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샌드위치(Reality Sandwiches)
싱싱한 휘갈김이 담긴 『리얼리티 샌드위치(Reality Sandwiches)』. 미국의 중요한 현대 시인이자 ‘비트 세대’의 주역이었던 앨런 긴즈버그의 시집 《리얼리티 샌드위치 (Reality Sandwiches)》(1963)가 출간되었다. ‘비트 세대’는 2차 대전 직후 미국 사회의 보수적이고 물질주의적인 분위기에서 데뷔한 일군의 작가들로 스스로에게 ‘탈진했지만(beat) 신의 축복을 받았다(beatitude)’는 이중적 의미의 신조어를 붙였다. 헤밍웨이나 스콧 피츠제럴드 등 ‘잃어버린 세대’의 작품을 읽고 자란 이들은 전쟁의 후유증을 덮어둔 채 빠르게 현대 소비사회로 접어드는 미국의 실제를 포착할 좀 더 새로운 문체를 찾았고, 50년대 후반과 60년대 초에 방대한 습작과 실험의 결과물들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이 시집도 그중의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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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음반으로 치면 'B 사이드 모음집'과도 같은 이 시집의 매력은 다채로움에 있다. 너무 거칠다는 이유로 데뷔작이 되지 못했던 실험적인 작품부터, 잠언 같은 짧은 시, 언더그라운드 문예지들에 써 보냈던 재치 있는 소품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있다.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멕시코에서 쿠바, 페루로 다양한 곳들을 전전하며 방황하던 젊은 시인의 모습도 모자이크처럼 담겨 있다. 이 시집의 정신은 아마도 '휘갈김(Scribble)'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동료작가 잭 케루악과 문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한창 즉흥적인 글쓰기를 실험하던 긴즈버그는 이 시들에 이르러 가장 솔직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이 시집의 문장들은 훗날 미국문학에서 자연스럽고 현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될 길고 자유분방한 호흡의 '숨고르기 과정'에 해당된다.
앨런 긴즈버그는 '비트 세대'로 시작했지만, 60-70년대의 반전과 공민권 운동, 반문화의 물결 속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한 시인이다. 다양한 현장에서 왕성하게 시를 쓰거나 낭송회를 주도했고, 검열과 차별이 있는 곳에서 꾸준한 후원활동을 벌였다. 밥 딜런과 패티 스미스 같은 음악가들이 좀 더 과감한 가사를 쓰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록 밴드들과 공연을 열기도 했다.
90년대에 코난 쇼에 출연해 드럼스틱을 두드리며 신작시를 낭송하는 모습은 이 시인이 얼마나 시대와 지속적으로 호흡해왔는지를 보여준다. '휘트먼 이래 가장 위대한 민중시인'이라 평가받은 그의 파란만장한 경력의 시작점을 엿볼 수 있는 시집이다.
『울부짖음(Howl)』의 시인 앨런 긴즈버그의 시집
29편의 시 중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버로스의 작품에 붙여]이다. 몇 년 뒤 윌리엄 S. 버로스의 소설 제목이 될 유명한 문구, '적나라한 식사(Naked Lunch)'가 나오는 이 시는 '글쓰기는 가장 순수한 살코기여야' 한다는 말로 비트 세대의 문학관을 요약하고 있다.
랭보의 '견자(見者)' 시론에 따라 인식을 뒤틀어 생과 사의 경계 너머를 보려는 시도가 담긴 시들도 있다. [치발바에서의 낮잠], [에테르]의 광기어린 문장들은 자신을 극한의 고독에 몰아넣고 새로운 인식을 기다리는 시인의 간절함과 절망감을 보여준다. 화자의 의식과 행동을 따라 이어지는 문장의 리듬은 소심한 목소리에서 예언자 같은 목소리로, 남루한 숙소에서 광활한 우주로 엄청난 비약을 보여준다.
단순하고 재치 있는 소품들도 많다. 산업사회의 풍경으로 쓴 기도문인 [시편 Ⅲ], 제철소에서 태어나 폭탄으로 전락하는 철의 인생을 의인화한 [비명], 세계의 형상을 묘사한 상형시 [웃긴 죽음] 등이 그런 시들이다. [휘트먼의 주제에 의한 사랑의 시], [말레스트 코르니피시 투오 카툴로] 등의 작품에서는 월트 휘트먼이나 카툴루스 같은 고전들을 가져와 동성애자의 관점에서 패러디하고 있다.
[울부짖음] 등 좀 더 긴 작품들의 원형 같은 시들도 있다. [단편 1956]에서 서로의 영혼을 알아보는 주인공들로 등장하는 친구들은 [울부짖음]에 더 많은 인원으로 등장하는 그 친구들이기도 하다. [미국의 잔돈들]에 나오는 '의인화된 미국' 역시 또 다른 대표작 [아메리카]에 쓰인 기법을 떠올리게 한다. 시인은 손바닥 위에 쏟아놓은 미국의 잔돈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스스로의 생애와 미국이라는 사회의 어두운 운명을 가늠한다.
《리얼리티 샌드위치》의 번역은 비트문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잭 케루악의 소설 [다르마 행려], 앨런 긴즈버그의 시집 《울부짖음 그리고 또 다른 시들》(김목인·김미라 공역)을 옮겼던 김목인이 맡았다. 사적인 경험을 직접 노출시킨 시의 경우 집필 시기의 사실관계들을 참고해 불필요한 혼동을 줄였다. 또한 해설과 연표를 통해 70평생 방대한 작품을 남긴 시인의 일대기에서 《리얼리티 샌드위치》가 놓이는 위치를 소개했다. 비트 문학은 국내에 아직 일부만 번역된 탓에 부정확한 정보와 과장된 에피소드, 전설들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작품으로서의 비트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또 한 권의 반가운 시집이 될 것이다.
목차
목차
산에서 모습을 드러낸 석가모니 11
초록색 자동차 13
아바나 1953 21
치발바에서의 낮잠 그리고 합중국으로의 귀환 27
버로스의 작품에 붙여 50
휘트먼의 주제에 의한 사랑의 시 51
캔자스 너머 52
말레스트 코르니피시 투오 카툴로 58
꿈의 기록:1955년 6월 8일 59
뮤즈들이여 복되어라 61
단편 1956 62
버클리의 신기한 새 오두막 64
세이더 게이트에서의 깨달음 65
휘갈겨 씀 71
오후의 시애틀 72
시편 Ⅲ 75
눈물 76
내달릴 준비 77
간밤에 이렇게 썼다 79
비명 81
미국의 잔돈 83
'타임스 스퀘어에 돌아와 타임 스퀘어를 꿈꾸다' 87
나의 슬픈 자아 88
웃긴 죽음 92
전투함 뉴스영화 94
부탁이니 돌아와 기운을 좀 내기를 95
페루에 있는 노시인에게 99
에테르 103
역자해설 123
앨런 긴즈버그 연보 130
저자
저자
미국의 시인.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 1956년에 발표한 시 [울부짖음]을 통해 동세대가 느끼는 정서를 파격적 에너지로 표출해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1960년대 이후 반문화의 물결 속에서 활발히 사회 운동에 참여했으며, 록 뮤지션이나 각국의 지도자들과 교류하며 히피 세대의 계관시인 역할을 했다. 평생 산업문명과 검열, 억압과 전쟁에 저항했고, 불교도로서 서구에 동양사상을 전하는데도 기여했다. 그는 비트 세대의 '월트 휘트먼'으로 불리며 현대 미국사회가 잊고 있던 시인의 역할을 일깨웠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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