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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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세상에서 길어 올린 우리 시대의 이야기
서울대 김영민 교수 첫 소설집
'칼럼계의 아이돌'이자 '문장가들의 문장가'로 불려온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첫 소설집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로 소설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같은 칼럼과 《공부란 무엇인가》 《한국이란 무엇인가》 《가벼운 고백》 등의 산문집으로 독자를 사로잡아온 그가 이번에는 이야기의 형식으로 우리 시대를 재현한다. 참치 해체 쇼처럼 정교한 문장, 잡귀를 쫓아내듯 몰아치는 유머, 본질에 다가가는 묵직한 사유가 하나로 합류한 이 책은, 그간의 산문이 이 한 권에 이르기 위한 연마였나 싶게 절정의 필치를 보여준다.
소설집에 실린 열두 편은 무언가에 홀린 듯 질주하는 이야기다. 희대의 아부 전문가와 독재자의 대결, 만국 내향인의 단결을 도모하는 매니페스토, 사라진 혁명가를 찾는 전단, 노벨문학상에 국운을 건 K국, 어느 책이 전하는 학자의 일대기, 머리 감겨주실 분을 구하는 공고문 등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내달린다. 그 모든 질주는 끝내 하나의 물음에 가닿는다. 무엇을 위해 살다가 죽을 것인가. 이 미친 세상에서 은은하게 미친 채 저마다의 낙하를 살아내는 인물들은 한국 사회의 정상성 신화를 은근히 깨뜨리고, 은은하게 미친 행진을 웃으며 뒤따르던 독자는 어느 페이지에선가 자신도 그 대열 안에서 걷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서사를 끌고 가는 힘은 김영민 특유의 문체다.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되 감상에 젖지 않고, 차갑지만 다정한 유머가 페이지마다 튀어 오른다. 평생 '~란 무엇인가'를 물어온 그는 마침내 소설의 언어로 인간을 묻는다. 간편한 정답과 투박한 오답으로 나눌 수 없는 세계의 스펙트럼, 아귀다툼하면서도 서로에게 경탄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펼쳐 보인다. 아무도 쉽게 꿀맛을 보지 못한다는 아이러니, 모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삶의 어떤 비감과 미감에 도달한다는 깨달음, 그 모든 것을 껴안고도 인생을 사랑할 능력을 잃지 않는다. 인생의 쓴맛을 끝까지 응시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단맛이 여기에 있다. 한국소설이 낼 수 있는 대체 불가한 맛이 하나 더 늘었다.
서울대 김영민 교수 첫 소설집
'칼럼계의 아이돌'이자 '문장가들의 문장가'로 불려온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첫 소설집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로 소설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같은 칼럼과 《공부란 무엇인가》 《한국이란 무엇인가》 《가벼운 고백》 등의 산문집으로 독자를 사로잡아온 그가 이번에는 이야기의 형식으로 우리 시대를 재현한다. 참치 해체 쇼처럼 정교한 문장, 잡귀를 쫓아내듯 몰아치는 유머, 본질에 다가가는 묵직한 사유가 하나로 합류한 이 책은, 그간의 산문이 이 한 권에 이르기 위한 연마였나 싶게 절정의 필치를 보여준다.
소설집에 실린 열두 편은 무언가에 홀린 듯 질주하는 이야기다. 희대의 아부 전문가와 독재자의 대결, 만국 내향인의 단결을 도모하는 매니페스토, 사라진 혁명가를 찾는 전단, 노벨문학상에 국운을 건 K국, 어느 책이 전하는 학자의 일대기, 머리 감겨주실 분을 구하는 공고문 등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내달린다. 그 모든 질주는 끝내 하나의 물음에 가닿는다. 무엇을 위해 살다가 죽을 것인가. 이 미친 세상에서 은은하게 미친 채 저마다의 낙하를 살아내는 인물들은 한국 사회의 정상성 신화를 은근히 깨뜨리고, 은은하게 미친 행진을 웃으며 뒤따르던 독자는 어느 페이지에선가 자신도 그 대열 안에서 걷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서사를 끌고 가는 힘은 김영민 특유의 문체다.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되 감상에 젖지 않고, 차갑지만 다정한 유머가 페이지마다 튀어 오른다. 평생 '~란 무엇인가'를 물어온 그는 마침내 소설의 언어로 인간을 묻는다. 간편한 정답과 투박한 오답으로 나눌 수 없는 세계의 스펙트럼, 아귀다툼하면서도 서로에게 경탄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펼쳐 보인다. 아무도 쉽게 꿀맛을 보지 못한다는 아이러니, 모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삶의 어떤 비감과 미감에 도달한다는 깨달음, 그 모든 것을 껴안고도 인생을 사랑할 능력을 잃지 않는다. 인생의 쓴맛을 끝까지 응시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단맛이 여기에 있다. 한국소설이 낼 수 있는 대체 불가한 맛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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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소설가 김영민이라는 문학적 사건
-여기 이야기가 질주한다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겠다니, 이것은 선전포고다. 그러나 아무도 쉽게 단맛을 보지 못한다는 아이러니. 모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삶의 어떤 비감과 미감에 도달한다는 깨달음. 쓴맛에 절어 사는 독자를 향해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첫 소설집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를 들고 나왔다. 일찍이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로 '칼럼계의 아이돌'로 불렸고, 《공부란 무엇인가》 《한국이란 무엇인가》 《가벼운 고백》으로 '문장가들의 문장가'로 각인된 그가 소설가로 나섰다. 돌연해 보이지만 돌이켜보면 필연적인 등장이다.
"참치 해체 쇼처럼" 정교하고 치밀한 문장, "잡귀를 쫓아내듯" 거침없이 몰아치는 유머, 본질에 다가가는 신선하되 묵직한 사유. 김영민 소설의 재미는 이 세 갈래에서 나온다. 감히 말하건대 그간의 산문은 이 소설집 한 권에 이르기 위한 오랜 연마가 아니었을까. 독자를 단숨에 끌어들이는 절정의 필치, 현실을 비트는 질문, 삶의 이면에서 길어 올린 상상이 여기서 하나로 합류한다. 우리가 기다려온 책은 이렇게 당도했다.
그는 왜 소설을 쓰는가. 김영민은 이렇게 답한다. "의미에 굶주린 필멸자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죽는지 알기 위해 다름 아닌 이곳 인생의 재현이 필요하다. 분단과 통일과 민주화와 경제 성장과 관계가 있되, 그것만으로는 환원되지 않는 인생의 재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읽고, 마침내 쓴다.
거침없이 내달리는 새로운 서사
-우리 시대의 새로운 재현
이 소설집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으로 산다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정치로서의 소설'이자 '철학으로서의 소설'이다. 그렇게 우리 시대를 새롭게 재현한다.
열두 편은 무언가에 홀린 듯 질주하는 이야기다. 희대의 아부 전문가는 독재자의 심장을 향해 다가가고(〈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만국의 내향인은 외향인의 세계를 조용히 전복하려 하며(〈내향인 매니페스토〉), 화자는 사라진 혁명가 장길산 씨를 찾아 전단을 띄운다(〈사람을 찾습니다〉). K국은 국운을 걸고 노벨문학상을 추격하고(〈스톡홀름 신드롬〉), 마르셀 뒤샹의 〈샘〉을 안고 달아나는 남자를 13인의 나체 추적자가 뒤쫓는다(〈변기가 질주하오〉). 이웃집 개에게 부치는 편지로 문을 열어, 도둑맞은 책과 문서 파일이 저마다 제 주인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지나, 삼천포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길에 이르기까지, 이 질주들이 향하는 곳은 결국 하나다. 의미다. 의미에 굶주린 필멸자들의 질주가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은은하게 미친 사람들의 행진
-잊히지 않는 캐릭터의 창조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는 "미친 세상"에서 은은하게 미친 사람들의 문학이다. "적응자를 위한, 적응자에 의한, 적응자의 나라"에서 적응하지 못했다고 하여 낙오로 치부될 수 없는, 다만 저마다의 낙하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해괴한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 세상"에서 세상 "끝까지 걸어"가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설집에는 "한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정상성의 신화"를 은근히 깨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미친 세상에서 "정답이 없는 학문"을 좋아하거나, 기억하기 위해 책을 훔치거나, 달콤한 교수직을 버리고 출가하거나, "삼천포에 빠지기 전"에 제 발로 삼천포로 향한다. 김영민은 이 인물들을 통해 복잡다단한 현실에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사유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삶의 '미시와 거시'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인간의 절망과 욕망을 들춘다.
이 인물들은 "자신의 광기에 자부심"을 지니고, "광기가 있어야" 사랑도 가능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거듭 낙방하고도 다시 응시(應試)하는 일은 이들에게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이 사회 정상성과의 투쟁"의 전적(戰績)이며, "세계사는 내향인과 외향인 간의 투쟁으로 다시 쓰여야 한다"라는 선언은 농담의 얼굴을 한 진심이다. 이들에게 이념은 혀끝의 구호가 아니라 몸에 밴 걸음걸이다. 그러니 이들의 정치는 말하는 입이 아니라 살아가는 몸에서 발생한다. 이 미친 행진을 웃으며 따라가던 독자는 어느 페이지에선가 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저 낯익은 걸음걸이에서 제 모습을 알아보는 순간, 웃음은 서늘한 자기 인식이 된다.
지성의 먹물을 먹은 유머이자
사랑의 단물을 머금은 유머
이 서사들을 가능케 한 것은 김영민의 독보적 문체가 지닌 힘이다. 읽는 맛이 있다는 것, 펀치라인이 있다는 것.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되 감상에 젖지 않고, 정신적 캡사이신 소스를 퍼붓는 유머는 강렬하다. 씁쓸하지만 달콤하다. 차갑지만 다정하다. 가볍지만 숭고하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비트는 감각이 문장마다 번뜩인다.
"외향인은 설친다. 설치류(齧齒類)보다 더 설친다. (…) 외향인이 죽창으로 상대를 쑤실 때, 내향인은 이쑤시개로 상대를 쑤신다." "이제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단다. 지금부터 인생의 숙제가 회전초밥처럼 밀려올 거란다. 때를 놓치지 않고 꾸역꾸역 입에 넣어야 한단다. 식성이 까다로우면 고생한단다." "칭찬은 정신적 뇌물이다" "원숭이는 일부러 나무에서 떨어질 때 인간이 된다" 같은 문장들이 페이지마다 튀어 오른다.
그의 유머는 두루뭉술 뭉개거나 "동문서답"으로 피해 가지 않는 사유에서, 그리고 변기처럼 일상의 무게를 받아내다가 끝내 예술이 되는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여러 겹의 현실, 여러 겹의 이해
-총체적 인간을 향하여
어떤 진실은 이야기를 거쳐야 비로소 보인다. 평생 '~란 무엇인가'를 물어온 김영민은 이번에는 소설의 형식으로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묻는다. 익숙한 세계의 이면을 들추고 답할 수 없는 물음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소설의 일이라면, 이 일은 처음부터 그의 몫이었는지 모른다.
"사소한 이익을 위해 아귀다툼하는 존재"이면서 같은 인간에게 경탄할 줄 아는 인간의 이중성. 간편한 정답과 투박한 오답, 완전한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세계의 스펙트럼. "인간을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정치성. 이 겹겹의 층위가 소설 곳곳에 스며 있다. 주인의 오타에 붉은 밑줄을 그으며 "저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을 교정합니다"라고 고백하는 문서 파일처럼, 이 소설집에서 이해와 사랑은 상대의 결함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 결함을 읽어내는 일이다. 이해 불가능성이 오히려 이해의 가능성을 열고, 그 이해는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를 비추고 질문하고 응답하는 대화 속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인간성을 직면해야 해. 인간성을 직면하면 절망에 눈이 멀어버려. 자기 눈을 찌르고 싶어져. 아직 인간을 보지 않은 눈동자를 이식하고 싶어져. 우리는 절망이 두려워 인간을 오해했고, 그 오해로 거짓 희망을 창조했지. 그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피눈물이 나도 인간의 실상을 직면해야 하네.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에서
그렇게 인간의 실상을 직시하면서도, 김영민의 소설들은 아이러니를 감싸 안으며 인생을 사랑할 능력을 잃지 않는다. "사랑은 결함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생의 쓴맛을 끝까지 응시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단맛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 이야기가 질주한다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겠다니, 이것은 선전포고다. 그러나 아무도 쉽게 단맛을 보지 못한다는 아이러니. 모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삶의 어떤 비감과 미감에 도달한다는 깨달음. 쓴맛에 절어 사는 독자를 향해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첫 소설집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를 들고 나왔다. 일찍이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로 '칼럼계의 아이돌'로 불렸고, 《공부란 무엇인가》 《한국이란 무엇인가》 《가벼운 고백》으로 '문장가들의 문장가'로 각인된 그가 소설가로 나섰다. 돌연해 보이지만 돌이켜보면 필연적인 등장이다.
"참치 해체 쇼처럼" 정교하고 치밀한 문장, "잡귀를 쫓아내듯" 거침없이 몰아치는 유머, 본질에 다가가는 신선하되 묵직한 사유. 김영민 소설의 재미는 이 세 갈래에서 나온다. 감히 말하건대 그간의 산문은 이 소설집 한 권에 이르기 위한 오랜 연마가 아니었을까. 독자를 단숨에 끌어들이는 절정의 필치, 현실을 비트는 질문, 삶의 이면에서 길어 올린 상상이 여기서 하나로 합류한다. 우리가 기다려온 책은 이렇게 당도했다.
그는 왜 소설을 쓰는가. 김영민은 이렇게 답한다. "의미에 굶주린 필멸자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죽는지 알기 위해 다름 아닌 이곳 인생의 재현이 필요하다. 분단과 통일과 민주화와 경제 성장과 관계가 있되, 그것만으로는 환원되지 않는 인생의 재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읽고, 마침내 쓴다.
거침없이 내달리는 새로운 서사
-우리 시대의 새로운 재현
이 소설집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으로 산다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정치로서의 소설'이자 '철학으로서의 소설'이다. 그렇게 우리 시대를 새롭게 재현한다.
열두 편은 무언가에 홀린 듯 질주하는 이야기다. 희대의 아부 전문가는 독재자의 심장을 향해 다가가고(〈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만국의 내향인은 외향인의 세계를 조용히 전복하려 하며(〈내향인 매니페스토〉), 화자는 사라진 혁명가 장길산 씨를 찾아 전단을 띄운다(〈사람을 찾습니다〉). K국은 국운을 걸고 노벨문학상을 추격하고(〈스톡홀름 신드롬〉), 마르셀 뒤샹의 〈샘〉을 안고 달아나는 남자를 13인의 나체 추적자가 뒤쫓는다(〈변기가 질주하오〉). 이웃집 개에게 부치는 편지로 문을 열어, 도둑맞은 책과 문서 파일이 저마다 제 주인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지나, 삼천포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길에 이르기까지, 이 질주들이 향하는 곳은 결국 하나다. 의미다. 의미에 굶주린 필멸자들의 질주가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은은하게 미친 사람들의 행진
-잊히지 않는 캐릭터의 창조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는 "미친 세상"에서 은은하게 미친 사람들의 문학이다. "적응자를 위한, 적응자에 의한, 적응자의 나라"에서 적응하지 못했다고 하여 낙오로 치부될 수 없는, 다만 저마다의 낙하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해괴한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 세상"에서 세상 "끝까지 걸어"가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설집에는 "한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정상성의 신화"를 은근히 깨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미친 세상에서 "정답이 없는 학문"을 좋아하거나, 기억하기 위해 책을 훔치거나, 달콤한 교수직을 버리고 출가하거나, "삼천포에 빠지기 전"에 제 발로 삼천포로 향한다. 김영민은 이 인물들을 통해 복잡다단한 현실에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사유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삶의 '미시와 거시'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인간의 절망과 욕망을 들춘다.
이 인물들은 "자신의 광기에 자부심"을 지니고, "광기가 있어야" 사랑도 가능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거듭 낙방하고도 다시 응시(應試)하는 일은 이들에게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이 사회 정상성과의 투쟁"의 전적(戰績)이며, "세계사는 내향인과 외향인 간의 투쟁으로 다시 쓰여야 한다"라는 선언은 농담의 얼굴을 한 진심이다. 이들에게 이념은 혀끝의 구호가 아니라 몸에 밴 걸음걸이다. 그러니 이들의 정치는 말하는 입이 아니라 살아가는 몸에서 발생한다. 이 미친 행진을 웃으며 따라가던 독자는 어느 페이지에선가 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저 낯익은 걸음걸이에서 제 모습을 알아보는 순간, 웃음은 서늘한 자기 인식이 된다.
지성의 먹물을 먹은 유머이자
사랑의 단물을 머금은 유머
이 서사들을 가능케 한 것은 김영민의 독보적 문체가 지닌 힘이다. 읽는 맛이 있다는 것, 펀치라인이 있다는 것.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되 감상에 젖지 않고, 정신적 캡사이신 소스를 퍼붓는 유머는 강렬하다. 씁쓸하지만 달콤하다. 차갑지만 다정하다. 가볍지만 숭고하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비트는 감각이 문장마다 번뜩인다.
"외향인은 설친다. 설치류(齧齒類)보다 더 설친다. (…) 외향인이 죽창으로 상대를 쑤실 때, 내향인은 이쑤시개로 상대를 쑤신다." "이제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단다. 지금부터 인생의 숙제가 회전초밥처럼 밀려올 거란다. 때를 놓치지 않고 꾸역꾸역 입에 넣어야 한단다. 식성이 까다로우면 고생한단다." "칭찬은 정신적 뇌물이다" "원숭이는 일부러 나무에서 떨어질 때 인간이 된다" 같은 문장들이 페이지마다 튀어 오른다.
그의 유머는 두루뭉술 뭉개거나 "동문서답"으로 피해 가지 않는 사유에서, 그리고 변기처럼 일상의 무게를 받아내다가 끝내 예술이 되는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여러 겹의 현실, 여러 겹의 이해
-총체적 인간을 향하여
어떤 진실은 이야기를 거쳐야 비로소 보인다. 평생 '~란 무엇인가'를 물어온 김영민은 이번에는 소설의 형식으로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묻는다. 익숙한 세계의 이면을 들추고 답할 수 없는 물음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소설의 일이라면, 이 일은 처음부터 그의 몫이었는지 모른다.
"사소한 이익을 위해 아귀다툼하는 존재"이면서 같은 인간에게 경탄할 줄 아는 인간의 이중성. 간편한 정답과 투박한 오답, 완전한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세계의 스펙트럼. "인간을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정치성. 이 겹겹의 층위가 소설 곳곳에 스며 있다. 주인의 오타에 붉은 밑줄을 그으며 "저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을 교정합니다"라고 고백하는 문서 파일처럼, 이 소설집에서 이해와 사랑은 상대의 결함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 결함을 읽어내는 일이다. 이해 불가능성이 오히려 이해의 가능성을 열고, 그 이해는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를 비추고 질문하고 응답하는 대화 속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인간성을 직면해야 해. 인간성을 직면하면 절망에 눈이 멀어버려. 자기 눈을 찌르고 싶어져. 아직 인간을 보지 않은 눈동자를 이식하고 싶어져. 우리는 절망이 두려워 인간을 오해했고, 그 오해로 거짓 희망을 창조했지. 그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피눈물이 나도 인간의 실상을 직면해야 하네.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에서
그렇게 인간의 실상을 직시하면서도, 김영민의 소설들은 아이러니를 감싸 안으며 인생을 사랑할 능력을 잃지 않는다. "사랑은 결함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생의 쓴맛을 끝까지 응시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단맛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목차
목차
이웃집 개에게 쓰는 편지
낙하 중에 하는 말들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사람을 찾습니다
내향인 매니페스토
스톡홀름 신드롬
동어 스님전
삼천포 가는 길
머리 감겨주실 분을 구합니다
이것은 필멸자의 죽음일 뿐이다
어느 파일의 사랑 이야기
변기가 질주하오
작가의 말
낙하 중에 하는 말들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사람을 찾습니다
내향인 매니페스토
스톡홀름 신드롬
동어 스님전
삼천포 가는 길
머리 감겨주실 분을 구합니다
이것은 필멸자의 죽음일 뿐이다
어느 파일의 사랑 이야기
변기가 질주하오
작가의 말
저자
저자
김영민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브린모어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동아시아 정치사상사, 비교정치사상사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중국 정치사상사 연구를 폭넓게 정리한 《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2017)와 이 책을 저본 삼아 국내 독자를 위해 내용을 확장하고 새로운 문체로 담은 《중국정치사상사》(2021)를 출간했다. 논어 연작으로 《논어: 김영민 새 번역》(2025), 《논어란 무엇인가》(2025), 《배움의 기쁨》(2025), 《논어번역비평》(2025),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2026)가 있다. 산문집으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2018),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2019), 《공부란 무엇인가》(2020),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2021),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2022), 《인생의 허무를 보다》(2022), 《가벼운 고백》(2024), 《한국이란 무엇인가》(2025)를 펴냈다.
인스타그램 @kimyoungmin_photo_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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