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아이들(사계절 아동문고 120)
황지영 창작동화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뾰족한 수는 아니더라도, 뭉툭한 수라도 쥐어야 한다.”
세상에 숨겨진 아이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황지영 작가의 최신작
“마을을 지키자고 제물 후보는 죽어도 된다는 거야?”
고정관념, 양심의 틈을 꿰뚫는 질문을 던지다
요괴가 판을 치는 바깥세상과 달리 지네신의 보호 아래 평화롭고 풍요로운 함지골. 다리에 흠이 있다는 이유로 일찍이 마을의 제물 후보에서 탈락한 숨이는 언니 설이와 달리 온갖 궂은일을 도맡으며 지낸다. 숨이는 참을 수 없는 설움에 언제라도 요괴가 나타났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 마음 때문이었을까, 추수를 앞두고 마을 논밭이 영문도 모르게 검게 변해 버린다. 한동안 잠잠하던 요괴의 등장에 올해의 제물인 설이는 당장 보름밤에 지네신에게 가야만 한다. 생각지 못한 현실을 맞닥뜨린 숨이는 그간 당연하게만 여겨 온 제물을 두고 난생처음으로 마을의 부조리를 깨닫는다.
설이는 안 된다. 연두도 안 된다. 그럼 누구여야 할까?
숨이는 별안간 커다란 돌덩이에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도 안 되는 거였어…….” (34쪽)
함지골에 오래도록 뿌리박힌 생각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숨이의 친구 연두와 문수는 제물이 되는 건 ‘영광스럽고 신성한’ 일이라는 확신으로 이 순리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의사를 내비친다. 『숨겨진 아이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 가족이나 자신이 아닌 소수의 희생으로 일생을 지탱해 온 마을 사람이라면, 이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앞선 제물의 희생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 내심 안심하지는 않을까? 황지영 작가는 어려서 ‘두꺼비의 보은’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썼다. 그는 당시 마을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가졌음을 고백하며, 다수의 평화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저질러 온 함지골의 민낯을 드러내 보였다. 작품 속 함지골은 오늘날 사회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먼 타국에서 이어지는 전쟁을 두고 우리나라의 일이 아니라 다행으로 여기거나 이주민 밀집 지역의 학교, 장애인 학교의 설립을 두고 반대 시위를 여는 등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명목으로 사회 안에서 약자를 지워 버리는 일들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숨겨진 아이들』의 모티프는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설화일 테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생각해 보아야 할 지점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은 은혜를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기존의 메시지가 아닌, 지금 내가 누리는 평안을 떠올리게 하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약자의 고통을 깨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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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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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과오 앞에서 기꺼이 변화하려 애쓰는 아이
늘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그런가 보다' 하며 지내라는 이야기를 듣고 살아온 숨이는 더 이상 이 현실을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없다. 당장 언니를, 이 부당한 세상을 구해야만 속이 풀릴 것 같다. 숨이는 당장 언니에게 집안일을 맡겨 언니의 몸을 더럽히기로 한다. 제물은 늘 깨끗해야만 하니까. 언니가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다음 제물 후보들에게도 똑같이 행하겠다고. 하지만 돌아오는 건 가족들의 만류뿐이다. 심지어 어머니도 과거에 제물이었던 친구를 보내지 않으려 숨이처럼 온갖 수를 써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말을 전하는데……. 그래도 숨이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이상하고 별나다는 비난의 눈길을 받을지언정, 제물을 살리고 요괴를 물리쳐 마을을 구해 내겠다고 결심한다. 제물 후보가 아닌 그저 '한 아이'로서.
"정해진 운명 같은 건 없어요. 할머니가 저를 제물로 만들지 않으려 했어도 지네에게 가게 된 것처럼요. 모두 제가 결정한 거예요." (88쪽)
『숨겨진 아이들』은 남들 눈에 별나 보이는 아이, 그러나 모두가 범하기 쉬운 과오를 스스로 깨닫고 기꺼이 변화하려 애쓰는 어린이를 그려 왔던 작가의 미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을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언니와 연두를 보며 자라고, 한때 후보가 되지 못해 아쉬워했던 숨이는 정해진 삶을 살아야 했던 여자아이들을 떠올리며 과연 제물들을 향한 대우가 옳았는지 돌이켜본다. 또한 할머니에게서 들은 제 장애의 충격적인 진실을 되뇌며 자신을 비롯한 마을 아이들의 상처를 씻어 내기로 마음먹는다. 지네신이나 제물이라는 보호막에서 벗어나, 모두가 부당한 사회에 맞서야 한다고 다짐하는 숨이의 모습에서 비로소 독자들은 알게 될 것이다. 절대 바뀌지 않을 거라며 기성세대가 답습해 온 체제에 순응하기보단 한 번쯤은 "뾰족한 수는 아니더라도, 뭉툭한 수라도 쥐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더 이상 숨겨진 아이들은 없다
마을을 나서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숨이 앞에 의외의 인물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아이들을 구렁텅이로 내몰았다고 여긴 마을 어른들 중에서도 끊임없이 지네신과 요괴에 대적할 방법을 연구해 온 이들이 있었다. 그 덕에 제물로 떠나는 설이 또한 만반의 준비를 하게 된다. 모두가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에 힘을 얻은 숨이는 굳세게 지네 굴로 향한다. 그 길에서 숨이는 예기치 않게 요괴를 만나는가 하면, 세상에 숨겨진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바로 제물 후보로 명을 다하고 한이 남아 저승으로 채 가지 못한 아이들이다. 수십 년째 도움을 청해도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지네 앞에 나선 숨이에게 아이들의 간절한 목소리는 가닿을 수 있었다. 아직까지 마을 사람들에게 분이 풀리지 않은 혼령들을 보며, 숨이는 도움을 청한다. 기필코 요괴를 물리칠 테니 지네신에게 가는 길까지 함께해 달라고. 결국 혼령들 중 반만 숨이와 동행하게 되는데, 과연 숨이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혼령들은 물론이고, 숨이의 소꿉친구인 연두와 문수마저도 요괴를 물리치러 같이 나서자는 숨이의 제안에 선뜻 응하지 못하고 오로지 숨이만이 나서는 듯 보였지만, 아이들은 함지골 외에도 여전히 숨겨진 마을과 약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침내 칼을 뽑아 들며 자신의 뜻을 펼친다. 숨이가 가져온 비장의 무기 붉은 돌칼부터 혼령이 된 제물들이 그간 품어 왔던 무기들, 그리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열 일 제치고 달려온 연두와 문수의 용기까지. 휘몰아치는 지네신과 요괴의 진실, 숨겨진 아이들의 투쟁에 마지막까지 책장을 붙들게 만든다. 『숨겨진 아이들』의 인물들이 내비친 용기처럼 진실을 바라볼 줄 아는 이들의 화합이 빛을 발할 때 분명 진정한 평화가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내다본 작품 속 아이들의 힘찬 행보를 통해 독자들 또한 누군가의 희생에 빚지지 않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목차
목차
검은 벼
영광스러운 제물
붉은 돌칼
보름밤
노랫소리
동굴 속 지네
칼의 무덤
숨겨진 마을
작가의 말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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