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아닌 곳에서(디아스포라 역사가 왕겅우 회고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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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가 되려면 오래 살고 보아야 한다"
홍콩 도서상 수상 ? 싱가포르 문학상 수상
혈통은 중국, 고향은 말라야, 국적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생지는 인도네시아, 거주지는 싱가포르……
한 화교 이방인 소년을 디아스포라 역사가로 빚어낸 방랑의 여정
동남아시아 화교의 위치에서 중국사와 동남아시아사, 중국 디아스포라를 연구해온 대표적 역사학자 왕겅우의 국내 첫 소개작. 1권은 소년기를, 2권은 청년기를 회고한다. 1930년 네덜란드령 동인도 수라바야(현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영국령 말라야(현 말레이시아)에서 성장해, 중국과 싱가포르의 대학생활, 영국의 유학생활을 거쳐 말레이시아에서 학자로 발을 내딛는 여정이 담겨 있다. 그는 말라야에서 아버지에게 고전 한문을 배우고 영국식 학교를 다니면서, 난징 국립중앙대학에서 격동의 중국 현대사를 몸으로 겪으면서, 런던대학 소아스에서 서구 역사학 방법론을 익히면서 어느 하나의 학문 전통에도 완전히 귀속되지 않는 역사학자로 성장한다. 영국의 교육 제도와 중국의 전통문화, 동남아시아 복합사회라는 삼중의 배경은 그에게 중국을 안이 아닌 밖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주었고, 이는 화교를 단일한 정체성이 아니라 다양한 '중국성'을 구성해온 존재로 파악하는 독창적 연구로 이어졌다.
10세기부터 현대까지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문명과 디아스포라라는 큰 질문을 던져온 역사학자가 노년에 이르러 자기 삶으로 시선을 돌린 것은, 거시적 주제로는 접근할 수 없는 역사의 인간적 측면에 다가가려는 시도다. 그렇게 써낸 회고록에서 떠오르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재편되는 동남아시아 역사이며, 그 굵직한 역사에 포섭되지 않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면면들, 특히 동남아시아에 이주한 중국인들의 생활상이다. 이와 동시에 여러 세계를 거치며 '집 아닌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던 중국계 소년이 다중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마침내 '있는 곳이 집'이라고 말하는 학자가 되어가는 과정이 드러난다. 따라서 이 회고록은 서구 역사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동남아시아사, 그리고 화교사를 조명하는 역사서이면서, 한 역사학자의 세계관이 형성되는 배경을 따라 그의 독창적 연구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이기도 하다.
소년기와 청년기, 두 권으로 구성된 회고록은 어머니가 그에게 남겨주신 기록, 저자와 아내가 자녀에게 전해주려고 적어둔 기록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이들이 그토록 성실히 집안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전했던 건 단지 유교 사상을 따라 전통을 중시하는 중국 가문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집이 결코 정주해 있지 않았으므로 기록으로 집을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록은 동남아시아 화교의 삶의 조건이자, 동남아시아 역사의 한 조건을 보여준다. 흔히 '동양의 유대인'이라 불리는 화교들은 여러 이유로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곳곳으로 이주해와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고 현지인들과 공존해왔다. 이는 탈식민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국민국가 건설의 흐름 속에서 긴장을 낳기도 했다. 이 회고록은 격동기 속에서 여러 세계 사이를 건너며 살아야 했던 이들의 감각과 기억을 섬세하게 복원한다. 여러 민족과 국가 정체성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오늘날, 이 과제를 앞서 짊어졌던 역사학자의 삶의 역사는 하나의 중요한 참조점이 될 것이다.
홍콩 도서상 수상 ? 싱가포르 문학상 수상
혈통은 중국, 고향은 말라야, 국적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생지는 인도네시아, 거주지는 싱가포르……
한 화교 이방인 소년을 디아스포라 역사가로 빚어낸 방랑의 여정
동남아시아 화교의 위치에서 중국사와 동남아시아사, 중국 디아스포라를 연구해온 대표적 역사학자 왕겅우의 국내 첫 소개작. 1권은 소년기를, 2권은 청년기를 회고한다. 1930년 네덜란드령 동인도 수라바야(현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영국령 말라야(현 말레이시아)에서 성장해, 중국과 싱가포르의 대학생활, 영국의 유학생활을 거쳐 말레이시아에서 학자로 발을 내딛는 여정이 담겨 있다. 그는 말라야에서 아버지에게 고전 한문을 배우고 영국식 학교를 다니면서, 난징 국립중앙대학에서 격동의 중국 현대사를 몸으로 겪으면서, 런던대학 소아스에서 서구 역사학 방법론을 익히면서 어느 하나의 학문 전통에도 완전히 귀속되지 않는 역사학자로 성장한다. 영국의 교육 제도와 중국의 전통문화, 동남아시아 복합사회라는 삼중의 배경은 그에게 중국을 안이 아닌 밖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주었고, 이는 화교를 단일한 정체성이 아니라 다양한 '중국성'을 구성해온 존재로 파악하는 독창적 연구로 이어졌다.
10세기부터 현대까지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문명과 디아스포라라는 큰 질문을 던져온 역사학자가 노년에 이르러 자기 삶으로 시선을 돌린 것은, 거시적 주제로는 접근할 수 없는 역사의 인간적 측면에 다가가려는 시도다. 그렇게 써낸 회고록에서 떠오르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재편되는 동남아시아 역사이며, 그 굵직한 역사에 포섭되지 않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면면들, 특히 동남아시아에 이주한 중국인들의 생활상이다. 이와 동시에 여러 세계를 거치며 '집 아닌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던 중국계 소년이 다중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마침내 '있는 곳이 집'이라고 말하는 학자가 되어가는 과정이 드러난다. 따라서 이 회고록은 서구 역사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동남아시아사, 그리고 화교사를 조명하는 역사서이면서, 한 역사학자의 세계관이 형성되는 배경을 따라 그의 독창적 연구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이기도 하다.
소년기와 청년기, 두 권으로 구성된 회고록은 어머니가 그에게 남겨주신 기록, 저자와 아내가 자녀에게 전해주려고 적어둔 기록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이들이 그토록 성실히 집안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전했던 건 단지 유교 사상을 따라 전통을 중시하는 중국 가문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집이 결코 정주해 있지 않았으므로 기록으로 집을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록은 동남아시아 화교의 삶의 조건이자, 동남아시아 역사의 한 조건을 보여준다. 흔히 '동양의 유대인'이라 불리는 화교들은 여러 이유로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곳곳으로 이주해와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고 현지인들과 공존해왔다. 이는 탈식민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국민국가 건설의 흐름 속에서 긴장을 낳기도 했다. 이 회고록은 격동기 속에서 여러 세계 사이를 건너며 살아야 했던 이들의 감각과 기억을 섬세하게 복원한다. 여러 민족과 국가 정체성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오늘날, 이 과제를 앞서 짊어졌던 역사학자의 삶의 역사는 하나의 중요한 참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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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영국과 일본 식민 지배하 동남아시아에서
집, 정체성, 소속감을 찾아가는 성장기
1권은 오래도록 바라던 중국으로의 귀환을 시도했다가 내전으로 18개월 만에 이포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고 있다. 소년기의 저자가 씨름하던 주제는 동남아시아 화교로서 겪는 정체성과 소속감 문제였다. 그는 말라야 이포에서 17년 살았지만 그에게 고향은 열다섯 살까지 가본 적도 없는 중국이었다. 이는 그의 중국인 부모가 중국으로 귀환할 때를 대비해 중국과 집안 이야기를 거듭 들려주고 고전 한문을 가르쳐준 덕분이었다. 중국을 바라보며 이포에서 살던 그의 가족은 말라야 사회에도 중국인 사회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이었다. 말라야에서 중국인은 외래인이었고, 그중에서도 그의 가족은 지역 중국인 사회에 뿌리내리지 않고 언젠가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꿈꾸던 북방 출신 유교 지식인 집안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회고는 이방인의 감각에 머물지 않고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중국의 세계, 식민지 교육과 대중 소설을 통해 접한 영국의 세계, 생활의 터전인 말라야 이포의 세계로 점차 확장되고 서로 겹쳐지며 세계시민의 감각으로 나아간다. 역사학자의 회고록답게 역사적 사건과 사적인 순간들이 서로 긴밀하면서도 우발적으로 얽혀 개인의 삶의 궤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탁월하게 포착된다.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사주신 지도책과 도서관에 데려가서 빌려주신 영문학 소설이 제2차 세계대전의 불안과 정체성 혼란을 잠재우고, 일제강점기로 학교를 나와 거리를 쏘다니고 여러 지역, 계급의 중국인 집을 전전하면서 중국인 정체성의 복잡성을 배운다. 이러한 순간들의 연쇄를 거쳐 어느새 그가 영원한 것은 없고 언제든 뿌리로부터 잘려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그의 단편적 순간들은 의미 있는 하나의 '역사'로서 숨 쉬게 된다. 훗날 중국과 말라야라는 두 방향으로의 끌림이 상충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미래를 기다리면서.
그가 나아가던 순간들의 바탕에는 앎이 있었다. 그가 지도책을 보고 공책에 지명 목록을 적어가며 배운 것은 자신이 속한 작은 세계를 넘어서는 법이다. 영어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소설들 또한 수많은 삶과 사회를 상상하게 했다. 세계 전체가 앎의 대상이 되자, 자신 역시 이포 한 동네가 아닌 세계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글을 읽고 생각을 굴릴 수만 있다면 어느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을 얻는다. 거리에서 다양한 계층과 지역 출신의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추상적 이론보다 사회 현상에 더 깊은 관심을 품게 된다. 중국 난징에서의 대학생활에서는 그동안 영국의 교육이나 부모님의 고전 교육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혁명과 민족주의, 자유와 평등을 둘러싼 논쟁을 접하면서 이후 학자로서 평생 탐구할 질문들을 만나게 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해외 중국인의 관계를 연구하는 그의 역사학은 이미 이 시기에 싹트고 있었다.
탈식민과 냉전의 시대,
새로운 동남아시아 국가의 탄생을 꿈꾸었던 한 세대의 열망과 선택
세 대륙을 넘나들며 집을 일구어온 디아스포라 역사가의 사랑과 탐구의 기록
2권은 말라야를 새로운 고국으로 바라보고 학자로서 그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했으나 끝내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는 이야기다. 말라야연방 시민권을 취득한 뒤 싱가포르와 영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말레이시아에서 역사학자로 발을 내딛기까지의 청년기를 담았다. 전작에서 시작된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탐구는 이번 책에서 사랑과 학문, 그리고 국가 건설에 대한 성찰로 확장된다.
탈식민과 냉전의 시대, 새롭게 탄생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민족과 언어, 종교가 다른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중국계 말라야 시민이었던 저자 역시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말라야문학을 통해 말라야 고유의 복합사회를 그려내고자 했던 재기 넘치는 대학 시절을 지나 그는 역사학자로서 말라야대학 역사학과의 발전에 힘쓰고 말라야 역사 교육에 참여했으며 이 신생 국가의 소개서가 될 『건국 방략』을 편찬하며 다종족 국가 건설에 기여하고자 했다.
이 책은 독립과 냉전 사이에 놓인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한 중국계 시민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 제국의 퇴장과 미국 중심 질서의 부상, 민족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속에서 그는 어느 진영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채 다종족 사회의 미래를 고민했다. 이는 그가 정치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바로 추방되는 중국계이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혁명보다는 협상과 공존의 길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가 정치적으로 참여한 일도 종족 기반 정치를 넘어선 정당인 게라칸당의 창당을 지원한 정도였다. 그의 회고는 냉전 시기의 특정 정치적 노선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시민과 지식인의 감각을 보여준다.
그의 여정은 이번에도 국가 귀속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말라야를 고국으로 삼고자 했던 노력은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싱가포르가 떠나고 종족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계를 마주하고, 그는 점차 학문을 자신의 집으로 삼는 길을 선택한다. 국가와 이념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학문의 자유는 그에게 새로운 소속감의 원천이 되었다. 20세기 아시아의 격랑 속에서 집과 정체성을 찾던 소년의 과제는 여기서 비로소 새로운 형태로 마무리된다.
***
저자의 기록 한쪽에서는 어머니(1권)와 아내 마거릿(2권)의 기록이 함께 흐른다. 어머니는 동남아시아로 이주한 1세대 중국인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하고, 마거릿 또한 저자와 함께 동서양을 오가며 학문과 가정을 꾸려가는 삶을 솔직하게 밝힌다. 저자의 어머니는 중국의 항일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는 부녀동맹 활동을 활발히 했고, 마거릿 또한 영어교육 분야에서 경력을 이어나가는 학자였다. 이들은 역사학자를 뒷받침한 아내와 어머니이면서, 식민과 탈식민의 시대적 조건 아래에서 스스로 삶을 개척한 여성들이기도 했다.
이들의 기록은 저자의 학문적 성취 뒤에 존재했던 실제 삶의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로써 한 역사학자의 삶을 생활의 차원으로 끌어내리며, 사랑과 돌봄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사유를 가능하게 했는지 보여준다. 말레이시아를 떠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하기 전날 밤, 짐을 꾸리던 마거릿은 저자에게 "있는 곳이 집이지"라고 말한다. 여러 나라와 도시를 거치며 집을 찾아 헤맸던 이들에게 집은 더 이상 특정 국가의 이름이 아니었다. 이 회고록은 결국 그 깨달음에 도달하기까지의 긴 여정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집, 정체성, 소속감을 찾아가는 성장기
1권은 오래도록 바라던 중국으로의 귀환을 시도했다가 내전으로 18개월 만에 이포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고 있다. 소년기의 저자가 씨름하던 주제는 동남아시아 화교로서 겪는 정체성과 소속감 문제였다. 그는 말라야 이포에서 17년 살았지만 그에게 고향은 열다섯 살까지 가본 적도 없는 중국이었다. 이는 그의 중국인 부모가 중국으로 귀환할 때를 대비해 중국과 집안 이야기를 거듭 들려주고 고전 한문을 가르쳐준 덕분이었다. 중국을 바라보며 이포에서 살던 그의 가족은 말라야 사회에도 중국인 사회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이었다. 말라야에서 중국인은 외래인이었고, 그중에서도 그의 가족은 지역 중국인 사회에 뿌리내리지 않고 언젠가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꿈꾸던 북방 출신 유교 지식인 집안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회고는 이방인의 감각에 머물지 않고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중국의 세계, 식민지 교육과 대중 소설을 통해 접한 영국의 세계, 생활의 터전인 말라야 이포의 세계로 점차 확장되고 서로 겹쳐지며 세계시민의 감각으로 나아간다. 역사학자의 회고록답게 역사적 사건과 사적인 순간들이 서로 긴밀하면서도 우발적으로 얽혀 개인의 삶의 궤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탁월하게 포착된다.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사주신 지도책과 도서관에 데려가서 빌려주신 영문학 소설이 제2차 세계대전의 불안과 정체성 혼란을 잠재우고, 일제강점기로 학교를 나와 거리를 쏘다니고 여러 지역, 계급의 중국인 집을 전전하면서 중국인 정체성의 복잡성을 배운다. 이러한 순간들의 연쇄를 거쳐 어느새 그가 영원한 것은 없고 언제든 뿌리로부터 잘려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그의 단편적 순간들은 의미 있는 하나의 '역사'로서 숨 쉬게 된다. 훗날 중국과 말라야라는 두 방향으로의 끌림이 상충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미래를 기다리면서.
그가 나아가던 순간들의 바탕에는 앎이 있었다. 그가 지도책을 보고 공책에 지명 목록을 적어가며 배운 것은 자신이 속한 작은 세계를 넘어서는 법이다. 영어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소설들 또한 수많은 삶과 사회를 상상하게 했다. 세계 전체가 앎의 대상이 되자, 자신 역시 이포 한 동네가 아닌 세계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글을 읽고 생각을 굴릴 수만 있다면 어느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을 얻는다. 거리에서 다양한 계층과 지역 출신의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추상적 이론보다 사회 현상에 더 깊은 관심을 품게 된다. 중국 난징에서의 대학생활에서는 그동안 영국의 교육이나 부모님의 고전 교육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혁명과 민족주의, 자유와 평등을 둘러싼 논쟁을 접하면서 이후 학자로서 평생 탐구할 질문들을 만나게 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해외 중국인의 관계를 연구하는 그의 역사학은 이미 이 시기에 싹트고 있었다.
탈식민과 냉전의 시대,
새로운 동남아시아 국가의 탄생을 꿈꾸었던 한 세대의 열망과 선택
세 대륙을 넘나들며 집을 일구어온 디아스포라 역사가의 사랑과 탐구의 기록
2권은 말라야를 새로운 고국으로 바라보고 학자로서 그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했으나 끝내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는 이야기다. 말라야연방 시민권을 취득한 뒤 싱가포르와 영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말레이시아에서 역사학자로 발을 내딛기까지의 청년기를 담았다. 전작에서 시작된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탐구는 이번 책에서 사랑과 학문, 그리고 국가 건설에 대한 성찰로 확장된다.
탈식민과 냉전의 시대, 새롭게 탄생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민족과 언어, 종교가 다른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중국계 말라야 시민이었던 저자 역시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말라야문학을 통해 말라야 고유의 복합사회를 그려내고자 했던 재기 넘치는 대학 시절을 지나 그는 역사학자로서 말라야대학 역사학과의 발전에 힘쓰고 말라야 역사 교육에 참여했으며 이 신생 국가의 소개서가 될 『건국 방략』을 편찬하며 다종족 국가 건설에 기여하고자 했다.
이 책은 독립과 냉전 사이에 놓인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한 중국계 시민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 제국의 퇴장과 미국 중심 질서의 부상, 민족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속에서 그는 어느 진영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채 다종족 사회의 미래를 고민했다. 이는 그가 정치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바로 추방되는 중국계이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혁명보다는 협상과 공존의 길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가 정치적으로 참여한 일도 종족 기반 정치를 넘어선 정당인 게라칸당의 창당을 지원한 정도였다. 그의 회고는 냉전 시기의 특정 정치적 노선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시민과 지식인의 감각을 보여준다.
그의 여정은 이번에도 국가 귀속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말라야를 고국으로 삼고자 했던 노력은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싱가포르가 떠나고 종족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계를 마주하고, 그는 점차 학문을 자신의 집으로 삼는 길을 선택한다. 국가와 이념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학문의 자유는 그에게 새로운 소속감의 원천이 되었다. 20세기 아시아의 격랑 속에서 집과 정체성을 찾던 소년의 과제는 여기서 비로소 새로운 형태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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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기록 한쪽에서는 어머니(1권)와 아내 마거릿(2권)의 기록이 함께 흐른다. 어머니는 동남아시아로 이주한 1세대 중국인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하고, 마거릿 또한 저자와 함께 동서양을 오가며 학문과 가정을 꾸려가는 삶을 솔직하게 밝힌다. 저자의 어머니는 중국의 항일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는 부녀동맹 활동을 활발히 했고, 마거릿 또한 영어교육 분야에서 경력을 이어나가는 학자였다. 이들은 역사학자를 뒷받침한 아내와 어머니이면서, 식민과 탈식민의 시대적 조건 아래에서 스스로 삶을 개척한 여성들이기도 했다.
이들의 기록은 저자의 학문적 성취 뒤에 존재했던 실제 삶의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로써 한 역사학자의 삶을 생활의 차원으로 끌어내리며, 사랑과 돌봄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사유를 가능하게 했는지 보여준다. 말레이시아를 떠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하기 전날 밤, 짐을 꾸리던 마거릿은 저자에게 "있는 곳이 집이지"라고 말한다. 여러 나라와 도시를 거치며 집을 찾아 헤맸던 이들에게 집은 더 이상 특정 국가의 이름이 아니었다. 이 회고록은 결국 그 깨달음에 도달하기까지의 긴 여정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목차
목차
머리말
1부 나의 작은 세계
수라바야에서 이포로
그린타운을 둘러싼 세계
한 차례 중국의 맛
제국의 종말
어머니의 기억
2부 유랑의 시작
말라야에 찾아온 전쟁
거리의 천사
새로운 공부 방식
새로운 기준
기다리던 귀향
어머니가 기억하는 전쟁
3부 난징 생활
대가족과의 재접속
난징으로
부모님과 함께한 다섯 달
새 공부의 시작
대학에서 만난 선생님들
내게 가르침을 베푼 친구들
중국을 떠나던 어머니의 기억
4부 다시 이포에서
리오리엔트
새출발
옮긴이의 말
왕겅우 연보
찾아보기
1부 나의 작은 세계
수라바야에서 이포로
그린타운을 둘러싼 세계
한 차례 중국의 맛
제국의 종말
어머니의 기억
2부 유랑의 시작
말라야에 찾아온 전쟁
거리의 천사
새로운 공부 방식
새로운 기준
기다리던 귀향
어머니가 기억하는 전쟁
3부 난징 생활
대가족과의 재접속
난징으로
부모님과 함께한 다섯 달
새 공부의 시작
대학에서 만난 선생님들
내게 가르침을 베푼 친구들
중국을 떠나던 어머니의 기억
4부 다시 이포에서
리오리엔트
새출발
옮긴이의 말
왕겅우 연보
찾아보기
저자
저자
왕겅우 王?武
동남아시아 화교 연구의 선구자이자,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명을 장기적 시각에서 탐구해온 세계적 역사학자. 자바섬 수라바야에서 중국인 부모 아래 태어나 영국령 말라야(현 말레이시아) 이포에서 성장했다. 싱가포르의 말라야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으며, 영국의 런던대학 소아스에서 중세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말라야대학 역사학과에서 강의를 시작해 학과장을 지냈고,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 극동사 학과장, 홍콩대학 총장, 싱가포르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싱가포르국립대학 석좌교수이자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 명예교수다. 아시아와 서구 학계를 가로지르며 활동해온 그는 내부자이자 외부자의 시선으로 중국과 중국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새롭게 해석해왔다. 후쿠오카 아시아문화상과 탕상 중국학 부문을 수상했으며, 최근 저서로 『남양』 『집 아닌 곳에서』 『중국의 재접속』 『있는 곳이 집』(공저) 『여러 문명과 함께』 『중국 근대화의 길』 『울타리 없는 집』 등이 있다.
동남아시아 화교 연구의 선구자이자,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명을 장기적 시각에서 탐구해온 세계적 역사학자. 자바섬 수라바야에서 중국인 부모 아래 태어나 영국령 말라야(현 말레이시아) 이포에서 성장했다. 싱가포르의 말라야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으며, 영국의 런던대학 소아스에서 중세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말라야대학 역사학과에서 강의를 시작해 학과장을 지냈고,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 극동사 학과장, 홍콩대학 총장, 싱가포르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싱가포르국립대학 석좌교수이자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 명예교수다. 아시아와 서구 학계를 가로지르며 활동해온 그는 내부자이자 외부자의 시선으로 중국과 중국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새롭게 해석해왔다. 후쿠오카 아시아문화상과 탕상 중국학 부문을 수상했으며, 최근 저서로 『남양』 『집 아닌 곳에서』 『중국의 재접속』 『있는 곳이 집』(공저) 『여러 문명과 함께』 『중국 근대화의 길』 『울타리 없는 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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