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의 강(우리시대의 수필작가선)
임윤교 수필집
허송세월만 할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끈을 잇고 싶었다. 나의 나태함을 책망하기라도 하듯 십 오년이 넘도록 계간지를 보내 주신 문인이 계셨다. 문단의 동향과 흐름을 파악하면서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금 아니면 영영 붙들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문인을 통해 폐색이 짙은 혈관에 신선한 수혈을 받으면서 가슴에 숯불을 피워댔다. 숯 검댕이가 되도 미흡한 내 실력 탓에 절창은 나오지 않았다. 지도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올린다. 훗날 연기에 질식해 있든가 아니면 적당히 훈제되어 익어있을 나를 기다리면서. 보잘 것 없는 글이라 수필이 아닌 소설의 행간 뒤로 숨고 싶었다. 그러나 물줄기의 근원은 언제나 가는 실타래로 시작되기에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흘러 보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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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임윤교의 《레테의 강》에 부쳐서
강돈묵(문학평론가)
1. 들어가면서
수필은 태생적으로 작가의 체험과 밀착되어 있어 자칫 잘못하면 현상의 기록에 멈추는 우매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을 끌어안고 있다. 작가가 소유한 삶 속에서 글감으로 취택한 것은 나름 의미 있다 하겠지만,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그것이 함유하고 있는 의미를 찾아 작가의 삶으로 걸러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글감은 작가의 가치관에 의해 재해석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를 '낯설게 보기(해석)'라 한다. 가치 개념의 수필은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판가름 난다. 물론 해석을 뒷받침해 주는 적합한 형식이 따라야 하겠지만, 선행되어야 할 것은 해석이다. 모든 문학은 참신한 글감, 참신한 해석, 참신한 형상화가 이루어지면 성공한다.
작가 임윤교의 수필은 철저하게 이런 과정을 충실히 이행한 것들의 집합이다. 그의 수필의 영역에는 언제나 자신의 삶의 정체성을 찾아 나선 흔적으로 도배되어 있다. 그의 삶에서 주운 글감들은 모두 그대로 멈춰 있기를 거부하고 커다란 의미로 다시 재탄생한다. 풀, 꽃, 바람, 별, 반딧불이, 사금파리…. 일상인들의 눈에는 그냥 스치는 작은 것들에 불과하지만, 그의 눈 프리즘을 통과하면 다시 커다란 생명을 부여 받는다. 이러한 것들은 작가 임윤교만이 가지고 있는 심안으로 '낯설게 보기'의 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하다. 작가의 심안에 잡힌 것들이 새로운 얼굴을 하고 독자 앞에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복일지도 모른다. 해석의 귀재를 만나기가 그리 쉽겠는가.
2. 레테의 강을 건너는 임윤교의 수필문법
작가 임윤교의 수필세계를 만나기 위해 우선 그가 건너온 〈레테의 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는 오래 전에 수필문학에 입문하였으나 한동안 방황의 늪에 빠져 있었다. 전혀 붓을 잡지 못했을 뿐더러 기왕에 가지고 있던 수필까지도 떠나보낼 정도로, 그 늪은 깊었다. 그러나 그 공백기는 더 춥고 서러워 애써 글을 외면하려 해도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참아낼 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의 가슴은 집필의 욕망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다시 그 강을 건너와 집필에 전념할 수 있음에 스스로 놀라고 감사한다. 그에게 수필은 자신을 치유하는 명약 중의 명약이라 여긴 까닭이다. 그러기에 다시 수필의 품에 안겨 첫 수필집을 내며 주저함이 없이 《레테의 강》을 문패로 골라잡은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작가 임윤교의 수필이 얼마나 치열하고 진지한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레테의 강〉은 작가가 지금까지 걸어온 수필의 길을 고백하고 있다. 진정 수필이 고백의 문학임에 밀착하는 몸부림이다.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그 무엇이 작가를 불러일으켜 집필에 다시 들게 했다. 그만큼 임윤교에 있어서 문학은 절실한 욕구에서 피어난다. 기왕의 습작노트를 강물에 띄워 보낸 그가 가슴 답답하여 백지만 펼쳐 놓고 오랜 시간 고통스러워했던 병은 다시 집필에 듦으로써 치유 받은 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미완의 글들이 다시금 글 이랑을 갈아엎으며 용을 쓰는' 과정을 거쳐 그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잡초 뽑기', '잔돌 고르기', '팔다리의 통증 참아내기', '자연에 한눈팔기' 등은 그가 글밭을 일구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고 진지하게 임했는지를 말해 주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사물을 인지하려는 습작 태도를 끝까지 견지한다. 탐탐치 않은 글에서 풍기는 묵은 곰팡내를 없애기 위해 볕 좋은 날에 툴툴 털어 너는 그의 모습은 퇴고의 터널을 지나는 고달픔이다.
목차
목차
1
레테의 강
해오름의 강가
봄의 단상
비밀스러운 밭
산길을 걸으며
나만의 수장고
가창산담
소확행
초롱박 그늘아래
별
나야 나
2
수필산방
부쳐 봄직한 편지
사량
하사미리 가는 길
슬픈 옥이
엄마꽃
껍데기를 위한 연가
엄마의 생
자수
민들레의 기도
가미소
3
꽃
부레옥잠
자화상 소묘
살아있는 화석
숲
바람
소나무
참꽃
헷갈림
증편
매듭
모시
4
마음 속의 집
풍금
눈물방울
주상절리를 품다
폐사지
절명여
외씨 버선
고향
느림에 대하여
모시옷 이야기
납월회일
해설 / 강돈묵
저자
저자
현재 경남 창원에서 문단활동을 하고 있다.
제48회 개천예술제 산문부 대상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2000년 '현대수필'로 등단했다.
창원문인협회, 한국에세이포럼, 소나무5길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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