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고백(그늘 중편선 4)(양장본 Hardcover)
김태령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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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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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중편선 004 《허위고백》
스릴러, 판타지, SF, 미스터리, 순수 문학을 고루 다뤄 오던 소설 브랜드 '그늘'에서 국내 소설 중편선을 기획했다. 우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반짝이는 작품을 모아 차례로 선보인다. 세상의 모습을 담은 문학이라는 거울은 우리를 비춘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세상을 여는 밝은 길잡이로 독자의 마음에 자리를 잡는다. 저마다 에너지를 가진 젊은 작가들이 삶을 꺼내 만든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장르에 상관없이 세상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모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이 책은 언제 어디에서든 펼칠 수 있다. 이야기가 일상에 스며드는 동안 작은 파동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소설을 가로지르는 다정한 통찰을 책의 등에 담았다. 시리즈 도서를 책장에 모아 꽂으면 힘이 있는 각각의 서사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짓게 된다. 기본에 충실한 흑백의 이미지는 독자들의 내면에서 조화를 이룬다.
그늘 중편선 시리즈는 장편소설이 지닌 강렬한 서사와 단편소설이 가진 밀도의 매력을 오늘의 문학 속으로 동시에 되불러 재해석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단숨에 읽을 정도로 짧지만 짜임새 있고, 단편소설보다는 길기에 훨씬 정교한 서사를 선사한다. 한 호흡으로 이어가는 서사의 힘, 이야기의 응축된 의미가 독자에게 닿아 짧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할 것이다.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꼭 맞는 언어를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무사히 가닿기를 바란다.
비어 있는 자리를 향해 말하고,
닿지 못할 고백을 계속하는 일
내 기억이 아닌 것 같은 기억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누구의 것인지,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장면들은 이상할 만큼 또렷하게 마음에 남는다.
외딴 상담소를 찾은 안드로이드 '아프'는 상담사에게 자꾸만 어머니를 살해하는 꿈을 꾼다고 고백한다. 그날의 기억은 아프에게 구체적으로 계속 반복되지만, 그 일이 실제였는지 그저 꿈에 불과한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상담사 '강 박사'는 그 기억이 조립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흘러 들어온 데이터라고 설명하며 아프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그 사건을 쫓는 단속반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점점 불확실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허위'는 거짓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비어 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모든 등장인물의 고백은 언제나 도착할 수 없는 곳으로 향한다. 그들은 모두 듣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말이 닿는 자리는 비어 있다. 대상이 없는 그 간극 속에서 각자의 고백들은 방향을 잃고 그저 떠돈다.
아프의 고백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분명 어떤 장면을 말하고 있으나, 그 말을 듣거나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 대상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것은 기억의 조각과 해석뿐일 것이다. 고백은 닿기보다 반복되는 행위 그 자체로서 그들에게 남는다. 그래서 말이 어딘가 쌓이기는 하지만 결국 어디에도 닿지 않는 모순이 발생한다. 결정적인 정보를 갖지 못한 상태에 놓읜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단하고 확신을 가지며 '빈 자리'를 각자의 방식으로 채우는 이야기다.
인간을 설명하는 가장 낯선 방식
문학은 인간을 말하고 인간에 대해 설명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 이 작품 역시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사뭇 다르다. 인간에 대해 말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방식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비인간, 즉 안드로이드는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확신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타인을 향해 판단을 내리고 그러한 판단을 받는 과정이 정교한 소설적 구조 속에서 아주 선명하게 빛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안드로이드가 가지는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우리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을 느끼는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두려움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사고의 과정들이 '아프'라는 낯선 존재를 통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인간 바깥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삶, 더 나아가 우리 개개인의 삶을 대신 말하는 작품이다. 무엇이든 타자의 눈으로 바라볼 때 그것을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남는 것은 하나다. 무엇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타자의 고백을 어떻게 판단하는 존재인가, 라는 아주 인간적인 감각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빈 자리는 과연 무엇일까. 그건 누구를 잃어서 생긴 자리일 수도 있고, 끝내 확인하지 못한 사실이 남긴 공백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혹은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한 채 지나온 감정이 남겨 둔 틈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그러한 자리를 향해 계속해서 말을 건넨다. 닿을 수 없는 대상에게, 이미 사라진 장면에게, 끝내 확신할 수 없는 기억에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하지만 고백은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고백이라는 것은 무엇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비어 있는 상태를 견디기 위한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허위고백》은 바로 그 자리에 있다. 우는 모두 무엇을 알 수 없는 채로도 기어이 고백을 하고야 마는 존재라는 걸 이야기하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스릴러, 판타지, SF, 미스터리, 순수 문학을 고루 다뤄 오던 소설 브랜드 '그늘'에서 국내 소설 중편선을 기획했다. 우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반짝이는 작품을 모아 차례로 선보인다. 세상의 모습을 담은 문학이라는 거울은 우리를 비춘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세상을 여는 밝은 길잡이로 독자의 마음에 자리를 잡는다. 저마다 에너지를 가진 젊은 작가들이 삶을 꺼내 만든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장르에 상관없이 세상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모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이 책은 언제 어디에서든 펼칠 수 있다. 이야기가 일상에 스며드는 동안 작은 파동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소설을 가로지르는 다정한 통찰을 책의 등에 담았다. 시리즈 도서를 책장에 모아 꽂으면 힘이 있는 각각의 서사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짓게 된다. 기본에 충실한 흑백의 이미지는 독자들의 내면에서 조화를 이룬다.
그늘 중편선 시리즈는 장편소설이 지닌 강렬한 서사와 단편소설이 가진 밀도의 매력을 오늘의 문학 속으로 동시에 되불러 재해석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단숨에 읽을 정도로 짧지만 짜임새 있고, 단편소설보다는 길기에 훨씬 정교한 서사를 선사한다. 한 호흡으로 이어가는 서사의 힘, 이야기의 응축된 의미가 독자에게 닿아 짧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할 것이다.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꼭 맞는 언어를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무사히 가닿기를 바란다.
비어 있는 자리를 향해 말하고,
닿지 못할 고백을 계속하는 일
내 기억이 아닌 것 같은 기억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누구의 것인지,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장면들은 이상할 만큼 또렷하게 마음에 남는다.
외딴 상담소를 찾은 안드로이드 '아프'는 상담사에게 자꾸만 어머니를 살해하는 꿈을 꾼다고 고백한다. 그날의 기억은 아프에게 구체적으로 계속 반복되지만, 그 일이 실제였는지 그저 꿈에 불과한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상담사 '강 박사'는 그 기억이 조립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흘러 들어온 데이터라고 설명하며 아프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그 사건을 쫓는 단속반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점점 불확실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허위'는 거짓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비어 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모든 등장인물의 고백은 언제나 도착할 수 없는 곳으로 향한다. 그들은 모두 듣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말이 닿는 자리는 비어 있다. 대상이 없는 그 간극 속에서 각자의 고백들은 방향을 잃고 그저 떠돈다.
아프의 고백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분명 어떤 장면을 말하고 있으나, 그 말을 듣거나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 대상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것은 기억의 조각과 해석뿐일 것이다. 고백은 닿기보다 반복되는 행위 그 자체로서 그들에게 남는다. 그래서 말이 어딘가 쌓이기는 하지만 결국 어디에도 닿지 않는 모순이 발생한다. 결정적인 정보를 갖지 못한 상태에 놓읜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단하고 확신을 가지며 '빈 자리'를 각자의 방식으로 채우는 이야기다.
인간을 설명하는 가장 낯선 방식
문학은 인간을 말하고 인간에 대해 설명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 이 작품 역시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사뭇 다르다. 인간에 대해 말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방식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비인간, 즉 안드로이드는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확신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타인을 향해 판단을 내리고 그러한 판단을 받는 과정이 정교한 소설적 구조 속에서 아주 선명하게 빛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안드로이드가 가지는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우리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을 느끼는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두려움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사고의 과정들이 '아프'라는 낯선 존재를 통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인간 바깥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삶, 더 나아가 우리 개개인의 삶을 대신 말하는 작품이다. 무엇이든 타자의 눈으로 바라볼 때 그것을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남는 것은 하나다. 무엇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타자의 고백을 어떻게 판단하는 존재인가, 라는 아주 인간적인 감각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빈 자리는 과연 무엇일까. 그건 누구를 잃어서 생긴 자리일 수도 있고, 끝내 확인하지 못한 사실이 남긴 공백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혹은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한 채 지나온 감정이 남겨 둔 틈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그러한 자리를 향해 계속해서 말을 건넨다. 닿을 수 없는 대상에게, 이미 사라진 장면에게, 끝내 확신할 수 없는 기억에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하지만 고백은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고백이라는 것은 무엇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비어 있는 상태를 견디기 위한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허위고백》은 바로 그 자리에 있다. 우는 모두 무엇을 알 수 없는 채로도 기어이 고백을 하고야 마는 존재라는 걸 이야기하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목차
목차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12
작가의 말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12
작가의 말
저자
저자
김태령
2000년 서울 출생.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말재주가 없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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