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질병과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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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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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시기는 한국 전통 농촌 사회가 내적 모순과 외적 충격을 동시에 경험한 격변기였다. 19세기 말까지 이어진 민란과 농민항쟁, 그리고 20세기 초 일제의 식민지 지배는 사회 구조 전반의 재편을 촉진하였다. 한편 신분제의 해체와 신교육의 확산, 근대적 제도와 지식의 유입은 이후 한국 사회의 토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경제·사회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신체와 질병, 치료에 대한 인식과 실천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는 이 시기의 의료 변화를 주로 서구 근대의학의 도입과 확산, 근대 병원의 설립, 위생 행정의 전개라는 제도사적 틀 속에서 설명해 왔다. 그 결과 전통 의료체계는 급속히 쇠퇴한 것으로 서술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식민지 조선의 농촌 사회라는 구체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근대 의료 기관과 제도는 농촌 지역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못했다. 그 결과 한의학은 쇠퇴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속·유지되었고, 1930년대 이후 전시체제기에는 약재 부족과 의료 공백 속에서 그 의존도가 더욱 강화되었다. 즉, 식민지 농촌 사회의 의료 현실은 '근대의학의 확산'이라는 단선적 서사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복합적 양상을 보였다. 본 저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농촌 사회에서 실제로 경험된 질병과 치료의 양상을 생활일기라는 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본 저서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생활일기는 조선후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3~4대에 걸쳐 장기간 기록된 것으로, 농업 경영과 가족 관계, 유교 의례, 향촌 공동체 운영뿐 아니라 질병과 치료, 전염병 대응, 의료 선택에 관한 기록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이는 국가의 제도 문서나 통계 자료가 담아내지 못한 농촌 주민의 실제 의료 경험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자료이다. 특히 본 연구는 유학자들이 남긴 생활일기에 주목한다. 이들은 전통적 학문 탐구와 가족·향촌 운영의 주체로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근대 의료와 위생 개념, 반복되는 전염병이라는 새로운 현실과 마주한 존재들이었다.
연구 대상 지역은 경북 선산, 전남 구례, 경남 밀양, 전북 금산, 경북 예천 등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농촌 지역이다. 본 저서는 약 100년에 걸친 장기 연속 기록을 분석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의료 제도 정비와는 별개로 농촌 사회에서 실제로 작동한 의료 체계와 대응 방식을 지역·시기·가계별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농촌 사회에서 한의학, 민간요법, 미신요법, 근대 의료가 병존하며 형성한 복합적 의료 문화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본 저서의 목적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질병과 치료 경험을 의료 수혜자의 시선에서 재구성하고자 한다. 기존 연구가 조선총독부, 병원, 의사 등 근대 의료 제도의 주체를 중심으로 서술해 왔다면, 본 저서는 질병을 경험하고 치료를 선택했던 개인과 가족, 공동체를 분석의 중심에 둔다. 이를 통해 전통 사회에서 식민지시기로 이어지는 의료 경험의 연속성과 변화를 생활 세계의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둘째, 생활일기를 활용한 미시사적 접근을 통해 조선 후기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시기 동안 의료 행위가 개인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생활일기는 질병의 발생과 인식, 치료 선택과 간병, 회복과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장기간에 걸쳐 기록하고 있어, 의료가 특정 제도나 전문가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가족과 향촌 공동체의 실천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본 저서는 이러한 기록을 통해 의료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결합된 사회적 실천이었음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셋째,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 의학사 연구에 새로운 자료적 지평을 제시하고자 한다. 장기간에 걸쳐 기록된 일기는 질병의 원인과 종류, 치료 방법, 약재 이용, 지역 의료 환경 등에 관한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본 저서는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전통 의료체계가 근대 의료의 도입 속에서도 어떻게 지속·변형되며 공존했는지를 지역과 가계의 생활일기를 통해 장별로 고찰한다. 각 장은 질병 경험과 치료 선택을 통해 개인·가족·공동체가 의료와 삶을 어떻게 연결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제1장은 경북 선산 지역 무관 노상추(盧尙樞, 1746~1829)가 1763년부터 1829년까지 약 68년간 기록한 『노상추일기』를 분석하여, 18세기 후반 조선후기 향촌사회의 질병 환경과 치료 체계를 살펴본다. 이 일기는 노상추 개인뿐 아니라 4대에 걸친 가족 구성원의 질병과 사망, 치료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장기적 질병사 복원에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가족 단위의 대응, 의서 활용, 민간요법과 제의적 치료의 병행 양상을 통해 향촌 사회의 생활 세계 속 의료 실천이 어떻게 조직되었는지를 조명하며, 질병이 단순한 개인적 사건이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의 사회적 경험으로 연결되었음을 보여준다.
제2장은 전남 구례군 오미동에 거주했던 구례 문화 유씨 집안의 생활일기 『시언』(유제양, 1851~1922)과 『기어』(유형업, 1898~1936)를 분석하여, 일제강점기 농촌지식인의 질병 경험과 의료 선택을 고찰한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각각 기록한 두 일기는 동일 가계 내에서 세대에 따른 질병 인식과 치료 방식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드문 사례이다. 세대 간 기록 비교를 통해 전통 의료와 근대 의료가 병존하던 실상을 드러낸다. 특히 전염병 대응 과정과 지역 특수 질병 환경을 분석함으로써, 근대 의료 수용이 세대·상황별로 달리 나타나는 양상을 확인하고, 농촌 지식인의 실천적 판단과 선택을 확인한다. 그리고 전통과 근대가 혼합된 의료 문화의 특징을 강조한다.
제3장은 경남 밀양의 유학자 이병곤(李炳鯤)이 1906년부터 1948년까지 약 42년간 기록한 『퇴수재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 농촌 지식인의 의료 실천과 한의학 치료의 지속성을 분석한다. 근대 의료기관이 제한적이던 지역 현실에서 한의학 중심 치료가 유지된 과정을 살펴본다. 또한 전시체제기 한약재 부족 상황 속에서 의서를 활용한 자가 치료, 약재 확보 노력, 간병 기록을 검토하여 개인적·가족적 의료 지식이 어떻게 형성·운용되었는지를 밝힌다. 이는 한의학이 단순한 잔존이 아니라 의도적·능동적 선택이었음을 강조한다.
제4장은 산간 농촌 지역이었던 전북 금산군을 사례로, 근대 의료 인프라가 거의 부재한 상황에서 지역 의료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최병채일기』를 통해 분석한다. 최병채는 약 47년에 걸쳐 생활일기를 남긴 농촌지식인으로, 질병 치료 경험과 의료 소비 행태가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금산군에 근대식 병원이 존재하지 않았던 현실 속에서 한의학, 침술, 매약이 지역 의료의 핵심으로 기능했음을 밝힌다. 일제의 위생 정책은 검병적 호구조사, 종두, 주사 접종 등 통제 중심의 행정으로 나타났으며, 실제 치료 체계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최병채는 서울의 제약회사 약보를 지속적으로 구독하며 매약 사용을 확대하였고, 이는 근대 의료 지식이 약품 소비 형태로 농촌에 유입된 한 단면을 보여준다. 농촌 주민들이 현실적 선택을 통해 의료 공백에 대응한 전략과 약재 확보 및 습득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농촌 사회의 의료 적응력을 보여준다.
제5장은 경북 예천군 박면진·박희수가 기록한 『소택일기』를 분석하여, 20세기 전반 예천 지역의 의료 환경 변화와 농촌 유학자의 대응 방식을 살펴본다. 병원 설립 지연에도 근대 의료 요소가 점차 유입된 과정을 분석한다. 박씨 가문이 기본적으로 한의원과 한약국을 중심으로 치료하면서도, 1930~1940년대에 들어 공의, 일본인 의원, 간호사 등 근대 의료 요소를 점진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박희수의 아들 박영우가 약종상 시험에 합격해 약방을 개설한 사례를 통해, 전통 지식과 근대 약업이 가문 내부에서 결합되는 양상을 살펴본다. 이는 농촌 사회에서 의료의 근대화가 단절이 아닌 혼합의 형태로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제6장은 1918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독감이 경북 예천군 맛질 마을에 미친 영향을 『대택방계일기』를 통해 미시적으로 분석한다. 이 일기는 한 마을의 일상과 전염병 경험을 담고 있어, 감염병 유행의 실제 양상을 구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 1918~1920년 사이 세 차례 발생한 독감 유행과 그로 인한 높은 사망률, 공동 매장, 일상생활의 붕괴 과정을 살펴본다. 주민들의 한의학, 민간요법, 종교적 대응과 반복적 유행 속 약재 비축, 대응 방식 변화 등을 분석하여 농촌 공동체가 전염병 위기에 적응하고 경험을 축적해 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제7장은 『대택방계일기』를 장기적 시계열로 분석하여, 대한제국기부터 일제강점기에 반복된 전염병과 마을 공동체의 대응을 종합적으로 고찰한다. 국가 위생 행정과 지역 공동체 대응이 병존하던 과도기의 특성을 분석한다. 두창, 홍역, 콜레라, 말라리아, 유행성 감기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농촌 사회에서 전통적 대응이 여전히 유효했음을 확인한다. 대한제국기 우두 접종, 제의 중단, 한의학 중심의 대응 방식과 일제강점기 위생 행정의 형식적 강화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된 전통적 대응 방식을 비교한다. 국가의 위생 체계와 지역 공동체 대응이 병존하던 과도기의 특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농촌 사회가 전염병에 대응하는 집단적 실천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제8장은 『대택방계일기』를 통해 예천 맛질 마을 함양 박씨 집안의 질병 경험과 치료 실천을 분석한다. 박조수와 그의 아들 박영보가 남긴 기록을 통해, 근대 전환기 농촌 사회에서 한의학 중심의 치료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민간요법과 근대 병원 의료가 어떠한 방식으로 병존했는지를 살펴본다. 일기 속 박씨 가족은 복통, 설사, 감한, 담통, 종기, 지절통, 두통, 신열, 허한 등 다양한 질병에 반복적으로 직면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은 지역 의원과 약국을 이용하는 전통 의료에 기반하고 있었다. 다양한 의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문약하거나 화제를 받아 사용한다. 일제강점기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약재 부족이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 민간요법의 활용이 점차 확대되었다. 반면 근대 병원 의료의 이용은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이는 농촌 사회에서 근대 의료 제도의 접근성이 여전히 낮았음을 보여준다. 이 장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근대화 과정 속에서도 전통 의료가 농촌 주민에게 실질적인 대안으로 기능했으며, 가족과 가계 차원의 의료 실천과 전략적 선택이 지속되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한국연구재단의 연구 지원이 없었다면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국립금오공과대학교 선주인문사회연구소의 박인호 소장님, 김석배 소장님, 송지혜 소장님의 격려와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늘 부족한 제자의 어설픈 삶을 따뜻하게 지켜 봐 주시고 관심을 기울여 주신 이윤갑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출판 환경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여러 차례 기회를 주신 윤관백 사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돌아보면, 세상을 살아오며 참으로 많은 분들의 도움과 후원을 받았음을 이제야 깨닫게 된 행복한 삶이었다. 끝으로 같은 공동체의 성원으로 늘 곁을 지켜준 남편과 딸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전한다
2026. 4.
손경희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식민지 조선의 농촌 사회라는 구체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근대 의료 기관과 제도는 농촌 지역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못했다. 그 결과 한의학은 쇠퇴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속·유지되었고, 1930년대 이후 전시체제기에는 약재 부족과 의료 공백 속에서 그 의존도가 더욱 강화되었다. 즉, 식민지 농촌 사회의 의료 현실은 '근대의학의 확산'이라는 단선적 서사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복합적 양상을 보였다. 본 저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농촌 사회에서 실제로 경험된 질병과 치료의 양상을 생활일기라는 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본 저서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생활일기는 조선후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3~4대에 걸쳐 장기간 기록된 것으로, 농업 경영과 가족 관계, 유교 의례, 향촌 공동체 운영뿐 아니라 질병과 치료, 전염병 대응, 의료 선택에 관한 기록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이는 국가의 제도 문서나 통계 자료가 담아내지 못한 농촌 주민의 실제 의료 경험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자료이다. 특히 본 연구는 유학자들이 남긴 생활일기에 주목한다. 이들은 전통적 학문 탐구와 가족·향촌 운영의 주체로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근대 의료와 위생 개념, 반복되는 전염병이라는 새로운 현실과 마주한 존재들이었다.
연구 대상 지역은 경북 선산, 전남 구례, 경남 밀양, 전북 금산, 경북 예천 등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농촌 지역이다. 본 저서는 약 100년에 걸친 장기 연속 기록을 분석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의료 제도 정비와는 별개로 농촌 사회에서 실제로 작동한 의료 체계와 대응 방식을 지역·시기·가계별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농촌 사회에서 한의학, 민간요법, 미신요법, 근대 의료가 병존하며 형성한 복합적 의료 문화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본 저서의 목적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질병과 치료 경험을 의료 수혜자의 시선에서 재구성하고자 한다. 기존 연구가 조선총독부, 병원, 의사 등 근대 의료 제도의 주체를 중심으로 서술해 왔다면, 본 저서는 질병을 경험하고 치료를 선택했던 개인과 가족, 공동체를 분석의 중심에 둔다. 이를 통해 전통 사회에서 식민지시기로 이어지는 의료 경험의 연속성과 변화를 생활 세계의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둘째, 생활일기를 활용한 미시사적 접근을 통해 조선 후기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시기 동안 의료 행위가 개인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생활일기는 질병의 발생과 인식, 치료 선택과 간병, 회복과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장기간에 걸쳐 기록하고 있어, 의료가 특정 제도나 전문가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가족과 향촌 공동체의 실천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본 저서는 이러한 기록을 통해 의료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결합된 사회적 실천이었음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셋째,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 의학사 연구에 새로운 자료적 지평을 제시하고자 한다. 장기간에 걸쳐 기록된 일기는 질병의 원인과 종류, 치료 방법, 약재 이용, 지역 의료 환경 등에 관한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본 저서는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전통 의료체계가 근대 의료의 도입 속에서도 어떻게 지속·변형되며 공존했는지를 지역과 가계의 생활일기를 통해 장별로 고찰한다. 각 장은 질병 경험과 치료 선택을 통해 개인·가족·공동체가 의료와 삶을 어떻게 연결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제1장은 경북 선산 지역 무관 노상추(盧尙樞, 1746~1829)가 1763년부터 1829년까지 약 68년간 기록한 『노상추일기』를 분석하여, 18세기 후반 조선후기 향촌사회의 질병 환경과 치료 체계를 살펴본다. 이 일기는 노상추 개인뿐 아니라 4대에 걸친 가족 구성원의 질병과 사망, 치료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장기적 질병사 복원에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가족 단위의 대응, 의서 활용, 민간요법과 제의적 치료의 병행 양상을 통해 향촌 사회의 생활 세계 속 의료 실천이 어떻게 조직되었는지를 조명하며, 질병이 단순한 개인적 사건이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의 사회적 경험으로 연결되었음을 보여준다.
제2장은 전남 구례군 오미동에 거주했던 구례 문화 유씨 집안의 생활일기 『시언』(유제양, 1851~1922)과 『기어』(유형업, 1898~1936)를 분석하여, 일제강점기 농촌지식인의 질병 경험과 의료 선택을 고찰한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각각 기록한 두 일기는 동일 가계 내에서 세대에 따른 질병 인식과 치료 방식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드문 사례이다. 세대 간 기록 비교를 통해 전통 의료와 근대 의료가 병존하던 실상을 드러낸다. 특히 전염병 대응 과정과 지역 특수 질병 환경을 분석함으로써, 근대 의료 수용이 세대·상황별로 달리 나타나는 양상을 확인하고, 농촌 지식인의 실천적 판단과 선택을 확인한다. 그리고 전통과 근대가 혼합된 의료 문화의 특징을 강조한다.
제3장은 경남 밀양의 유학자 이병곤(李炳鯤)이 1906년부터 1948년까지 약 42년간 기록한 『퇴수재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 농촌 지식인의 의료 실천과 한의학 치료의 지속성을 분석한다. 근대 의료기관이 제한적이던 지역 현실에서 한의학 중심 치료가 유지된 과정을 살펴본다. 또한 전시체제기 한약재 부족 상황 속에서 의서를 활용한 자가 치료, 약재 확보 노력, 간병 기록을 검토하여 개인적·가족적 의료 지식이 어떻게 형성·운용되었는지를 밝힌다. 이는 한의학이 단순한 잔존이 아니라 의도적·능동적 선택이었음을 강조한다.
제4장은 산간 농촌 지역이었던 전북 금산군을 사례로, 근대 의료 인프라가 거의 부재한 상황에서 지역 의료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최병채일기』를 통해 분석한다. 최병채는 약 47년에 걸쳐 생활일기를 남긴 농촌지식인으로, 질병 치료 경험과 의료 소비 행태가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금산군에 근대식 병원이 존재하지 않았던 현실 속에서 한의학, 침술, 매약이 지역 의료의 핵심으로 기능했음을 밝힌다. 일제의 위생 정책은 검병적 호구조사, 종두, 주사 접종 등 통제 중심의 행정으로 나타났으며, 실제 치료 체계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최병채는 서울의 제약회사 약보를 지속적으로 구독하며 매약 사용을 확대하였고, 이는 근대 의료 지식이 약품 소비 형태로 농촌에 유입된 한 단면을 보여준다. 농촌 주민들이 현실적 선택을 통해 의료 공백에 대응한 전략과 약재 확보 및 습득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농촌 사회의 의료 적응력을 보여준다.
제5장은 경북 예천군 박면진·박희수가 기록한 『소택일기』를 분석하여, 20세기 전반 예천 지역의 의료 환경 변화와 농촌 유학자의 대응 방식을 살펴본다. 병원 설립 지연에도 근대 의료 요소가 점차 유입된 과정을 분석한다. 박씨 가문이 기본적으로 한의원과 한약국을 중심으로 치료하면서도, 1930~1940년대에 들어 공의, 일본인 의원, 간호사 등 근대 의료 요소를 점진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박희수의 아들 박영우가 약종상 시험에 합격해 약방을 개설한 사례를 통해, 전통 지식과 근대 약업이 가문 내부에서 결합되는 양상을 살펴본다. 이는 농촌 사회에서 의료의 근대화가 단절이 아닌 혼합의 형태로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제6장은 1918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독감이 경북 예천군 맛질 마을에 미친 영향을 『대택방계일기』를 통해 미시적으로 분석한다. 이 일기는 한 마을의 일상과 전염병 경험을 담고 있어, 감염병 유행의 실제 양상을 구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 1918~1920년 사이 세 차례 발생한 독감 유행과 그로 인한 높은 사망률, 공동 매장, 일상생활의 붕괴 과정을 살펴본다. 주민들의 한의학, 민간요법, 종교적 대응과 반복적 유행 속 약재 비축, 대응 방식 변화 등을 분석하여 농촌 공동체가 전염병 위기에 적응하고 경험을 축적해 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제7장은 『대택방계일기』를 장기적 시계열로 분석하여, 대한제국기부터 일제강점기에 반복된 전염병과 마을 공동체의 대응을 종합적으로 고찰한다. 국가 위생 행정과 지역 공동체 대응이 병존하던 과도기의 특성을 분석한다. 두창, 홍역, 콜레라, 말라리아, 유행성 감기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농촌 사회에서 전통적 대응이 여전히 유효했음을 확인한다. 대한제국기 우두 접종, 제의 중단, 한의학 중심의 대응 방식과 일제강점기 위생 행정의 형식적 강화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된 전통적 대응 방식을 비교한다. 국가의 위생 체계와 지역 공동체 대응이 병존하던 과도기의 특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농촌 사회가 전염병에 대응하는 집단적 실천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제8장은 『대택방계일기』를 통해 예천 맛질 마을 함양 박씨 집안의 질병 경험과 치료 실천을 분석한다. 박조수와 그의 아들 박영보가 남긴 기록을 통해, 근대 전환기 농촌 사회에서 한의학 중심의 치료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민간요법과 근대 병원 의료가 어떠한 방식으로 병존했는지를 살펴본다. 일기 속 박씨 가족은 복통, 설사, 감한, 담통, 종기, 지절통, 두통, 신열, 허한 등 다양한 질병에 반복적으로 직면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은 지역 의원과 약국을 이용하는 전통 의료에 기반하고 있었다. 다양한 의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문약하거나 화제를 받아 사용한다. 일제강점기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약재 부족이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 민간요법의 활용이 점차 확대되었다. 반면 근대 병원 의료의 이용은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이는 농촌 사회에서 근대 의료 제도의 접근성이 여전히 낮았음을 보여준다. 이 장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근대화 과정 속에서도 전통 의료가 농촌 주민에게 실질적인 대안으로 기능했으며, 가족과 가계 차원의 의료 실천과 전략적 선택이 지속되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한국연구재단의 연구 지원이 없었다면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국립금오공과대학교 선주인문사회연구소의 박인호 소장님, 김석배 소장님, 송지혜 소장님의 격려와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늘 부족한 제자의 어설픈 삶을 따뜻하게 지켜 봐 주시고 관심을 기울여 주신 이윤갑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출판 환경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여러 차례 기회를 주신 윤관백 사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돌아보면, 세상을 살아오며 참으로 많은 분들의 도움과 후원을 받았음을 이제야 깨닫게 된 행복한 삶이었다. 끝으로 같은 공동체의 성원으로 늘 곁을 지켜준 남편과 딸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전한다
2026. 4.
손경희
목차
목차
서론
1장 조선후기 향촌사회의 질병과 치료 - 『노상추일기』를 중심으로 -
1. 서론
2. 18세기 후반 선산군의 자연재해와 전염병
3. 『노상추일기』를 통해 본 질병과 치료 양상
4. 결론
2장 일제강점기 전남 구례군 유씨 집안의 질병과 치료 연구
- 『시언(是言)』과 『기어(紀語)』를 중심으로 -
1. 서론
2. 일제강점기 전남 구례군의 의료 실태와 전염병
3. 유제양의 질병 양상과 대응 치료법
4. 유형업의 질병 양상과 대응 치료법
5. 결론
3장 일제강점기 경남 밀양군 이병곤의 질병과 한의학 치료
- 『퇴수재일기』(1906~1948년)를 중심으로 -
1. 서론
2. 경남 밀양군의 의료 기관과 전염병
3. 한의와 의생을 통한 한의학치료(1906~1932년)
4. 한약재 부족과 한의학치료(1939~1948년)
5. 결론
4장 일제강점기 전라북도 금산군의 의료체계와 질병 치료 연구
- 『최병채일기』(1927-1945)를 중심으로 -
1. 서론
2. 전북 금산군의 의료체계와 전염병
3. 한의학요법과 매약
4. 결론
5장 일제강점기 경북 예천군 의료체계와 유학자의 질병 대응
- 『소택일기』(1913~1949)를 중심으로 -
1. 서론
2. 경북 예천군의 의료 체계와 전염병
3. 박면진의 질병과 한의학 대응(1913~1928)
4. 박희수의 질병과 근대의학 대응(1929~1949)
5. 결론
6장 1918~1920년 경북 예천군 대저리 맛질 마을의 독감과 대응
- 『대택방계일기』(1894~1950)를 중심으로 -
1. 서론
2. 사망자 속출·공동묘지 매장과 한의학 대응(1918년 10~12월)
3. 독감의 재유행과 한의학·가신(家神) 기도(1919년 1월~3월)
4. 유행의 지속과 민간요법 활용 증가(1919년 12월~1920년 1월)
5. 결론
7장 대한제국~일제강점기 경북 예천 맛질 마을의 전염병과 지역사회 대응
- 『대택방계일기』(1897~1950년)를 중심으로 -
1. 서론
2. 차례 중단과 마을 성황제(1897~1910년)
3. 종두 시행과 격리 조치(1911~1950년)
4. 결론
8장 대한제국기~일제강점기 경북 예천군 맛질 마을 유생 박조수의
질병과 한의학 대응 - 『대택방계일기』(1897~1950년)를 중심으로 -
1. 서론
2. 의원과 약국을 통한 한의학 대응(1897~1910년)
3. 한의학과 민간요법을 통한 질병 대응(1911~1950년)
4. 결론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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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조선후기 향촌사회의 질병과 치료 - 『노상추일기』를 중심으로 -
1. 서론
2. 18세기 후반 선산군의 자연재해와 전염병
3. 『노상추일기』를 통해 본 질병과 치료 양상
4. 결론
2장 일제강점기 전남 구례군 유씨 집안의 질병과 치료 연구
- 『시언(是言)』과 『기어(紀語)』를 중심으로 -
1. 서론
2. 일제강점기 전남 구례군의 의료 실태와 전염병
3. 유제양의 질병 양상과 대응 치료법
4. 유형업의 질병 양상과 대응 치료법
5. 결론
3장 일제강점기 경남 밀양군 이병곤의 질병과 한의학 치료
- 『퇴수재일기』(1906~1948년)를 중심으로 -
1. 서론
2. 경남 밀양군의 의료 기관과 전염병
3. 한의와 의생을 통한 한의학치료(1906~1932년)
4. 한약재 부족과 한의학치료(1939~1948년)
5. 결론
4장 일제강점기 전라북도 금산군의 의료체계와 질병 치료 연구
- 『최병채일기』(1927-1945)를 중심으로 -
1. 서론
2. 전북 금산군의 의료체계와 전염병
3. 한의학요법과 매약
4. 결론
5장 일제강점기 경북 예천군 의료체계와 유학자의 질병 대응
- 『소택일기』(1913~1949)를 중심으로 -
1. 서론
2. 경북 예천군의 의료 체계와 전염병
3. 박면진의 질병과 한의학 대응(1913~1928)
4. 박희수의 질병과 근대의학 대응(1929~1949)
5. 결론
6장 1918~1920년 경북 예천군 대저리 맛질 마을의 독감과 대응
- 『대택방계일기』(1894~1950)를 중심으로 -
1. 서론
2. 사망자 속출·공동묘지 매장과 한의학 대응(1918년 10~12월)
3. 독감의 재유행과 한의학·가신(家神) 기도(1919년 1월~3월)
4. 유행의 지속과 민간요법 활용 증가(1919년 12월~1920년 1월)
5. 결론
7장 대한제국~일제강점기 경북 예천 맛질 마을의 전염병과 지역사회 대응
- 『대택방계일기』(1897~1950년)를 중심으로 -
1. 서론
2. 차례 중단과 마을 성황제(1897~1910년)
3. 종두 시행과 격리 조치(1911~1950년)
4. 결론
8장 대한제국기~일제강점기 경북 예천군 맛질 마을 유생 박조수의
질병과 한의학 대응 - 『대택방계일기』(1897~1950년)를 중심으로 -
1. 서론
2. 의원과 약국을 통한 한의학 대응(1897~1910년)
3. 한의학과 민간요법을 통한 질병 대응(1911~1950년)
4. 결론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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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손경희 경북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명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초빙조교수, 인문역량강화연구단 초빙조교수 역임했다. 현재 국립금오공과대학교 선주사회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조선이 버린 여인들』(2008, 글항아리), 『왜 조선시기에는 양반과 노비가 있었을까』(2011, (주) 자음과 모음), 『왜 신여성과 구여성은 다른 삶을 살았을까』(2012, (주) 자음과 모음), 『공주』(2013, 꿈꾸는 달팽이), 『한국 근대 수리조합연구』(2015, 선인), 『일제시기 이주일본인의 농업경영과 지역사회변동』(선인, 2018), 공저로는 『해주일록』(2020, 은행나무), 『근대 문명 전환기 한국학의 전통 사상과 기독교 사상의 융합』(2025, 계명대 출판부) 등이 있다. 논문으로 「일제강점기 경상북도 달성군 해안수리조합 설립과 반대운동」, 『지역과 역사』 51(2022), 「일제강점기 경북 예천군의 의료 체계와 유학자의 질병 대응- 『소택일기』(1913~1949)를 중심으로」, 『국학연구』 55(2024) 등이 있다.
주요 저서로는 『조선이 버린 여인들』(2008, 글항아리), 『왜 조선시기에는 양반과 노비가 있었을까』(2011, (주) 자음과 모음), 『왜 신여성과 구여성은 다른 삶을 살았을까』(2012, (주) 자음과 모음), 『공주』(2013, 꿈꾸는 달팽이), 『한국 근대 수리조합연구』(2015, 선인), 『일제시기 이주일본인의 농업경영과 지역사회변동』(선인, 2018), 공저로는 『해주일록』(2020, 은행나무), 『근대 문명 전환기 한국학의 전통 사상과 기독교 사상의 융합』(2025, 계명대 출판부) 등이 있다. 논문으로 「일제강점기 경상북도 달성군 해안수리조합 설립과 반대운동」, 『지역과 역사』 51(2022), 「일제강점기 경북 예천군의 의료 체계와 유학자의 질병 대응- 『소택일기』(1913~1949)를 중심으로」, 『국학연구』 55(202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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