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을 찾아서(우리시대의 수필작가 58)
박동조 수필집
박동조 수필집 『동심을 찾아서』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으며 〈날고 싶은 아이〉, 〈맏딸〉, 〈일곱 살 여름 일기〉, 〈눈깔사탕〉, 〈돈맹〉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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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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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간이 있기는 했다. 아직 수필의 얼굴을 모를 때였다. 눈뜨지 못한 강아지가 냄새만으로 어미의 품속을 알아보듯 체화된 언어의 냄새로만 문학의 얼굴을 짐작했다. 살아온 내력이 주저리주저리 담긴 글, 손길 가는 대로 알록달록한 언어로 문장을 엮은 글이 다 수필인 줄 알았다.
내가 쓰는 글이 일기인지 수기인지 갈래도 모르고 썼다. 주제는 머리에 없었다. 구성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독자는 오로지 나 하나여서 내 마음에 들게 쓰면 그만이었다. 지나온 삶의 궤적을 더듬다 눈물을 쏟거나, 어려움을 극복한 스스로가 장해서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도 있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만들면 나 혼자서 우쭐하기도 했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이가 읽게 되면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남에게 보이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갖출 요건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나의 완성된 수필이 되기 위해서는 주춧돌이, 기둥이, 지붕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글자로 짓는 건축물이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무수한 이론은 나를 주눅 들게 했다. 독자를 붙잡을 서두의 미끼는 쉬 만들어지지 않았고, 어떻게 전개를 해야 참신하고 놀라우며 흥미로운 글이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글을 시작할 때는 서울을 가려고 나선 길이 걸핏하면 삼천포로 빠져 갈팡거렸다. 기껏, 여운 있는 끝맺음을 위해 잠 못 이루며 방향을 수정한 글이 아침에 읽으면 맹탕일 때는 하늘이 노랬다.
다행스레 내게는 '그'가 있었다. 그 사람이 겪은 고통과 절망이 그리고 병고로 비롯된 여러 얘기가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분노를 삭이며 만든 그의 조각이 내가 쓴 수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도 있었고, 내가 쓴 글이 그의 조각으로 재탄생할 때도 있었다. 그는 내게 지팡이 같은 존재였다. 주저하고 절망하는 나를 어르고 달래 글을 쓰게 했다. 종래는 두려움을 떨치고 책을 묶게 했다.
책 한 권을 엮고 나자 내 안에 있는 감성은 바닥이 났다. 진액이 빠져나간 메마른 가슴으로 글을 쓴다는 건 불가능했다.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써야 한다는 의무감의 무게에 이끌려 책상 앞에 앉으면 생각만 오락가락할 뿐 문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안 쓴다고 뭐라고 할 사람도, 내 글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독자도 없는데 빚진 사람처럼 마음이 불편했다. 그나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동안은 마음의 불편을 잊을 수 있었다. 문제는 공부하기 싫은 아이가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로 가리고 만화를 읽듯, 컴퓨터 모니터에 제목 하나 달랑 적어놓고 하릴없이 인터넷을 뒤적이고 카페를 들락거리는 내 모습이었다.
내게 수필은 무엇일까? 왜 수필에 목을 다는가? 고행이라 하면서 왜 꾸역꾸역 쓰려고 하는가? 행복해서 쓰는 것도 아니라면서, 사랑해서 쓰는 건 더더구나 아니라면서 왜 수필을 쓰려고 안달하는가? 자문해 본다. '운명이라서, 내 발로 찾아든 덫이라서, 내가 존재하는 이유라서.' 수필을 쓴다.
어릴 적, 수필가가 되겠다는 꿈을 꾼 기억이 없다. 문학의 열렬한 소비자였던 내가 때늦은 나이에 독자를 기다리며 글을 쓰는 모습은 '운명'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문자 한 줄이라도 정확하게 쓰고자 찾아간 글쓰기 교실에서 족쇄 같은 수필을 만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수필에서 벗어난들 갈 곳이 없다. 문학은 내게 숨을 쉬게 하는 마지막 이유이며, 언제나 머물러도 되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래서 나는 문학을 떠나지 못한다. 피 흘리는 심정으로 글을 쓰면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글, 곡진한 삶에 한 줄기 미풍처럼 위로가 되는 수필 한 편 건질지 누가 아느냐고 오늘도 꾸역꾸역 모니터를 연다.
목차
목차
날고 싶은 아이
맏딸
일곱 살 여름 일기
눈깔사탕
돈맹
뒤늦은 사죄
밀주
주먹을 쥐다
거짓말
워리
애장산
제 2 부 오래된 이야기
오래된 이야기
어떤 사춘기
달밤
고자질
그 겨울의 전쟁
닭 도둑
불이야
새끼돼지 일곱 마리
계사당번아이들과 군인아저씨
점심시간
소와 나
제 3 부 물소리
물소리
며느리 자랑
케렌시아
청복
짝퉁 얼굴
똥간갤러리
목각장이의 유토피아
자가수표
손녀와 할아버지
비눗방울
제 4 부 불빛
불빛
디디티 고考
제 눈
잔인한 봄날
이별 준비
영혼 없는 말
심야버스 풍경
말 눈가리개
마수
귀뚜라미 장가보내기
보릿고개와 헬조선
목도리 도마뱀
저자
저자
2013년 계간 《수필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하였고,
제5회 〈천강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수상하였으며,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으로 작품집 『거미』를 출간했다
한국문인협회, 에세이울산문학회, 수필세계작가회, 한국에세이포럼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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