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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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포근하고 상냥하고 사랑스럽던 한 생명에 관한 이야기!
『또또』는 시인 조은과 강아지 또또의 첫 만남부터 17년 동안의 불행했지만 행복했던 동거, 그리고 다가온 이별까지 생생하게 그려낸 책이다. 사랑의 기록이고 이별의 기록인 동시에 저자가 강아지와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저자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따뜻한 기록을 담고 있다.
전 주인의 폭력으로 가여워 어쩔 수 없이 돌봐 주었던 또또를 한 집에 데리고 살며 고통과 아픔을 함께 겪으며 가까워진 저자와 또또. 상처받은 채 저자에게 온 그 작은 개는 저자의 옆에 늘 있어줬고 누구와도 나눌 수 없었던 슬픔도 묵묵히 덜어내 줬다. 내내 아팠지만 저자의 곁에서 치유되었고 저자 역시 또또로 인해 내면이 단단해졌다. 한집에서 같이 사는 친구에서 둘도 없는 친구로, 사랑하는 연인으로 살아가다 저자의 곁에서 숨을 거둔 또또에게 보내는 저자의 작별인사는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또또』는 시인 조은과 강아지 또또의 첫 만남부터 17년 동안의 불행했지만 행복했던 동거, 그리고 다가온 이별까지 생생하게 그려낸 책이다. 사랑의 기록이고 이별의 기록인 동시에 저자가 강아지와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저자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따뜻한 기록을 담고 있다.
전 주인의 폭력으로 가여워 어쩔 수 없이 돌봐 주었던 또또를 한 집에 데리고 살며 고통과 아픔을 함께 겪으며 가까워진 저자와 또또. 상처받은 채 저자에게 온 그 작은 개는 저자의 옆에 늘 있어줬고 누구와도 나눌 수 없었던 슬픔도 묵묵히 덜어내 줬다. 내내 아팠지만 저자의 곁에서 치유되었고 저자 역시 또또로 인해 내면이 단단해졌다. 한집에서 같이 사는 친구에서 둘도 없는 친구로, 사랑하는 연인으로 살아가다 저자의 곁에서 숨을 거둔 또또에게 보내는 저자의 작별인사는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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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조은과 또또,
한 시인과 한 강아지,
첫 만남,
그리고 17년 동안,
불행했지만 행복했던 둘의 동거,
그리고 다가온 이별.
시인은 작지만 고집스런 강아지 또또를 만나 그를 한집에서 같이 사는 식구로 껴안게 되고 둘도 없는 친구로 사귀어 나가다 끝내 사랑하는 연인으로 헤어진다. 내내 아팠던 또또. 그리고 그것을 지켜봐야 했던 시인. 이 책은 그 사랑의 기록이고 이별의 기록인 동시에, 시인과 강아지가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종국에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길고 긴 길에 대한 따뜻한 기록이다.
만남
시인이 또또를 만난 것은 개량한옥, 그러니까 사직동에서 찾은 시인의 두 번째 거처에서였다. 또또와의 첫 만남을 시인은 다음과 같이 추억하고 있다.
그때였다. 갈색 실꾸리 같은 것이 흩날리는 나뭇잎 사이에 끼어 내 쪽으로 굴러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곧 그것이 둥글게 오므라들며 마른 큼직한 플라타너스 잎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뒤 그 나뭇잎이 회오리치는 바람에 굴러 내 발목에 와 닿았다. 열리지 않는 문의 의미를 병적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을 때였다. 곧이어 무엇인가가 내 바지를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고, 그 느낌은 계속되었다. 뭔가가 이상해 허리를 굽혀 발치를 내려다보던 순간, 깜짝 놀랐다. 갈색 나뭇잎이거나 실꾸리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너무도 예쁘게 생긴 작은 강아지였다. 나는 그때껏 그렇게 예쁘게 생긴 강아지를 본 적 없었다. 강아지는 상냥하고, 명랑하고, 예쁘고, 포근하고, 사교적이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시인은 또또를 가슴으로 안아주지 못했다. "강아지는 ... 예뻤지만, 나는 녀석에게 마음을 주지 않기 위해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시인은 어린 시절, 키우던 개의 폭력적인 죽음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 살쯤이었던가. 집에서 키우던 사랑스러운 강아지 "마루"가 어느 날 아버지 친구들에게 음식으로 넘겨졌던 것이다.
내가 동물들, 특히 또또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 했던 것은 그들의 운명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이사한 집 대문 안에서 마주친 또또 역시 내겐 앞날이 뻔한 잡견이었을 뿐이다. 또또 역시 내가 그 동안 무수히 보았던 동물들이 피할 수 없었던 운명의 길을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지레 겁을 먹고 또또에게 마음을 닫아버렸다.
그러다 시인은 어느 날 우연히 또또가 주인집 식구들로부터 맞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또또는 심한 구타에 시달리고 탈골로 인한 통증에 시달리면서 병들어 갔다. 인간에 대한 공포로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타로 그 상태는 나날이 나빠졌고, 담당 수의사는 또또가 길어야 3년 밖에 더 살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시인은 이런 또또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해주고 자신의 방으로 초대해서 같이 자면서 천천히 마음을 열게 된다. 집 안에서는 구타의 공포에 떨던 또또도 시인이 데리고 함께 외출하면 제법 먹기도 하면서 안정감을 보였다. 이런 또또와 같이 살게 되면서 시인은 그의 고통과 아픔을 같이 겪으며 가까워지게 된다.
또또는 점차 시인과의 인왕산길 산책을 통해서 큰 위안을 얻게 되고 시인의 방에 들어와 있는 시간이 점차로 길어졌으며 어느덧 완전히 같은 공간에 사는 한 식구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시인은 2000년 지금까지 사는 한옥집으로 이사한다. 규칙적인 산보 덕에 또또는 조금씩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시인도 또또도 모두 자연과 흙을 사랑했다. 시인은 이 시절은 이렇게 회고한다.
한옥인 이 집에 와서 또또도 많이 치유되었지만, 나도 내면이 많이 단단해졌다. 이사하기 전까지는 가여워 어쩔 수 없이 돌봐주고 있던 또또에게 갖던 부담감도 거의 사라졌다. 비로소 나는 진심으로 또또를 좋아하게 되었다. 내 입에서는 "또또가 이젠 조금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 또또, 너무 착해!" "예쁜 또또!"라는 말로 쏟아져 나왔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이 둘은 산책과 여행, 그리고 애정과 헌신을 통해 관계를 굳건히 했다. 시인이 마흔을 넘기면서 신체적 노화를 의식하기 시작할 때쯤, 또또의 노화도 같이 찾아왔다. "늘 나보다 일이 미터 앞에서 걷던 또또는 한 세월 나와 나란히 걸었고, 언제부턴가는 한두 걸음 뒤에서 걷고 있었다." 시인은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오래도록 같이 사는 동안 또또가 내 일을 방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녀석은 자신을 데리고 이사한 나를 세상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녀석의 자존감을 나는 지켜주려고 점점 노력했다. 돌이켜보면 녀석이 내 품안으로 뛰어들며 하던 일을 방해했던 때는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치던 사나운 여름날뿐이었다.
또또는 예민하고도 자존심 강한 아이
또또는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고집스러운 강아지였다. 그래서 시인과 참으로 많이 싸우기도 했다. 또한 지나치게 예민한 강아지였다. 병원에 가서도 치료를 빨리 끝내기 위해 항상 의사와 미리 작전을 짜야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집 밖에서 또또는 조용한 성격의 강아지였다. 시인은 또또와 외출할 때 종종 그를 전용배낭 속에 넣어 다녔는데, 또또가 시인을 곤란하게 만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또의 본래적인 성격을 조금씩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시인은 그와 더 깊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게 된다. 잠깐의 해외여행에서 돌아와서 또또를 만난 시인은 회상한다.
돌아오니 또또는 얼어 죽지도 맞아 죽지도 굶어 죽지도 않고 마당에서 슬픈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한동안 못 보던 나를 반겼으되 너무도 슬퍼 보이던 그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개에게도 그처럼 복합적인 표정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집을 오랫동안 비웠던 보호자가 돌아오자 안심하는 한편 서운함과 노여움도 한꺼번에 방출하는 아이 같았다고나 할까. 그러고 나선 재깍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슬퍼하는 속 깊은 아이 같았던 또또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또또는 고집스러웠다. 처음 맨 목줄이 싫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자리에서 꼼짝 않고 서 있는 바람에 시인이 결국에는 목줄을 포기했을 정도였다. 시인은 돌아본다. "사람과 마찬가지도 개도 성향이 다 다른데, 또또의 특징을 꼽으라면 '극도의 예민함'과 '개로서는 가져선 알될 자존심'을 가졌던 개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인은 또또가 내부의 통증과 고통은 아주 의연하게 잘 견디어냈노라고 회고한다. 또또가 무서워하던 것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들의 손이었다.
나는 또또와 함께 사는 동안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만일 내 눈앞의 개가 그처럼 공포감에 짓눌려 있지 않았다면?'
'그 개가 지금껏 내가 봐왔던 어떤 개보다 나약하고, 그것이 극도의 예민함에 뿌리를 둔 본질과 닿아 있지 않았다면?'
대답은 늘 같았다. 그랬다면 나는 또또를 내 삶 안으로 절대 들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분노와 슬픔, 시인은 자신 안에 자리 잡은 그 힘겨운 감정들을 또또에게서 다시 발견하게 된다. 이 일체감 혹은 동질감이 그들의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개를 기르다 보면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가끔 있는데, 또또는 그런 느낌이 훨씬 강했고 더 잦았다. 어느 때는 '하는 행동이 나랑 똑같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무속에서는 그 집에 들어오는 개는 그 집의 조상이라는 황당한 말을 하는 것도 같다. 정말로 우리가 이성으로 납득하지 못하는 윤회라는 것이 있다면 또또는 분명 전생에 사람이었거나 내세에 사람이 될 개처럼 보였다.
이별
또또가 죽은 원인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된 염증이었다. 2012년 6월 19일은 시인과 또또가 마지막으로 인왕산을 산책한 날이다. 이날 이후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내고 고름을 쏟아내며 자신의 생명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또또는 22일에 세상을 뜨고 만다. 이 책의 마지막 절의 제목처럼 "예쁘고 포근하고 상냥하고 사랑스럽던" 또또는 17년 동안 같이 지냈던 시인을 떠나갔다. 시인은 작별인사를 한다.
"또또야. 오래 오래 살아. 나 이젠 네가 하나도 힘들지 않아. 처음부터 너랑 이런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해... 또또야, 넌 정말 훌륭한 개였어. 정말 멋있고 착했으니까 아주아주 좋은 곳으로 갈 거야"
또또가 떠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그가 먼저 사직동을 떠났고, 이제 시인도 머지않아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또또와 같이 지냈던 사직동을 떠나야 한다. 또또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고 시인은 작은 거처를 옮길 뿐이다. 그러나 시인의 사직동, 조은의 사직동은 크게 변모할 것이므로 어쩌면 또또처럼 시인도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또또와 지낸 17년은 시인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시와 문학과 세상과 혼자 치열하게 싸워왔던 시인은 또또가 그 곁에 와주었기에 생명에 대해 좀 더 너그러운 시선을, 그리고 세상에 대해 좀 더 넉넉하고도 따뜻한 긍정의 시선을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었다. 작은 것들의 가치, 한 순간의 바람에도 날아가 버릴 수 있는 가볍고 작은 것들이 지닌 본래적인 가치를 시인은 또또와의 오랜 사랑에서 더욱 절감했다. 그러니 이 책은 또또라는 작은 생명에 대한 기록이고 그에 대한 많은 인간들의 폭력에 대한 고발이며 더 나아가 흙 위에 거하는 모든 생명들의 뜨거운 연대에 대한 호소이기도 하다.
서로 애인이었고 친구였으며 식구이자 동료였던 강아지 또또와 시인 조은. 그 행복한 동거에 대한 이 기록이 독자들에게도 작지만 따뜻한 축복의 경험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한 시인과 한 강아지,
첫 만남,
그리고 17년 동안,
불행했지만 행복했던 둘의 동거,
그리고 다가온 이별.
시인은 작지만 고집스런 강아지 또또를 만나 그를 한집에서 같이 사는 식구로 껴안게 되고 둘도 없는 친구로 사귀어 나가다 끝내 사랑하는 연인으로 헤어진다. 내내 아팠던 또또. 그리고 그것을 지켜봐야 했던 시인. 이 책은 그 사랑의 기록이고 이별의 기록인 동시에, 시인과 강아지가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종국에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길고 긴 길에 대한 따뜻한 기록이다.
만남
시인이 또또를 만난 것은 개량한옥, 그러니까 사직동에서 찾은 시인의 두 번째 거처에서였다. 또또와의 첫 만남을 시인은 다음과 같이 추억하고 있다.
그때였다. 갈색 실꾸리 같은 것이 흩날리는 나뭇잎 사이에 끼어 내 쪽으로 굴러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곧 그것이 둥글게 오므라들며 마른 큼직한 플라타너스 잎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뒤 그 나뭇잎이 회오리치는 바람에 굴러 내 발목에 와 닿았다. 열리지 않는 문의 의미를 병적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을 때였다. 곧이어 무엇인가가 내 바지를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고, 그 느낌은 계속되었다. 뭔가가 이상해 허리를 굽혀 발치를 내려다보던 순간, 깜짝 놀랐다. 갈색 나뭇잎이거나 실꾸리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너무도 예쁘게 생긴 작은 강아지였다. 나는 그때껏 그렇게 예쁘게 생긴 강아지를 본 적 없었다. 강아지는 상냥하고, 명랑하고, 예쁘고, 포근하고, 사교적이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시인은 또또를 가슴으로 안아주지 못했다. "강아지는 ... 예뻤지만, 나는 녀석에게 마음을 주지 않기 위해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시인은 어린 시절, 키우던 개의 폭력적인 죽음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 살쯤이었던가. 집에서 키우던 사랑스러운 강아지 "마루"가 어느 날 아버지 친구들에게 음식으로 넘겨졌던 것이다.
내가 동물들, 특히 또또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 했던 것은 그들의 운명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이사한 집 대문 안에서 마주친 또또 역시 내겐 앞날이 뻔한 잡견이었을 뿐이다. 또또 역시 내가 그 동안 무수히 보았던 동물들이 피할 수 없었던 운명의 길을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지레 겁을 먹고 또또에게 마음을 닫아버렸다.
그러다 시인은 어느 날 우연히 또또가 주인집 식구들로부터 맞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또또는 심한 구타에 시달리고 탈골로 인한 통증에 시달리면서 병들어 갔다. 인간에 대한 공포로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타로 그 상태는 나날이 나빠졌고, 담당 수의사는 또또가 길어야 3년 밖에 더 살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시인은 이런 또또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해주고 자신의 방으로 초대해서 같이 자면서 천천히 마음을 열게 된다. 집 안에서는 구타의 공포에 떨던 또또도 시인이 데리고 함께 외출하면 제법 먹기도 하면서 안정감을 보였다. 이런 또또와 같이 살게 되면서 시인은 그의 고통과 아픔을 같이 겪으며 가까워지게 된다.
또또는 점차 시인과의 인왕산길 산책을 통해서 큰 위안을 얻게 되고 시인의 방에 들어와 있는 시간이 점차로 길어졌으며 어느덧 완전히 같은 공간에 사는 한 식구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시인은 2000년 지금까지 사는 한옥집으로 이사한다. 규칙적인 산보 덕에 또또는 조금씩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시인도 또또도 모두 자연과 흙을 사랑했다. 시인은 이 시절은 이렇게 회고한다.
한옥인 이 집에 와서 또또도 많이 치유되었지만, 나도 내면이 많이 단단해졌다. 이사하기 전까지는 가여워 어쩔 수 없이 돌봐주고 있던 또또에게 갖던 부담감도 거의 사라졌다. 비로소 나는 진심으로 또또를 좋아하게 되었다. 내 입에서는 "또또가 이젠 조금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 또또, 너무 착해!" "예쁜 또또!"라는 말로 쏟아져 나왔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이 둘은 산책과 여행, 그리고 애정과 헌신을 통해 관계를 굳건히 했다. 시인이 마흔을 넘기면서 신체적 노화를 의식하기 시작할 때쯤, 또또의 노화도 같이 찾아왔다. "늘 나보다 일이 미터 앞에서 걷던 또또는 한 세월 나와 나란히 걸었고, 언제부턴가는 한두 걸음 뒤에서 걷고 있었다." 시인은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오래도록 같이 사는 동안 또또가 내 일을 방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녀석은 자신을 데리고 이사한 나를 세상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녀석의 자존감을 나는 지켜주려고 점점 노력했다. 돌이켜보면 녀석이 내 품안으로 뛰어들며 하던 일을 방해했던 때는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치던 사나운 여름날뿐이었다.
또또는 예민하고도 자존심 강한 아이
또또는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고집스러운 강아지였다. 그래서 시인과 참으로 많이 싸우기도 했다. 또한 지나치게 예민한 강아지였다. 병원에 가서도 치료를 빨리 끝내기 위해 항상 의사와 미리 작전을 짜야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집 밖에서 또또는 조용한 성격의 강아지였다. 시인은 또또와 외출할 때 종종 그를 전용배낭 속에 넣어 다녔는데, 또또가 시인을 곤란하게 만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또의 본래적인 성격을 조금씩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시인은 그와 더 깊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게 된다. 잠깐의 해외여행에서 돌아와서 또또를 만난 시인은 회상한다.
돌아오니 또또는 얼어 죽지도 맞아 죽지도 굶어 죽지도 않고 마당에서 슬픈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한동안 못 보던 나를 반겼으되 너무도 슬퍼 보이던 그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개에게도 그처럼 복합적인 표정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집을 오랫동안 비웠던 보호자가 돌아오자 안심하는 한편 서운함과 노여움도 한꺼번에 방출하는 아이 같았다고나 할까. 그러고 나선 재깍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슬퍼하는 속 깊은 아이 같았던 또또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또또는 고집스러웠다. 처음 맨 목줄이 싫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자리에서 꼼짝 않고 서 있는 바람에 시인이 결국에는 목줄을 포기했을 정도였다. 시인은 돌아본다. "사람과 마찬가지도 개도 성향이 다 다른데, 또또의 특징을 꼽으라면 '극도의 예민함'과 '개로서는 가져선 알될 자존심'을 가졌던 개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인은 또또가 내부의 통증과 고통은 아주 의연하게 잘 견디어냈노라고 회고한다. 또또가 무서워하던 것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들의 손이었다.
나는 또또와 함께 사는 동안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만일 내 눈앞의 개가 그처럼 공포감에 짓눌려 있지 않았다면?'
'그 개가 지금껏 내가 봐왔던 어떤 개보다 나약하고, 그것이 극도의 예민함에 뿌리를 둔 본질과 닿아 있지 않았다면?'
대답은 늘 같았다. 그랬다면 나는 또또를 내 삶 안으로 절대 들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분노와 슬픔, 시인은 자신 안에 자리 잡은 그 힘겨운 감정들을 또또에게서 다시 발견하게 된다. 이 일체감 혹은 동질감이 그들의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개를 기르다 보면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가끔 있는데, 또또는 그런 느낌이 훨씬 강했고 더 잦았다. 어느 때는 '하는 행동이 나랑 똑같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무속에서는 그 집에 들어오는 개는 그 집의 조상이라는 황당한 말을 하는 것도 같다. 정말로 우리가 이성으로 납득하지 못하는 윤회라는 것이 있다면 또또는 분명 전생에 사람이었거나 내세에 사람이 될 개처럼 보였다.
이별
또또가 죽은 원인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된 염증이었다. 2012년 6월 19일은 시인과 또또가 마지막으로 인왕산을 산책한 날이다. 이날 이후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내고 고름을 쏟아내며 자신의 생명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또또는 22일에 세상을 뜨고 만다. 이 책의 마지막 절의 제목처럼 "예쁘고 포근하고 상냥하고 사랑스럽던" 또또는 17년 동안 같이 지냈던 시인을 떠나갔다. 시인은 작별인사를 한다.
"또또야. 오래 오래 살아. 나 이젠 네가 하나도 힘들지 않아. 처음부터 너랑 이런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해... 또또야, 넌 정말 훌륭한 개였어. 정말 멋있고 착했으니까 아주아주 좋은 곳으로 갈 거야"
또또가 떠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그가 먼저 사직동을 떠났고, 이제 시인도 머지않아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또또와 같이 지냈던 사직동을 떠나야 한다. 또또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고 시인은 작은 거처를 옮길 뿐이다. 그러나 시인의 사직동, 조은의 사직동은 크게 변모할 것이므로 어쩌면 또또처럼 시인도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또또와 지낸 17년은 시인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시와 문학과 세상과 혼자 치열하게 싸워왔던 시인은 또또가 그 곁에 와주었기에 생명에 대해 좀 더 너그러운 시선을, 그리고 세상에 대해 좀 더 넉넉하고도 따뜻한 긍정의 시선을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었다. 작은 것들의 가치, 한 순간의 바람에도 날아가 버릴 수 있는 가볍고 작은 것들이 지닌 본래적인 가치를 시인은 또또와의 오랜 사랑에서 더욱 절감했다. 그러니 이 책은 또또라는 작은 생명에 대한 기록이고 그에 대한 많은 인간들의 폭력에 대한 고발이며 더 나아가 흙 위에 거하는 모든 생명들의 뜨거운 연대에 대한 호소이기도 하다.
서로 애인이었고 친구였으며 식구이자 동료였던 강아지 또또와 시인 조은. 그 행복한 동거에 대한 이 기록이 독자들에게도 작지만 따뜻한 축복의 경험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목차
목차
오래 머문 곳에서 …..................................… 9
제1부_만남 …...............................................… 13
젊은 세입자
사랑스러운 것도 불편할 때가 많다
파도치는 시간들
조심조심 첫 외출
그 회오리 속에서
마음이 기우는 순간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들
돌아가는 길
제2부_자리 찾기 ….....................................… 67
유혹은 아름답고 발정은 추한가?
거리감이 사라질 때
달라진 환경
절대적 시간
뒤늦은 성장
또또의 가출
딱 한 번을 위해
놀라운 연기력
제3부_꽃을 놓는 자리 …..............................… 129
그 숨결
속도가 말해 준다
작은 고독
우리는 닮았다
아름다운 이웃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예쁘고 포근하고 상냥하고 사랑스럽던
제1부_만남 …...............................................… 13
젊은 세입자
사랑스러운 것도 불편할 때가 많다
파도치는 시간들
조심조심 첫 외출
그 회오리 속에서
마음이 기우는 순간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들
돌아가는 길
제2부_자리 찾기 ….....................................… 67
유혹은 아름답고 발정은 추한가?
거리감이 사라질 때
달라진 환경
절대적 시간
뒤늦은 성장
또또의 가출
딱 한 번을 위해
놀라운 연기력
제3부_꽃을 놓는 자리 …..............................… 129
그 숨결
속도가 말해 준다
작은 고독
우리는 닮았다
아름다운 이웃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예쁘고 포근하고 상냥하고 사랑스럽던
저자
저자
조은
저자 조은은 시인. 1960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88년 계간 <세계의 문학>에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등 삶과 죽음을 통찰한 시들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그동안 펴낸 시집으로는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무덤을 맴도는 이유》 《따뜻한 흙》 《생의 빛살》이 있다. 시를 쓰는 틈틈이 동화와 소설을 창작하여 동화 《햇볕 따뜻한 집》 《다락방의 괴짜들》 《동생》 《으뜸 누리》, 시설 《빈방들》을 펴내기도 했다. 사진작가 최민식의 사진들을 시심으로 고르고 한편의 이야기로 엮은 산문집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공저)를 펴낸 바 있다. 열정적이되 냉정하게 꾸려가는 삶의 이야기를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 《조용한 열정》 《낯선 길로 돌아오다》 《마음이여 걸어라》에 뜨겁게 담았다. "그림자에서 뿌리의 고요함"을 발견해내는 깊은 시선, 자신과 타인의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 이 두 가지를 잃지 않으려 애쓰면서, 오늘도 사직동 한옥집에서 걸어가듯 글을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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