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이 피는 자리(수필세계작가선 37)
하지윤 수필집
하지윤의 『수국이 피는 자리』. 이 책은 하지윤의 수필 작품을 엮은 책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책에 담긴 주옥같은 수필을 통해 독자들을 작가의 수필 세계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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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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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윤의 꽃이야기가 있는 수필
우리가 수국을 어디에서 함께 보았던가. 석남사였던 것 같다. 6월의 한가한 오후, 모여서 수필읽기가 지루했던 우리는 문득 석남사로 산책을 나섰다. 절 마당에서 삼층 사리탑을 뵈옵고, 대웅전 옆 계단에 올라서자 왼쪽 화단에 수국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연보라색 파스텔톤의 풍성한 자태에 감탄을 하자 누군가 수국은 큰 꽃이 아니라고 운을 뗐다. 작은 꽃들이 하나하나 모여 저렇게 벙글어졌다고 했다. 뒤이어서 "수국의 꽃말이 '진심'이어서 내가 좋아하지요." 해서 돌아보니 삼십 년 넘게 꽃을 만지고 살고 있는 하 작가였다. 그때 이미 그가 이번 수필집 『수국이 피는 자리』를 낼 것이라 짐작했다.
수필은 작가의 아바타다. 그러니 수필을 통해서 작가의 행적을 쫓아갈 수 있고, 속내를 들여다 볼 수도 있다. 하지윤의 수필은 꽃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꽃이 작가의 삶의 배경이 되고, 글의 중심 화소가 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꽃을 좋아하는 마음이야 타고난 성품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하 작가의 경우에는 조금 더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혹시 어머니로부터 영향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작가의 어머니는 서른아홉에 남편을 떠나보냈다. 그런 어머니가 마당 가득 꽃을 키우며 사는 데는 연유가 영 없지는 않을 것이다. 꽃은 부재의 대체재요, 떠나간 사람의 현신이라는 생각은 없었을까. 그런 배경들이 어우러져 작가 하지윤의 삶이 되고, 수필이 되지 않았을까.
하지윤의 수필은 '곱다'라는 평을 듣는다. 글도 곱고 사람도 곱다는 말을 제법 들었을 것 같다. '곱다'라는 말과 '화려하다'라는 말 사이에는 구별이 있어야 하겠다. 하지윤의 수필은 곱지만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작고 소박하다. 꽃을 만지는 사람은 스스로 감정을 크게 부풀리지 않는다. 글을 쓸 때도 소재를 크게 잡지 않고, 문장도 길게 늘이지 않는다. 절제와 여백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절제와 여백은 꾸미지 않는다는 말이다. 꾸미지 않는다는 말은 곧 진실성으로 이어진다. 하지윤의 수필이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고 쉽게 읽히는 까닭은 이런 소박한 언어적 장치들 때문이다.
하지윤의 수필은 따뜻하다. 일명 '행복수필', '힐링수필'에 들어간다. 「살구꽃이 필 때면」, 「고향으로 가는 길」, 「오월」, 「옛길」, 「마중」과 같은 글을 읽어 가노라면 가슴에 온기가 퍼진다. '살구꽃 필 때'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흔적을 그리워하는 수필이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천리 먼 길에 사는 숙부가 간절한 염원에도 결국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는 애절한 사연이 있다. '오월'은 부모보다 더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할머니의 노후와 죽음의 문제를 다루었다. '옛길'은 울산에서 밀양으로 넘어가는 가지산 고갯길을 말한다. 산허리에 터널이 생기면서 옛길은 차츰 잊혀져 갔다. 밀양에 사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날에는 그 길마저 오르는 일이 드물어질 것이라는 안타까움의 소재를 다루었다.
그의 글을 읽노라면 그가 대상에 대하여 얼마나 깊은 애정을 쏟고 있는가를 알게 된다. '아, 이 사람은 머리로 글을 쓰지 않는구나. 가슴으로 글을 쓰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미래의 수필은 분명 '인간의 존재와 가치문제'가 화두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성 회복에 테마를 둔 수필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지윤의 수필 등장은 참으로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그의 수필은 회색빛 콘크리트 벽 앞에서,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갈길을 잃은 우리들의 거친 감정들을 어루만져 주는 치유와 위로의 묘약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윤의 수필이 늘상 '곱다', '따뜻하다'라는 쪽으로 읽히는 것은 작가의 입장에서도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자칫 '무미하다거나 변화가 없는 글'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지는 결과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필집에 「임진강」, 「매미소리」, 「자리」, 「간극」과 같은 일군의 글들이 수록되었다는 사실은 그의 수필의 확장성에 다행스런 일이다. 「임진강」은 분단의 아픔, 「매미소리」는 선탈을 꿈꾸며 이 시대를 견뎌야 하는 청년 실업문제를 적시하였다. 「자리」는 도덕적 관습과 가치관의 문제, 「간극」은 민족의 과제인 남북문제를 짚어보았다. 이것은 그의 트레이드라고 할 수 있는 곱고, 따뜻한 서정수필과는 동떨어진 화소들이다. 하지만 소재의 편식에서 벗어난 다양성의 탐색은 그 시도로서도 이미 유의미하다 하겠다.
개인적인 취향이기는 하겠지만 작품 「안개꽃을 보면」을 읽고 느낌이 좋았다. 뒷맛을 길게 끄는 글이었다. 글의 각 요소들이 하나로 뭉쳐 탄탄하게 결합되었음을 한눈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중심 테마는 꽃이었다.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풍경을 멀리 띄어 놓아 독자가 장면을 파악하기 쉽게 설정하여 글의 틀을 잡았다. 등장인물은 결혼문제를 사이에 두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였으며, 스토리 전개도 언해피엔딩으로 반전을 주어 여운을 살렸다. 수필의 교술성을 상기하여 오늘날의 결혼을 첨언하여 주제의식을 튼실하게 갖추었다. 적어도 이 정도의 기량을 가진 작가이니 하지윤은 어디가서도 빠진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한 작품을 더 읽어보자고 한다면 「인절미」를 선택할 것이다. 이 글은 도입 부분에서부터 밀도가 탄탄하다. 글의 중심 소재인 인절미를 자근자근 풀어내는 서두에서 이미 독자들의 입에 침을 고이게 한다. 때는 시조모 제삿날이다. 시어머니가 친정에 온 딸과 시집에 온 며느리의 음복 보따리를 싼다. 찹쌀 인절미는 은근 슬쩍 딸의 보따리에 몰아 넣는다. 인절미 한 접시로 무어 그럴 것이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천만의 말씀이다. 인절미는 이바지 음식으로 쓰인다. 부부가 찹쌀의 찰기처럼 궁합을 잘 맞춰 살라는 의미가 담긴 떡이다. 때로는 입마개떡이라 하여 친정에 왔다 돌아가는 딸의 손에 한 되쯤 보내기도 한다. 시집에 가서 입을 다물고 살라는 뜻이 있고, 시집 식구들에게 딸의 잘못에도 너그럽게 입을 닫아달라는 메시지도 들어 있다. 이런 것들을 담아내는 작가의 예리한 관찰력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손에 눈에 잡힐 듯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하지윤은 등단 10년 차를 넘긴 울산지역 중견 수필가다. 그의 수필은 따뜻하여 치유수필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만의 꽃이야기는 타고난 감수성과 섬세한 묘사로서 독자를 서정의 숲에 가둔다. 이런 기대 속에서 수필집 『수국이 피는 자리』가 발간되었다. 그의 첫 수필집은 분명 우리들의 눈을 높여주고, 그의 문학적 가치를 널리 확인시켜 줄 것으로 믿는다.
- 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목차
목차
문
가을 단상
기억의 저편
꽃이 지는 자리
축지법
기억 속의 달밤
살구꽃이 필 때면
임진강
고향으로 가는 길
다슬기를 녹이며
제2부 우물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매화 1
매화 2
매화 3
오월
참새 유감
수의
커피가 있는 풍경
강변의 저녁
매미소리
제3부 자리
자리
우물
명당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옛길
봄을 캐다
안개꽃을 보면
마중
인절미
제4부 여백
여백
여름 저수지
한계령
정원이 있는 풍경
모란이 질 무렵
수국
반지
콩잎장아찌
가을
제5부 빈집
빈집
보슬비 오는 거리
용두산
간극
어떤 만남
불일암에서
가을이 시켜서
비워내기
병실에서
해바라기
발문
저자
저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2006년 『문학공간』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현재 울산문인협회, ?나수필가협회 울산중구문학회 회원이며, 사단법인 수로꽃에술원 수인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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