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마땅하다
박경린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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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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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린의 소설 『죽어 마땅하다』는 한 사람의 죽음에서 시작해 오래 묻혀 있던 세 사람의 시간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작품의 첫 장면은 차갑고 선명하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는 없었다." 그 문장처럼 이 소설에서는 선과 악, 가해와 피해, 복수와 속죄의 경계가 쉽게 나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발견된 시신은 하나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그것은 수십 년 동안 말해지지 못한 상처가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른 결과처럼 다가온다.
이 작품의 힘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감싸고 있는 삶의 두께에 있다. 작가는 독자를 완도의 바다, 충청도의 저수지, 인천의 야간학교와 공장 기숙사, 주안역 광장의 노래와 분식집의 냄새까지 차근차근 불러낸다. 그 풍경 속에서 정희, 경숙, 미영은 서로를 만난다. 가난하고 외롭고 상처 많은 아이들이었지만, 셋은 함께 있는 동안만큼은 세상에 버려지지 않은 사람들처럼 웃고 먹고 걷는다. "그들은 서로에게 가족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문장은 이 소설의 가장 따뜻한 심장이다. 그 문장 때문에 뒤이어 찾아오는 균열과 침묵은 더 아프게 남는다.
이 책 『죽어 마땅하다』는 복수를 다루지만, 복수의 통쾌함에 기대는 소설은 아니다. 이 작품은 오히려 복수가 시작되기 전까지 한 사람이 얼마나 오래 무너졌는지를 바라본다. 미영이 겪은 일, 정희가 평생 끌어안은 죄책감, 경숙이 뒤늦게 감당하게 되는 진실은 모두 한순간에 생긴 비극이 아니다. 말하지 못한 밤이 있고, 묻지 못한 질문이 있고, 외면한 시간이 있다. 그 침묵이 수십 년을 지나 다시 돌아와 사람들의 삶을 붙든다. 작가는 그 과정을 차갑게 밀고 나가면서도 인물들을 함부로 심판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왜 그 지점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는지, 독자가 외면할 수 없도록 끝까지 따라가게 한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것은 여성들의 우정이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정은 때로 구원이지만, 때로는 빚이 되고 형벌이 된다. 어린 날의 정희, 경숙, 미영은 서로에게 밥이고 잠자리이며 웃음이었다. 그들은 가난한 공장과 좁은 교실, 퉁퉁 불은 라면과 거리의 노래 속에서 서로를 살려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그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말을 하지 못했다. 묻지 못했고, 설명하지 못했고, 붙잡지 못했다. 그 침묵이 관계를 갈라놓았고, 그 침묵의 대가는 너무 오래 지속되었다. 작가는 우정을 낭만적으로 꾸미지 않는다. 사랑이 깊은 만큼 상처도 깊을 수 있음을, 오래된 관계일수록 더 잔인한 방식으로 서로를 묶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의 문체는 거칠고 생생하다. 사투리와 생활어가 인물의 몸에 붙어 있고, 장면들은 과장된 수사보다 현장의 냄새로 살아난다. 술집의 소란, 미용실의 수다, 공장 기계의 소리, 저수지의 음습한 적막이 선명하게 이어진다. 추한 것은 추한 대로, 우스운 것은 우스운 대로, 비참한 것은 비참한 대로 놓아둔다. 그래서 이 소설의 문장은 때로 거칠고 때로 통속적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이상하게도 더 현실적이다. 삶은 언제나 정갈한 문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은 자존감이 있는 거랑께"라는 미영의 말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의지처럼 읽힌다. 미영은 가난했고, 속았고, 버려졌고, 병들었지만 끝내 자신이 짓밟힌 사람이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으려 한다. 이 말은 미영 개인의 항변을 넘어, 함부로 사용되고 쉽게 지워진 사람들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이 소설이 독자에게 남기는 불편함도 거기에 있다. 누군가의 상처가 세상에서는 오래전에 끝난 일로 처리되더라도, 당사자의 몸과 마음에서는 결코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죽어 마땅하다』는 독자에게 묻는다. 죽어 마땅하다는 말은 누구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가. 법이 가닿지 못한 죄, 사과 없이 지나간 시간, 피해자의 삶을 망가뜨리고도 아무렇지 않게 늙어간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분노할 수 있는가. 동시에 이 소설은 복수의 끝이 과연 해방인지도 조용히 되묻는다. "자연은 언제나 수용적이다"라는 문장이 반복될 때, 바다와 저수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듯 보이지만, 인간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물속으로 사라진 것은 시신만이 아니라 남은 자들이 평생 끌고 가야 할 죄의식과 고독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죽어 마땅하다』는 자극적인 사건을 앞세우면서도 그 안에 오래된 여성의 삶, 산업화 시절의 노동, 가난한 청춘의 우정, 성폭력의 후유증, 죄책감과 노년의 고독을 촘촘히 엮어낸다. 읽는 동안 독자는 사건의 진실을 따라가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 아니다. 한 사람의 고통을 제때 들어주지 못한 사회, 말해야 할 순간에 침묵했던 사람들, 그리고 너무 늦게 도착한 용서의 무게가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독자를 오래 붙든다. 사건이 끝난 뒤에도, 바다와 저수지의 검은 물결처럼 마음속에서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박경린의 소설 『죽어 마땅하다』는 한 사람의 죽음에서 시작해 오래 묻혀 있던 세 사람의 시간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작품의 첫 장면은 차갑고 선명하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는 없었다." 그 문장처럼 이 소설에서는 선과 악, 가해와 피해, 복수와 속죄의 경계가 쉽게 나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발견된 시신은 하나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그것은 수십 년 동안 말해지지 못한 상처가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른 결과처럼 다가온다.
이 작품의 힘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감싸고 있는 삶의 두께에 있다. 작가는 독자를 완도의 바다, 충청도의 저수지, 인천의 야간학교와 공장 기숙사, 주안역 광장의 노래와 분식집의 냄새까지 차근차근 불러낸다. 그 풍경 속에서 정희, 경숙, 미영은 서로를 만난다. 가난하고 외롭고 상처 많은 아이들이었지만, 셋은 함께 있는 동안만큼은 세상에 버려지지 않은 사람들처럼 웃고 먹고 걷는다. "그들은 서로에게 가족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문장은 이 소설의 가장 따뜻한 심장이다. 그 문장 때문에 뒤이어 찾아오는 균열과 침묵은 더 아프게 남는다.
이 책 『죽어 마땅하다』는 복수를 다루지만, 복수의 통쾌함에 기대는 소설은 아니다. 이 작품은 오히려 복수가 시작되기 전까지 한 사람이 얼마나 오래 무너졌는지를 바라본다. 미영이 겪은 일, 정희가 평생 끌어안은 죄책감, 경숙이 뒤늦게 감당하게 되는 진실은 모두 한순간에 생긴 비극이 아니다. 말하지 못한 밤이 있고, 묻지 못한 질문이 있고, 외면한 시간이 있다. 그 침묵이 수십 년을 지나 다시 돌아와 사람들의 삶을 붙든다. 작가는 그 과정을 차갑게 밀고 나가면서도 인물들을 함부로 심판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왜 그 지점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는지, 독자가 외면할 수 없도록 끝까지 따라가게 한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것은 여성들의 우정이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정은 때로 구원이지만, 때로는 빚이 되고 형벌이 된다. 어린 날의 정희, 경숙, 미영은 서로에게 밥이고 잠자리이며 웃음이었다. 그들은 가난한 공장과 좁은 교실, 퉁퉁 불은 라면과 거리의 노래 속에서 서로를 살려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그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말을 하지 못했다. 묻지 못했고, 설명하지 못했고, 붙잡지 못했다. 그 침묵이 관계를 갈라놓았고, 그 침묵의 대가는 너무 오래 지속되었다. 작가는 우정을 낭만적으로 꾸미지 않는다. 사랑이 깊은 만큼 상처도 깊을 수 있음을, 오래된 관계일수록 더 잔인한 방식으로 서로를 묶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의 문체는 거칠고 생생하다. 사투리와 생활어가 인물의 몸에 붙어 있고, 장면들은 과장된 수사보다 현장의 냄새로 살아난다. 술집의 소란, 미용실의 수다, 공장 기계의 소리, 저수지의 음습한 적막이 선명하게 이어진다. 추한 것은 추한 대로, 우스운 것은 우스운 대로, 비참한 것은 비참한 대로 놓아둔다. 그래서 이 소설의 문장은 때로 거칠고 때로 통속적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이상하게도 더 현실적이다. 삶은 언제나 정갈한 문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은 자존감이 있는 거랑께"라는 미영의 말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의지처럼 읽힌다. 미영은 가난했고, 속았고, 버려졌고, 병들었지만 끝내 자신이 짓밟힌 사람이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으려 한다. 이 말은 미영 개인의 항변을 넘어, 함부로 사용되고 쉽게 지워진 사람들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이 소설이 독자에게 남기는 불편함도 거기에 있다. 누군가의 상처가 세상에서는 오래전에 끝난 일로 처리되더라도, 당사자의 몸과 마음에서는 결코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죽어 마땅하다』는 독자에게 묻는다. 죽어 마땅하다는 말은 누구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가. 법이 가닿지 못한 죄, 사과 없이 지나간 시간, 피해자의 삶을 망가뜨리고도 아무렇지 않게 늙어간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분노할 수 있는가. 동시에 이 소설은 복수의 끝이 과연 해방인지도 조용히 되묻는다. "자연은 언제나 수용적이다"라는 문장이 반복될 때, 바다와 저수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듯 보이지만, 인간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물속으로 사라진 것은 시신만이 아니라 남은 자들이 평생 끌고 가야 할 죄의식과 고독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죽어 마땅하다』는 자극적인 사건을 앞세우면서도 그 안에 오래된 여성의 삶, 산업화 시절의 노동, 가난한 청춘의 우정, 성폭력의 후유증, 죄책감과 노년의 고독을 촘촘히 엮어낸다. 읽는 동안 독자는 사건의 진실을 따라가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 아니다. 한 사람의 고통을 제때 들어주지 못한 사회, 말해야 할 순간에 침묵했던 사람들, 그리고 너무 늦게 도착한 용서의 무게가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독자를 오래 붙든다. 사건이 끝난 뒤에도, 바다와 저수지의 검은 물결처럼 마음속에서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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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박경린 30년간 영어강사로 학생들과 함께하며 언어의 즐거움을 나누었다. 은퇴 후에는 국가지질공원 해설사로 활동하며 자연과 사람을 잇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책 읽기를 좋아해 오랫동안 독서 모임을 이어오며 다양한 삶과 이야기를 만났다.
예순에 첫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다. 경기도 화성의 시골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으며, 마당을 찾는 여덟 마리의 길고양이도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자연과 동물,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온기와 삶의 이야기를 소설에 담고자 한다.
예순에 첫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다. 경기도 화성의 시골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으며, 마당을 찾는 여덟 마리의 길고양이도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자연과 동물,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온기와 삶의 이야기를 소설에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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