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치마가 빛났다
안미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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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논픽션과 픽션을 통해 다양한 소수자들의 삶을 기록해온 안미선 작가의 신작 에세이. 여성 작가로서 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장했는지에 대한 책으로,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옷인 ‘치마’라는 오브제를 통해 여성의 몸이 어떻게 구축되고 돌봄의 연결망 속에서 확립되는지 그 과정을 다룬다. 몸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여성 작가로서의 주체성 형성, 성 역할과의 갈등, 돌봄의 경험 등이 삶을 이루는 바탕인 동시에 끊임없는 갈등의 과정이었음을 털어놓는다. 어머니와의 애증과 갈등, 출산과 양육, 모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내밀하고 진솔한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이는 중년이 된 한 페미니스트가 자신만의 소녀를 찾아 마주하고 대면하는 특별한 과정이기도 하고, 현재의 시간을 긍정하기 위해 떠나는 시간여행이기도 하다. 그 여정에서 우리는 사라진 돌봄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다. 작가는 우리의 삶 혹은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저평가된 돌봄노동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그와 관련해 여성들이 수행해온 역할을 재평가하는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준다. 설령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돌봄노동을 통해 성장한 존재들로, 독자들 역시 공통된 체험을 반추하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년이 된 한 페미니스트가 자신만의 소녀를 찾아 마주하고 대면하는 특별한 과정이기도 하고, 현재의 시간을 긍정하기 위해 떠나는 시간여행이기도 하다. 그 여정에서 우리는 사라진 돌봄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다. 작가는 우리의 삶 혹은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저평가된 돌봄노동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그와 관련해 여성들이 수행해온 역할을 재평가하는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준다. 설령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돌봄노동을 통해 성장한 존재들로, 독자들 역시 공통된 체험을 반추하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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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치마의 수런거림을
모두 받아 적을 수 있다면
치열하게 살아낸 삶을 물려준 여성들에게
보내는 뒤늦은 고백
여성주의 논픽션과 픽션을 통해 다양한 소수자들의 삶을 기록해온 안미선 작가의 신작 에세이. 여성 작가로서 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장했는지에 대한 책으로,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옷인 '치마'라는 오브제를 통해 여성의 몸이 어떻게 구축되고 돌봄의 연결망 속에서 확립되는지 그 과정을 다룬다. 몸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여성 작가로서의 주체성 형성, 성 역할과의 갈등, 돌봄의 경험 등이 삶을 이루는 바탕인 동시에 끊임없는 갈등의 과정이었음을 털어놓는다. 어머니와의 애증과 갈등, 출산과 양육, 모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내밀하고 진솔한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이는 중년이 된 한 페미니스트가 자신만의 소녀를 찾아 마주하고 대면하는 특별한 과정이기도 하고, 현재의 시간을 긍정하기 위해 떠나는 시간여행이기도 하다. 그 여정에서 우리는 사라진 돌봄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다. 작가는 우리의 삶 혹은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저평가된 돌봄노동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그와 관련해 여성들이 수행해온 역할을 재평가하는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준다. 설령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돌봄노동을 통해 성장한 존재들로, 독자들 역시 공통된 체험을 반추하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치마의 자리에 사로잡히다
: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겸손하고도 애달픈 노력에 관하여
안미선 작가는 여성의 몸과 삶에 얽힌 이와 같은 문제들을 '치마'라는 상징물을 통해 다채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여성에게 치마는 보편적인 일상의 옷으로 경험된다. 또한 그것은 어머니로 대표되는 이전 세대의 경험을 이어받는 통로이기도 하고, 때로는 억압과 폭력에 맞서 헤쳐나가야 하는 갈등적인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치마는 신화와 전설, 예술작품 속에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며, 역사적/사회문화적인 의미 역시 함축되어 있다. 이를테면, 어린아이가 자라면서 입는 원피스, 인형에게 입히는 드레스, 학생 시절 입는 교복, 결혼식의 웨딩드레스, 임산부의 치마, 노년의 관습적인 치마 등 많은 치마들 속에는 여성들만의 독특하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관습적인 여성성이라는 이름 속에 묻힌 개성을 가진 존재로서 그녀들의 모습이 책 속에서 새롭게 펼쳐진다.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주변의 여성 동료나 친구, 앞선 삶을 산 어머니와 이모, 문학과 예술작품의 다양한 순간에 포착된 여성들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닌 존재로 생생히 그려낸다.
"기억 속 치마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 어느 순간, 나와 함께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치마 차림으로 분주히 주변을 돌보고 보살피고 있었고, 때로 웃거나 울면서 그 자리를 살아가고 있었다."(6쪽)
작가는 여성들이 수행하는 돌봄노동과 보살핌, 거기서 비롯되는 평화적 힘을 치마라는 소재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잘 알려진 예술작품들도 작가의 개성적인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된다. 박수근의 그림 〈나목〉, 가사 〈덴동어미화전가〉 등이 대표적이다. 작가의 기억 속에 있는 특정한 시공간 속의 치마들은 언제나 다른 존재들을 보살피는 그녀들의 노동을 함축하고 있다.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겸손하고도 애달픈 분투와 노력이 치마라는 오브제에 담겨 있다.
"작가가 되려고 마음먹었을 때 무엇보다 먼저 산 여성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고 싶었다. 시대의 격변 속에서 묵묵히 살아낸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기록하다가도 글이 다 담아낼 수 없는 무수한 삶들의 굴곡진 이야기 앞에서 말문을 잃을 때도 있다."(210쪽)
"우리는 비로소 과거와 만났다. 이 한 장의 그림[〈나목〉] 앞에서 잊힌 순간을 불러냈다. 이 그림은 우리를 여기에 있게 한 이들의 초상화였다. 우리에게 살과 뼈를 물려주고 키워준 이들의 삶이 담긴 모습이었다. 그들의 진짜 삶과 견뎌온 고통에 대해 우리는 물려받은 것 없는 사람들이다."(200쪽)
이 책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기억 속 그 치마들을 발굴해 그녀들이 실제로 행한 노동을 목격하고 그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주의적 연대감에서 비롯된 이 작업은 한 명의 여성으로서 작가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성찰하도록 한다. 한 개인의 돌봄의 힘에 대한 성찰은 작가로서 자기 삶을 직시하는 과정이며, 그 삶에 연결된 다른 여성들의 얼굴을 응시하는 과정이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시간 속에서 잊혀진 것들의 자리를 찾아주는 작업이 된다.
우리를 살려주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비밀:
돌봄, 모성적 사유, 잊혀진 노동에 관하여
작가는 '치마의 자리'라는 것이 자신이 살면서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은 자리였다고도 고백한다. 나를 돌보아준 이들 혹은 내가 돌보아야 할 이들을 돌아보는 것이 그다지 끌리는 일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삶에서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고 느꼈을 때, 하나의 꿈으로 다가온 것이 치마였다. 이 꿈은 전혀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라기보다, 자신이 "살아낸 만큼의 시간"이자 "보고 들은 모습"에서 비롯되는 무엇에 가깝다. 그 꿈은 자신보다 "먼저 치열하게 살아내고 삶을 기어코 고스란히 물려준 여성들"에게 빚지고 있다.
작가에게 치마의 힘을 긍정한다는 것은 자신보다 먼저, 혹은 자신과 비슷한 자리에서 삶을 위해 분투하는 여성들의 역사와 이력을 긍정하는 일이며, 이는 곧 자기 자신과 자신이 지키고 해나가고자 하는 일을 온전히 긍정하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나는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그 겸손하고 애달픈 노력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 가진 것이 별로 없었지만 온 마음을 기울여 다음 세대의 삶을 이룩해낸 평범한 여성들에게 이 치마의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9쪽)
여성이 수행하는 돌봄과 그 돌봄에서 비롯되는 힘은 세상이 애써 외면해온 풍경이기도 하다. 타인과의 유대와 돌봄의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은 흔히 자의식을 구축하고 주체적인 존재가 되려는 노력과 상반된 무엇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자들이 더욱더 고립되는 코로나19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어쩌면 타인과의 유대감을 되살리는 이타적인 실천들일지 모른다. 책에는 작가로서 자신의 몸과 노동, 삶에 대한 기억이 다른 이들의 경험과 맞물려가는 과정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맞물림 속에서 세계와 연결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 역시 충만하게 드러난다.
이런 맥락에서 작가는 '모성'에 대한 사유 역시 새로고침 하고자 한다. 특히 여성평화학자 사라 러딕이 모성의 역할을 근대적 개인성과 전통적 성 역할의 갈등으로만 이해하는 서구적 이론에 대해 성찰적 자세를 보이면서 주창한 '모성적 사유'는 이 책 전반의 문제의식을 구성한다. 모성적 사유는 단지 출산이나 양육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어떤 존재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 혹은 폭력에 저항하는 데 필요한 사유 및 행위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를테면 생태·기후위기의 시대에 맞서는 비폭력적인 평화운동의 전망이 그렇다. 이는 여성의 돌봄노동에 대한 재평가와 자본주의 비판을 통해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주장하는 에코페미니즘적 사유와도 맞닿아 있다. 성장과 물질주의 신화 말고, 우리에겐 삶을 더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다른 이야기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역설한다. 다른 이야기란, 우리 몸을 돌보고 지탱해줄 뿐 아니라, 우리를 가까운 이들과 다시 맺어주고 공존하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관통하여 흐르는 메콩강과 댐 건설로 인한 추방 속에서도 그 강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글은 그러한 사유가 누군가의 삶을 적극적으로 해석해내는 귀중한 단초가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강물 위에 집을 짓고, 강 한가운데에서 물고기를 잡고, 배를 저으며 물고기를 팔고, 밭일을 하고, 음식을 만들며 살아가는 강가의 사람들. 가진 것이 없어도 강의 것을 먹으며 강이 맺어주는 관계 속에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 강이 계속 흘러가야 하듯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206쪽)
작가의 시선은 메콩강변에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사진 앞에 오래 머문다.
"나는 한 사진에 눈길이 머물렀다. 강에 우뚝 서 있는 여성이었다. 강물 속에 서 있는 그녀는 몸이 젖는 데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집처럼 살림살이를 곁에 두고 물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보랏빛 치마가 물에 잠겨 있었고 강물이 검게 물들었다. 강물이 일렁대고 치마는 그 물결을 따라 흔들렸다. 강이 그녀의 보금자리라는 걸 이보다 더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206~208쪽)
모두 받아 적을 수 있다면
치열하게 살아낸 삶을 물려준 여성들에게
보내는 뒤늦은 고백
여성주의 논픽션과 픽션을 통해 다양한 소수자들의 삶을 기록해온 안미선 작가의 신작 에세이. 여성 작가로서 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장했는지에 대한 책으로,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옷인 '치마'라는 오브제를 통해 여성의 몸이 어떻게 구축되고 돌봄의 연결망 속에서 확립되는지 그 과정을 다룬다. 몸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여성 작가로서의 주체성 형성, 성 역할과의 갈등, 돌봄의 경험 등이 삶을 이루는 바탕인 동시에 끊임없는 갈등의 과정이었음을 털어놓는다. 어머니와의 애증과 갈등, 출산과 양육, 모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내밀하고 진솔한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이는 중년이 된 한 페미니스트가 자신만의 소녀를 찾아 마주하고 대면하는 특별한 과정이기도 하고, 현재의 시간을 긍정하기 위해 떠나는 시간여행이기도 하다. 그 여정에서 우리는 사라진 돌봄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다. 작가는 우리의 삶 혹은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저평가된 돌봄노동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그와 관련해 여성들이 수행해온 역할을 재평가하는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준다. 설령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돌봄노동을 통해 성장한 존재들로, 독자들 역시 공통된 체험을 반추하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치마의 자리에 사로잡히다
: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겸손하고도 애달픈 노력에 관하여
안미선 작가는 여성의 몸과 삶에 얽힌 이와 같은 문제들을 '치마'라는 상징물을 통해 다채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여성에게 치마는 보편적인 일상의 옷으로 경험된다. 또한 그것은 어머니로 대표되는 이전 세대의 경험을 이어받는 통로이기도 하고, 때로는 억압과 폭력에 맞서 헤쳐나가야 하는 갈등적인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치마는 신화와 전설, 예술작품 속에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며, 역사적/사회문화적인 의미 역시 함축되어 있다. 이를테면, 어린아이가 자라면서 입는 원피스, 인형에게 입히는 드레스, 학생 시절 입는 교복, 결혼식의 웨딩드레스, 임산부의 치마, 노년의 관습적인 치마 등 많은 치마들 속에는 여성들만의 독특하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관습적인 여성성이라는 이름 속에 묻힌 개성을 가진 존재로서 그녀들의 모습이 책 속에서 새롭게 펼쳐진다.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주변의 여성 동료나 친구, 앞선 삶을 산 어머니와 이모, 문학과 예술작품의 다양한 순간에 포착된 여성들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닌 존재로 생생히 그려낸다.
"기억 속 치마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 어느 순간, 나와 함께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치마 차림으로 분주히 주변을 돌보고 보살피고 있었고, 때로 웃거나 울면서 그 자리를 살아가고 있었다."(6쪽)
작가는 여성들이 수행하는 돌봄노동과 보살핌, 거기서 비롯되는 평화적 힘을 치마라는 소재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잘 알려진 예술작품들도 작가의 개성적인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된다. 박수근의 그림 〈나목〉, 가사 〈덴동어미화전가〉 등이 대표적이다. 작가의 기억 속에 있는 특정한 시공간 속의 치마들은 언제나 다른 존재들을 보살피는 그녀들의 노동을 함축하고 있다.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겸손하고도 애달픈 분투와 노력이 치마라는 오브제에 담겨 있다.
"작가가 되려고 마음먹었을 때 무엇보다 먼저 산 여성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고 싶었다. 시대의 격변 속에서 묵묵히 살아낸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기록하다가도 글이 다 담아낼 수 없는 무수한 삶들의 굴곡진 이야기 앞에서 말문을 잃을 때도 있다."(210쪽)
"우리는 비로소 과거와 만났다. 이 한 장의 그림[〈나목〉] 앞에서 잊힌 순간을 불러냈다. 이 그림은 우리를 여기에 있게 한 이들의 초상화였다. 우리에게 살과 뼈를 물려주고 키워준 이들의 삶이 담긴 모습이었다. 그들의 진짜 삶과 견뎌온 고통에 대해 우리는 물려받은 것 없는 사람들이다."(200쪽)
이 책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기억 속 그 치마들을 발굴해 그녀들이 실제로 행한 노동을 목격하고 그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주의적 연대감에서 비롯된 이 작업은 한 명의 여성으로서 작가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성찰하도록 한다. 한 개인의 돌봄의 힘에 대한 성찰은 작가로서 자기 삶을 직시하는 과정이며, 그 삶에 연결된 다른 여성들의 얼굴을 응시하는 과정이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시간 속에서 잊혀진 것들의 자리를 찾아주는 작업이 된다.
우리를 살려주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비밀:
돌봄, 모성적 사유, 잊혀진 노동에 관하여
작가는 '치마의 자리'라는 것이 자신이 살면서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은 자리였다고도 고백한다. 나를 돌보아준 이들 혹은 내가 돌보아야 할 이들을 돌아보는 것이 그다지 끌리는 일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삶에서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고 느꼈을 때, 하나의 꿈으로 다가온 것이 치마였다. 이 꿈은 전혀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라기보다, 자신이 "살아낸 만큼의 시간"이자 "보고 들은 모습"에서 비롯되는 무엇에 가깝다. 그 꿈은 자신보다 "먼저 치열하게 살아내고 삶을 기어코 고스란히 물려준 여성들"에게 빚지고 있다.
작가에게 치마의 힘을 긍정한다는 것은 자신보다 먼저, 혹은 자신과 비슷한 자리에서 삶을 위해 분투하는 여성들의 역사와 이력을 긍정하는 일이며, 이는 곧 자기 자신과 자신이 지키고 해나가고자 하는 일을 온전히 긍정하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나는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그 겸손하고 애달픈 노력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 가진 것이 별로 없었지만 온 마음을 기울여 다음 세대의 삶을 이룩해낸 평범한 여성들에게 이 치마의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9쪽)
여성이 수행하는 돌봄과 그 돌봄에서 비롯되는 힘은 세상이 애써 외면해온 풍경이기도 하다. 타인과의 유대와 돌봄의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은 흔히 자의식을 구축하고 주체적인 존재가 되려는 노력과 상반된 무엇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자들이 더욱더 고립되는 코로나19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어쩌면 타인과의 유대감을 되살리는 이타적인 실천들일지 모른다. 책에는 작가로서 자신의 몸과 노동, 삶에 대한 기억이 다른 이들의 경험과 맞물려가는 과정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맞물림 속에서 세계와 연결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 역시 충만하게 드러난다.
이런 맥락에서 작가는 '모성'에 대한 사유 역시 새로고침 하고자 한다. 특히 여성평화학자 사라 러딕이 모성의 역할을 근대적 개인성과 전통적 성 역할의 갈등으로만 이해하는 서구적 이론에 대해 성찰적 자세를 보이면서 주창한 '모성적 사유'는 이 책 전반의 문제의식을 구성한다. 모성적 사유는 단지 출산이나 양육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어떤 존재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 혹은 폭력에 저항하는 데 필요한 사유 및 행위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를테면 생태·기후위기의 시대에 맞서는 비폭력적인 평화운동의 전망이 그렇다. 이는 여성의 돌봄노동에 대한 재평가와 자본주의 비판을 통해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주장하는 에코페미니즘적 사유와도 맞닿아 있다. 성장과 물질주의 신화 말고, 우리에겐 삶을 더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다른 이야기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역설한다. 다른 이야기란, 우리 몸을 돌보고 지탱해줄 뿐 아니라, 우리를 가까운 이들과 다시 맺어주고 공존하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관통하여 흐르는 메콩강과 댐 건설로 인한 추방 속에서도 그 강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글은 그러한 사유가 누군가의 삶을 적극적으로 해석해내는 귀중한 단초가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강물 위에 집을 짓고, 강 한가운데에서 물고기를 잡고, 배를 저으며 물고기를 팔고, 밭일을 하고, 음식을 만들며 살아가는 강가의 사람들. 가진 것이 없어도 강의 것을 먹으며 강이 맺어주는 관계 속에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 강이 계속 흘러가야 하듯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206쪽)
작가의 시선은 메콩강변에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사진 앞에 오래 머문다.
"나는 한 사진에 눈길이 머물렀다. 강에 우뚝 서 있는 여성이었다. 강물 속에 서 있는 그녀는 몸이 젖는 데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집처럼 살림살이를 곁에 두고 물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보랏빛 치마가 물에 잠겨 있었고 강물이 검게 물들었다. 강물이 일렁대고 치마는 그 물결을 따라 흔들렸다. 강이 그녀의 보금자리라는 걸 이보다 더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206~208쪽)
목차
목차
들어가며 6
1. 나의 보물 상자 안
서랍 속에 숨은 것 13
치마라는 배 19
십자가에 못 박힌 어머니 27
인형이 꾼 꿈 37
잉어가 간 다음 43
2. 그 여름의 나들이
원피스의 시절 51
벽에 붙은 그림 한 장 58
타오르는 교복 65
평생의 단 한 벌 73
이제 필요 없어요 82
3. 치마가 부풀다
자기만의 방에서 벌어지는 일 97
분홍 핀이 떨어진 길 107
외치는 휴지들 116
꽃다발 또는 방아쇠 124
빨간 금붕어가 있는 곳 132
4. 모퉁이의 날갯짓
보자기 속의 한마디 143
달이 나가다 151
노을에 잠긴 놀이터 159
뒷모습의 얼굴 169
접혀 있던 흰 날개 179
5. 끝나지 않은 멜로디
처음 본 증명사진 191
메콩강의 여자들 201
마지막 화전놀이 210
나무에 매달린 선물 219
눈이 녹는다 228
6. 빛으로 짠 치마
젖은 편지 241
부서지는 집의 거처 249
작별의 자리 258
흐르는 강물처럼 268
서랍을 열다 278
1. 나의 보물 상자 안
서랍 속에 숨은 것 13
치마라는 배 19
십자가에 못 박힌 어머니 27
인형이 꾼 꿈 37
잉어가 간 다음 43
2. 그 여름의 나들이
원피스의 시절 51
벽에 붙은 그림 한 장 58
타오르는 교복 65
평생의 단 한 벌 73
이제 필요 없어요 82
3. 치마가 부풀다
자기만의 방에서 벌어지는 일 97
분홍 핀이 떨어진 길 107
외치는 휴지들 116
꽃다발 또는 방아쇠 124
빨간 금붕어가 있는 곳 132
4. 모퉁이의 날갯짓
보자기 속의 한마디 143
달이 나가다 151
노을에 잠긴 놀이터 159
뒷모습의 얼굴 169
접혀 있던 흰 날개 179
5. 끝나지 않은 멜로디
처음 본 증명사진 191
메콩강의 여자들 201
마지막 화전놀이 210
나무에 매달린 선물 219
눈이 녹는다 228
6. 빛으로 짠 치마
젖은 편지 241
부서지는 집의 거처 249
작별의 자리 258
흐르는 강물처럼 268
서랍을 열다 278
저자
저자
안미선
우리가 어릴 때 물려받은 이야기들이 어른이 된 다음 어떤 이야기로 변화해 있을까 생각한다. 저마다 한 번의 인생을 살아내므로 누구나 단 한 번 쓸 수 있는 책이 그 이야기 안에 있다고 믿는다. 그 숨은 책들을 찾아 타인의 말을 기록하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 작업 속에서 언제나 만났고 작별했고 다시 나아갈 수 있었다. 작가로서 저서로 《집이 거울이 될 때》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 《똑똑똑, 아기와 엄마는 잘 있나요?》 《언니, 같이 가자!》 《여성, 목소리들》 《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 《모퉁이 책 읽기》, 공저로 《엄마의 탄생》 《밀양을 살다》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 《마지막 공간》 《땅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 《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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