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시대
독립을 넘어 쇄신을 꿈꾼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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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과거의 망각은 미래의 더 풍부한 가능성의 망실로 이어진다.
《붉은 시대》는 이제라도 이런 수렁에서 빠져나오라고 다그치는 나팔 소리다." _장석준, 사회학자
독립을 넘어 쇄신을 꿈꾼
1919~1945,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 유토피아
광복절 80주년을 맞는 올해는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창당 이후 공산당은 6.10 만세운동, 광주학생운동 등 항일투쟁 현장에서 늘 가장 치열하게 싸웠다. 일제강점기에 형무소를 드나든 이들 중 다수는 공산당원이거나 그 지지자 또는 공산당 재건운동 참여자였다."(342쪽, 추천의 말) 나라를 되찾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사회를 꿈꾼 이들은 '반제국주의, 소수민족 해방, 최저임금 보장, 산업재해 보상, 노동자의 경영 참여, 파업권 보장, 토지개혁, 유급 출산 휴가' 등 급진적인 의제를 거침없이 내세우며 가장 억압받은 이들이 주체가 되는 사회를 꿈꾸고 주장했다. 이 책 1장에서 드러나듯 당시 항일투쟁의 성격이 백정, 기생, 여성, 청소년까지를 포함하는 유례없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일 수 있었던 까닭이자, 중국혁명에 대한 연대, 일제의 만주 침략에 대한 반기,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소수민족 해방 지지 등 초국경적 연대 활동으로 뻗어갈 수 있던 이유다.
1945년 해방 이후 이념 갈등과 체제 경쟁의 영향으로 남북 모두 군사적 대치와 상호 경쟁적인 개발 권위주의 정치로 나아가면서 조선 마르크스주의운동의 역사는 의도적ㆍ강제적으로 망각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기의 유산은 근현대의 초석이 되어 현재까지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래 마르크스주의자였다가 이후 우익으로 전향한 유진오가 초안을 작성한 대한민국 헌법은 그 시작부터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의 조화"(346쪽)를 기본 정신으로 삼았으며, "우파가 우상시하는 박정희의 경제성장 위업"(348쪽) 또한 사회주의 계획경제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복지국가' 개념의 구상은 물론, 노동3권의 보장과 8시간 노동제, 근로 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을 대대적으로 이끈 1987년 노동자대투쟁 또한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운동의 이념과 실천을 계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운동의 역사와 그 유산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복원하는 이 책은 현대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 "미래의 더 풍부한 가능성"(348쪽)을 꿈꾸기 위해 "대한민국 정신사의 잃어버린 고리"(346쪽)를 복원하는 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전 지구적 맥락에서 전개된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전략과 실천
기존의 한국 공산주의운동사 서술과 이 책의 가장 큰 차이는, 조선 마르크스주의운동을 당대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등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다룬다는 점이다. 이 책에 따르면 식민지 조선의 붉은 시대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위기의 시대였다. 제1차 세계대전과 이후 대공황, 침략 전쟁의 발발, 빈곤과 차별, 불평등의 심화 등 자본주의 체제의 종말에 관한 코민테른의 파국적 예언이 실현되는 듯 보였던 "비상사태" 한가운데서 조선의 위기 또한 심화되었고, 여기에 식민 지배를 받는 상황까지 더해져 다중의 위기를 겪는 와중이었다.
"왜 이런 일이 1919년에 일어났는가? 그 시점의 국내 사건들은 거대한 전 지구적 흐름과 중첩되어 일어났다. 국내에서는 1910년 일본의 조선 식민화 이후 불만이 누적되고 있었는데, 농민은 토지 소작 조건의 악화를 원망했고, 일부 지주와 부유한 상인도 식민 당국이 산업 발전을 제한하자 경악했다. 개항 이후 등장한 도시 중간계급은 진보적·근대적 발전의 부재에 절망했다. 게다가 식민 행정부가 공식화한 조선인의 차별은 '인민'을 역사의 주체로 만드는 기막힌 장치였다.
한편, 전 지구적으로 1919년은 반란의 해였다. 1968년보다도 급진적이었다. 1968년에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중심지에서 일어난 '반란들'이 이윤을 위한 생산, 자본축적, 공적 영역에서 대량소비 논리를 상징적으로 공격했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존재 자체를 진정으로 위협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1919년에는 세계대전과 스페인독감 팬데믹 이후에, 그리고 전후 경제 불황 와중에 진정으로 세계체제가 최종적으로 폭발 직전에 있다는 뚜렷한 느낌이 존재했다." _〈서론〉 중에서
다중의 모순과 억압 속에서 조선의 좌파들은 마르크스를 비롯한 최신의 논의들을 참고하고, 코민테른의 이데올로기와 지침을 당 강령에 반영하며, 타국의 반제국주의ㆍ계급투쟁의 영향을 받는 등 그들의 투쟁을 국제적ㆍ국제주의적 맥락 안에 놓으면서도 식민지 조선의 고유한 현실을 중요하게 염두에 두며 '조선의 해방'을 위한 전략을 벼리고 '해방 조선'에 대한 기대와 상상을 펼쳐 나갔다. 2장에서는 조선의 위기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과 전략으로 단일하기보다는 다단했던 1920~30년대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양상을 조명한다. 이 시기 공산주의 그룹 분파 갈등의 주요 골자는 그룹의 지도부 대부분이 프티부르주아계급 출신 지식인이라는 한계와 계급투쟁보다 반제국주의 투쟁을 우선하는 (공산계ㆍ비공산계) 민족주의 그룹과의 관계 맺기에 관한 것이었다. 정통 공산주의 그룹의 관점에서는 조직 내 계급적 위계와 민족혁명 너머를 상대적으로 덜 고려하는 운동의 방향성은 '계급혁명'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성취하는 데 어려움을 만드는 요인이었다. 그렇지만 대중투쟁의 기반이 계몽을 거치며 아직 형성 중에 있고, 반제투쟁이 계급투쟁에 비해 광범한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조선의 공산주의자 대부분은 어느 정도의 긴장 속에서 이 모순들을 수용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당대 코민테른은 물론, 후대 역사가들 역시 이 시기의 분파주의를 공산주의 대의의 실천을 가로막는 부정적 요인으로 해석했지만, 저자는 이러한 분파 간 경쟁으로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이데올로기적ㆍ정치적ㆍ전술적 성숙이 크게 가속화"(127쪽)되었다고 재해석한다. 각자의 입장을 선명히 드러내면서도 타협과 교섭의 기회마다 치열한 고민을 이어간 당시의 역사는 이견을 가진 세력이 어떤 식으로 함께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참조할 이야기를 전해준다.
3장에서는 조선 공산주의 당 강령을 시기적으로 살펴본다. 강령이란 당 차원에서 제시하는 조선의 혁명적 미래상이자 대중에게 호소할 표어이기도 했기에, 당은 강령을 통해 식민지 사회 다양한 하위 계층의 "근대적ㆍ민주적 요구"를 종합하고, 이를 "보편주의적ㆍ탈민족주의적 세계관"과 조화시키며, "주류 조선 사회의 보수적 분자들을 밀어내"며 "광범한 반식민 동맹"(133쪽)으로 나아갈 의도를 보여주어야 했다. 그리하여 조선공산당 17대 슬로건에는 '8시간 노동제, 최저임금과 실업수당, 파업권 보장, 출산수당과 여성의 모성 휴가 보장, 여성과 아동의 위험한 노동 금지, 의무적 무상교육과 직업교육, 노령연금 지급(남성은 60세, 여성은 55세 이후)' '모든 지주의 토지ㆍ일본 국유지 몰수 후 농민에게 재분배' 등 지금의 관점에서도 급진적인 의제들이 포함되었다. 조선공산당의 이러한 강령은 공산주의보다 민족주의적 경향이 우세했던 신간회 같은 항일 단체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로 하여금 '성평등, 성매매 철폐, 형무소 재소자에게 독서와 통신의 자유 허용' 의제 지지 선언을 하게 하기도 했다.
'조선' '조선 민족' '조선인다움'을 둘러싼
날카롭고 치열한 논쟁
사회적 결속의 방식으로 민족주의적 방식이 대중적 호응을 얻었던 가운데, 4장과 5장에서는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당대 공산주의자들의 논의에 초점을 맞춘다. 4장에서는 '단군 신화'와 '혈통주의'를 매개로 점차 본질화ㆍ국수주의화되어가던 '민족' '민족사' 담론을 비판하고, 극우 민족주의를 흡수한 자본주의가 결국 '파시즘'으로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본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박치우의 사상을 다룬다. 조선에서의 극우 민족주의의 부상을 미리 예측하고 우려한 그는 '조선인'의 정체성을 비이성적ㆍ신화적 근거에서 찾는 당시의 경향을 지적하며, '조선인'의 위치를 마르크스주의적 역사 단계론 속에서 파악하려 시도했다. 나아가 역사 단계론에 따라 사회가 발전하려면 사회 내부에 엄연히 존재하는 모순을 '개인적'ㆍ'집단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사회적 모순의 진정한 성격에 대"(178쪽)한 "주체적" 이해를 강조했다. 공산주의 사상을 '전체주의적' '권위주의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데 익숙한 이들에게는 역설적으로 들릴 이야기이지만, 마르크스주의자인 그에게 파시즘은 역사 발전론의 대전제인 변증법 자체를 부정하여 체제 내 모순을 발견하지 못하게 하고, "민족(국민)의 유기적 일부분인 한에서만" 개인의 존재를 "허용"하고, "개인의 자유"를 "민족(국민)국가의 요구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186쪽)하는 위험한 체제였다. 그가 강조한 '주체성' 개념은 훗날 북한에서 '주체사상' 개념으로 이어진다.
5장에서는 '조선인' '조선 민족' '조선적인 것'과 관련된 정의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식민지 조선의 지적 세계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조선 민족을 "특수성, 독창성, 단일성, 동질성 개념으로 정의하"(225쪽)여 긍지를 고양하고 저항의 구심점을 마련하려던 민족주의 진영의 구상을 "위험한 비역사적인 시도"로 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민족'을 자본주의 발전의 산물이자, (운명과 출생에 의해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전근대적 계급 모순의 일종으로 이해하며 "민족주의자들이 구축한 절대화된 민족 개념을 탈신화화하려고"(225쪽) 노력했다. 반공주의와 민족 혐오가 교묘히 결합되어 그 효과를 증폭하고, 식민주의ㆍ민족주의적 발상이 전쟁이라는 극단의 폭력으로 다시 나타나는 시기, 민족주의를 둘러싼 식민지 조선의 첨예한 논의들을 다시 살펴보는 시도가 "포스트 종족-민족주의 시민사회"(226쪽)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의 꿈과 좌절
그리고 망각된 역사가 남긴 것에 대하여
앞선 장이 '조선의 해방'을 위한 전략과 그 실천에 초점을 맞춘다면, 해방 직전ㆍ직후를 주로 다루는 6~7장은 '해방 조선'의 청사진에 주목한다. 6장에서는 디아스포라의 시각에서 조선인 정체성에 관한 글을 쓰던 작가 김사량의 《노마만리》를, 7장에서는 조선인의 모스크바 여행기를 살피며 '해방공간'에 대한 당대 좌파 지식인들의 상상과 기대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본다. 항일 저항 전쟁 동안 공산주의 노선의 준국가를 건설하려 시도한 중국공산당의 '해방구'를 방문한 기록인 《노마만리》에서 저자는 "근대적 계몽" "대중의 자발적 참여" "시장경제의 현명한 활용" 제국주의에 맞서는 "조선과 중국의 평등주의적 동맹"(252쪽)에 주목한 김사량의 시선을 읽는다. 사회주의적 유토피아의 갈망이 반영된 조선인의 모스크바 기행문을 소개하는 7장에서는 장밋빛 관찰기가 의식적ㆍ무의식적으로 누락한 소련 사회의 모순들(스탈린 체제하에서 심화된 관료적 위계제와 평등주의로부터의 후퇴 등)을 짚으며 '해방 조선'의 미래 비전에 대한 조선 좌파 지식인의 순진함과 이상주의를 지적한다. 동시에, 조선 사회주의운동의 불씨를 실천적 차원에서 이어가기 위해 다소 이상주의적일지라도 '붉은 수도' 모스크바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여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후기에서는 일제 탄압에 의한 조선공산당 해체 이후 무수히 이어진 공산당 재건 시도, 해방 직후 대중의 지지를 얻은 조봉암의 진보당과 그 폭력적 해체, 60~61년 혁신계 정당 활동, 유신 체제하 풀뿌리 좌파의 재탄생, 인민혁명당 사건, 1987년 노동자대투쟁과 80년대 노학연대ㆍ지하 사회주의 서클 활동, 2000~2008년의 민주노동당 창당 등으로 이어져온 식민지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계보를 짚으며, 현재적 맥락에서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운동의 유산을 비판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한다.
'의도된 망각'을 거부하고
우리 안의 '해방 공간'을 복원하자는 뜨거운 제안
소련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귀화한 저자 박노자는 코민테른 기록 보관소의 자료는 물론, 일본, 한국, 러시아, 중국의 1차 자료를 풍부하게 살피며 '식민지 조선 붉은 시대'의 철학적ㆍ사회적ㆍ정치적 실천에 관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내용까지를 촘촘히 복원한다. 조선공산당은 1928년 일제에 의해 해체된 뒤 다시 재건되지 못했지만, 이후에도 망명 활동가와 지하 투사들, 이론가들은 당 강령을 갱신하고 이론을 정교화시켰으며, 적색노동조합과 적색농민조합을 활동을 계속 이어가며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도모했다. 비록 그 역사는 탄압 속에서 망각되었더라도, '붉은 시대'의 불씨는 결코 꺼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현대 남한과 북한의 정치ㆍ사회적 토대를 이루었음을 밝히는 것 또한 이 책의 중요한 시도다.
제국주의적 침략 전쟁이 다시 발발하고, 21세기판 반공주의가 각종 혐오와 결합해 등장하고, 전 세계적으로 반이민ㆍ반다양성의 파시즘적 양상이 출현하는 등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시기, 이 책은 다시 도래한 '극우 시대'를 헤쳐 나갈 실마리를 우리 안에서 발견하는 길을 안내한다.
"대한민국 시민 대다수는 식민지 조선 공산주의운동과 함께 걸어온 현대 한국 사회의 형성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무지할 수밖에 없다. "농업의 재구조화, 탈식민화, 성평등과 복지국가"의 씨앗들이 뿌려진 역사를 모르니, 그 성과들을 줄기차게 발전시켜나가는 힘 또한 약하게 마련이다. 심지어는 우파가 그토록 우상시하는 박정희의 경제성장 위업마저 '경제 계획'이라는 관념을 익숙하게 만들었던 이념-운동의 영향 없이 성립할 수 없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이제 와서는 다른 어느 자본주의 국가보다도 더 신자유주의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기후 위기 대응이나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 전반을 과감히 새로 기획해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렇듯, 과거의 망각은 미래의 더 풍부한 가능성의 망실로 이어진다." _ 〈추천의 말〉 중에서
《붉은 시대》는 이제라도 이런 수렁에서 빠져나오라고 다그치는 나팔 소리다." _장석준, 사회학자
독립을 넘어 쇄신을 꿈꾼
1919~1945,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 유토피아
광복절 80주년을 맞는 올해는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창당 이후 공산당은 6.10 만세운동, 광주학생운동 등 항일투쟁 현장에서 늘 가장 치열하게 싸웠다. 일제강점기에 형무소를 드나든 이들 중 다수는 공산당원이거나 그 지지자 또는 공산당 재건운동 참여자였다."(342쪽, 추천의 말) 나라를 되찾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사회를 꿈꾼 이들은 '반제국주의, 소수민족 해방, 최저임금 보장, 산업재해 보상, 노동자의 경영 참여, 파업권 보장, 토지개혁, 유급 출산 휴가' 등 급진적인 의제를 거침없이 내세우며 가장 억압받은 이들이 주체가 되는 사회를 꿈꾸고 주장했다. 이 책 1장에서 드러나듯 당시 항일투쟁의 성격이 백정, 기생, 여성, 청소년까지를 포함하는 유례없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일 수 있었던 까닭이자, 중국혁명에 대한 연대, 일제의 만주 침략에 대한 반기,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소수민족 해방 지지 등 초국경적 연대 활동으로 뻗어갈 수 있던 이유다.
1945년 해방 이후 이념 갈등과 체제 경쟁의 영향으로 남북 모두 군사적 대치와 상호 경쟁적인 개발 권위주의 정치로 나아가면서 조선 마르크스주의운동의 역사는 의도적ㆍ강제적으로 망각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기의 유산은 근현대의 초석이 되어 현재까지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래 마르크스주의자였다가 이후 우익으로 전향한 유진오가 초안을 작성한 대한민국 헌법은 그 시작부터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의 조화"(346쪽)를 기본 정신으로 삼았으며, "우파가 우상시하는 박정희의 경제성장 위업"(348쪽) 또한 사회주의 계획경제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복지국가' 개념의 구상은 물론, 노동3권의 보장과 8시간 노동제, 근로 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을 대대적으로 이끈 1987년 노동자대투쟁 또한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운동의 이념과 실천을 계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운동의 역사와 그 유산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복원하는 이 책은 현대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 "미래의 더 풍부한 가능성"(348쪽)을 꿈꾸기 위해 "대한민국 정신사의 잃어버린 고리"(346쪽)를 복원하는 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전 지구적 맥락에서 전개된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전략과 실천
기존의 한국 공산주의운동사 서술과 이 책의 가장 큰 차이는, 조선 마르크스주의운동을 당대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등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다룬다는 점이다. 이 책에 따르면 식민지 조선의 붉은 시대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위기의 시대였다. 제1차 세계대전과 이후 대공황, 침략 전쟁의 발발, 빈곤과 차별, 불평등의 심화 등 자본주의 체제의 종말에 관한 코민테른의 파국적 예언이 실현되는 듯 보였던 "비상사태" 한가운데서 조선의 위기 또한 심화되었고, 여기에 식민 지배를 받는 상황까지 더해져 다중의 위기를 겪는 와중이었다.
"왜 이런 일이 1919년에 일어났는가? 그 시점의 국내 사건들은 거대한 전 지구적 흐름과 중첩되어 일어났다. 국내에서는 1910년 일본의 조선 식민화 이후 불만이 누적되고 있었는데, 농민은 토지 소작 조건의 악화를 원망했고, 일부 지주와 부유한 상인도 식민 당국이 산업 발전을 제한하자 경악했다. 개항 이후 등장한 도시 중간계급은 진보적·근대적 발전의 부재에 절망했다. 게다가 식민 행정부가 공식화한 조선인의 차별은 '인민'을 역사의 주체로 만드는 기막힌 장치였다.
한편, 전 지구적으로 1919년은 반란의 해였다. 1968년보다도 급진적이었다. 1968년에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중심지에서 일어난 '반란들'이 이윤을 위한 생산, 자본축적, 공적 영역에서 대량소비 논리를 상징적으로 공격했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존재 자체를 진정으로 위협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1919년에는 세계대전과 스페인독감 팬데믹 이후에, 그리고 전후 경제 불황 와중에 진정으로 세계체제가 최종적으로 폭발 직전에 있다는 뚜렷한 느낌이 존재했다." _〈서론〉 중에서
다중의 모순과 억압 속에서 조선의 좌파들은 마르크스를 비롯한 최신의 논의들을 참고하고, 코민테른의 이데올로기와 지침을 당 강령에 반영하며, 타국의 반제국주의ㆍ계급투쟁의 영향을 받는 등 그들의 투쟁을 국제적ㆍ국제주의적 맥락 안에 놓으면서도 식민지 조선의 고유한 현실을 중요하게 염두에 두며 '조선의 해방'을 위한 전략을 벼리고 '해방 조선'에 대한 기대와 상상을 펼쳐 나갔다. 2장에서는 조선의 위기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과 전략으로 단일하기보다는 다단했던 1920~30년대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양상을 조명한다. 이 시기 공산주의 그룹 분파 갈등의 주요 골자는 그룹의 지도부 대부분이 프티부르주아계급 출신 지식인이라는 한계와 계급투쟁보다 반제국주의 투쟁을 우선하는 (공산계ㆍ비공산계) 민족주의 그룹과의 관계 맺기에 관한 것이었다. 정통 공산주의 그룹의 관점에서는 조직 내 계급적 위계와 민족혁명 너머를 상대적으로 덜 고려하는 운동의 방향성은 '계급혁명'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성취하는 데 어려움을 만드는 요인이었다. 그렇지만 대중투쟁의 기반이 계몽을 거치며 아직 형성 중에 있고, 반제투쟁이 계급투쟁에 비해 광범한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조선의 공산주의자 대부분은 어느 정도의 긴장 속에서 이 모순들을 수용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당대 코민테른은 물론, 후대 역사가들 역시 이 시기의 분파주의를 공산주의 대의의 실천을 가로막는 부정적 요인으로 해석했지만, 저자는 이러한 분파 간 경쟁으로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이데올로기적ㆍ정치적ㆍ전술적 성숙이 크게 가속화"(127쪽)되었다고 재해석한다. 각자의 입장을 선명히 드러내면서도 타협과 교섭의 기회마다 치열한 고민을 이어간 당시의 역사는 이견을 가진 세력이 어떤 식으로 함께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참조할 이야기를 전해준다.
3장에서는 조선 공산주의 당 강령을 시기적으로 살펴본다. 강령이란 당 차원에서 제시하는 조선의 혁명적 미래상이자 대중에게 호소할 표어이기도 했기에, 당은 강령을 통해 식민지 사회 다양한 하위 계층의 "근대적ㆍ민주적 요구"를 종합하고, 이를 "보편주의적ㆍ탈민족주의적 세계관"과 조화시키며, "주류 조선 사회의 보수적 분자들을 밀어내"며 "광범한 반식민 동맹"(133쪽)으로 나아갈 의도를 보여주어야 했다. 그리하여 조선공산당 17대 슬로건에는 '8시간 노동제, 최저임금과 실업수당, 파업권 보장, 출산수당과 여성의 모성 휴가 보장, 여성과 아동의 위험한 노동 금지, 의무적 무상교육과 직업교육, 노령연금 지급(남성은 60세, 여성은 55세 이후)' '모든 지주의 토지ㆍ일본 국유지 몰수 후 농민에게 재분배' 등 지금의 관점에서도 급진적인 의제들이 포함되었다. 조선공산당의 이러한 강령은 공산주의보다 민족주의적 경향이 우세했던 신간회 같은 항일 단체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로 하여금 '성평등, 성매매 철폐, 형무소 재소자에게 독서와 통신의 자유 허용' 의제 지지 선언을 하게 하기도 했다.
'조선' '조선 민족' '조선인다움'을 둘러싼
날카롭고 치열한 논쟁
사회적 결속의 방식으로 민족주의적 방식이 대중적 호응을 얻었던 가운데, 4장과 5장에서는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당대 공산주의자들의 논의에 초점을 맞춘다. 4장에서는 '단군 신화'와 '혈통주의'를 매개로 점차 본질화ㆍ국수주의화되어가던 '민족' '민족사' 담론을 비판하고, 극우 민족주의를 흡수한 자본주의가 결국 '파시즘'으로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본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박치우의 사상을 다룬다. 조선에서의 극우 민족주의의 부상을 미리 예측하고 우려한 그는 '조선인'의 정체성을 비이성적ㆍ신화적 근거에서 찾는 당시의 경향을 지적하며, '조선인'의 위치를 마르크스주의적 역사 단계론 속에서 파악하려 시도했다. 나아가 역사 단계론에 따라 사회가 발전하려면 사회 내부에 엄연히 존재하는 모순을 '개인적'ㆍ'집단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사회적 모순의 진정한 성격에 대"(178쪽)한 "주체적" 이해를 강조했다. 공산주의 사상을 '전체주의적' '권위주의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데 익숙한 이들에게는 역설적으로 들릴 이야기이지만, 마르크스주의자인 그에게 파시즘은 역사 발전론의 대전제인 변증법 자체를 부정하여 체제 내 모순을 발견하지 못하게 하고, "민족(국민)의 유기적 일부분인 한에서만" 개인의 존재를 "허용"하고, "개인의 자유"를 "민족(국민)국가의 요구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186쪽)하는 위험한 체제였다. 그가 강조한 '주체성' 개념은 훗날 북한에서 '주체사상' 개념으로 이어진다.
5장에서는 '조선인' '조선 민족' '조선적인 것'과 관련된 정의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식민지 조선의 지적 세계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조선 민족을 "특수성, 독창성, 단일성, 동질성 개념으로 정의하"(225쪽)여 긍지를 고양하고 저항의 구심점을 마련하려던 민족주의 진영의 구상을 "위험한 비역사적인 시도"로 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민족'을 자본주의 발전의 산물이자, (운명과 출생에 의해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전근대적 계급 모순의 일종으로 이해하며 "민족주의자들이 구축한 절대화된 민족 개념을 탈신화화하려고"(225쪽) 노력했다. 반공주의와 민족 혐오가 교묘히 결합되어 그 효과를 증폭하고, 식민주의ㆍ민족주의적 발상이 전쟁이라는 극단의 폭력으로 다시 나타나는 시기, 민족주의를 둘러싼 식민지 조선의 첨예한 논의들을 다시 살펴보는 시도가 "포스트 종족-민족주의 시민사회"(226쪽)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의 꿈과 좌절
그리고 망각된 역사가 남긴 것에 대하여
앞선 장이 '조선의 해방'을 위한 전략과 그 실천에 초점을 맞춘다면, 해방 직전ㆍ직후를 주로 다루는 6~7장은 '해방 조선'의 청사진에 주목한다. 6장에서는 디아스포라의 시각에서 조선인 정체성에 관한 글을 쓰던 작가 김사량의 《노마만리》를, 7장에서는 조선인의 모스크바 여행기를 살피며 '해방공간'에 대한 당대 좌파 지식인들의 상상과 기대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본다. 항일 저항 전쟁 동안 공산주의 노선의 준국가를 건설하려 시도한 중국공산당의 '해방구'를 방문한 기록인 《노마만리》에서 저자는 "근대적 계몽" "대중의 자발적 참여" "시장경제의 현명한 활용" 제국주의에 맞서는 "조선과 중국의 평등주의적 동맹"(252쪽)에 주목한 김사량의 시선을 읽는다. 사회주의적 유토피아의 갈망이 반영된 조선인의 모스크바 기행문을 소개하는 7장에서는 장밋빛 관찰기가 의식적ㆍ무의식적으로 누락한 소련 사회의 모순들(스탈린 체제하에서 심화된 관료적 위계제와 평등주의로부터의 후퇴 등)을 짚으며 '해방 조선'의 미래 비전에 대한 조선 좌파 지식인의 순진함과 이상주의를 지적한다. 동시에, 조선 사회주의운동의 불씨를 실천적 차원에서 이어가기 위해 다소 이상주의적일지라도 '붉은 수도' 모스크바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여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후기에서는 일제 탄압에 의한 조선공산당 해체 이후 무수히 이어진 공산당 재건 시도, 해방 직후 대중의 지지를 얻은 조봉암의 진보당과 그 폭력적 해체, 60~61년 혁신계 정당 활동, 유신 체제하 풀뿌리 좌파의 재탄생, 인민혁명당 사건, 1987년 노동자대투쟁과 80년대 노학연대ㆍ지하 사회주의 서클 활동, 2000~2008년의 민주노동당 창당 등으로 이어져온 식민지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계보를 짚으며, 현재적 맥락에서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운동의 유산을 비판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한다.
'의도된 망각'을 거부하고
우리 안의 '해방 공간'을 복원하자는 뜨거운 제안
소련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귀화한 저자 박노자는 코민테른 기록 보관소의 자료는 물론, 일본, 한국, 러시아, 중국의 1차 자료를 풍부하게 살피며 '식민지 조선 붉은 시대'의 철학적ㆍ사회적ㆍ정치적 실천에 관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내용까지를 촘촘히 복원한다. 조선공산당은 1928년 일제에 의해 해체된 뒤 다시 재건되지 못했지만, 이후에도 망명 활동가와 지하 투사들, 이론가들은 당 강령을 갱신하고 이론을 정교화시켰으며, 적색노동조합과 적색농민조합을 활동을 계속 이어가며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도모했다. 비록 그 역사는 탄압 속에서 망각되었더라도, '붉은 시대'의 불씨는 결코 꺼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현대 남한과 북한의 정치ㆍ사회적 토대를 이루었음을 밝히는 것 또한 이 책의 중요한 시도다.
제국주의적 침략 전쟁이 다시 발발하고, 21세기판 반공주의가 각종 혐오와 결합해 등장하고, 전 세계적으로 반이민ㆍ반다양성의 파시즘적 양상이 출현하는 등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시기, 이 책은 다시 도래한 '극우 시대'를 헤쳐 나갈 실마리를 우리 안에서 발견하는 길을 안내한다.
"대한민국 시민 대다수는 식민지 조선 공산주의운동과 함께 걸어온 현대 한국 사회의 형성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무지할 수밖에 없다. "농업의 재구조화, 탈식민화, 성평등과 복지국가"의 씨앗들이 뿌려진 역사를 모르니, 그 성과들을 줄기차게 발전시켜나가는 힘 또한 약하게 마련이다. 심지어는 우파가 그토록 우상시하는 박정희의 경제성장 위업마저 '경제 계획'이라는 관념을 익숙하게 만들었던 이념-운동의 영향 없이 성립할 수 없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이제 와서는 다른 어느 자본주의 국가보다도 더 신자유주의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기후 위기 대응이나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 전반을 과감히 새로 기획해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렇듯, 과거의 망각은 미래의 더 풍부한 가능성의 망실로 이어진다." _ 〈추천의 말〉 중에서
목차
목차
서론_ 1919년에서 1930년대 후반, 전 세계적 붉은 시대와 식민지 조선
1부. 조직
1장_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주체들
2장_ 분파와 분파투쟁
3장_ 공산주의 강령
2부. 새로운 지식
4장_ 박치우의 마르크스주의 철학
5장_ 사회주의 민족 개념과 역사
6장_ 1945년, 김사량의 중국 해방구 관찰
7장_ 조선인 여행자의 눈에 비친 붉은 수도 모스크바
후기_ 남한과 북조선의 사회주의
결론_ 조선의 붉은 시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추천의 말_망각을 거부하라!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1부. 조직
1장_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주체들
2장_ 분파와 분파투쟁
3장_ 공산주의 강령
2부. 새로운 지식
4장_ 박치우의 마르크스주의 철학
5장_ 사회주의 민족 개념과 역사
6장_ 1945년, 김사량의 중국 해방구 관찰
7장_ 조선인 여행자의 눈에 비친 붉은 수도 모스크바
후기_ 남한과 북조선의 사회주의
결론_ 조선의 붉은 시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추천의 말_망각을 거부하라!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저자
박노자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코노프'다. 2001년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었다. 레닌그라드대학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모스크바대학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 《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주목받았으며, 《당신이 몰랐던 K》 《미아로 산다는 것》 《주식회사 대한민국》 《비굴의 시대》 《전환의 시대》 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 《조선 사회주의자 열전》 《거꾸로 보는 고대사》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우승열패의 신화》 《전쟁 이후의 세계》등을 통해 역사 연구자로서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 《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주목받았으며, 《당신이 몰랐던 K》 《미아로 산다는 것》 《주식회사 대한민국》 《비굴의 시대》 《전환의 시대》 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 《조선 사회주의자 열전》 《거꾸로 보는 고대사》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우승열패의 신화》 《전쟁 이후의 세계》등을 통해 역사 연구자로서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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