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겨울까지(달아실기획시집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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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언(默言)과 결기로 채워진 겨울의 지도
- 버려지고 깎여나가는 '미니멀리즘의 극치'
스스로를 '일용직 시 노동자'라 부르며 우직하게 시를 길어 올려온 유기택 시인이 열한 번째 시집 『겨울에서 겨울까지』를 펴냈다. 달아실 기획시집 53번으로 나왔다.
시집의 첫 장을 넘기면 독자는 시인의 낮고 쓸쓸한 고백과 마주한다. "무엇을 드러내 말할까보다 무얼 말하지 말까를 더 오래 생각했다"(「시인의 말」). 이 한 문장이야말로 유기택 시인이 그의 열한 번째 시집 『겨울에서 겨울까지』를 관통하며 우리에게 제안하는 시적 태도이자, 언어라는 가차 없는 영토에서 시인이 도달하고자 한 묵언(默言)의 결기일 테다.
그는 세상에 저 흔한 저 뻔한 소음을 보태기보다, 뼈대만 남은 겨울의 나무처럼 기꺼이 홀로 고요하게 쓸쓸함을 견뎌내기를 자처한다.
- 버려지고 깎여나가는 '미니멀리즘의 극치'
스스로를 '일용직 시 노동자'라 부르며 우직하게 시를 길어 올려온 유기택 시인이 열한 번째 시집 『겨울에서 겨울까지』를 펴냈다. 달아실 기획시집 53번으로 나왔다.
시집의 첫 장을 넘기면 독자는 시인의 낮고 쓸쓸한 고백과 마주한다. "무엇을 드러내 말할까보다 무얼 말하지 말까를 더 오래 생각했다"(「시인의 말」). 이 한 문장이야말로 유기택 시인이 그의 열한 번째 시집 『겨울에서 겨울까지』를 관통하며 우리에게 제안하는 시적 태도이자, 언어라는 가차 없는 영토에서 시인이 도달하고자 한 묵언(默言)의 결기일 테다.
그는 세상에 저 흔한 저 뻔한 소음을 보태기보다, 뼈대만 남은 겨울의 나무처럼 기꺼이 홀로 고요하게 쓸쓸함을 견뎌내기를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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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비우고 깎아내어 당도한 극점(極點)의 언어
유기택의 시는 시종일관 덜어내기와 생략의 윤리를 따른다. 소란스러운 수식과 감정의 과잉이 소거된 그의 시행들은 극단적인 미학적 절제를 보여준다. 가령 「사람」에서 시인은 조각도를 든 예술가처럼 언어를 돌려 깎기 시작한다.
ㅁ을 깎는다
사람을 사랑 되도록
ㅁ을
돌려 깎았다
깎기만 했다
- 「사람」 전문
'사람'이라는 명사에서 '사랑'이라는 무형의 온기를 발라내기 위해 시인은 'ㅁ'의 모서리를 깎아내고 조사 '을'마저 깎아낸다. 그에게 시를 쓴다는 행위는 무언가를 화려하게 덧칠하는 채색이 아니라, 사물의 가장 깊은 핵심에 가닿기 위해 피를 흘리며 껍질을 '깎아내는' 가차 없는 수행에 가깝다. 그리하여 도달한 침묵의 벼랑 끝에서 시인은 본래 아무것도 없음을 수용하는 조용하고 맑은 관조의 태도에 닿는다.
■ 상실의 언저리, 소외된 존재들을 비추는 조용한 등불
그의 '깎아냄'은 차가운 냉소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가장 소중한 삶의 조각들을 세상의 흔하디흔한 오염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안간힘이다. 그의 쓸쓸한 풍경 저편에는 소외되고 스러져가는 존재들을 향한 가슴 시린 연민과 사랑이 잠복해 있다.
아내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며, 내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오고 싶은 거다
드문 외출에서 그러는 걸 보면, 아내는
진화하지 않는 화석 물고기일지도 모른다
길을 자주 잃는 아내의 친구에게는
버스가 오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했다
아내의 어릴 적 친구는 인지장애를 앓고 있다
집에 가는 길을 잃을까 봐, 늘 걱정이라 했다
아내와 친구는 소양강댐 수몰지구 실향민이다
물에 잠긴 고향집이 가끔 꿈에 보인다고 했다
집을 잃어 본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지도 위
갑자기 낯선 평일 오후 버스 정거장에
화석처럼 애매한 억지웃음을 지으며 서 있을
쓸쓸한 실러캔스
아내의 버스는 어디서 오고 있을까
거기가 어디라 해도, 눈물이 솟을 것 같은
금방 데리러 갈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 했다
- 「화석 물고기」 전문
화자의 아내와 인지장애를 앓는 그래서 길을 자주 잃는 아내의 어릴 적 친구는 돌아갈 고향이 없다. 두 사람은 수몰지구 실향민인 까닭이다. 둘을 대비시키면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인의 표정은 고요하다. 물 아래 영원히 잠겨버린 고향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서서히 잠겨가는 삶의 슬픔을 시인은 '화석 물고기'라는 명징하고도 아픈 비유로 관조한다. 가만히 다가가 존재의 흔들림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것, 그것이 '일용직 시 노동자' 유기택이 세상을 대하는 고독하고도 고결한 문법일 테다.
■ 삶을 견디는 명랑의 비결, '디저트'라는 반전
이번 시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개성적인 영역은 단연 책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는 50편의 에필로그 연작 「미완(未完) 혹은 디저트」다. 앞선 본문 시들이 고독과 성찰의 결기를 보여주었다면, 이 에필로그는 무거운 침묵 끝에 찾아오는 달콤하고 시큼한 유머와 명랑을 선사한다.
춘천 골방에서 스스로를 '생존형 백수'라 칭하며 강력한 절대권력자인 아내의 눈치를 살피고, 땅에 떨어진 잣 알갱이인 줄 알고 번개처럼 주워 삼켰다가 그것이 비누 조각임을 깨닫고 마취되는 듯한 고통에 빠지는 에피소드(「땅그지」) 등은 슬며시 폭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 유쾌한 좌충우돌 행동 지침들 속에는 평생의 고락을 함께하며 서로의 늙어감과 쓸쓸함을 안쓰럽게 보듬는 부부의 속 깊은 사랑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다. 비장함 뒤에 감춰진 이 헐렁하고 명랑한 숨구멍이야말로, 시인이 지독한 겨울의 한복판을 기어이 견뎌내고 다시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숨겨진 생존 동력인 셈일 테다.
■ 나이테를 졸라매는 겨울의 정직함
유기택에게 겨울은 단순히 지나가는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화려한 잎사귀들을 모두 떨구고 오직 자신의 순수한 골격만을 마주해야 하는 진실의 시간이다. 봄을 기다린다는 상투적인 희망 대신, 그는 '겨울에서 겨울까지' 묵묵히 걸으며 제 생의 나이테를 더 조밀하고 단단하게 졸라맨다. 그리하여 그의 열한 번째 시집은 고독의 깊이가 곧 사랑의 넓이임을 증명해 보이는 아름다운 증거가 된다. 이 조용하고 쓸쓸하며 명징한 겨울의 지도 속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삶의 정직한 묵언을 회복하게 될 테다.
유기택의 시는 시종일관 덜어내기와 생략의 윤리를 따른다. 소란스러운 수식과 감정의 과잉이 소거된 그의 시행들은 극단적인 미학적 절제를 보여준다. 가령 「사람」에서 시인은 조각도를 든 예술가처럼 언어를 돌려 깎기 시작한다.
ㅁ을 깎는다
사람을 사랑 되도록
ㅁ을
돌려 깎았다
깎기만 했다
- 「사람」 전문
'사람'이라는 명사에서 '사랑'이라는 무형의 온기를 발라내기 위해 시인은 'ㅁ'의 모서리를 깎아내고 조사 '을'마저 깎아낸다. 그에게 시를 쓴다는 행위는 무언가를 화려하게 덧칠하는 채색이 아니라, 사물의 가장 깊은 핵심에 가닿기 위해 피를 흘리며 껍질을 '깎아내는' 가차 없는 수행에 가깝다. 그리하여 도달한 침묵의 벼랑 끝에서 시인은 본래 아무것도 없음을 수용하는 조용하고 맑은 관조의 태도에 닿는다.
■ 상실의 언저리, 소외된 존재들을 비추는 조용한 등불
그의 '깎아냄'은 차가운 냉소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가장 소중한 삶의 조각들을 세상의 흔하디흔한 오염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안간힘이다. 그의 쓸쓸한 풍경 저편에는 소외되고 스러져가는 존재들을 향한 가슴 시린 연민과 사랑이 잠복해 있다.
아내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며, 내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오고 싶은 거다
드문 외출에서 그러는 걸 보면, 아내는
진화하지 않는 화석 물고기일지도 모른다
길을 자주 잃는 아내의 친구에게는
버스가 오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했다
아내의 어릴 적 친구는 인지장애를 앓고 있다
집에 가는 길을 잃을까 봐, 늘 걱정이라 했다
아내와 친구는 소양강댐 수몰지구 실향민이다
물에 잠긴 고향집이 가끔 꿈에 보인다고 했다
집을 잃어 본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지도 위
갑자기 낯선 평일 오후 버스 정거장에
화석처럼 애매한 억지웃음을 지으며 서 있을
쓸쓸한 실러캔스
아내의 버스는 어디서 오고 있을까
거기가 어디라 해도, 눈물이 솟을 것 같은
금방 데리러 갈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 했다
- 「화석 물고기」 전문
화자의 아내와 인지장애를 앓는 그래서 길을 자주 잃는 아내의 어릴 적 친구는 돌아갈 고향이 없다. 두 사람은 수몰지구 실향민인 까닭이다. 둘을 대비시키면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인의 표정은 고요하다. 물 아래 영원히 잠겨버린 고향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서서히 잠겨가는 삶의 슬픔을 시인은 '화석 물고기'라는 명징하고도 아픈 비유로 관조한다. 가만히 다가가 존재의 흔들림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것, 그것이 '일용직 시 노동자' 유기택이 세상을 대하는 고독하고도 고결한 문법일 테다.
■ 삶을 견디는 명랑의 비결, '디저트'라는 반전
이번 시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개성적인 영역은 단연 책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는 50편의 에필로그 연작 「미완(未完) 혹은 디저트」다. 앞선 본문 시들이 고독과 성찰의 결기를 보여주었다면, 이 에필로그는 무거운 침묵 끝에 찾아오는 달콤하고 시큼한 유머와 명랑을 선사한다.
춘천 골방에서 스스로를 '생존형 백수'라 칭하며 강력한 절대권력자인 아내의 눈치를 살피고, 땅에 떨어진 잣 알갱이인 줄 알고 번개처럼 주워 삼켰다가 그것이 비누 조각임을 깨닫고 마취되는 듯한 고통에 빠지는 에피소드(「땅그지」) 등은 슬며시 폭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 유쾌한 좌충우돌 행동 지침들 속에는 평생의 고락을 함께하며 서로의 늙어감과 쓸쓸함을 안쓰럽게 보듬는 부부의 속 깊은 사랑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다. 비장함 뒤에 감춰진 이 헐렁하고 명랑한 숨구멍이야말로, 시인이 지독한 겨울의 한복판을 기어이 견뎌내고 다시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숨겨진 생존 동력인 셈일 테다.
■ 나이테를 졸라매는 겨울의 정직함
유기택에게 겨울은 단순히 지나가는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화려한 잎사귀들을 모두 떨구고 오직 자신의 순수한 골격만을 마주해야 하는 진실의 시간이다. 봄을 기다린다는 상투적인 희망 대신, 그는 '겨울에서 겨울까지' 묵묵히 걸으며 제 생의 나이테를 더 조밀하고 단단하게 졸라맨다. 그리하여 그의 열한 번째 시집은 고독의 깊이가 곧 사랑의 넓이임을 증명해 보이는 아름다운 증거가 된다. 이 조용하고 쓸쓸하며 명징한 겨울의 지도 속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삶의 정직한 묵언을 회복하게 될 테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1부. 봄비는 흐린 바람을 몰고
[눈:]에서 눈으로|도화桃花|사람|무척|알게 될 테지|뭐지|어떤 부고訃告|산화山火|골목 앞에서|그러고 보니|바다로 간 사람들|보름달과 백목련|절정|봄비는 흐린 바람을 몰고|먼 길
2부. 슬픔 번쩍거리는 금빛 트럼펫을 불어줘
관심법觀心法|야한 놈들|조용히 쓸쓸하게 맑은|시|삐딱하게|신비복숭아|칠월 개망초|녹우綠雨|낙오落伍|적막강산寂寞江山|그 여름|어떤 귀가歸家|폭염|슬픔 번쩍거리는 금빛 트럼펫을 불어줘|입추立秋
3부. 굼벵이 사랑법
굼벵이 사랑법|유령비雨|노루|허무虛無|반 달|어떤, 죽음과 부활에 관한 질문|월식|세차장 카페 "Shall"에서|막차|우중雨中 행行|추석秋夕|거진 기행|반편半偏|소설小說|흉물凶物
4부. 민들레 국숫집 이야기
우리들의 천국은 어디 있나|민들레 국숫집 이야기|우린|완곡한 화법|비|섬향나무|화석 물고기|한 그루 나무처럼 산다는 건|늙은 집|입동立冬|레이노드 증후군|삑사리|분투기奮鬪記, 슬픈 자화상|눈이 올 거래요|치타, 집에 가자
에필로그 _ 미완未完 혹은 디저트
1부. 봄비는 흐린 바람을 몰고
[눈:]에서 눈으로|도화桃花|사람|무척|알게 될 테지|뭐지|어떤 부고訃告|산화山火|골목 앞에서|그러고 보니|바다로 간 사람들|보름달과 백목련|절정|봄비는 흐린 바람을 몰고|먼 길
2부. 슬픔 번쩍거리는 금빛 트럼펫을 불어줘
관심법觀心法|야한 놈들|조용히 쓸쓸하게 맑은|시|삐딱하게|신비복숭아|칠월 개망초|녹우綠雨|낙오落伍|적막강산寂寞江山|그 여름|어떤 귀가歸家|폭염|슬픔 번쩍거리는 금빛 트럼펫을 불어줘|입추立秋
3부. 굼벵이 사랑법
굼벵이 사랑법|유령비雨|노루|허무虛無|반 달|어떤, 죽음과 부활에 관한 질문|월식|세차장 카페 "Shall"에서|막차|우중雨中 행行|추석秋夕|거진 기행|반편半偏|소설小說|흉물凶物
4부. 민들레 국숫집 이야기
우리들의 천국은 어디 있나|민들레 국숫집 이야기|우린|완곡한 화법|비|섬향나무|화석 물고기|한 그루 나무처럼 산다는 건|늙은 집|입동立冬|레이노드 증후군|삑사리|분투기奮鬪記, 슬픈 자화상|눈이 올 거래요|치타, 집에 가자
에필로그 _ 미완未完 혹은 디저트
저자
저자
유기택 시인 유기택은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자랐다. 일용직 시 노동자 생활을 전전하며 묶은 시집으로 『둥근 집』 『긴 시』 『참 먼 말』 『짱돌』 『호주머니 속 명랑』 『사는 게 다 시지』 『검은 봉다리』 『환한 저녁』 『고양이 문신처럼 그리운 당신』 『네가 아직 세상의 전부일 때』, 전자 시집 『제제 봄이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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