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경주씨의 낯선 귀가(울력의 시 2)
최성철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어느 경주氏의 낯선 귀가』. 최성철 시인은 한마디로 ‘도시시(都市詩)’를 쓰는 시인이다. 도시인들의 삶의 모습과 그 내면세계를 보다 깊고 세밀하게 관찰하여 구석구석 만져 보는 시 작품들이 최성철 시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집에 대해 문학평론가 심상운은 오랜 세월 동안 최성철 시인이 추구해 온 도시인들의 심리적 내면 풍경의 이미지가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어떤 논리성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다양한 이미지의 충돌과 결합을 통해 복합적인 시적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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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1975년 『시문학』지에 「자정의 도시」, 「바람」, 「새의 죽음」 등이 추천되어 등단한 최성철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어느 경주氏의 낯선 귀가』를 펴냈다.
최성철 시인은 한마디로 '도시시(都市詩)'를 쓰는 시인이다. 도시인들의 삶의 모습과 그 내면세계를 보다 깊고 세밀하게 관찰하여 구석구석 만져 보는 시 작품들이 최성철 시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인의 시적 경향은,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대중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독감 때문에 고민하는 현대인들의 사회적 성격을 탐구했듯이, 시를 통해 자신이 만든 문명 속에 갇혀 버린 도시인들을 탐구하고 있다.
어제는 눈이, 오늘은 바람이 거세게 불고 나뭇가지마다 아닥아닥 뼈마디 골은 소리를 낸다 우리 집 앞에 있는 미루나무는 그중에서도 가장 아픈 소리로 나를 내려다보고, 지난여름 뿌리를 단단히 박고서야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고 장승처럼 서서 얘기했는데 오늘은 키가 큰 것이 마냥 불쌍해 보인다 밑동을 베어서라도 누이고 싶은 하루가 지나고 나는 병원에서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았다 너무 오래 서 있어서 그런가요, 너무 오래 서 다녀서 그런가요, 비보이처럼 지구를 떠받치고 있을 수도 없고 밑동을 베어서라도 눕고 싶은데 마냥 서서 걷고 또 걸어오는 길, 버스정류장 건너편에서는 고층건물이 올라가려고 건장한 뼈대가 수직 상승하고 있고 지붕은 틀조차도 안 보인다 올라가 죽더라도 일단 올라가야 한다 한번 올라가면 똑바로 서야 한다 나무도 건물도 나도 밑동이 잘리기 전에는 똑바로 서서 견뎌야 하는
― 「외로운 직립」 전문
도시인의 심리적 내면 풍경과 복합적 사유의 공간
이번 시집에 대해 문학평론가 심상운은 오랜 세월 동안 최성철 시인이 추구해 온 도시인들의 심리적 내면 풍경의 이미지가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어떤 논리성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다양한 이미지의 충돌과 결합을 통해 복합적인 시적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고 한다. 수록된 시들이 보여 주는 복합적 사유 속에는 헤어짐, 만남, 떠남, 외로움 등 도시인들의 삶의 질곡이 진하게 흐르고 있으며, 그런 정서가 그의 시에서 끈적끈적한 아교가 되어 시의 동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
한편, 언어의 쓰임에서는 모더니즘의 지적 언어가 형성하는 언어의 구조가 시편마다 번득이고 있으며, 비, 바람, 구름 등의 자연물들이 인공적인 것과 대립되는 시적 은유의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 언어들은 도시 문명 속에서 점점 상실되어 가는 인간성의 회복을 암시하는 생명적인 이미지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
호주머니에 두 손을 푹 꽂으면/어깨가 다 내려앉고 다리에서 힘이 빠진다/많은 날을 그런 모습으로 지내다가/나는 오늘 아파트 현관 앞 맨땅에서/채송화 한 송이를 만났다//지렁이 같은 속살을 투명하게 내놓은 채/다 남에게 맡겨놓고/너는 이 무심한 아파트 밑에서/이렇게 살아가는구나//폭우가 몰아칠 때에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하늘을 보며 구름을 보며/안개 속에 있을 별을 세며//나처럼 어깨를 접은 것이 아니라/꺼져 내린 것이 아니라/까마득히 솟은 아파트 철책 앞에서도 네가/뿌리를 단단히 박고 서서/우리들을 쳐다보고 있구나
― 「채송화 어깨 아래」전문
생명적 이미지의 시
이번 시집에는 시인이 추구하는 도시인에 대한 내적 관찰과 자연의 이미지가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내적 관찰의 이미지 속에는 자기가 만든 문명 속에 스스로 갇혀 버린 도시인들의 부자유한 모습과 그 체제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에의 의지가 들어 있다. 그리고 자유의 의지는 시 속에서 새롭게 인식되는 자연과 연결되고, 그 자연은 시 속에서 도시인들에게 원초적인 생명을 인식하게 하고 생명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원소가 되고 있다. 그것은 도시인들의 내면에 쌓이는 우울증과 타인 기피증 등에 대한 치유와도 연관되어 있다.
이렇듯, 최성철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그동안 천착했던 '도시의 시'를 완결하고, 생명의 고향으로 귀향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으며, 이는 도시 문명 속에서 자연을 발견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시인의 지향을 보여 준다.
목차
목차
제1부
외로운 직립
역설
금정역을 떠나며
저 사라지는 것들
늙은 회개
전야제
피안의 위안
그믐의 기원
가을 연주회
어느 경주氏의 낯선 귀가
마이웨이
어려운 초대
열두 달
떠나갈 때의 한 가지 불명한 생각
칫솔 속의 미학
해후
제2부
겨울 까마귀
바람에게
자정의 도시
비행
내가 버린 북쪽
슬픈 헛간에 내리는 비
자식·10
자식·11
가을 에필로그
광장에 서서
山房
용담꽃
채송화 어깨 아래
봄을 기다리다
출구전략
후예
제3부
블루 크리스마스
권태
유희의 길
동쪽을 향하여
그리고, 남은 풍경
잃어버린 뿌리
소박한 낭만주의자
금강산보다 더 그리운
뿌리
산정호수
그날의 종말
사과 따기
다시 돌아서서
원숭이
제4부
옛 향기
너는
잃어버린 바다
백 투더 베이직스
어느 실루엣
싸리 빗자루
도시의 하루
압구정
사과나무 앞에서
몽유
다시 집을 향하여
창문
저녁의 뒤안
길이 있기에
가을의 노래
해설: 도시인의 심리적 내면 풍경과 복합적 사유의 공간과 생명적 이미지의 시_ 심상운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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