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고 윤이 나는 농담(달아실시선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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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바라보는 평면 너머로 펼쳐지는 입체의 세계들
- 엄세원 시집 『붉고 윤이 나는 농담』
엄세원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붉고 윤이 나는 농담』이 달아실시선 105번으로 나왔다.
엄세원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번 시집을 이렇게 얘기한다.
“시간의 결을 따라 손끝으로 만져온 것들이 있다. 바래고 닳아 윤이 난 기억들, 그 속에 숨은 짙음과 옅음, 진함과 엷음 그 미세한 차이로 웃음과 슬픔은 서로를 비추었다. 빛과 어둠은 결국 한 얼굴이라는 것을 삶의 숨결 속에서 배웠다. 이 시집은 그 배움의 흔적이며, 한때 나를 품어준 이들에게 보내는 조용한 인사다.”
해설을 쓴 김겸 문학평론가는 엄세원 시인을 일러 “역도(逆道), 뒷면을 그리는 화가”라 명명하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엄세원 시인은 평면적인 현실을 뚫고 입체적인 시공간을 펼쳐낸다. 가령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공간적 욕망과 입지와 연관된 경제적 욕망이 결합한 집합적 주거 공간인 아파트에서 시인은 이와 결이 다른 또 다른 삶의 무늬를 읽어낸다. 삶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아파트라는 이 획일적인 공간 속에서도 각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을 밝힌 공간은 하나의 줄로 연결되면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오감(五感)을 통해 대상을 인지한다. 시각(視覺), 청각(聽覺), 후각(嗅覺), 미각(味覺), 촉각(觸覺)의 다섯 가지 감각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대상을 감각할 때 의존도로 치면 시각이 으뜸이고 촉각이 가장 나중일 테다. 그런데 엄세원 시인은 가장 열세한 감각인 촉각을 내세운다. 그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껴온 감각을 넘어 우리가 감각하지 못한 입체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가령 이런 문장들이다. 우리가 흔히 보았던 평면적인 풍경들이 그의 촉각을 거치면 이렇게 입체적인 풍경으로 바뀌는 것이다.
“열 개의 계단을 올라 청평사지로 들어선다/ 문틀만 남은 회전문 사이로 볕뉘가 스몄다”(「천 년의 회전문을 지나며」)
“봉분도 잔디도 햇볕에 층층이 발라져/ 초록 물감이 깎여 나간 자리마다 새살 돋는다”(「박수근 미술관」)
“녹둣빛 저고리 자락이 어둠을 스치며// 석영 같은 두레박이 우물 속으로 떨어진다”(「허난설헌 생가」)
“나는 이백육십여 년을 한 번에 훑어본 것만 같아/ 가까이 다가가 정인처럼 쓰다듬는다”(「문암서원 터址」)
“젖었지만 젖지 않은 매화의 동공// 먹구름은 나를 입고 출렁거리다 잔잔해진다”(「구름이 먹이 될 때까지」)
“고드름이 떨어지는 순간/ 곳곳의 꽃망울이 터진다/ 눈보라에 문틀이 삐걱대는 순간/ 행랑채에서 아낙의 치맛자락이 스친다”(「충분히 가까이 있다」)
앞서 촉각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그의 문장을 살펴보면, 그것은 단순한 촉각이 아니라 온몸이 반응하는 감각이고, 마음과 정신이 감응하는 감각이다. 그렇게 그려낸 대상(사물과 사람과 풍경)은 부피를 얻고 피가 돌고 마침내 우리가 지금껏 감각하지 못한 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 엄세원 시집 『붉고 윤이 나는 농담』
엄세원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붉고 윤이 나는 농담』이 달아실시선 105번으로 나왔다.
엄세원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번 시집을 이렇게 얘기한다.
“시간의 결을 따라 손끝으로 만져온 것들이 있다. 바래고 닳아 윤이 난 기억들, 그 속에 숨은 짙음과 옅음, 진함과 엷음 그 미세한 차이로 웃음과 슬픔은 서로를 비추었다. 빛과 어둠은 결국 한 얼굴이라는 것을 삶의 숨결 속에서 배웠다. 이 시집은 그 배움의 흔적이며, 한때 나를 품어준 이들에게 보내는 조용한 인사다.”
해설을 쓴 김겸 문학평론가는 엄세원 시인을 일러 “역도(逆道), 뒷면을 그리는 화가”라 명명하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엄세원 시인은 평면적인 현실을 뚫고 입체적인 시공간을 펼쳐낸다. 가령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공간적 욕망과 입지와 연관된 경제적 욕망이 결합한 집합적 주거 공간인 아파트에서 시인은 이와 결이 다른 또 다른 삶의 무늬를 읽어낸다. 삶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아파트라는 이 획일적인 공간 속에서도 각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을 밝힌 공간은 하나의 줄로 연결되면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오감(五感)을 통해 대상을 인지한다. 시각(視覺), 청각(聽覺), 후각(嗅覺), 미각(味覺), 촉각(觸覺)의 다섯 가지 감각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대상을 감각할 때 의존도로 치면 시각이 으뜸이고 촉각이 가장 나중일 테다. 그런데 엄세원 시인은 가장 열세한 감각인 촉각을 내세운다. 그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껴온 감각을 넘어 우리가 감각하지 못한 입체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가령 이런 문장들이다. 우리가 흔히 보았던 평면적인 풍경들이 그의 촉각을 거치면 이렇게 입체적인 풍경으로 바뀌는 것이다.
“열 개의 계단을 올라 청평사지로 들어선다/ 문틀만 남은 회전문 사이로 볕뉘가 스몄다”(「천 년의 회전문을 지나며」)
“봉분도 잔디도 햇볕에 층층이 발라져/ 초록 물감이 깎여 나간 자리마다 새살 돋는다”(「박수근 미술관」)
“녹둣빛 저고리 자락이 어둠을 스치며// 석영 같은 두레박이 우물 속으로 떨어진다”(「허난설헌 생가」)
“나는 이백육십여 년을 한 번에 훑어본 것만 같아/ 가까이 다가가 정인처럼 쓰다듬는다”(「문암서원 터址」)
“젖었지만 젖지 않은 매화의 동공// 먹구름은 나를 입고 출렁거리다 잔잔해진다”(「구름이 먹이 될 때까지」)
“고드름이 떨어지는 순간/ 곳곳의 꽃망울이 터진다/ 눈보라에 문틀이 삐걱대는 순간/ 행랑채에서 아낙의 치맛자락이 스친다”(「충분히 가까이 있다」)
앞서 촉각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그의 문장을 살펴보면, 그것은 단순한 촉각이 아니라 온몸이 반응하는 감각이고, 마음과 정신이 감응하는 감각이다. 그렇게 그려낸 대상(사물과 사람과 풍경)은 부피를 얻고 피가 돌고 마침내 우리가 지금껏 감각하지 못한 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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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목차
목차
시인의 말
1부
경포대 타임머신|천 년의 회전문을 지나며|박수근 미술관|허난설헌 생가|투과하다|안반데기|문암서원 터址|나의 포토존|진군하는 그림자|찰락이는 잔디|배경이 배경을 낳고|오죽헌 율곡매|물의 금고|감명의 복원|에트루리아 고래|사람 앓는 만대루
2부
화원도서관|4분의 2박자의 혁명|줄이라는 집|구름 위의 백일장|역도逆道|옷장을 비우며|확률론적인 지구에 대하여|강 대 강 대치|붉고 윤이 나는 농담|눈많은그늘나비|기밀에 접근하다|수은빛 수막|새바위에 쓴 필체|금원과 나|구름이 먹이 될 때까지
3부
내 안의 얼굴 보려고|상동 관계|틈|충분히 가까이 있다|후천성 슬픔|세 갈래의 강, 그 빛의 전술|불씨 아리랑|탁구공의 진술|소녀가 봄에게|푼크툼은 계속된다|눈썹 끝의 바다 백 밤|물의 형량|두통의 바깥|침전을 관조하다|나한이 된 바위
4부
뼝대가 운다|혈통|뜻밖의 부작용|그림자를 읽다가, 문득|망태버섯, 뉴런들|미완성 유서|그림 뒷면에 고용된 화가|총알 하나가 아직도 날아오고 있다|인문학적 방울토마토|소음을 쓴다|닭치각|토착|변이의 화목|견인|김장 말이야
해설_ 역도逆道, 뒷면을 그리는 화가 ㆍ 김겸
1부
경포대 타임머신|천 년의 회전문을 지나며|박수근 미술관|허난설헌 생가|투과하다|안반데기|문암서원 터址|나의 포토존|진군하는 그림자|찰락이는 잔디|배경이 배경을 낳고|오죽헌 율곡매|물의 금고|감명의 복원|에트루리아 고래|사람 앓는 만대루
2부
화원도서관|4분의 2박자의 혁명|줄이라는 집|구름 위의 백일장|역도逆道|옷장을 비우며|확률론적인 지구에 대하여|강 대 강 대치|붉고 윤이 나는 농담|눈많은그늘나비|기밀에 접근하다|수은빛 수막|새바위에 쓴 필체|금원과 나|구름이 먹이 될 때까지
3부
내 안의 얼굴 보려고|상동 관계|틈|충분히 가까이 있다|후천성 슬픔|세 갈래의 강, 그 빛의 전술|불씨 아리랑|탁구공의 진술|소녀가 봄에게|푼크툼은 계속된다|눈썹 끝의 바다 백 밤|물의 형량|두통의 바깥|침전을 관조하다|나한이 된 바위
4부
뼝대가 운다|혈통|뜻밖의 부작용|그림자를 읽다가, 문득|망태버섯, 뉴런들|미완성 유서|그림 뒷면에 고용된 화가|총알 하나가 아직도 날아오고 있다|인문학적 방울토마토|소음을 쓴다|닭치각|토착|변이의 화목|견인|김장 말이야
해설_ 역도逆道, 뒷면을 그리는 화가 ㆍ 김겸
저자
저자
엄세원
시인 엄세원은 202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2014 강원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숨, 들고나는 내력』, 『우린, 어디에서 핼리 혜성을 볼까』가 있다. 한국소비자연합 문화예술부 시문회 사임당문학상, 홍성군 문화.관광 디카시 공모전 대상, 강원시니어 문학상 대상,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 우수상. 제2회 이충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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