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여우(가온시선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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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집은 1부 '고추 삭이기', 2부 '까만 여우', 3부 '꽃 인사', 4부 '밝은 빛'으로 구성됐다. 「고추 삭이기」, 「어머니 자장 발걸음」, 「병실에서」, 「아버지」 연작, 「시심」, 「까만 여우」, 「목련」, 「어머니」, 「벌초」, 「쓸모없는 아름다움」, 「빈 냉장고」, 「습관적 눌림」, 「밝은 빛」 등 삶과 자연, 가족과 기억, 내면의 성찰을 아우르는 작품들이 실렸다.
이번 시집의 중요한 특징은 일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다. 고추, 그릇, 목련, 동백, 바나나, 동치미 무, 돌담길과 같은 친숙한 대상들은 류시정의 시 안에서 단순한 풍경이나 소재에 머물지 않는다. 오랜 시간 견디고 삭이고 익어가는 인간의 삶과 맞닿으며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표제작 「고추 삭이기」는 이러한 시세계를 잘 보여준다. 시인은 고추가 소금물 속에서 삭아가는 과정을 통해 삶을 견디어 온 시간을 바라본다. "기다림으로 품격을 다스려" 비로소 제맛을 갖는 고추의 모습은 고통과 인내를 지나온 인간의 삶과 겹쳐진다. 평설을 쓴 강기옥 시인은 이러한 작품들을 두고 인간의 감정만이 아니라 사물을 통해 깨달음과 교훈을 발견하는 '사물시(事物詩)'의 특징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따뜻하다. 매미와 목련, 비와 숲, 산과 꽃, 동백과 함박눈, 바다 등은 시인과 대화를 나누는 존재가 된다. 강기옥 시인은 특히 3부와 4부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발견한 삶의 진리와 함께 어머니와 아버지, 벌초와 같은 가족의 기억이 더해져 시의 정감이 깊어진다고 평한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 역시 시집 곳곳에 스며 있다. 「어머니」에서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머리를 곱게 땋아주던 어머니를 떠올리고, 「벌초」에서는 부모의 산소에 모인 형제들과 함께 풀을 베며 유년의 기억과 부모의 목소리를 되살린다. 「아버지」 연작에서는 말수가 적었던 아버지의 사랑과 삶의 지혜가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순간을 담아낸다.
그러나 『까만 여우』는 단순히 추억과 자연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빈 냉장고」와 「치매」에서는 먹을 것이 없는 집에서 살아가는 치매 노인의 현실을 바라보며 "사람이 사람을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습관적 눌림」에서는 가난과 가족, 기대와 인내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눌러온 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특히 시집의 제목이 된 「까만 여우」는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너를 만난 건 실수였을까
뿌리치지 못한 까만 유혹에
하얀 밤
여우를 좇아간다
새벽 네 시까지 이어지는 '까만 유혹'과 심장 소리, 그리고 마지막의 "아침을 밀고 간다"는 표현은 밤의 일탈과 유혹을 지나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을 보여준다.
강기옥 시인은 이 작품을 "환희도 아니고 후회도 아닌 아쉬움 속에서 일탈을 경험한 후의 해방감", 그리고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환원하는 자유로운 삶의 추구"로 읽는다. '까만 유혹→하얀 밤→새벽 네 시→심장 소리→카누의 자유→아침'으로 이어지는 흐름 자체가 한 인간의 삶의 여정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까만 여우』에는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류시정 자신을 돌아보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시심」, 「가슴앓이」, 「그릇」, 「시작(詩作)」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 시 한 편을 붙들고 씨름하는 시인의 고뇌가 드러난다. 평설은 『유리구슬』 이후 이어진 침묵을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수많은 인고와 내면세계를 고찰하는 숙고의 기간"으로 평가한다.
그러한 긴 침묵 끝에서 류시정은 다시 시의 손을 잡았다. 누름돌에 눌린 듯했던 시심이 다시 날개를 펴고,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사물과 자연, 사람들의 삶에서 시를 발견한다. 평설의 제목 「비움으로 채운 사물시(事物詩)의 서정」은 이 시집의 성격을 압축해 보여준다. 류시정의 시는 거창한 관념보다 삶 가까이에 놓인 것들을 오래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비워낸 자리에 다시 사랑과 시를 채운다.
시집 말미의 「밝은 빛」에서 시인은 흐릿했던 시야를 걷어낸 뒤 새롭게 만난 세상을 바라보며 "아,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웠구나"라고 말한다. 책상 위의 먼지마저 햇살을 품고 빛나는 순간은 『까만 여우』 전체를 관통하는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평범한 것들을 다시 바라볼 때 비로소 발견되는 아름다움, 그것이 류시정이 이번 시집에서 독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시선이다.
이번 시집의 중요한 특징은 일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다. 고추, 그릇, 목련, 동백, 바나나, 동치미 무, 돌담길과 같은 친숙한 대상들은 류시정의 시 안에서 단순한 풍경이나 소재에 머물지 않는다. 오랜 시간 견디고 삭이고 익어가는 인간의 삶과 맞닿으며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표제작 「고추 삭이기」는 이러한 시세계를 잘 보여준다. 시인은 고추가 소금물 속에서 삭아가는 과정을 통해 삶을 견디어 온 시간을 바라본다. "기다림으로 품격을 다스려" 비로소 제맛을 갖는 고추의 모습은 고통과 인내를 지나온 인간의 삶과 겹쳐진다. 평설을 쓴 강기옥 시인은 이러한 작품들을 두고 인간의 감정만이 아니라 사물을 통해 깨달음과 교훈을 발견하는 '사물시(事物詩)'의 특징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따뜻하다. 매미와 목련, 비와 숲, 산과 꽃, 동백과 함박눈, 바다 등은 시인과 대화를 나누는 존재가 된다. 강기옥 시인은 특히 3부와 4부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발견한 삶의 진리와 함께 어머니와 아버지, 벌초와 같은 가족의 기억이 더해져 시의 정감이 깊어진다고 평한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 역시 시집 곳곳에 스며 있다. 「어머니」에서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머리를 곱게 땋아주던 어머니를 떠올리고, 「벌초」에서는 부모의 산소에 모인 형제들과 함께 풀을 베며 유년의 기억과 부모의 목소리를 되살린다. 「아버지」 연작에서는 말수가 적었던 아버지의 사랑과 삶의 지혜가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순간을 담아낸다.
그러나 『까만 여우』는 단순히 추억과 자연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빈 냉장고」와 「치매」에서는 먹을 것이 없는 집에서 살아가는 치매 노인의 현실을 바라보며 "사람이 사람을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습관적 눌림」에서는 가난과 가족, 기대와 인내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눌러온 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특히 시집의 제목이 된 「까만 여우」는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너를 만난 건 실수였을까
뿌리치지 못한 까만 유혹에
하얀 밤
여우를 좇아간다
새벽 네 시까지 이어지는 '까만 유혹'과 심장 소리, 그리고 마지막의 "아침을 밀고 간다"는 표현은 밤의 일탈과 유혹을 지나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을 보여준다.
강기옥 시인은 이 작품을 "환희도 아니고 후회도 아닌 아쉬움 속에서 일탈을 경험한 후의 해방감", 그리고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환원하는 자유로운 삶의 추구"로 읽는다. '까만 유혹→하얀 밤→새벽 네 시→심장 소리→카누의 자유→아침'으로 이어지는 흐름 자체가 한 인간의 삶의 여정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까만 여우』에는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류시정 자신을 돌아보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시심」, 「가슴앓이」, 「그릇」, 「시작(詩作)」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 시 한 편을 붙들고 씨름하는 시인의 고뇌가 드러난다. 평설은 『유리구슬』 이후 이어진 침묵을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수많은 인고와 내면세계를 고찰하는 숙고의 기간"으로 평가한다.
그러한 긴 침묵 끝에서 류시정은 다시 시의 손을 잡았다. 누름돌에 눌린 듯했던 시심이 다시 날개를 펴고,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사물과 자연, 사람들의 삶에서 시를 발견한다. 평설의 제목 「비움으로 채운 사물시(事物詩)의 서정」은 이 시집의 성격을 압축해 보여준다. 류시정의 시는 거창한 관념보다 삶 가까이에 놓인 것들을 오래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비워낸 자리에 다시 사랑과 시를 채운다.
시집 말미의 「밝은 빛」에서 시인은 흐릿했던 시야를 걷어낸 뒤 새롭게 만난 세상을 바라보며 "아,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웠구나"라고 말한다. 책상 위의 먼지마저 햇살을 품고 빛나는 순간은 『까만 여우』 전체를 관통하는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평범한 것들을 다시 바라볼 때 비로소 발견되는 아름다움, 그것이 류시정이 이번 시집에서 독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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