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기까지만(걷는사람 시인선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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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사람 시인선 158
장숙희 시집 『오늘은 여기까지만』 출간
"줄어져 가는 사탕을 입안에서 굴렸다
저녁에는 슬픔도 녹아 없어지겠지"
액정 속으로 숨어드는 하루와
광주의 골목에 남겨진 기억 사이
슬픔에게 하루치의 경계를 그어 주는 시
장숙희 시인의 시집 『오늘은 여기까지만』이 걷는사람 시인선 158번으로 출간되었다. 표제는 시집에 실린 「두더지 게임」의 마지막 문장에서 왔다. 끝없이 고개를 내미는 두더지처럼 살아남는 그리움 앞에서 화자는 슬픔을 완전히 밀어내지 않은 채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리워하기로 정한다. 이 문장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상실과 마주하는 일을 하루 단위로 쪼개어 견뎌 내는 마음, 그것이 이 시집이 슬픔을 다루는 방식이다.
시집의 앞자리를 채우는 것은 액정 화면에 붙들린 일상이다. 「스마트폰」의 "진절머리를 칠 정도로 사이버 세계를 탐하다가" "자신의 뇌를 먹는 심복이 되기로 한다"는 구절이나, 배달 앱에 기대어 하루를 버티는 「서울의 원시인」이 그렇다. 시인은 단절을 탓하기보다 그 안에서 반복되는 그리움의 형태를 기록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의 화자는 곧 방 안에서 광주의 골목으로 걸어 나간다. 이끼로 덮인 옛 사진 속 "군화 발자국"을 응시하는 「505 사진전」, 2016년 겨울 "박 씨의 소꿉놀이"에 분노해 뒤늦게 거리로 나선 「다시, 금남로에서」, "성공이 아닌 섬김"이라는 좌우명을 남긴 선교사 서서평의 자취를 따라 걷는 「서서평길에서」에 이르기까지, 시인은 자신이 딛고 선 도시의 시간을 개인사와 나란히 놓는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세상과 타협했던 내가/우리 아이들을 대신 짊어지고" 거리로 나선다는 고백은 이 시집이 사적인 회고에 머물지 않고 세대 의식이 담겨 있음을 보여 준다.
시집의 후반부는 가족을 향한 애도로 깊어진다. 링거를 매단 채 숨을 몰아쉬는 어머니 곁에서 "이별의 열섬은 깊어지고 있었다"고 쓴 「뿌리를 내리다」, 그리고 갑작스레 가장의 자리에 서게 된 아들을 그린 「아버지가 된다」는 병과 죽음 앞에서 가족이 서로를 지켜보는 시간을 담담하게 옮긴다. 유년의 기억 속 마을 참사를 증언하는 「낙월도, 먼 섬의 기억」은 이 애도가 오래전부터 시인의 몸에 새겨져 있던 것임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시집은 슬픔에 잠식되지 않는다. "나 살아 있어요"라고 곁에서 들어 주는 사람 없이도 외쳐 보는 「나 살아 있어요」, 옷장을 정리하며 "한 칸 한 칸 비울 때마다/숨어 있던 바닷길이 생겨"나는 것을 발견하는 「옷장을 정리하며」는 상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자리를 조용히 확인시킨다. 디지털 시대의 소통 단절, 광주라는 장소에 새겨진 역사, 그리고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 『오늘은 여기까지만』은 이 세 겹의 상실을 관통하면서도 매일 조금씩 그리움의 경계를 다시 긋는 사람의 목소리로 완성된 시집이다.
장숙희 시집 『오늘은 여기까지만』 출간
"줄어져 가는 사탕을 입안에서 굴렸다
저녁에는 슬픔도 녹아 없어지겠지"
액정 속으로 숨어드는 하루와
광주의 골목에 남겨진 기억 사이
슬픔에게 하루치의 경계를 그어 주는 시
장숙희 시인의 시집 『오늘은 여기까지만』이 걷는사람 시인선 158번으로 출간되었다. 표제는 시집에 실린 「두더지 게임」의 마지막 문장에서 왔다. 끝없이 고개를 내미는 두더지처럼 살아남는 그리움 앞에서 화자는 슬픔을 완전히 밀어내지 않은 채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리워하기로 정한다. 이 문장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상실과 마주하는 일을 하루 단위로 쪼개어 견뎌 내는 마음, 그것이 이 시집이 슬픔을 다루는 방식이다.
시집의 앞자리를 채우는 것은 액정 화면에 붙들린 일상이다. 「스마트폰」의 "진절머리를 칠 정도로 사이버 세계를 탐하다가" "자신의 뇌를 먹는 심복이 되기로 한다"는 구절이나, 배달 앱에 기대어 하루를 버티는 「서울의 원시인」이 그렇다. 시인은 단절을 탓하기보다 그 안에서 반복되는 그리움의 형태를 기록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의 화자는 곧 방 안에서 광주의 골목으로 걸어 나간다. 이끼로 덮인 옛 사진 속 "군화 발자국"을 응시하는 「505 사진전」, 2016년 겨울 "박 씨의 소꿉놀이"에 분노해 뒤늦게 거리로 나선 「다시, 금남로에서」, "성공이 아닌 섬김"이라는 좌우명을 남긴 선교사 서서평의 자취를 따라 걷는 「서서평길에서」에 이르기까지, 시인은 자신이 딛고 선 도시의 시간을 개인사와 나란히 놓는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세상과 타협했던 내가/우리 아이들을 대신 짊어지고" 거리로 나선다는 고백은 이 시집이 사적인 회고에 머물지 않고 세대 의식이 담겨 있음을 보여 준다.
시집의 후반부는 가족을 향한 애도로 깊어진다. 링거를 매단 채 숨을 몰아쉬는 어머니 곁에서 "이별의 열섬은 깊어지고 있었다"고 쓴 「뿌리를 내리다」, 그리고 갑작스레 가장의 자리에 서게 된 아들을 그린 「아버지가 된다」는 병과 죽음 앞에서 가족이 서로를 지켜보는 시간을 담담하게 옮긴다. 유년의 기억 속 마을 참사를 증언하는 「낙월도, 먼 섬의 기억」은 이 애도가 오래전부터 시인의 몸에 새겨져 있던 것임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시집은 슬픔에 잠식되지 않는다. "나 살아 있어요"라고 곁에서 들어 주는 사람 없이도 외쳐 보는 「나 살아 있어요」, 옷장을 정리하며 "한 칸 한 칸 비울 때마다/숨어 있던 바닷길이 생겨"나는 것을 발견하는 「옷장을 정리하며」는 상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자리를 조용히 확인시킨다. 디지털 시대의 소통 단절, 광주라는 장소에 새겨진 역사, 그리고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 『오늘은 여기까지만』은 이 세 겹의 상실을 관통하면서도 매일 조금씩 그리움의 경계를 다시 긋는 사람의 목소리로 완성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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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목차
목차
1부
송금은 했을까
두더지 게임
서울의 원시인
얼룩의 기억
스마트폰
잠시 보류
크레센도
위로
나 살아 있어요
미역국에 관한 소고
첫 거짓말
같이 걸을까요
습관이었다고 한다
리부팅
우리는 왜 언제부터였을까
2부
사이
505 사진전
귀신고래 보고서
야간 운전
어떤 오후
뿌리를 내리다
곶자왈에서
콩국수
다시, 금남로에서
저녁 6시
모두의 풍경
그녀의 구두
미국 능소화
마트료시카
체스 판을 떠날 수 없다
3부
좋은 날
봄꽃이 질 때
마인드 피싱
산벚꽃 아래에서
말복
내 마음의 노끈
칡넝쿨의 독백
사라져 가는 것들
윤판나물 필 때
태산목
서서평길에서
유리창 안으로 파고든
교동법주를 샀다
허공을 담다
로또는 오지 않는다
4부
세작을 꺼내 끓였다
치자꽃에 관한 기억
아버지가 된다
낙월도, 먼 섬의 기억
아버지와 수국
덕분에
학1동 938번지
엄마는 당연직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차꽃 서설
늦은 별곡
수하물을 보내고
감기약을 입안에 넣듯
홀로 웨딩
되돌아온 그녀
옷장을 정리하며
해설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이는 원형질 속의 기억들
-정윤천(시인)
송금은 했을까
두더지 게임
서울의 원시인
얼룩의 기억
스마트폰
잠시 보류
크레센도
위로
나 살아 있어요
미역국에 관한 소고
첫 거짓말
같이 걸을까요
습관이었다고 한다
리부팅
우리는 왜 언제부터였을까
2부
사이
505 사진전
귀신고래 보고서
야간 운전
어떤 오후
뿌리를 내리다
곶자왈에서
콩국수
다시, 금남로에서
저녁 6시
모두의 풍경
그녀의 구두
미국 능소화
마트료시카
체스 판을 떠날 수 없다
3부
좋은 날
봄꽃이 질 때
마인드 피싱
산벚꽃 아래에서
말복
내 마음의 노끈
칡넝쿨의 독백
사라져 가는 것들
윤판나물 필 때
태산목
서서평길에서
유리창 안으로 파고든
교동법주를 샀다
허공을 담다
로또는 오지 않는다
4부
세작을 꺼내 끓였다
치자꽃에 관한 기억
아버지가 된다
낙월도, 먼 섬의 기억
아버지와 수국
덕분에
학1동 938번지
엄마는 당연직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차꽃 서설
늦은 별곡
수하물을 보내고
감기약을 입안에 넣듯
홀로 웨딩
되돌아온 그녀
옷장을 정리하며
해설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이는 원형질 속의 기억들
-정윤천(시인)
저자
저자
장숙희 광주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 국어 교사로 지냈다. 2002년 《시인정신》에 「목백일홍 필 무렵」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풀리지 않는 숙제』, 동인지 《별숲》 《원추리》 등을 냈다. 2019년 국제PEN광주문학상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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