15
신흥여인숙·16
노아 요양원·17
마스크·18
하얀 밤·19
복음·20
산 기도·22
넋 건지기·23
묵사발·24
흑백 풍경·26
당신 어디로 가야 하나·27
두근거리는 투항·28
값비싼 동정·29
한눈에·30
2부
꽃길·32
별난 포옹·33
그리운 황금알·34
딱따구리·35
공손한 요양보호사·36
팔랑귀·38
커피 마시는 목련·39
증거·40
블랙홀·41
동행·42
금반지·43
장단·44
오사마 녀석·46
악어의 찐 눈물·48
니야옹 여사·49
충인 금은방 황 노인·50
수제비·52
삐딱선·53
3부
늙은 산수유·56
한주 스님·58
넘사벽·60
밥값·61
태풍·62
풍선인형·63
뿔다구·64
지압 슬리퍼·66
빈틈없는 구멍·68
새빨간 악어새·70
악수·72
손 거두고·73
눈길·74
빈손·75
사각의 링·76
오발탄·77
오야지·78
죽어가는데 1 - 벽창호·80
4부
조기 세 마리·82
길·83
사냥·84
햇살·85
황금복·86
눈물·87
도로 아미타불·88
좌충우돌·90
희극·92
칼·93
기약·94
개 복숭아·95
아수라 백작·96
유산·98
이방인·99
쟁탈전·100
파묘·102
해설 | 권온_도전과 인내로 찾은 가능성과 희망의 길·103
괜찮습니다·12
눈은 내리고·13
노년·14
달·15
신흥여인숙·16
노아 요양원·17
마스크·18
하얀 밤·19
복음·20
산 기도·22
넋 건지기·23
묵사발·24
흑백 풍경·26
당신 어디로 가야 하나·27
두근거리는 투항·28
값비싼 동정·29
한눈에·30
2부
꽃길·32
별난 포옹·33
그리운 황금알·34
딱따구리·35
공손한 요양보호사·36
팔랑귀·38
커피 마시는 목련·39
증거·40
블랙홀·41
동행·42
금반지·43
장단·44
오사마 녀석·46
악어의 찐 눈물·48
니야옹 여사·49
충인 금은방 황 노인·50
수제비·52
삐딱선·53
3부
늙은 산수유·56
한주 스님·58
넘사벽·60
밥값·61
태풍·62
풍선인형·63
뿔다구·64
지압 슬리퍼·66
빈틈없는 구멍·68
새빨간 악어새·70
악수·72
손 거두고·73
눈길·74
빈손·75
사각의 링·76
오발탄·77
오야지·78
죽어가는데 1 - 벽창호·80
4부
조기 세 마리·82
길·83
사냥·84
햇살·85
황금복·86
눈물·87
도로 아미타불·88
좌충우돌·90
희극·92
칼·93
기약·94
개 복숭아·95
아수라 백작·96
유산·98
이방인·99
쟁탈전·100
파묘·102
해설 | 권온_도전과 인내로 찾은 가능성과 희망의 길·103
저자
저자
신승학 1969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청주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2025년 『문학나무』로 등단했습니다. 법무부 서기관으로 명예퇴직하고 2023년 충주중원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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