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짜 경제민주화를 말하는가
문제는 자유시장 자본주의다
[누가 가짜 경제민주화를 말하는가]는 기존의 경제민주화론과 재벌개혁론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경제민주화론과 복지국가론을 설파해온 정승일 박사의 신간이다. 책은 시장주의가 불평등의 근원이라는 문제의식 위에서 한국경제의 문제는 봉건적, 중상주의적, 전근대적인 재벌그룹과 관치경제가 온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또한 재벌그룹 개혁과 관치경제 타파가 핵심인 근대적 자유주의 개혁은 잘못된 환상과 편견이며, 경제민주주의의 본질은 산업민주주의와 노동권 또는 노동자의 권리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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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미래에 대한 명쾌한 비전을 제시해 주는 책"
- 장하준(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교수) -
기존의 경제민주화론과 재벌개혁론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경제민주화론과 복지국가론을 설파해온 정승일 박사의 신간이다. 저자는 《쾌도난마 한국경제》(2005)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2012)에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함께 한국경제에 대해 거침없는 직설을 펼쳐 '시장 주도 경제'와 '주주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는 진보와 보수를 통렬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신간에서는 시장만능주의 즉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모든 불평등의 근원이라는 문제의식 위에서 오늘날 한국경제의 문제 역시 야권 학자와 정치인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중상주의적이고 전근대적인 경제구조 즉 대기업그룹과 관치경제 때문에 발생하는 아니라 자유시장 자본주의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각종 통계를 통해 명쾌하게 증명한다. 재벌그룹 개혁을 통한 주주민주주의 실현, 관치경제 타파를 통한 시장주도 경제 확립을 핵심 과제로 하는 기존의 자유주의적 경제민주화론은 시대착오적 편견이며 가짜 경제민주화라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세계보편적 경제민주주의는 산업민주주의(industrial democracy)이며 그것의 실체는 '직장 민주화'라고 말한다. 즉 경제민주화의 본래 의미는 직장 생활의 민주주의이며, 재벌그룹 등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운영에서 1인1표 민주주의 원칙을 관철해 노사 공동결정제를 만들고 회사 밖에서는 1인1표 원칙의 산업별 노동조합과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경제민주주의의 출발과 귀결은 '저녁과 여유가 있는 삶'이어야 함을, 경제민주화 논의의 중심에 일반 서민과 직장인들의 절박한 생계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밥 먹여주는 경제민주주의'만이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경제민주화는 가짜 경제민주화!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집회의 귀결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광장의 민주주의'를 '삶의 현장의 민주주의'로 전환시킬 수 있는 사회경제적 대안 세력의 대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구체제의 몰락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에 즈음하여 많은 사람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경제민주화가 과연 무엇일까?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여러 개의 '경제민주화 촛불 입법안'은 모두 하나같이 소수주주(minority shareholders)의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내용이다. 주주민주주의(shareholders democracy)이다. 그런데 과연 주식투자자들의 권리를 강화하면 경제가 민주화될까?
이 책은 그런 방향의 경제민주화를 '가짜 경제민주화'라고 정면으로 비판한다. 심지어 '죽 쒀서 개 주는 경제민주화'라고도 말한다. 경제를 민주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시장의 독재'(주식투자자 독재)를 가져올 뿐이라는 것이다. '경제 왕당파'에 해당하는 최상위 0.001%의 억만장자 재벌 총수 일가의 황제적 경제권력을 해체하여 '경제 귀족파'에 해당하는 우리 국민의 1%인 백만장자 주식투자자들에게 경제권력을 골고루 나누어주자는 것이 주주민주주의이고, 그것은 전형적인 '귀족 민주주의'라고 비판한다. '민주공화정'이 아니라 '귀족공화정'을 만들자는 수작이며, '경제민주주의'의 탈을 쓴 '재산권자 민주주의' 즉 '부르주아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양극화의 원인 - 중상주의인가 시장주의인가?
이 책은 2부로 나누어 있는데, 제1부의 내용은 왜 한국경제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지 그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다. 원인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있다. 첫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경제에 이식된 시장주의(marketism) 또는 자유시장 자본주의 때문에 불평등이 본격화되었다는 관점이다. 둘째는 여전히 강력하게 잔존하는 과거의 전근대적인 중상주의적 경제구조, 구체적으로는 재벌그룹과 관치경제 때문에 불평등이 계속 심화된다는 관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전자의 관점에 서 있다. 김영삼 대통령 정부가 세계화와 시장화, 자율화 등의 기치를 내걸고 1994년 WTO 가입, 1996년 OECD 가입을 추진하여 과거의 국가 주도, 재벌 주도의 중상주의 체제는 해체되고 자유시장 자본주의(free market capitalism)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실제로 모든 통계와 숫자는 매우 공교롭게도 바로 WTO 가입과 OECD 가입이 이루어진 1994~1996년 시점에 불평등이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다수의 야권 인사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그들은 과거 개발독재 중상주의(mercantilism)의 유산인 재벌그룹 체제와 관치경제가 지금도 여전히 구조적으로 해체되지 않은 채 강고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소득 불평등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2017년에 집권할 야당 대통령의 과제는 '시장 자본주의'를 완성하는 개혁 즉 '고전적 자유주의 개혁'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대표하는 이들이 장하성과 정운찬, 김종인과 박영선, 최정표와 조윤제 등 자유주의적 경제민주화론을 대변해온 학자와 정치인들이다.
하지만 이들 자유주의 학자와 정치인들조차 부인하지 못하는 명백한 사실은, 그들이 '사회주의 계획경제+관치경제'였다고 비판하는 1970~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의 시기에는 불평등이 심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완화되었다는 점이다.
서방 7대 자본주의 강국에서 헬조선의 레미제라블
원-달러 환율 가치 변동에 따라 좌우되지만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6년 말에 3만 달러에 달한다. 세계에서 인구가 5천만 명을 넘으며 동시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6개국뿐이다. 한국은 이탈리아에 이은 서방 7대 경제 강국인 것이다. 더구나 한국의 종합적인 과학기술 능력은 세계 7위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과학기술(R&D) 투자액 비율이 4.3%로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연구개발(과학기술) 투자의 절대 액수 역시 세계 6위로 이탈리아를 앞선다. 또한 한국은 1백만 달러(12억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의 숫자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탈리아에 버금가는 서방 7대 강국임을 이 책은 여러 통계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서방 7대 자본주의 강국인 한국경제를 과연 전근대적 또는 봉건적 자본주의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한국경제는 전근대적, 봉건적 자본주의'라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억지'라고 단언한다. 책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서방 7대 자본주의 강국에 속할 정도로 발달한 시장 자본주의이다. 그런데 그 발전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자본주의자들 즉 돈 많은 부르주아들이다. 이재용과 정유라, 우병우와 김기춘처럼 돈 많은 귀족과 사이비 왕족, 부유한 부모 잘 만난 자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대다수 평민과 청년들은 오히려 삼포-오포 등 '포기'가 인생의 전부인 헬조선의 비참함에 빠져 있다.
삶을, 인생을 포기하는 비참함은 우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버니 샌더스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청년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개탄했다. 청년들에게는 한국만 아니라 미국도 지옥이며, 헬조선은 헬미국이다.
이런 모습은 일본과 미국, 스페인과 그리스, 이태리와 프랑스 등 선진국 도처에서 볼 수 있다. 피케티가 말한 21세기 자본주의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따라서 이 책은 "헬조선과 헬미국, 헬유럽의 '포기한 청년들', 현대판 '비참한 사람들' 즉 레미제라블(Le Miserables)이야말로 21세기 자본주의의 거대한 전환, 혁명적 변화를 이루어낼 새로운 역사의 보편적 주체이다"라고 과감히 선언한다.
'막돼먹은 영애 씨'가 바로 '경제민주화의 주체'
헬조선 불평등의 또 다른 모습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직원과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1억 원인 반면에 중소기업의 그것은 연봉 2~3천만 원에 불과하다. 이 불평등을 해결하는 해법으로 야당과 여당, 진보와 보수가 합의한 기존의 해법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또는 '상생정책'이다. 재벌그룹 또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축소 해체하여 중소벤처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것도 해법이다. 그런데 그 해법이 옳다 해도, 과연 그것으로 충분할까?
그 해법의 대표자 중 하나인 장하성 교수가 2015년 가을에 발간한 책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 따르면 그런 동반성장 정책을 시행할 경우, 연 7.6조 원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트리클다운 된다. 그런데 과연 그 액수로 한국경제의 핵심적 불평등이 제거될까? 오늘날 한국경제 전체 취업자의 절반인 9백만 명이 월급 200만 원이 안 된다. 이들의 월급을 최소한 300만 원으로 높이려면 연 160~200조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오늘날 한국경제가 직면한 경제민주주의의 핵심 과제는 9천만 명에 이르는 저임금의 알바, 비정규직, 중소기업 정규직 직원들을 어떻게 하면 월급 3백만 원 이상, 연봉 4천만 원 이상 받게끔 전환시킬 수 있는가이다.
그런데 재벌그룹 개혁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기존의 자유주의적 경제민주화론은 불과 연 7.6원의 금액을 트리클다운 시킬 뿐이다. 더구나 그 액수가 모두 저임금 직원들의 임금 인상에 쓰이지도 않는데, 왜냐하면 압도적 다수의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식당과 카페 등에서는 인권과 노동권, 노동조합권에 관해 거의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TV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조덕제 사장의 막말과 갑질 횡포에 라미란과 윤서현 등이 감히 맞서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7.6조의 액수마저 고스란히 업주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막돼먹은 영애씨'에 등장하는 소기업 낙원사에 근무하는 라미란과 윤서현, 이수민이 조덕제 사장의 횡포에 맞서 자신들의 인권과 노동권, 노동조합권을 당당히 말하는 것이 진정한 경제민주주의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연 7.6조원, 나아가 연 160조 원의 근로소득이 알바와 비정규직, 중소·영세기업 종업원들에게 새롭게 분배되어 그들도 월급 3백만 원 이상, 연봉 4천만 원 이상 받게 되는 세상은 꿈도 꿀 수 없다.
프랑스 대혁명과 경제민주주의, 버니 샌더스
이 책이 제시하는 대중소기업간 격차 해소의 방향은 세계보편적 의미의 경제민주화 즉 산업민주주의(industrial democracy)이다.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와 복지격차를 넘어서려면 프랑스 대혁명이 제시한 세 번째 핵심 가치인 형제애(fraternity) 즉 '공동체적 사회연대의 정신'의 깃발을 전면에 거는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하며, 그 정신을 핵심으로 하는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협동조합 운동 등이 새롭게 성장해야 한다. 저임금, 저소득의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이 고임금, 고소득의 대기업 노동자들과 하나의 가족처럼 상부상조하는 업종별 연대와 지역별 연대, 전국적 연대정신이 필요하며, 1원1표 또는 1주1표가 아니라 1인 1표의 민주주의 원칙이 관철되는 산별노조와 노동이사제, 그리고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자유(liberty)와 평등(equality), 형제애(fraternity)라는 3대 가치가 경제생활과 일상생활에서 확보되는 실질적 민주주의, 실질적 숙의민주주의의 민주공화국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촛불혁명'에서 시작된 한국 사회의 혁명적 변화를 향한 열정과 기대가 칼 폴라니가 말한 '거대한 전환'으로 더욱 성장하려면, 미국의 버니 샌더스처럼 거대한 꿈과 비전을 야권 정치가 제시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거대한 '역사적 대장정'을 기획하고 구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청년들이 열망하는 '헬조선 탈주'가 한갓 일장춘몽으로 끝날 것이다.
목차
목차
1부 그들은 왜 헬조선의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할까
01 1995년, 불평등의 원년
02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가?
03 〈출생의 비밀〉과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주의
04 '돈이 돈 버는' 재테크 자본주의
05 가장 부유한 1% 부자가 싹쓸이하는 재산소득
06 왜 보수는 박정희를 배신하는가
2부 그들은 왜 경제민주화에 실패할까
07 재벌을 포함하여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문제다
08 태산명동에 서일필
09 진짜 경제민주주의의 역사적 대장정을 향하여
10 혁신적 재벌 대기업은 살리고, 약탈적 재벌 대기업은 깨버리자
11 하청 중소기업이 글로벌 중견 대기업으로
12 기업 간 상거래 계약으로 위장된 저임금 노예계약
결론 거대한 전환의 시대, 진짜 경제민주주의를 향하여
저자
저자
정승일은 2001년 설립된 '대안연대회의'에서 활동하면서 그 당시 진행된 은행 및 대기업의 무분별한 해외 매각과 주주자본주의화를 비판했다. 그 경험을 담아 2005년 장하준 교수와 함께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출간했다. 또한 2004년 영국에서 펴낸 도서 Crisis and Restructuring in East Asia(Macmillan)에서 1997년 외환금융위기의 원인 분석과 그 이후의 대처 방안에 대한 주류 경제학의 견해를 비판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다녔으나 과학철학에 대한 흥미로 고전연구회라는 이름의 철학동아리에 참여하면서 플라톤과 니체, 헤겔과 마르크스의 철학을 접했다. 1980년 5월의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부터는 물리학 공부를 중단하고 반독재 투쟁과 함께 철학과 정치경제학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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