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안정
'결혼'이 만드는 꿈과 불안, 그 너머 관계의 기하학
Regular price
$23.60
Sale price
Regular price
Shipping calculated at checkout.
✈️
Estimated delivery date 예상 배송일
Standard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8-12 영업일
Express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6-8 영업일
"나는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찾고 싶은 안정이 무엇이었는지 알았다" _하미나 작가
"안희제 작가는 각자 다른 삶을 가진 이들이
결혼이라는 선택지로 수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유한다" _김만권 정치철학자
로맨틱한 외피 속에 얽힌 청년들의 꿈과 불안에 관하여
불안정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결혼이라는 선택지로 수렴되는가
한동안 청년들에게 외면당했던 결혼이라는 '꿈'이 돌아왔다. 꾸준히 떨어지던 혼인 건수는 다시 반등해, 2025년에는 24만 326건으로 전년대비 8.1퍼센트 증가했다. '결혼적령기' 남자는 스펙·자산 강박, 여자는 외모·나이 강박에 시달리며, 결혼할 상대를 찾기 위해 시간을 쪼개 로테이션 소개팅 자리로 나선다. TV와 각종 OTT에서는 결혼을 전제한 온갖 연애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청년들은 저마다 다른 삶의 안정을 꿈꾸면서도 결혼이라는 하나의 경로로 향하고 있다. 결혼은 대체 무엇이며, 우리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전작 《증명과 변명》에서 청년 남성의 '증명 강박'과 좌절을 치밀하게 들여다보며 주목받은 안희제 작가는 신작 《사랑과 안정》에서 청년들의 꿈과 불안을 다룬다. 이 책은 안정의 자리를 쫓는 청년들에게 결혼을 통해 사랑과 안정의 관계를 다시 묻는 인류학적 에세이다. 정치철학자 김만권 교수가 추천사에서 짚어준 것과 같이, 저자는 결혼적령기인 90년대생 남녀 아홉 명을 만나 인터뷰하며 서로 다른 삶을 가진 이들이 왜 결혼이라는 선택지로 수렴하는지, 그리고 결혼은 어떻게 안정적 삶으로 향하는 유일한 경로로 자리잡았는지 분석한다.
나는 인터뷰를 하고, 꽤 익숙하기도 한 이야기들에서 조금 다른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면서 오히려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사랑과 안정을 위해 결혼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결혼이라는 제도가 특정한 모양의 사랑과 안정을 만들어내고, 그것만이 유일하게 적절한 사랑과 안정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_9쪽
결혼은 로맨틱한 외피를 언뜻 입은 듯하지만, 그 안에는 주거와 자산, 노동과 돌봄, 젠더 규범과 가족 관계, 계급 이동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세세한 차이와 문제, 서로 다른 맥락을 파고들기보다, '사랑의 결실'이라는 말 뒤에 모든 것을 뭉뚱그려 놓았다. 저자는 결혼 제도에 들어맞지 않은 청년들의 다층적인 불안과 삶에 초점을 맞추며, 이들이 최저선의 안정과 사랑을 확보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는 마음을 들여다본다. 하미나 작가의 추천사처럼, 결혼에 관한 "침묵을 깨는 책이 지금 우리 앞에 있다".
결혼은 다양한 욕망이나 경험, 그런 것들이 담긴 삶을 안정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통약하는 장치다. (중략) 나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남성과 여성 같은 범주들에서 발견되는 차이들이 어떻게 결혼과 안정이라는 키워드로 묶여 들어가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나는 언제나 다른 것을 같게 만드는 과정에 관심이 있다. _10쪽
내가 찾고 싶은 안정이 무엇이었는지 알았다" _하미나 작가
"안희제 작가는 각자 다른 삶을 가진 이들이
결혼이라는 선택지로 수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유한다" _김만권 정치철학자
로맨틱한 외피 속에 얽힌 청년들의 꿈과 불안에 관하여
불안정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결혼이라는 선택지로 수렴되는가
한동안 청년들에게 외면당했던 결혼이라는 '꿈'이 돌아왔다. 꾸준히 떨어지던 혼인 건수는 다시 반등해, 2025년에는 24만 326건으로 전년대비 8.1퍼센트 증가했다. '결혼적령기' 남자는 스펙·자산 강박, 여자는 외모·나이 강박에 시달리며, 결혼할 상대를 찾기 위해 시간을 쪼개 로테이션 소개팅 자리로 나선다. TV와 각종 OTT에서는 결혼을 전제한 온갖 연애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청년들은 저마다 다른 삶의 안정을 꿈꾸면서도 결혼이라는 하나의 경로로 향하고 있다. 결혼은 대체 무엇이며, 우리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전작 《증명과 변명》에서 청년 남성의 '증명 강박'과 좌절을 치밀하게 들여다보며 주목받은 안희제 작가는 신작 《사랑과 안정》에서 청년들의 꿈과 불안을 다룬다. 이 책은 안정의 자리를 쫓는 청년들에게 결혼을 통해 사랑과 안정의 관계를 다시 묻는 인류학적 에세이다. 정치철학자 김만권 교수가 추천사에서 짚어준 것과 같이, 저자는 결혼적령기인 90년대생 남녀 아홉 명을 만나 인터뷰하며 서로 다른 삶을 가진 이들이 왜 결혼이라는 선택지로 수렴하는지, 그리고 결혼은 어떻게 안정적 삶으로 향하는 유일한 경로로 자리잡았는지 분석한다.
나는 인터뷰를 하고, 꽤 익숙하기도 한 이야기들에서 조금 다른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면서 오히려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사랑과 안정을 위해 결혼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결혼이라는 제도가 특정한 모양의 사랑과 안정을 만들어내고, 그것만이 유일하게 적절한 사랑과 안정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_9쪽
결혼은 로맨틱한 외피를 언뜻 입은 듯하지만, 그 안에는 주거와 자산, 노동과 돌봄, 젠더 규범과 가족 관계, 계급 이동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세세한 차이와 문제, 서로 다른 맥락을 파고들기보다, '사랑의 결실'이라는 말 뒤에 모든 것을 뭉뚱그려 놓았다. 저자는 결혼 제도에 들어맞지 않은 청년들의 다층적인 불안과 삶에 초점을 맞추며, 이들이 최저선의 안정과 사랑을 확보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는 마음을 들여다본다. 하미나 작가의 추천사처럼, 결혼에 관한 "침묵을 깨는 책이 지금 우리 앞에 있다".
결혼은 다양한 욕망이나 경험, 그런 것들이 담긴 삶을 안정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통약하는 장치다. (중략) 나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남성과 여성 같은 범주들에서 발견되는 차이들이 어떻게 결혼과 안정이라는 키워드로 묶여 들어가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나는 언제나 다른 것을 같게 만드는 과정에 관심이 있다. _10쪽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선택 이데올로기에서 퇴장해 가족 이데올로기로
'가정'이라는 영원한 나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이 책은 결혼이라는 문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출발해 결혼이라는 틀 바깥으로 빠져나와 시선을 넓힌다. 첫 번째 파트 '하나, 만을 향하는 문'에서는 사랑과 안정에 대한 서로 다른 욕망이 어떻게 '가정'이라는 하나의 형태와 결혼이라는 생애기획으로 수렴되는지를 살핀다.
저자는 인터뷰이 대다수가 결혼하고 싶은 이유로 사랑이나 행복보다 '안정'을 꼽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은 언제든 더 나은 선택지로 대체될 수 있는 연애와 달리, 결혼은 영원한(혹은 무한한, 무조건적인)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라 감각했다. 이를테면 '편안한 공동체' '소속' '안정적인 주거' '경제적 결합' '자신이 실수하고 잘못돼도 쉽게 떠나지 않는 관계'는 결혼을 통해 지속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기대는 오늘날 청년들에게 결혼이 일종의 삶의 '최저선'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적·관계적으로 고립되지 않는 것, 혼자 쓸쓸하게 죽지 않는 것이라는 최소한의 욕망이 결혼이라는 효율적인 제도를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혼이 하는 일은 사랑을 지키는 것보다 안정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것에 가깝다.
인터뷰이들이 말한 것들은 모두 이 '최저선'을 향하고 있었다. 경제적 불안정, 관계적 불안정, 그것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정. 안정이 이렇게 절박하게 요구되는 것은 불안정이 그 반대편에 있기 때문이다. 집을 잃을 수 있다는 것, 관계에서 이탈될 수 있다는 것, 사회적으로 하자 있는 존재로 남겨질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결혼은 불안정으로부터의 탈출이고, 안정은 그 탈출의 목적지다. _63쪽
'아직 때가 아니다' '결혼하면 당연히 포기해야지'…
결혼이 심은 환상과 복잡한 현실 사이
두 번째 파트 '둘, 만의 타원'에서는 사회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의 본능'처럼 당연하게 여겨온 결혼을 다시 쓴다. 가정을 먹여 살리는 아버지와 집안일을 하는 어머니, 그리고 이들에게 보살핌을 받는 자녀라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남자(남편·아버지)' 구실과 '여자(아내·어머니)' 구실이 마치 본능처럼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인터뷰이들은 이러한 사회적 믿음에서 압박과 좌절을 느끼면서도,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그 규범을 따르려는 모습을 보인다.
저자는 결혼을 원하면서도 스스로 전통적 가부장의 기준을 세워 "나는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남성 인터뷰이들과, 결혼 이후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자신이 '포기해야 할 것들'을 헤아리는 여성 인터뷰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서로 다른 이 두 감각은 여전히 공고한 가부장적 결혼의 질서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처럼 결혼이 심어주는 사랑과 안정이라는 꿈과 현실이 상충하고 어긋나는 장면들을 드러낸다. 결혼이 약속한 사랑과 안정은 과연 우리 자신이 바라는 것인지, 결혼은 정말 우리가 바라던 안정을 줄 수 있는지,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말에 도취되어, 함께 무너뜨릴 수 있는 벽 앞에 서서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148쪽) 반문한다.
그것이 정말 우리 모두를 지켜주는 벽이라면, 왜 우리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체념하고 한숨을 쉬게 되는 걸까? 무너뜨릴 수 있지만 무너뜨릴 수 없다고 포기하게 되는 장면은 학습된 무기력에 대한 익숙한 이야기들을 상기한다. _147쪽
"나는 여기서 출발하는 질문들이
살 만한 세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랑과 안정을 새롭게 그리는 관계의 기하학
마지막 파트인 '셋, 세면 고개를 돌려'에서는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결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안정과 믿음의 자리를 찾아 나선다. 앞서 결혼으로 수렴하는 청년들의 불안과 생의 경로를 좇은 저자는 결혼이 심어준 꿈을 해체한다.
결혼할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많은 자산을 모으고,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외모와 나이를 관리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청년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은 단지 '결혼적령기'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만이 아니다. 그 기저에는 결혼이라는 문을 통과하고 나면 비로소 영원하고 완전한 사랑과 안정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결혼에 '실패'하는 것은 제도적·경제적·심리적·관계적 안정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인터뷰이들의 삶에는 이미 결혼이라는 제도와 무관하게 서로에게 등을 기댈 수 있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받거나 삶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버팀목' 같은 관계들이 존재했다. 저자는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청년들이 '안정'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말해온 욕망을 세세하게 나누고, 우리가 무엇을 안정이라 불러왔는지 다시 묻는다.
결혼이라는 제도 혹은 의례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감추어져 있던 전제들과 그것을 다른 언어로 드러낼 틀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사랑과 안정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뷰이들과의 대화에서 등장한 책임과 돌봄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가며, 조금 다른 방식의 관계 맺기에 대한 힌트를 공유하고 싶다. _215쪽
결혼은 좋은 관계와 안정을 보증하지 않는다. 결혼하기 전 쌓아온 좋은 관계도 역할과 책임만 남은 '죽은 결혼'이 되는 순간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는 반면, 결혼 제도 밖에서도 서로를 지지하고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는 존재한다. 오히려 결혼이 특정한 형태의 관계만을 안정적인 것으로 승인할 때, 이미 존재하던 관계의 안정은 평가절하되고 더 나은 관계를 상상할 가능성마저 가려질 수 있다. 경제적·제도적·사회적으로 안정돼 보이는 결혼이라 하더라도 관계적 안정이 없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안정이라 말할 수 없다.
저자는 연애와 결혼, 책임과 쾌락, 남자와 여자, 공과 사, 자유와 강제처럼 결혼 제도를 지탱해온 이분법적 구획을 하나씩 흐트러뜨리며, 결혼이 차단한 사랑과 안정에 관한 진정한 대화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하미나 작가가 추천사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이 책이 "공동체의 자원이 되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가능성을 훌쩍 넓혀"주기를, 막연한 '좋은 삶'이나 '평범한 삶' 같은 환상이 아닌, 다른 살 만한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 결혼이라는 하나의 문만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릴 때, 이미 우리 곁에 존재했던 사랑과 안정의 다른 자리들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아직 없는 상상을 발명하지 않는다. 이미 있는 측면들을 발견한다.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그래 왔고, 그럴 수밖에 없다. 대안을 상상하지 마라. 고개를 돌리고 삶을 비틀어 바라보라.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던 것들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거기에 바깥이 있다. _327쪽
'가정'이라는 영원한 나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이 책은 결혼이라는 문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출발해 결혼이라는 틀 바깥으로 빠져나와 시선을 넓힌다. 첫 번째 파트 '하나, 만을 향하는 문'에서는 사랑과 안정에 대한 서로 다른 욕망이 어떻게 '가정'이라는 하나의 형태와 결혼이라는 생애기획으로 수렴되는지를 살핀다.
저자는 인터뷰이 대다수가 결혼하고 싶은 이유로 사랑이나 행복보다 '안정'을 꼽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은 언제든 더 나은 선택지로 대체될 수 있는 연애와 달리, 결혼은 영원한(혹은 무한한, 무조건적인)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라 감각했다. 이를테면 '편안한 공동체' '소속' '안정적인 주거' '경제적 결합' '자신이 실수하고 잘못돼도 쉽게 떠나지 않는 관계'는 결혼을 통해 지속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기대는 오늘날 청년들에게 결혼이 일종의 삶의 '최저선'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적·관계적으로 고립되지 않는 것, 혼자 쓸쓸하게 죽지 않는 것이라는 최소한의 욕망이 결혼이라는 효율적인 제도를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혼이 하는 일은 사랑을 지키는 것보다 안정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것에 가깝다.
인터뷰이들이 말한 것들은 모두 이 '최저선'을 향하고 있었다. 경제적 불안정, 관계적 불안정, 그것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정. 안정이 이렇게 절박하게 요구되는 것은 불안정이 그 반대편에 있기 때문이다. 집을 잃을 수 있다는 것, 관계에서 이탈될 수 있다는 것, 사회적으로 하자 있는 존재로 남겨질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결혼은 불안정으로부터의 탈출이고, 안정은 그 탈출의 목적지다. _63쪽
'아직 때가 아니다' '결혼하면 당연히 포기해야지'…
결혼이 심은 환상과 복잡한 현실 사이
두 번째 파트 '둘, 만의 타원'에서는 사회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의 본능'처럼 당연하게 여겨온 결혼을 다시 쓴다. 가정을 먹여 살리는 아버지와 집안일을 하는 어머니, 그리고 이들에게 보살핌을 받는 자녀라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남자(남편·아버지)' 구실과 '여자(아내·어머니)' 구실이 마치 본능처럼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인터뷰이들은 이러한 사회적 믿음에서 압박과 좌절을 느끼면서도,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그 규범을 따르려는 모습을 보인다.
저자는 결혼을 원하면서도 스스로 전통적 가부장의 기준을 세워 "나는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남성 인터뷰이들과, 결혼 이후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자신이 '포기해야 할 것들'을 헤아리는 여성 인터뷰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서로 다른 이 두 감각은 여전히 공고한 가부장적 결혼의 질서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처럼 결혼이 심어주는 사랑과 안정이라는 꿈과 현실이 상충하고 어긋나는 장면들을 드러낸다. 결혼이 약속한 사랑과 안정은 과연 우리 자신이 바라는 것인지, 결혼은 정말 우리가 바라던 안정을 줄 수 있는지,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말에 도취되어, 함께 무너뜨릴 수 있는 벽 앞에 서서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148쪽) 반문한다.
그것이 정말 우리 모두를 지켜주는 벽이라면, 왜 우리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체념하고 한숨을 쉬게 되는 걸까? 무너뜨릴 수 있지만 무너뜨릴 수 없다고 포기하게 되는 장면은 학습된 무기력에 대한 익숙한 이야기들을 상기한다. _147쪽
"나는 여기서 출발하는 질문들이
살 만한 세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랑과 안정을 새롭게 그리는 관계의 기하학
마지막 파트인 '셋, 세면 고개를 돌려'에서는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결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안정과 믿음의 자리를 찾아 나선다. 앞서 결혼으로 수렴하는 청년들의 불안과 생의 경로를 좇은 저자는 결혼이 심어준 꿈을 해체한다.
결혼할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많은 자산을 모으고,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외모와 나이를 관리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청년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은 단지 '결혼적령기'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만이 아니다. 그 기저에는 결혼이라는 문을 통과하고 나면 비로소 영원하고 완전한 사랑과 안정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결혼에 '실패'하는 것은 제도적·경제적·심리적·관계적 안정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인터뷰이들의 삶에는 이미 결혼이라는 제도와 무관하게 서로에게 등을 기댈 수 있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받거나 삶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버팀목' 같은 관계들이 존재했다. 저자는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청년들이 '안정'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말해온 욕망을 세세하게 나누고, 우리가 무엇을 안정이라 불러왔는지 다시 묻는다.
결혼이라는 제도 혹은 의례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감추어져 있던 전제들과 그것을 다른 언어로 드러낼 틀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사랑과 안정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뷰이들과의 대화에서 등장한 책임과 돌봄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가며, 조금 다른 방식의 관계 맺기에 대한 힌트를 공유하고 싶다. _215쪽
결혼은 좋은 관계와 안정을 보증하지 않는다. 결혼하기 전 쌓아온 좋은 관계도 역할과 책임만 남은 '죽은 결혼'이 되는 순간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는 반면, 결혼 제도 밖에서도 서로를 지지하고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는 존재한다. 오히려 결혼이 특정한 형태의 관계만을 안정적인 것으로 승인할 때, 이미 존재하던 관계의 안정은 평가절하되고 더 나은 관계를 상상할 가능성마저 가려질 수 있다. 경제적·제도적·사회적으로 안정돼 보이는 결혼이라 하더라도 관계적 안정이 없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안정이라 말할 수 없다.
저자는 연애와 결혼, 책임과 쾌락, 남자와 여자, 공과 사, 자유와 강제처럼 결혼 제도를 지탱해온 이분법적 구획을 하나씩 흐트러뜨리며, 결혼이 차단한 사랑과 안정에 관한 진정한 대화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하미나 작가가 추천사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이 책이 "공동체의 자원이 되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가능성을 훌쩍 넓혀"주기를, 막연한 '좋은 삶'이나 '평범한 삶' 같은 환상이 아닌, 다른 살 만한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 결혼이라는 하나의 문만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릴 때, 이미 우리 곁에 존재했던 사랑과 안정의 다른 자리들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아직 없는 상상을 발명하지 않는다. 이미 있는 측면들을 발견한다.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그래 왔고, 그럴 수밖에 없다. 대안을 상상하지 마라. 고개를 돌리고 삶을 비틀어 바라보라.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던 것들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거기에 바깥이 있다. _327쪽
목차
목차
들어가며 | 사랑과 안정의 꿈
하나, 만을 향하는 문당연한 전제
우리의 영원한 울타리
재고 탈출하기
안정들
결혼식
어떤 장면 1: 가족에 관하여
가정을 꾸린다
둘, 만의 타원본능과 문명
남자라는 유령, 혹은 제리코의 벽
편안한 무감각
타원: 기생을 절단하기
어떤 장면 2: 어른에 관하여
1인분
평범한 삶
환멸
셋, 세면 고개를 돌려결혼 이야기
당연한 다른 전제
쌍곡선: 공생을 향해 질문하기
등을 기대기
역할의 분리
믿음
접촉을 지지하기
어떤 장면 3: 두 사람에 관하여
책임과 쾌락
측면
집
문턱에서 | 이상한 사랑에 관하여
나가며 | 순환의 바깥
감사의 글
참고문헌
하나, 만을 향하는 문당연한 전제
우리의 영원한 울타리
재고 탈출하기
안정들
결혼식
어떤 장면 1: 가족에 관하여
가정을 꾸린다
둘, 만의 타원본능과 문명
남자라는 유령, 혹은 제리코의 벽
편안한 무감각
타원: 기생을 절단하기
어떤 장면 2: 어른에 관하여
1인분
평범한 삶
환멸
셋, 세면 고개를 돌려결혼 이야기
당연한 다른 전제
쌍곡선: 공생을 향해 질문하기
등을 기대기
역할의 분리
믿음
접촉을 지지하기
어떤 장면 3: 두 사람에 관하여
책임과 쾌락
측면
집
문턱에서 | 이상한 사랑에 관하여
나가며 | 순환의 바깥
감사의 글
참고문헌
저자
저자
안희제 작가. 문화인류학 연구자.
문화인류학을 공부했고, 이를 토대로 소수자 인권 운동에 발을 걸치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일상적인 삶과 감정, 그 조건을 듣고 해석하는 글을 써왔다. 감정이 개인과 사회에 무슨 일을 하는지에 관심 있다.
쓴 책으로 《증명과 변명》 《망설이는 사랑》 《난치의 상상력》 등이 있다. 《증명과 변명》은 제66회 한국출판문화상 올해의 교양서 10종에 선정된 바 있다.
문화인류학을 공부했고, 이를 토대로 소수자 인권 운동에 발을 걸치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일상적인 삶과 감정, 그 조건을 듣고 해석하는 글을 써왔다. 감정이 개인과 사회에 무슨 일을 하는지에 관심 있다.
쓴 책으로 《증명과 변명》 《망설이는 사랑》 《난치의 상상력》 등이 있다. 《증명과 변명》은 제66회 한국출판문화상 올해의 교양서 10종에 선정된 바 있다.
Payment & Security
Payment methods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