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사회
이상적 이미지를 넘어 자기-세계를 만드는 15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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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크래시, 자기 전시와 품평 문화, 우울증적 쾌락, 포모(FOMO)…
현실보다 이상적 이미지가 더 가까운 시대,
어떻게 나를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어느 때보다 많은 삶을 보고, 비교하고, 욕망하고, 전시한다. 유튜브나 SNS 속 완벽해 보이는 일상, 성공한 사람의 커리어, 자기 자신이 브랜드가 된 사람들,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나다움'의 이미지까지. 어느 순간 우리는 실제의 나보다 '되고 싶은 나'의 이미지를 더 가까이 두고 살아가고 있다.
정지우 작가의 신작 《환상사회》는 전작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에 이어 완성한 현대 사회 분석의 결정판이다. 작가는 현실의 자신보다 이상적 이미지를 좇으며 살아가는 현대인을 '호모 판타즈마(Homo Phantasma)'라 명명하고 환상사회 속 이상적 이미지가 어떻게 현실을 압도하는지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이를테면, 작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우울, 강박적 완벽주의, 도파민 크래시와 번아웃 현상까지 모두 '항시적 초조함'이라는 시대 감각으로 설명하며, 이 역시 우리가 이상적인 이미지들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정체성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회에서는 '나 자신이 되어라'는 문장도 모순이 된다. 호모 판타즈마는 그럴 듯한 이미지들로 자신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현대인들이 점점 삶의 주도권을 잃고 유령처럼 배회하게 되는 환상사회를 철학·사회학, 대중문화의 영역을 넘나들며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저 시대를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은 홍진기 교수가 추천사에서 강조한 것과 같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지적 생존 안내서"에 가깝다. 환상사회에서 벗어나자는 초현실적 논의나 개인은 사회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회의적 주장 대신, 환상사회 안에서 SNS와 AI 알고리즘을 영리하게 활용해 자기-세계를 확장하는 방법을 전한다. 거짓된 '나-되기'에서 탈피해 삶의 감각을 회복하고, 사회 기준에 덜 취약한 상태인 '안티프래질(antifragile)'한 프로필을 쌓으며 자기-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15가지 삶의 기술을 말한다.
치밀한 비판이나 거시적인 해결책은 별론으로 하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래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명료한 대답이다. (...) 삶은 당장 오늘의 문제다. 삶은 이 환상사회에서 오늘 어떻게 살고, 내일은 무엇을 하며, 그다음 날에는 어떤 마음과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문제다. _123~124쪽
현실보다 이상적 이미지가 더 가까운 시대,
어떻게 나를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어느 때보다 많은 삶을 보고, 비교하고, 욕망하고, 전시한다. 유튜브나 SNS 속 완벽해 보이는 일상, 성공한 사람의 커리어, 자기 자신이 브랜드가 된 사람들,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나다움'의 이미지까지. 어느 순간 우리는 실제의 나보다 '되고 싶은 나'의 이미지를 더 가까이 두고 살아가고 있다.
정지우 작가의 신작 《환상사회》는 전작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에 이어 완성한 현대 사회 분석의 결정판이다. 작가는 현실의 자신보다 이상적 이미지를 좇으며 살아가는 현대인을 '호모 판타즈마(Homo Phantasma)'라 명명하고 환상사회 속 이상적 이미지가 어떻게 현실을 압도하는지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이를테면, 작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우울, 강박적 완벽주의, 도파민 크래시와 번아웃 현상까지 모두 '항시적 초조함'이라는 시대 감각으로 설명하며, 이 역시 우리가 이상적인 이미지들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정체성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회에서는 '나 자신이 되어라'는 문장도 모순이 된다. 호모 판타즈마는 그럴 듯한 이미지들로 자신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현대인들이 점점 삶의 주도권을 잃고 유령처럼 배회하게 되는 환상사회를 철학·사회학, 대중문화의 영역을 넘나들며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저 시대를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은 홍진기 교수가 추천사에서 강조한 것과 같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지적 생존 안내서"에 가깝다. 환상사회에서 벗어나자는 초현실적 논의나 개인은 사회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회의적 주장 대신, 환상사회 안에서 SNS와 AI 알고리즘을 영리하게 활용해 자기-세계를 확장하는 방법을 전한다. 거짓된 '나-되기'에서 탈피해 삶의 감각을 회복하고, 사회 기준에 덜 취약한 상태인 '안티프래질(antifragile)'한 프로필을 쌓으며 자기-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15가지 삶의 기술을 말한다.
치밀한 비판이나 거시적인 해결책은 별론으로 하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래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명료한 대답이다. (...) 삶은 당장 오늘의 문제다. 삶은 이 환상사회에서 오늘 어떻게 살고, 내일은 무엇을 하며, 그다음 날에는 어떤 마음과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문제다. _123~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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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지적 생존 안내서"
_홍진기, 교수·《사고외주》 저자
"초조함의 환상 속에서 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_송길영, 마인드마이너·《시대예보》 시리즈 저자
타인이 욕망하는 '완벽한' 이미지가 실제의 나를 압도하다
'호모 판타즈마'의 출현과
'항시적-초조함'이라는 시대 감각
1부는 AI 알고리즘·SNS로 인해 단일한 공통 현실이 와해되고, 저마다의 이상적 이미지를 좇게 된 사회 변화에 주목한다. 알고리즘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이미지들만 보여주며 현실을 점점 더 조각내고 있다. 신인류 '호모 판타즈마'들은 현실보다 이상적 이미지가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저자가 짚었듯 프랑스의 철학자 기 드보르는 1960년대에 이미 이미지가 현실과 사회·문화를 지배하는 세계를 두고 '스펙타클 사회'라 개념화한 적 있다. 그러나 과거의 스펙타클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하나의' 이미지 세계였다면, 오늘날은 서로 다른 이상과 이미지들을 갖고 살아가는 세계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작가는 과거의 스펙타클 사회와 환상사회를 구분하고, 호모 판타즈마들이 스스로 이미지를 생산하고 전시하는 주체로서 환상사회에 '자발적으로 복종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작가는 호모 판타즈마들은 공통 현실이 빈약해질수록 온라인 속 이상들에 몰두하고 쉽게 지배된다고 바라본다. 구체적으로 SNS와 커뮤니티에서 확산되는 이상적 기준을 '타자의 기준'이라 지칭하는데, 문제는 이 '완벽함에의 요구'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는 점이다. 호모 판타즈마는 타인의 평가를 의식해 SNS에 자신의 이상적인 이미지를 전시하고, 동시에 자신도 타인의 이미지를 평가하는 '상시적 추임새꾼'이 된다. 또한 구경과 전시의 무한 굴레에 빠져 이미지들이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하며 배회한다. 이렇게 호모 판타즈마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잃고, 마치 실체를 잃은 채 떠다니는 '유령'에 가까운 모습으로 환상사회를 살아간다.
우리 시대에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가장 '타인들이 바라는, 그들이 욕망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 우리는 내 안의 이상에 맞는 '자기 자신'이 되어 만족을 얻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이하게도 내 밖에 있는 타인들의 인정이 필요하다. (...) 호모 판타즈마가 독특한 이유는 이처럼 '이미지'의 자기 순환 안에 갇혀서 일종의 기만적인 상태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_37~38쪽
완벽한 이상을 향한 강박은 이상에 도달할 수도 현실에 만족할 수도 없는, '항시적-초조함'의 상태로 이어진다. 찰나의 순간이나마 그 이상들에 도달하는 듯한 착각이 들 때, 타인들의 반응과 관심이 쏟아질 때 우리는 강렬한 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도파민은 영원히 분비되지 않는다. 만족이 아닌, 기대와 관련된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치솟은 기대가 꺾인 자리에서 우리는 도파민 수치가 급강하해 무기력증에 빠지는 '도파민 크래시'와 '번아웃' 현상을 경험한다.
작가는 이 '항시적-초조함'이야말로 환상사회를 관통하는 시대적 감각이라 정의하며 다양한 사회적 징후들을 분석한다. 그 외에도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쾌락 외에는 아무것도 추구할 수 없는 '우울증적 쾌락', 내가 놓치는 것들에 대한 강박적 두려움인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 타인의 삶을 실시간으로 과도하게 구경하고 개입하는 '상시적 구경'은 모두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을 향한 초조와 불안, 즉 항시적-초조함과 연결된 장면들이다.
여기에서 호모 판타즈마가 느끼는 것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오는 절망이 아니다. 오히려 곧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 초조함, 그리고 근본적으로 내가 딛고 있는 현실이 그리 단단하지 않고 허깨비 속에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다. 이러한 정서를 한마디로 '항시적-초조함'이라 말할 수 있다. _51~52쪽
이미지의 자기 순환에 갇힌 좀비로 살 것인가,
안티프래질한 삶의 주체자가 될 것인가
환상사회에서 자기-세계를 만드는 15가지 방법
그렇다면 좀비처럼 자아를 잃고 정처 없이 이미지 속을 떠다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세상에서, 다시 삶을 붙들고 나의 것들을 쌓아나갈 방도는 무엇일까. 2부에서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해, 정지우 작가가 많은 학자들의 이론과 일상적 사례들을 통해 도출해낸 15가지 현실 매뉴얼들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작가는 제2원칙으로 '내 결핍을 정확히 파악하라'고 말한다. 이상은 결핍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특정 이미지에 반복적으로 매혹되는 이유 역시 그것이 나의 결핍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불안과 결핍을 자극해 이미지가 주도하는 소비에 휘둘린다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결핍을 정확히 응시할 때 이미지와의 관계가 재정립된다. 이어 작가는 제3원칙에서 '완벽함의 거짓을 간파하라'고 전한다. 작가는 '결핍과 무한 갈구'에 관한 불교 교리를 통해, 인간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고, 오히려 그 완벽해 보이는 상(狀) 너머의 결핍을 '상상'할 수 있을 때 삶의 울퉁불퉁한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특히 결핍을 마주한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이 '결핍을 즉각적으로 단숨에 메우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비교와 강박의 굴레에 다시 빠지지 않는 법을 일러준다.
세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자극적인 이미지들의 무한한 연쇄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 자신'이 되겠다면서 그런 이미지 세계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자기를 드러내는 데 치중한다. 그러나 이미지는 끊임없이 대체될 따름이다. (...) 결국 우리를 삶에 안착시키는 건 스스로 세계가 된 존재들이다. _159쪽
작가는 이렇게 완벽한 이미지에 걸맞은 '나-되기'가 얼마나 모순적인 주문인지 지적하며, 대안적 언어로 '세계-만들기'를 제안한다. 제5원칙 '나-되기보다 세계-만들기를 추구하라'에서 니체의 이론을 토대로 '자기 스스로 가치 기준을 창조하는 사람만이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다'고 설명하며, 내가 가치 있다고 믿는 것들을 수집해 나의 세계를 가꾸고 세워나가는 힘을 이야기한다. 또 제9원칙 '안티프래질한 프로필을 구축하라'에서는 미국의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의 '프래질-안티프래질' 개념을 차용해, 현대사회에서 깨지기 쉬운 것들은 환상사회 속 이미지처럼 외부 조건에 기대어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것들, 안티프래질한 것들은 자기-세계처럼 내면의 단단한 중심축에 의해 세워진 것들이라 구분한다. 사상가 토마 피케티, 지식인 슬라보예 지젝, 정치인 버니 샌더스도 강력한 프로필을 구축해온 사람들임을 예시로 들며, 호모 판타즈마 역시 자신만의 프로필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작가는 이런 관점에서 나의 세계를 구성할 기준을 세우는 법, 주체성을 잃지 않으며 SNS와 기술을 활용하는 법, 나의 세계에 타인을 초대하는 법, 불안과 초조함을 현명하게 넘기는 법, 환상사회의 자극에서 벗어나 삶의 고요를 받아들이는 법 등을 차례로 세세히 풀어낸다.
"우리에게 좋은 삶은 여전히 가능하다"
저 멀리 있는 유토피아 대신
내 삶 속 '헤테로토피아'를 찾아서
정지우 작가는 이 책의 논의를 단순한 사회 비판으로 매듭짓지 않고, 비판 너머 공생으로 확장한다. 본인을 포함한 현대인 모두가 호모 판타즈마이며, 이 환상사회에는 출구가 없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동시에, 여전히 이 환상사회에서도 좋은 삶은 가능하다고 굳게 믿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미셸 푸코의 '헤테로피아' 개념을 불러온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와 달리, 헤테로피아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만 일상의 질서와는 어딘가 다른 '예외적인 장소'를 뜻한다. 실제 위치를 가지면서도 다른 장소들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현실화된 유토피아에 가깝다. 작가는 환상사회가 SNS 등을 통해 온갖 유토피아적인 이미지들을 흩뿌린다면, 헤테로피아는 우리가 상상하여 구축하는 나만의 세계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나-되기'는 근본적으로 나와 타인의 딜레마에 빠져 개인이 점점 고립되고 유리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작가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세계-만들기'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와 타인을 모두 바라보고 현실적 연결을 꾀한다. 단편적인 환상적 이미지로 얼기설기 세운 '나'는 언제든 사회의 기준과 타인의 평가에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깊은 차원에서 찬찬히 쌓아 올린 자기-세계는 현실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삶을 지탱해준다.
송길영 작가는 추천사에서 "초조함의 환상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전했다. 획일화된 자기계발이나 자기소모적인 성공학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삶을 조금 더 발전시키고 확장하고픈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은 환상사회 속에서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기-세계'를 확장시키는 통찰과 삶의 기술을 전해줄 것이다. 우리 각자의 현실 속에서 헤테로피아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결국 우리는 이 삶에 다시 뿌리내려야 한다. (...) 환상사회에 출구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 만들어내는 대안적 시간과 공간, 무엇보다 세계가 있다. 사막에서 누군가는 지금도 우물을 파고 오아시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_254~255쪽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지적 생존 안내서"
_홍진기, 교수·《사고외주》 저자
"초조함의 환상 속에서 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_송길영, 마인드마이너·《시대예보》 시리즈 저자
타인이 욕망하는 '완벽한' 이미지가 실제의 나를 압도하다
'호모 판타즈마'의 출현과
'항시적-초조함'이라는 시대 감각
1부는 AI 알고리즘·SNS로 인해 단일한 공통 현실이 와해되고, 저마다의 이상적 이미지를 좇게 된 사회 변화에 주목한다. 알고리즘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이미지들만 보여주며 현실을 점점 더 조각내고 있다. 신인류 '호모 판타즈마'들은 현실보다 이상적 이미지가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저자가 짚었듯 프랑스의 철학자 기 드보르는 1960년대에 이미 이미지가 현실과 사회·문화를 지배하는 세계를 두고 '스펙타클 사회'라 개념화한 적 있다. 그러나 과거의 스펙타클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하나의' 이미지 세계였다면, 오늘날은 서로 다른 이상과 이미지들을 갖고 살아가는 세계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작가는 과거의 스펙타클 사회와 환상사회를 구분하고, 호모 판타즈마들이 스스로 이미지를 생산하고 전시하는 주체로서 환상사회에 '자발적으로 복종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작가는 호모 판타즈마들은 공통 현실이 빈약해질수록 온라인 속 이상들에 몰두하고 쉽게 지배된다고 바라본다. 구체적으로 SNS와 커뮤니티에서 확산되는 이상적 기준을 '타자의 기준'이라 지칭하는데, 문제는 이 '완벽함에의 요구'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는 점이다. 호모 판타즈마는 타인의 평가를 의식해 SNS에 자신의 이상적인 이미지를 전시하고, 동시에 자신도 타인의 이미지를 평가하는 '상시적 추임새꾼'이 된다. 또한 구경과 전시의 무한 굴레에 빠져 이미지들이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하며 배회한다. 이렇게 호모 판타즈마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잃고, 마치 실체를 잃은 채 떠다니는 '유령'에 가까운 모습으로 환상사회를 살아간다.
우리 시대에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가장 '타인들이 바라는, 그들이 욕망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 우리는 내 안의 이상에 맞는 '자기 자신'이 되어 만족을 얻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이하게도 내 밖에 있는 타인들의 인정이 필요하다. (...) 호모 판타즈마가 독특한 이유는 이처럼 '이미지'의 자기 순환 안에 갇혀서 일종의 기만적인 상태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_37~38쪽
완벽한 이상을 향한 강박은 이상에 도달할 수도 현실에 만족할 수도 없는, '항시적-초조함'의 상태로 이어진다. 찰나의 순간이나마 그 이상들에 도달하는 듯한 착각이 들 때, 타인들의 반응과 관심이 쏟아질 때 우리는 강렬한 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도파민은 영원히 분비되지 않는다. 만족이 아닌, 기대와 관련된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치솟은 기대가 꺾인 자리에서 우리는 도파민 수치가 급강하해 무기력증에 빠지는 '도파민 크래시'와 '번아웃' 현상을 경험한다.
작가는 이 '항시적-초조함'이야말로 환상사회를 관통하는 시대적 감각이라 정의하며 다양한 사회적 징후들을 분석한다. 그 외에도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쾌락 외에는 아무것도 추구할 수 없는 '우울증적 쾌락', 내가 놓치는 것들에 대한 강박적 두려움인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 타인의 삶을 실시간으로 과도하게 구경하고 개입하는 '상시적 구경'은 모두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을 향한 초조와 불안, 즉 항시적-초조함과 연결된 장면들이다.
여기에서 호모 판타즈마가 느끼는 것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오는 절망이 아니다. 오히려 곧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 초조함, 그리고 근본적으로 내가 딛고 있는 현실이 그리 단단하지 않고 허깨비 속에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다. 이러한 정서를 한마디로 '항시적-초조함'이라 말할 수 있다. _51~52쪽
이미지의 자기 순환에 갇힌 좀비로 살 것인가,
안티프래질한 삶의 주체자가 될 것인가
환상사회에서 자기-세계를 만드는 15가지 방법
그렇다면 좀비처럼 자아를 잃고 정처 없이 이미지 속을 떠다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세상에서, 다시 삶을 붙들고 나의 것들을 쌓아나갈 방도는 무엇일까. 2부에서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해, 정지우 작가가 많은 학자들의 이론과 일상적 사례들을 통해 도출해낸 15가지 현실 매뉴얼들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작가는 제2원칙으로 '내 결핍을 정확히 파악하라'고 말한다. 이상은 결핍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특정 이미지에 반복적으로 매혹되는 이유 역시 그것이 나의 결핍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불안과 결핍을 자극해 이미지가 주도하는 소비에 휘둘린다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결핍을 정확히 응시할 때 이미지와의 관계가 재정립된다. 이어 작가는 제3원칙에서 '완벽함의 거짓을 간파하라'고 전한다. 작가는 '결핍과 무한 갈구'에 관한 불교 교리를 통해, 인간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고, 오히려 그 완벽해 보이는 상(狀) 너머의 결핍을 '상상'할 수 있을 때 삶의 울퉁불퉁한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특히 결핍을 마주한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이 '결핍을 즉각적으로 단숨에 메우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비교와 강박의 굴레에 다시 빠지지 않는 법을 일러준다.
세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자극적인 이미지들의 무한한 연쇄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 자신'이 되겠다면서 그런 이미지 세계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자기를 드러내는 데 치중한다. 그러나 이미지는 끊임없이 대체될 따름이다. (...) 결국 우리를 삶에 안착시키는 건 스스로 세계가 된 존재들이다. _159쪽
작가는 이렇게 완벽한 이미지에 걸맞은 '나-되기'가 얼마나 모순적인 주문인지 지적하며, 대안적 언어로 '세계-만들기'를 제안한다. 제5원칙 '나-되기보다 세계-만들기를 추구하라'에서 니체의 이론을 토대로 '자기 스스로 가치 기준을 창조하는 사람만이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다'고 설명하며, 내가 가치 있다고 믿는 것들을 수집해 나의 세계를 가꾸고 세워나가는 힘을 이야기한다. 또 제9원칙 '안티프래질한 프로필을 구축하라'에서는 미국의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의 '프래질-안티프래질' 개념을 차용해, 현대사회에서 깨지기 쉬운 것들은 환상사회 속 이미지처럼 외부 조건에 기대어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것들, 안티프래질한 것들은 자기-세계처럼 내면의 단단한 중심축에 의해 세워진 것들이라 구분한다. 사상가 토마 피케티, 지식인 슬라보예 지젝, 정치인 버니 샌더스도 강력한 프로필을 구축해온 사람들임을 예시로 들며, 호모 판타즈마 역시 자신만의 프로필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작가는 이런 관점에서 나의 세계를 구성할 기준을 세우는 법, 주체성을 잃지 않으며 SNS와 기술을 활용하는 법, 나의 세계에 타인을 초대하는 법, 불안과 초조함을 현명하게 넘기는 법, 환상사회의 자극에서 벗어나 삶의 고요를 받아들이는 법 등을 차례로 세세히 풀어낸다.
"우리에게 좋은 삶은 여전히 가능하다"
저 멀리 있는 유토피아 대신
내 삶 속 '헤테로토피아'를 찾아서
정지우 작가는 이 책의 논의를 단순한 사회 비판으로 매듭짓지 않고, 비판 너머 공생으로 확장한다. 본인을 포함한 현대인 모두가 호모 판타즈마이며, 이 환상사회에는 출구가 없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동시에, 여전히 이 환상사회에서도 좋은 삶은 가능하다고 굳게 믿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미셸 푸코의 '헤테로피아' 개념을 불러온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와 달리, 헤테로피아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만 일상의 질서와는 어딘가 다른 '예외적인 장소'를 뜻한다. 실제 위치를 가지면서도 다른 장소들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현실화된 유토피아에 가깝다. 작가는 환상사회가 SNS 등을 통해 온갖 유토피아적인 이미지들을 흩뿌린다면, 헤테로피아는 우리가 상상하여 구축하는 나만의 세계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나-되기'는 근본적으로 나와 타인의 딜레마에 빠져 개인이 점점 고립되고 유리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작가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세계-만들기'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와 타인을 모두 바라보고 현실적 연결을 꾀한다. 단편적인 환상적 이미지로 얼기설기 세운 '나'는 언제든 사회의 기준과 타인의 평가에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깊은 차원에서 찬찬히 쌓아 올린 자기-세계는 현실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삶을 지탱해준다.
송길영 작가는 추천사에서 "초조함의 환상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전했다. 획일화된 자기계발이나 자기소모적인 성공학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삶을 조금 더 발전시키고 확장하고픈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은 환상사회 속에서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기-세계'를 확장시키는 통찰과 삶의 기술을 전해줄 것이다. 우리 각자의 현실 속에서 헤테로피아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결국 우리는 이 삶에 다시 뿌리내려야 한다. (...) 환상사회에 출구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 만들어내는 대안적 시간과 공간, 무엇보다 세계가 있다. 사막에서 누군가는 지금도 우물을 파고 오아시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_254~255쪽
목차
목차
1부 호모 판타즈마의 출현
1장 현실보다 이상이 더 가까운 시대
이상이 끝없이 생성될 때 9 | 조각난 현실들 16 | 자아의 문제 25 | '자기 자신이 되어라'는 말의 모순 33 |
'나-되기'와 AI 알고리즘 42 | '항시적-초조함'이라는 시대 감각 47 | 우울증적 쾌락에 갇힌 사람들 56
2장 우리는 어떻게 타인을 구경하는가
타인이라는 심급 62 | '상시 구경'과 품평 문화 66 | 공감을 잃도록 '진화'하기 72 | 팬덤 현상의 양면 80 | '당신이 나락 가는 것이 즐겁다' 84 | 유령들이 배회하는 사회 91 | 구경의 역전 98 | 타인의 소실 104 | 진정성이 살아남는다 111
2부 환상사회의 15가지 생존 원칙
제1원칙: 인생의 구멍은 메울 수 없다 126
제2원칙: 내 결핍을 정확히 파악하라 132제3원칙: 완벽함의 거짓을 간파하라 140
제4원칙: 스스로 세계가 되어라 146
제5원칙: 나-되기보다 세계-만들기를 추구하라 152
제6원칙: 내 세계에 기꺼이 타인을 초대하라 162
제7원칙: SNS를 생산과 연대의 장으로 이해하라 172
제8원칙: 세계를 만드는 것은 진정한 관심이다 180
제9원칙: 안티프래질한 프로필을 구축하라 190
제10원칙: 프로필 강화의 관점에서 인생을 경험하라 198
제11원칙: 인생은 복수선이다 208
제12원칙: '유령' 대신 친구를 가까이 두어라 218
제13원칙: 타인의 행복에 기여할 방법을 찾아라 226
제14원칙: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강령술'을 행하라 234
제15원칙: 삶의 고요한 측면을 온전히 사랑하라 244
에필로그 환상사회에서 기꺼이 서로의 손을 잡는 일 257
1장 현실보다 이상이 더 가까운 시대
이상이 끝없이 생성될 때 9 | 조각난 현실들 16 | 자아의 문제 25 | '자기 자신이 되어라'는 말의 모순 33 |
'나-되기'와 AI 알고리즘 42 | '항시적-초조함'이라는 시대 감각 47 | 우울증적 쾌락에 갇힌 사람들 56
2장 우리는 어떻게 타인을 구경하는가
타인이라는 심급 62 | '상시 구경'과 품평 문화 66 | 공감을 잃도록 '진화'하기 72 | 팬덤 현상의 양면 80 | '당신이 나락 가는 것이 즐겁다' 84 | 유령들이 배회하는 사회 91 | 구경의 역전 98 | 타인의 소실 104 | 진정성이 살아남는다 111
2부 환상사회의 15가지 생존 원칙
제1원칙: 인생의 구멍은 메울 수 없다 126
제2원칙: 내 결핍을 정확히 파악하라 132제3원칙: 완벽함의 거짓을 간파하라 140
제4원칙: 스스로 세계가 되어라 146
제5원칙: 나-되기보다 세계-만들기를 추구하라 152
제6원칙: 내 세계에 기꺼이 타인을 초대하라 162
제7원칙: SNS를 생산과 연대의 장으로 이해하라 172
제8원칙: 세계를 만드는 것은 진정한 관심이다 180
제9원칙: 안티프래질한 프로필을 구축하라 190
제10원칙: 프로필 강화의 관점에서 인생을 경험하라 198
제11원칙: 인생은 복수선이다 208
제12원칙: '유령' 대신 친구를 가까이 두어라 218
제13원칙: 타인의 행복에 기여할 방법을 찾아라 226
제14원칙: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강령술'을 행하라 234
제15원칙: 삶의 고요한 측면을 온전히 사랑하라 244
에필로그 환상사회에서 기꺼이 서로의 손을 잡는 일 257
저자
저자
정지우 20여 년간 매일 쓰는 작가이자 변호사. 고려대학교 및 동대학원에서 국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와 분노를 파헤친 《분노사회》, SNS 문화를 토대로 시대의 욕망을 분석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그럼에도 육아》 《AI, 글쓰기, 저작권》 등 날카로운 인문하적 시선과 섬세한 감성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현재는 청년 문제를 문화예술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사단법인 오늘은의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와 분노를 파헤친 《분노사회》, SNS 문화를 토대로 시대의 욕망을 분석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그럼에도 육아》 《AI, 글쓰기, 저작권》 등 날카로운 인문하적 시선과 섬세한 감성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현재는 청년 문제를 문화예술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사단법인 오늘은의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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