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 식물원(페이지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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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유영하는 목소리
한 장 위에 펼쳐진 큐 식물원
"목소리들, 그래. 목소리들. 말 없는 목소리들.
깊은 만족감으로, 열정적인 욕망으로, 혹은 아이들처럼 산뜻한 놀라움으로
갑자기 고요를 깨뜨리는 목소리들."
1919년, 런던 리치먼드의 파라다이스 길에 자리한 호가스 하우스 꼭대기 층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큐 식물원을 내려다본다. 나무들의 우듬지와 큐 식물원의 상징적인 파고다가 보인다. 그해 울프 부부는 호가스 하우스 응접실에 놓인 소형 수동 인쇄기로 『큐 식물원』 초판을 찍어냈다. 표지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 버네사 벨의 목판화가 실렸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가운에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이자 이후 그녀가 쓸 "모든 소설의 축소판"이라 불릴 작품이, 작은 인쇄기가 감당할 수 있는 150부 남짓으로 손수 만들어졌다. 책의 안팎을 엮어낸 아름다움은 이내 책을 접한 이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같은 해 5월 29일, 『타임스』 서평란에는, 자택 응접실에서 소박하게 시작된 호가스 출판사를 상업 출판사로 탈바꿈시킬 극찬이 실린다. "하나의 예술 작품. (…) 사방이 빈틈없이 단단하다. 독창적이면서도 낯설도록 아름답고, 고유한 분위기와 생명력을 품고 있다. 발췌만으로는 이 작품의 아름다움을, 아니, 우리가 말하려 하는 이 작품의 존재 자체를 드러낼 수 없다. (…) 음미하면 할수록 그 안에서 더욱 큰 아름다움이 빛난다." 서평이 나오기 전까지 49부가 판매되었을 뿐이던 『큐 식물원』은 곧 수작업으로 제작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주문이 쇄도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유영하듯 썼고, 인간과 비인간, 말하는 이와 침묵하는 이의 목소리를 모두 들었다. E. M. 포스터가 넌지시 일러줬듯이, 이 "흔들리고 굽이치며 이어지는 길고 느슨한" 이야기는 식물원을 거닐다가 과거로 빨려 들어가는 남자의 목소리로, 힘겹게 흙더미를 타고 오르는 달팽이의 움직거림으로, 대화 사이에 끼어든 긴 휴지기로, 식물원 곳곳을 통과하며 나아간다. 인물들에게 좁혀졌던 초점은 얼마 안 가 화단으로 이동하고, 거기에서 이어지는 세밀한 묘사는 작은 곤충을 쫓았다가, 빨강, 파랑, 노랑의 꽃들을 그리며 인상주의 회화처럼 펼쳐지더니, 다시 홱 쏘는 빛처럼 굴절해버린다. 관습적인 문학 형식이나 구조는 희미해지고, 이야기는 사색하는 사람의 의식처럼 시간과 공간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지금 우리에게까지 도착한다. 시리즈 '페이지원'의 두 번째 책은 큐 식물원을 넓고 긴 한 장의 지면에 옮겨왔다. 식물원을 조감하는 듯한 판면 위로 글들이 화단을 이루고, 활자 위아래로 잠자리, 달팽이, 나비가 옮겨 다닌다. 큐 식물원 위로 맴돌던 미풍이 여기에도 불어온다.
한 장 위에 펼쳐진 큐 식물원
"목소리들, 그래. 목소리들. 말 없는 목소리들.
깊은 만족감으로, 열정적인 욕망으로, 혹은 아이들처럼 산뜻한 놀라움으로
갑자기 고요를 깨뜨리는 목소리들."
1919년, 런던 리치먼드의 파라다이스 길에 자리한 호가스 하우스 꼭대기 층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큐 식물원을 내려다본다. 나무들의 우듬지와 큐 식물원의 상징적인 파고다가 보인다. 그해 울프 부부는 호가스 하우스 응접실에 놓인 소형 수동 인쇄기로 『큐 식물원』 초판을 찍어냈다. 표지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 버네사 벨의 목판화가 실렸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가운에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이자 이후 그녀가 쓸 "모든 소설의 축소판"이라 불릴 작품이, 작은 인쇄기가 감당할 수 있는 150부 남짓으로 손수 만들어졌다. 책의 안팎을 엮어낸 아름다움은 이내 책을 접한 이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같은 해 5월 29일, 『타임스』 서평란에는, 자택 응접실에서 소박하게 시작된 호가스 출판사를 상업 출판사로 탈바꿈시킬 극찬이 실린다. "하나의 예술 작품. (…) 사방이 빈틈없이 단단하다. 독창적이면서도 낯설도록 아름답고, 고유한 분위기와 생명력을 품고 있다. 발췌만으로는 이 작품의 아름다움을, 아니, 우리가 말하려 하는 이 작품의 존재 자체를 드러낼 수 없다. (…) 음미하면 할수록 그 안에서 더욱 큰 아름다움이 빛난다." 서평이 나오기 전까지 49부가 판매되었을 뿐이던 『큐 식물원』은 곧 수작업으로 제작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주문이 쇄도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유영하듯 썼고, 인간과 비인간, 말하는 이와 침묵하는 이의 목소리를 모두 들었다. E. M. 포스터가 넌지시 일러줬듯이, 이 "흔들리고 굽이치며 이어지는 길고 느슨한" 이야기는 식물원을 거닐다가 과거로 빨려 들어가는 남자의 목소리로, 힘겹게 흙더미를 타고 오르는 달팽이의 움직거림으로, 대화 사이에 끼어든 긴 휴지기로, 식물원 곳곳을 통과하며 나아간다. 인물들에게 좁혀졌던 초점은 얼마 안 가 화단으로 이동하고, 거기에서 이어지는 세밀한 묘사는 작은 곤충을 쫓았다가, 빨강, 파랑, 노랑의 꽃들을 그리며 인상주의 회화처럼 펼쳐지더니, 다시 홱 쏘는 빛처럼 굴절해버린다. 관습적인 문학 형식이나 구조는 희미해지고, 이야기는 사색하는 사람의 의식처럼 시간과 공간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지금 우리에게까지 도착한다. 시리즈 '페이지원'의 두 번째 책은 큐 식물원을 넓고 긴 한 장의 지면에 옮겨왔다. 식물원을 조감하는 듯한 판면 위로 글들이 화단을 이루고, 활자 위아래로 잠자리, 달팽이, 나비가 옮겨 다닌다. 큐 식물원 위로 맴돌던 미풍이 여기에도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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