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의사들
그곳에 히포크라테스는 없었다
『나쁜 의사들』은 숱한 증언과 방대한 자료를 통해 강제수용소에서 벌어진 인체 실험과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는 비록 자신이 역사가는 아니지만 그저 의사라는 자격으로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서술하고자 했다. 객관적 보고서처럼 구성되어 마치 한 편의 다큐를 보는 듯하지만 찬찬히 읽다 보면 이성보다 감성적 호소가 눈에 띄며, 아우슈비츠 희생자의 후손이자 현직 의사인 저자가 느꼈을 분노, 책임감, 안타까움, 고뇌, 의문 등의 갖가지 감정들을 책에서 함께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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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역사 1위, 에세이 1위, 올해의 가장 슬픈 화제작
"이것은 내가 수차례 미루고 미룬 개인적인 순례이자 추모 여행이다.
… 그 추악한 의사들은 모두가 미치지도, 무능하지도 않았다."
아우슈비츠 희생자 3세이자 현직 의사,
무너진 의료 윤리의 현장에 서다
이 책 《나쁜 의사들》의 원래 제목은 "지옥의 히포크라테스(Hippocrate aux enfers)"이다. 진짜 히포크라테스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겠으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봉사했던 의사들을 향한 분노와 냉소, 지옥과도 같았던 그 시대의 비유임을 이해한다면, 이 책을 펼치기 전에 절로 숙연해질 것이다.
저자 미셸 시메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 중 한 사람으로 TV와 라디오에서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유머러스한 평소의 모습 뒤에는 오래전 두 할아버지를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잃은 개인적 아픔이 있었고, 여러 강제수용소에서 벌어진 의사들의 만행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려왔다.
이런 슬픈 의무감을 떨치지 못한 저자는 강제수용소에서 죽은 두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품고 파시즘에 종사한 의사들의 흔적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아우슈비츠, 다하우, 부헨발트, 스트라스부르 등지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의료 행위들이 자행되었다. 그 역사의 현장을 주도한 의사들은 모두 자신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헌신할 것을 선서한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이기도 하다.
이 책은 숱한 증언과 방대한 자료를 통해 강제수용소에서 벌어진 인체 실험과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는 비록 자신이 역사가는 아니지만 그저 의사라는 자격으로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서술하고자 했다. 객관적 보고서처럼 구성되어 마치 한 편의 다큐를 보는 듯하지만 찬찬히 읽다 보면 이성보다 감성적 호소가 눈에 띄며, 아우슈비츠 희생자의 후손이자 현직 의사인 저자가 느꼈을 분노, 책임감, 안타까움, 고뇌, 의문 등의 갖가지 감정들을 책에서 함께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가슴 깊이 파고드는 이 강렬하고 솔직한 목소리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실험 윤리와 인간의 존엄이라는 문제에 대해 깊은 각성과 성찰을 촉구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안네의 일기》 등 지금껏 전해 들은 많은 홀로코스트 이야기와 달리 이 책은 나치 수용소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글쓴이의 복잡하고 안타까운 심정 또한 배가되어 우리에게까지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휘발유 주사에서 불임 시술까지,
의사인가, 사형집행인인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독일 뉘른베르크에서는 의사 20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그들은 외과에서 내과, 피부과, 방사선과 등 전공이 다양했으며 나이 또한 30~60대까지 폭넓었다. 재판 당시 나치 의사들을 조사했던 사람들은 수많은 증거와 증인들을 통해 그들이 가스실보다 혹독한 고통을 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저자는 "양심이 없는 과학은 영혼의 잔해일 뿐이다"라는 라블레의 말을 서두에 인용하며 과거 나치에 헌신했던 대표적인 몇몇 의사들의 행적을 밝힌다.
지그문트 라셔는 저체온증 연구를 위해 수감자들을 얼음물 수조 안에서 죽어가게 했고, 아리베르트 하임은 마취도 하지 않고 장기를 적출하고 손에 초시계를 쥔 채 죽음이 생명을 삼키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관찰했다. 하임은 휘발유나 독을 사람의 심장에 직접 주사하며 오로지 죽이는 일에 열중했다고 한다. 아우구스트 히르트는 타 민족의 두개골과 뼈를 모아 전시하기 위해 아우슈비츠로부터 수감자를 조달받아 표본을 만들기도 했다. 기소를 당한 의사들 중 유일한 여성인 헤르타 오버호이저는 전쟁터에서 싸우는 독일군의 상처와 유사하도록 실험 대상자의 상처에 녹슨 못, 유리 조각, 먼지 따위를 비볐다. 카를 클라우베르크는 여성 수감자들을 불임시키기 위해 자궁에 포르말린을 주사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믿기지 않는 잔혹한 사건들을 마주한 저자는 자신의 사무실에 이들의 사진을 붙여놓고 무엇이 이들을 사형집행인으로 변하게 했는지 이해해보려고 애썼다. 도대체 그들의 인격과 개인사 속의 무엇이 괴물 같은 시대와 결합해 그들을 살인자로 만들었을까?
"우리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특히 나처럼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그 중죄범들이 미천한 의사이기를 바란다. 그들은 인생의 낙오자이고 그다지 영리하지 못하며 환경과 이데올로기로부터 영향을 받은 개업의들인데, 발명가 흉내를 내려고 시대와 강제수용소의 고립을 이용한 것이라고……."
우리는 이 못된 의사들이 미친 시대의 피해자이며 너무 형편없는 인간이어서 악독해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버릴 수 있다. 좀 더 영리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광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또 악명 높은 요제프 멩겔레를 보며 정신병자라고 혀를 찰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 대부분은 당시 여러 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한 명문대학에서 공부했고, 당시 사진을 보면 그냥 일반적인 의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에겐 너무나 관대했던 최후!
재편된 권력의 암묵적 동조와 협업
나치 독일이 패망하고 연합군이 승리했으니 이제 죽음의 수용소 의사들이 치를 죗값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최후는 놀라울 정도로 멀쩡하고 관대하게 이루어졌다. '마우트하우젠의 도살자'라고 불리던 하임 박사를 비롯해 이 책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는 의사들 중 일부는 반인류적 범죄 행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쉽게 감형되었고, 석방된 후에는 의사의 직무를 이어가며 평범하게 살았다. 또 다른 일부는 운 좋게 도피해 수십 년간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한 채 감옥 밖의 삶을 살았다.
1947년 최종 판결이 내려졌으나 피고 의사 20명 중 7명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두 번째 판결에서 다른 몇몇도 무죄를 받았다.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진 인물들 외에 전쟁 후 권력의 재편으로 목숨을 유지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 중에는 오히려 더욱 명예로운 위치에 오른 사람도 있다. 독일의 유명 화학기업 이게파르벤의 오토 암브로스는 전범 리스트 상위에 있었지만 미군과의 공모로 지프를 타고 도주해 아흔이 넘은 나이까지 명석한 기업가로 모든 명예를 누리다 생을 마쳤다.
여기에는 종전 후 미국이 펼친 '페이퍼클립 작전'의 영향이 컸다. 그 작전의 목적은 나치의 수많은 과학자들을 미국으로 데려와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었는데, 다시 말하면 미국이 공산주의와의 투쟁에 대비해 과학 기술과 인적 자원을 챙긴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나치 흉악범들이 법의 심판을 피하는 혜택을 입었다. 하지만 이런 결말에는 미국뿐만이 아니라 소련, 프랑스, 영국 등도 동참했다. 이 나라들은 독일의 앞선 과학기술의 영향으로 로켓과 제트 엔진, 최초의 헬리콥터 등을 개발했다.
그래서 그들의 실험이 현대 과학에 공헌했나?
"요제프 멩겔레는 곧 희생될 쌍둥이들을 탐욕스럽게 관찰하고 사체를 부검했다. 찾아보려고. 이해해 보려고. 보고, 찾고, 이해하고……. 그런데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의사들이 한 일은 나쁘지만 그래도 그것이 의학을 발전시켰다고 보는 견해에 대해 저자는 고통스러운 반발심을 느낀다. 윤리를 기본으로 하는 의사로서 잔학행위들이 의학의 진보로 연결되지 않을 거라 확신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모든 것이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어질수록 그 실험들이 과학의 진보를 가져왔을 거라는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자료들을 꺼내 이 책을 썼다. 논쟁이 많았던 실험들의 결과는 어땠을까? 과연 그들의 잔혹했던 실험들은 현대 과학에 공헌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저자는 '반반'이라고 답한다. 오늘날 전투기 비행사들이 사용하는 반중력 슈트는 블랙아웃 현상과 의식을 잃는 것을 막아준다. 이것은 다하우에서 수감자들을 얼음물 수조 안에서 죽어가게 한 라셔에게서 비롯된 거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 말은 절반만 진실이며 실은 1941년부터 그 원리를 상상한 어느 캐나다 사람이 시초라고 주장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사실 나치가 발전을 가져다 준 유일한 분야는 바로 죽음이다. 사린, 타분, 미사일 등의 온갖 방법들이 나치 십자가 기장 아래 대량 범죄를 합리화하는 용도로 탄생했다. 제3제국의 이데올로기에서 왜곡된 과학과 더불어 의사들은 지옥으로 내려갔다. 이 반(反)의사들은 치료를 하는 대신 살인을 저질렀다. 그들은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강제수용소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한편, 양심 없는 대학과 제약회사, 그리고 인체 실험을 한 과학자들을 데려간 연합군 또한 잊어선 안 된다고 피력한다. 어쨌거나 대다수의 실험은 고통, 비명, 울부짖음, 탄원 외에는 아무것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오버호이저가 은폐한 상처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알게 되면 우리는 분노와 혐오 사이에서 주저하게 된다. '수술'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녀는 망치로 다리뼈를 부러뜨렸다. 그리고 상처는 포도상구균, 연쇄구균, 나무조각, 유리 파편 등 사형집행인 의사의 손에 들어온 모든 것에 의해 감염되었다. 몇 센티미터나 되는 다리뼈 조각을 잘라 내고, 가끔은 금속판을 이용해 도와주며 자연적으로 치유되도록 놔두었다.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치료약 테스트였다. 뼈를 감싸는 골막 없이 뼈가 재생되는지 확인했다. '작은 토끼들'에게 모르핀은 주지 않았고, 아주 끔찍스런 고통은 끝이 없었다. 상처가 겨우 아물면 실험 대상자들을 두 번째, 세 번째, 여섯 번째로 다시 수술실에 보냈다.
--pp.180~181
1945년 5월부터 루즈벨트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JIOA 멤버들은 폐허가 된 유럽을 누비며 언제나 환대의 땅으로 새로운 과학자들을 찾아다녔다. 과거 나치들조차 환대하는 미합중국을 위해 말이다. 이런 간접적인 수단으로 타협하여 미국에 합류한 과학자들의 수는 1,600명에 가깝다고 추정된다.
--p.210
목차
목차
프롤로그
1장 의사 혹은 사형집행인 _ 뉘른베르크 강령
2장 인간 재료 _ 지그문트 라셔
3장 인간을 살리기 위해 인간을 실험했다 _ 라셔의 연구
4장 당신들은 미칠 것이다 _ 빌헬름 바이글뵉
5장 계속 시도하면 뭔가가 나올 것이다 _ 하인리히 힘러
6장 마우트하우젠의 도살자 _ 아리베르트 하임
7장 지원자가 있든 없든 실험할 것이다 _ 아우구스트 히르트
8장 유대계 볼셰비키 위원들의 두개골 _ 스트라스부르 컬렉션
9장 스트라스부르로 돌아와서
10장 그는 살인자처럼 생기지 않았다 _ 요제프 멩겔레
11장 나는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 _ 멩겔레를 추적하다
12장 마이너스 인구 _ 카를 클라우베르크
13장 그녀는 못되지 않았어요 _ 헤르타 오버호이저
14장 성공하거나 죽거나 _ 에르빈 딩 슐러
15장 페이퍼클립 작전
결론
주
참고문헌
저자
저자
저자는 의사들이 사형집행인으로 변신한 순간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치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과 의사로서의 책임감으로 이 책을 썼다. 생명을 구해야 할 사람들이 어떻게 그 반대로 행동할 수 있는지, 정말로 그들이 행한 실험들이 과학의 진보에 보탬이 되었는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뇌의 흔적이 엿보인다. 이 책은 아우슈비츠 해방 70주년인 2015년 1월에 출간된 후 프랑스에서 종합 6위에까지 올랐으며 역사와 에세이 분야에서 각각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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