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대도 여자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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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만에 부활한 미국 여자프로야구리그WPBL
투수 김라경, 포수 김현아, 유격수 박주아
한국 최초 여성 프로야구 선수의 탄생
"그동안 우리가 야구장에서 본 여성은 누구였던가.
나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동안만큼은
여자야구 팬으로 살기로 했다"
여자야구 입덕기
엄마가 던지고 딸이 때리는 리그
이 책의 저자 도준우를 소개할 때 「그것이 알고싶다」를 말하지 않기란 어렵다. 그가 거의 10년간 몸담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터득한 지혜와 기술이 다음 프로그램에서 십분 발휘되기 때문이다. 오랜 탐사 보도에서 익힌 인물과 사건을 대할 때의 진지함, 흥미와 교양을 교차시키는 섬세함, 사실을 건져 올리는 예리함이 합쳐져, 이번에 저자는 '여자야구'를 조명한다. 그가 말하길 부산에서 나고 자란 아이라면 예정된 수순처럼 롯데 자이언츠 팬이 된다. 저자가 자이언츠를 응원한 지도 30년이 넘었으니, 프로그램 소재로 야구를 택하는 게 짐작 못 할 일은 아니다. 전작 『스릴 너머』에서 저자가 민망해하며 꺼내 보인 15년도 더 된 프로그램 기획안에도 야구 이야기가 적혀 있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가정 형편, 성별, 신체 조건 등을 이유로 야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팀을 이뤄 1승을 향해 달려가는, 리얼리티와 다큐멘터리가 섞인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기획은 훗날 2부작 다큐멘터리 「미쳤대도 여자야구」로 이어졌다. 그런데 단지 '야구'가 아니라 특히 '여자야구'인 건 왜일까.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전례 없는 전성기를 맞았다. 2024년, 사상 최초로 천만 관중 시대가 열렸고, "2025년에는 시즌 누적 관중 1200만 명을 돌파"했다. 그 뜨거운 열기의 주역은 20~30대 여성이었다.
"스케치북이나 태블릿PC에 응원 메시지를 써 오고, 선수별 응원가는 물론 율동까지 외워 온몸으로 응원을 보내는 그들의 존재는 관중석에서 술 마시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아저씨들의 시대를 기억하는 내게 격세지감 그 자체였다."
그러나 저자를 또 한 번 놀라게 한 건, 야구를 향한 대중의 열기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치러지는 야구가 있다는 점이었다. 4대 구기종목인 축구, 농구, 배구, 야구 중에 국내 여자 프로리그가 없는 종목은 야구뿐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성 야구선수들의 경기는 없다. 저자는 야구 인생 30년 동안 어떻게 여자야구를 찾아볼 생각은 못 했는지 자문하다가 방향을 틀어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우리가 야구장에서 본 여성은 누구였던가." 치어리더, 배트걸, 시구를 하러 마운드에 오른 여성 연예인. 저자는 그 바깥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기로 한다. "글러브를 끼고, 방망이를 쥐고,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며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리는 여자들."
1954년 전미여자프로야구리그AAGPBL가 해산되고 72년 만인 2026년, 미국 여자프로야구리그가?부활했다.?일본?여자프로야구리그가 2021년에 해체되면서 사실상 여성 야구선수가 야구로 생계를 이어갈 길은 막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WPBL의 출범 소식은 야구를 하며 먹고사는 미래를 꿈꿔볼 최후의 기회였다. 전 세계에서 600여 명의 여성 야구선수가 입단 테스트에 지원했고, 그중 120여 명의 선수가 최종 합격했다. 지난 8월 1일,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로빈 로버트 스타디움에서 4000여 명 관중의 박수와 함성 속에서 개막전이 치러졌다. 개막전에서 뉴욕 홈팀 하이츠의 선발투수로 등판한 선수는 다름 아닌 한국의 야구선수 김라경이었다. 수많은 '최초'를 쓰며 한국 여자야구의 길을 낸 김라경, 그리고 WPBL 선수 지명에서 전체 선수 4위로 호명되며 세계를 놀라게 한 김현아, 한국 여자야구 역사상 첫 국제대회 홈런을 쳐낸 박주아.
「미쳤대도 여자야구」는 2026년 1월에 방영된 2부작 다큐멘터리로 김라경, 김현아, 박주아의 WPBL 도전기를 따라간다. 세 선수가 여자야구 불모지에서 WPBL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들 앞을 가로막던 장벽과 그들이 어떻게든 그 벽을 뛰어넘는 장면이 6개월간 그들과 동행한 저자의 눈으로 담겨 있다. '여자야구'를 계속하는 동력, 녹록지 않은 조건을 딛고 올라서는 투지, 겸연쩍은 미소와 남몰래 훔친 눈물 같은 것을 바라보던 저자는 이 다큐멘터리를 찍는 동안만큼은 자이언츠 팬이 아니라 여자야구 팬이 되고 말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장담하길 우리 또한 그들에게 입덕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말한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우리는 모르는 여자야구팀이 리그를 이어가고 있다. 블랙펄스, 레드폭스, 퀄리티스타트…… 이른바 엄마가 던지고 딸이 때리는 리그다. 한국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선수의 탄생을 포착하는 여정은 우뚝 선 담장 뒷이야기를 조명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투수 김라경, 포수 김현아, 유격수 박주아
한국 최초 여성 프로야구 선수의 탄생
"그동안 우리가 야구장에서 본 여성은 누구였던가.
나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동안만큼은
여자야구 팬으로 살기로 했다"
여자야구 입덕기
엄마가 던지고 딸이 때리는 리그
이 책의 저자 도준우를 소개할 때 「그것이 알고싶다」를 말하지 않기란 어렵다. 그가 거의 10년간 몸담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터득한 지혜와 기술이 다음 프로그램에서 십분 발휘되기 때문이다. 오랜 탐사 보도에서 익힌 인물과 사건을 대할 때의 진지함, 흥미와 교양을 교차시키는 섬세함, 사실을 건져 올리는 예리함이 합쳐져, 이번에 저자는 '여자야구'를 조명한다. 그가 말하길 부산에서 나고 자란 아이라면 예정된 수순처럼 롯데 자이언츠 팬이 된다. 저자가 자이언츠를 응원한 지도 30년이 넘었으니, 프로그램 소재로 야구를 택하는 게 짐작 못 할 일은 아니다. 전작 『스릴 너머』에서 저자가 민망해하며 꺼내 보인 15년도 더 된 프로그램 기획안에도 야구 이야기가 적혀 있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가정 형편, 성별, 신체 조건 등을 이유로 야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팀을 이뤄 1승을 향해 달려가는, 리얼리티와 다큐멘터리가 섞인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기획은 훗날 2부작 다큐멘터리 「미쳤대도 여자야구」로 이어졌다. 그런데 단지 '야구'가 아니라 특히 '여자야구'인 건 왜일까.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전례 없는 전성기를 맞았다. 2024년, 사상 최초로 천만 관중 시대가 열렸고, "2025년에는 시즌 누적 관중 1200만 명을 돌파"했다. 그 뜨거운 열기의 주역은 20~30대 여성이었다.
"스케치북이나 태블릿PC에 응원 메시지를 써 오고, 선수별 응원가는 물론 율동까지 외워 온몸으로 응원을 보내는 그들의 존재는 관중석에서 술 마시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아저씨들의 시대를 기억하는 내게 격세지감 그 자체였다."
그러나 저자를 또 한 번 놀라게 한 건, 야구를 향한 대중의 열기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치러지는 야구가 있다는 점이었다. 4대 구기종목인 축구, 농구, 배구, 야구 중에 국내 여자 프로리그가 없는 종목은 야구뿐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성 야구선수들의 경기는 없다. 저자는 야구 인생 30년 동안 어떻게 여자야구를 찾아볼 생각은 못 했는지 자문하다가 방향을 틀어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우리가 야구장에서 본 여성은 누구였던가." 치어리더, 배트걸, 시구를 하러 마운드에 오른 여성 연예인. 저자는 그 바깥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기로 한다. "글러브를 끼고, 방망이를 쥐고,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며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리는 여자들."
1954년 전미여자프로야구리그AAGPBL가 해산되고 72년 만인 2026년, 미국 여자프로야구리그가?부활했다.?일본?여자프로야구리그가 2021년에 해체되면서 사실상 여성 야구선수가 야구로 생계를 이어갈 길은 막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WPBL의 출범 소식은 야구를 하며 먹고사는 미래를 꿈꿔볼 최후의 기회였다. 전 세계에서 600여 명의 여성 야구선수가 입단 테스트에 지원했고, 그중 120여 명의 선수가 최종 합격했다. 지난 8월 1일,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로빈 로버트 스타디움에서 4000여 명 관중의 박수와 함성 속에서 개막전이 치러졌다. 개막전에서 뉴욕 홈팀 하이츠의 선발투수로 등판한 선수는 다름 아닌 한국의 야구선수 김라경이었다. 수많은 '최초'를 쓰며 한국 여자야구의 길을 낸 김라경, 그리고 WPBL 선수 지명에서 전체 선수 4위로 호명되며 세계를 놀라게 한 김현아, 한국 여자야구 역사상 첫 국제대회 홈런을 쳐낸 박주아.
「미쳤대도 여자야구」는 2026년 1월에 방영된 2부작 다큐멘터리로 김라경, 김현아, 박주아의 WPBL 도전기를 따라간다. 세 선수가 여자야구 불모지에서 WPBL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들 앞을 가로막던 장벽과 그들이 어떻게든 그 벽을 뛰어넘는 장면이 6개월간 그들과 동행한 저자의 눈으로 담겨 있다. '여자야구'를 계속하는 동력, 녹록지 않은 조건을 딛고 올라서는 투지, 겸연쩍은 미소와 남몰래 훔친 눈물 같은 것을 바라보던 저자는 이 다큐멘터리를 찍는 동안만큼은 자이언츠 팬이 아니라 여자야구 팬이 되고 말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장담하길 우리 또한 그들에게 입덕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말한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우리는 모르는 여자야구팀이 리그를 이어가고 있다. 블랙펄스, 레드폭스, 퀄리티스타트…… 이른바 엄마가 던지고 딸이 때리는 리그다. 한국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선수의 탄생을 포착하는 여정은 우뚝 선 담장 뒷이야기를 조명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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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여자가 무슨 야구야?
그래도 야구가 좋으니까
김라경, 김현아, 박주아 세 선수가 야구를 시작한 계기와 그간의 사연은 제각각이다. 야구를 시작하던 때부터 오직 이 길을 위해 내달린 선수가 있는가 하면, 우연한 계기로 발을 들였고 언제든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계속해온 선수도 있다.
김라경 선수는 프로선수를 꿈꾸던 오빠를 따라다니다가 자연스레 야구를 접했고 쭉 야구를 좋아했다. '넌 여자라서 어차피 야구선수 못 해'라던 또래 남자아이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리틀야구단 입단 테스트에 유일한 여자 선수로 참여해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 그 뒤로도 넘어야 할 산이 펼쳐졌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어디에도 여성 야구부가 없으니, 여성 프로선수가 될 기회도, 여성 선수로 프로리그에 출전할 기회도 모두 없었다. 그런 그가 대학 야구부 중 체육 특기생이 아니어도 출전을 허용하는 유일한 야구팀에 들어가기 위해 서울대에 진학했다는 이야기는 그를 국내 대학리그에서 뛴 최초의 여성 선수로 추켜세워줬지만, 여성 선수에 한한 불가능의 조건은 태연하게 남아 있었다.
김현아 선수의 시작은 부모님의 권유였다. 곧잘 했기에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야구를 배웠지만 수험생이 되자 접었다. 대학 진학 후에 다시 야구를 찾았고, 취준생의 자세로 준비하더니 1년 뒤 여자야구 국가대표 외야수가 됐다. 야구를 하다 말다 했다고 김현아 선수에게 애정이나 의지가 부족했던 건 아니다. 그는 프로선수라는 꿈이라거나 거창한 목표를 좇는 대신 사회인리그에서 만난 언니들처럼 계속해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생계부터 해결할 줄 알아야 했고, 그러므로 야구를 안 할 때는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했다.
박주아 선수는 어려서부터 재능도 뛰어났고 자기 의지도 돋보였다. 하지만 야구를 해봐야 나중에 뭐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그의 다음 행보를 줄곧 가로막았다. 그는 실력을 갈고닦는 한편 그것만으로 야구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가 택한 전략은 여자야구의 위상을 높이자는 것. 「최강야구」 「골 때리는 그녀들」처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뛰어든 것도 여자야구를 자주 보여주면 여자가 야구를 하는 게 당연해질 테고, 야구를 더 오래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였다.
구체적인 사연은 다 다르더래도, 세 선수가 야구의 가장 가운데로 밀고 들어가려 할 때마다 그에 맞먹는 힘이 그들을 돌려세웠다. 여자는 들어갈 수 없는 야구부, 여자애 하나 못 이기느냐고 또래 남자아이를 윽박지르는 코치, 야구를 계속해봐야 밥벌이는 하겠냐는 핀잔. 불가능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그들이 야구를 계속하려는 이유가 궁금해질 때, 거창하고 특별한 사연을 기대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서사에서 가장 먼저 읽히는 동기는 예외적이지도 별나지도 않다.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기왕이면 그것으로 밥벌이하고 싶다는 마음, 너나 할 것 없이 수긍하는 보편의 마음이 전부다. 다만 그게 여자야구에 한해 한국 사회에서 오래도록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왔을 뿐이다.
끝까지 던지겠습니다
불완전한 출발선
저자는 선수들의 여정에 함께 오르며 준비 과정부터 드래프트 심사와 모든 경기를 지켜보고, 그들이 품은 기대와 설렘, 실수와 눈물, 환호성과 비명까지를 모두 기록한다. 마침내 2025년 11월 21일, WPBL 드래프트가 생중계됐다. 선수를 지명할 네 개 구단의 구단별 계약 대상자가 열다섯 명에 불과했기에, 60명 안에는 이름이 불려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뉴욕 구단이 차례로 유명한 스타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고, 곧이어 보스턴 구단의 지명 차례다. 보스턴 팀에서 첫 번째 선수로 지명한 선수는 한국의 야구선수 김현아다. 김현아 선수가 보스턴 구단의 1순위(전체 서수 4순위)로, 이어서 김라경 선수(뉴욕 구단 3순위, 전체 11순위), 박주아 선수(샌프란스시스코 9순위, 전체 33순위)가 호명된다. 한국의 여성 야구선수가 프로선수로 활동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여성 야구선수가 프로야구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선수들은 환호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그들의 처우가 한꺼번에 개선되는 것은 아니며, 선수들은 별도 계약금 없이 경기 수당만 받는 형태로 계약을 맺었고, 수당조차 시즌 1군 명단에 속해야 받을 수 있다. 오랜 꿈이 현실로 넘어서는 지점에도 여전한 제약과 불충분한 조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첫걸음이 또 어떤 최초로서 기록되고 기억될까. 불완전한 출발선이지만, 일단 그들이 세운 또 하나의 최초가 다음을 쓰고 있다.
"뭔가 꿈꾸던 일이 있나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은 있고 나만 없어요. 그러다 마침내 아이스크림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바로 그거예요. 내 아이스크림이 필드에 나와 있었어요."
그래도 야구가 좋으니까
김라경, 김현아, 박주아 세 선수가 야구를 시작한 계기와 그간의 사연은 제각각이다. 야구를 시작하던 때부터 오직 이 길을 위해 내달린 선수가 있는가 하면, 우연한 계기로 발을 들였고 언제든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계속해온 선수도 있다.
김라경 선수는 프로선수를 꿈꾸던 오빠를 따라다니다가 자연스레 야구를 접했고 쭉 야구를 좋아했다. '넌 여자라서 어차피 야구선수 못 해'라던 또래 남자아이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리틀야구단 입단 테스트에 유일한 여자 선수로 참여해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 그 뒤로도 넘어야 할 산이 펼쳐졌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어디에도 여성 야구부가 없으니, 여성 프로선수가 될 기회도, 여성 선수로 프로리그에 출전할 기회도 모두 없었다. 그런 그가 대학 야구부 중 체육 특기생이 아니어도 출전을 허용하는 유일한 야구팀에 들어가기 위해 서울대에 진학했다는 이야기는 그를 국내 대학리그에서 뛴 최초의 여성 선수로 추켜세워줬지만, 여성 선수에 한한 불가능의 조건은 태연하게 남아 있었다.
김현아 선수의 시작은 부모님의 권유였다. 곧잘 했기에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야구를 배웠지만 수험생이 되자 접었다. 대학 진학 후에 다시 야구를 찾았고, 취준생의 자세로 준비하더니 1년 뒤 여자야구 국가대표 외야수가 됐다. 야구를 하다 말다 했다고 김현아 선수에게 애정이나 의지가 부족했던 건 아니다. 그는 프로선수라는 꿈이라거나 거창한 목표를 좇는 대신 사회인리그에서 만난 언니들처럼 계속해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생계부터 해결할 줄 알아야 했고, 그러므로 야구를 안 할 때는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했다.
박주아 선수는 어려서부터 재능도 뛰어났고 자기 의지도 돋보였다. 하지만 야구를 해봐야 나중에 뭐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그의 다음 행보를 줄곧 가로막았다. 그는 실력을 갈고닦는 한편 그것만으로 야구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가 택한 전략은 여자야구의 위상을 높이자는 것. 「최강야구」 「골 때리는 그녀들」처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뛰어든 것도 여자야구를 자주 보여주면 여자가 야구를 하는 게 당연해질 테고, 야구를 더 오래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였다.
구체적인 사연은 다 다르더래도, 세 선수가 야구의 가장 가운데로 밀고 들어가려 할 때마다 그에 맞먹는 힘이 그들을 돌려세웠다. 여자는 들어갈 수 없는 야구부, 여자애 하나 못 이기느냐고 또래 남자아이를 윽박지르는 코치, 야구를 계속해봐야 밥벌이는 하겠냐는 핀잔. 불가능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그들이 야구를 계속하려는 이유가 궁금해질 때, 거창하고 특별한 사연을 기대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서사에서 가장 먼저 읽히는 동기는 예외적이지도 별나지도 않다.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기왕이면 그것으로 밥벌이하고 싶다는 마음, 너나 할 것 없이 수긍하는 보편의 마음이 전부다. 다만 그게 여자야구에 한해 한국 사회에서 오래도록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왔을 뿐이다.
끝까지 던지겠습니다
불완전한 출발선
저자는 선수들의 여정에 함께 오르며 준비 과정부터 드래프트 심사와 모든 경기를 지켜보고, 그들이 품은 기대와 설렘, 실수와 눈물, 환호성과 비명까지를 모두 기록한다. 마침내 2025년 11월 21일, WPBL 드래프트가 생중계됐다. 선수를 지명할 네 개 구단의 구단별 계약 대상자가 열다섯 명에 불과했기에, 60명 안에는 이름이 불려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뉴욕 구단이 차례로 유명한 스타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고, 곧이어 보스턴 구단의 지명 차례다. 보스턴 팀에서 첫 번째 선수로 지명한 선수는 한국의 야구선수 김현아다. 김현아 선수가 보스턴 구단의 1순위(전체 서수 4순위)로, 이어서 김라경 선수(뉴욕 구단 3순위, 전체 11순위), 박주아 선수(샌프란스시스코 9순위, 전체 33순위)가 호명된다. 한국의 여성 야구선수가 프로선수로 활동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여성 야구선수가 프로야구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선수들은 환호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그들의 처우가 한꺼번에 개선되는 것은 아니며, 선수들은 별도 계약금 없이 경기 수당만 받는 형태로 계약을 맺었고, 수당조차 시즌 1군 명단에 속해야 받을 수 있다. 오랜 꿈이 현실로 넘어서는 지점에도 여전한 제약과 불충분한 조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첫걸음이 또 어떤 최초로서 기록되고 기억될까. 불완전한 출발선이지만, 일단 그들이 세운 또 하나의 최초가 다음을 쓰고 있다.
"뭔가 꿈꾸던 일이 있나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은 있고 나만 없어요. 그러다 마침내 아이스크림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바로 그거예요. 내 아이스크림이 필드에 나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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