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사랑이어라
진도 대마도 시/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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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촌스럽기도 하지
참 섬스럽기도 하지
- 웅숭깊은 시선으로 길어올린
진도 대마도의 삶과 풍경과 사람
봄날의 도다리쑥국 같은 시와 사진들이다.
순하고 향기롭고 또 절절 끓여낸 그만큼으로 찐하고 그윽하다.
삶이 버거워 한기 드는 저녁, 위로와 용기를 그 무엇도 아닌 도다리쑥국으로 전하고픈 이의 연륜과 다순 마음 깃들었다.
대마도에서 보건진료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순태(71)씨가 펴낸 시사진집 《살아보니 사랑이어라》(전라도닷컴).
진도 조도면에 새떼처럼 뜬 섬들 중의 하나인 대마도,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흘러흘러 1시간40분만에 닿는 그 섬에서 산 지난 3년 세월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가 아니라 그곳을 살고 있는 자가 건넬 수 있는 웅숭깊은 시선으로 대마도의 삶과 풍경과 사람을 길어올렸다. 사람들은 물론 청둥오리, 염소, 제비 등등에 이르기까지 섬의 모든 주민들을 아우르는 시들이다.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숭어’, 철철이 생선 이름 붙여 계절을 건너가듯 섬살이를 그렸다. 마음에 앵길 때마다 이무롭게 핸드폰으로 찍어버릇한 섬 풍경들이 시와 짝을 이룬다.
참 섬스럽기도 하지
- 웅숭깊은 시선으로 길어올린
진도 대마도의 삶과 풍경과 사람
봄날의 도다리쑥국 같은 시와 사진들이다.
순하고 향기롭고 또 절절 끓여낸 그만큼으로 찐하고 그윽하다.
삶이 버거워 한기 드는 저녁, 위로와 용기를 그 무엇도 아닌 도다리쑥국으로 전하고픈 이의 연륜과 다순 마음 깃들었다.
대마도에서 보건진료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순태(71)씨가 펴낸 시사진집 《살아보니 사랑이어라》(전라도닷컴).
진도 조도면에 새떼처럼 뜬 섬들 중의 하나인 대마도,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흘러흘러 1시간40분만에 닿는 그 섬에서 산 지난 3년 세월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가 아니라 그곳을 살고 있는 자가 건넬 수 있는 웅숭깊은 시선으로 대마도의 삶과 풍경과 사람을 길어올렸다. 사람들은 물론 청둥오리, 염소, 제비 등등에 이르기까지 섬의 모든 주민들을 아우르는 시들이다.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숭어’, 철철이 생선 이름 붙여 계절을 건너가듯 섬살이를 그렸다. 마음에 앵길 때마다 이무롭게 핸드폰으로 찍어버릇한 섬 풍경들이 시와 짝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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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바다를 날마다 보기 위해 오롯이 보기 위해
〈바다를 보기 위해/ 날마다 보기 위해/ 오롯이 보기 위해/ 나는 섬으로 왔다〉('이유' 중)
경상도에서 전라도 이 먼데섬까지 온 이유다.
마당에 바다를 들여놓은 진료소, 그곳이 그의 직장이자 살림의 터전이다.
태어난 곳이 낙동강 지류인 경북 경산 금호강 속 작은 삼각지.
간호사가 되어 종합병원과 산간 오지마을 보건진료소장으로 30여 년 일하다 퇴직한 뒤 대마도 보건진료소 근무를 지원했다. 섬살이를 '꿈 목록 1번'으로 품은 지 오래다.
2017년 7월, 대마도에 처음 들어올 때 이틀이나 팽목항에서 발이 묶였다. 안개 때문이었다.
〈…섬에는 아무나 들어오는 게 아니예요/ 검문을 받아야 합니다/ 내가 처음 대마도에 오려 했을 때/ 만 이틀 팽목항에서 검문을 받았지 뭡니까//
헤엄은 치느냐/ 물때를 아느냐/ 바람이 뭣이냐/ 소소리바람과 소슬바람을 아느냐…〉('안개' 중)
"섬생활이란 이런 거구나 절감하고 들어왔어요."
〈고동을 줍고/ 고기를 잡고/ 고사리 꺾고// 대마도 고씨들/ 나가 완전 접수해 부렀어라…〉('가고 싶은 섬 2' 중)
이제 그런 넉살을 떨 수 있을 만치 섬의 시간이 채곡채곡 쌓였다.
육지에서는 마파람인지 샛바람인지 모르고 살다가 바람을 알게 되고 물때라는 시간을 알게 됐다. 태풍, 결항, 피항, 선창, 갯바위, 조락, 군소, 보말, 박대, 서대, 조피볼락 같은 말들이 일상으로 들어왔다. 책에도 갯내음이며 해무며 섬살이가 아니었더라면 배어들지 않았을 간간함이 가득하다.
일단, 병단, 모단, 용단… 섬 할매들의 삶
섬에 와서 그가 제일 먼저 치켜든 일은 마을 지도 그리기였다.
"누가 어디 사는지를 알아야 하잖아요. 한밤중에라도 누가 전화 걸어서 아프다 하면 제가 얼른 그 집에 달려가야 하는데 집을 모르면 안되잖아요."
걸음걸음 집집이 섬을 더트며 지도를 그렸다. 사람들 이름을 빨리 익히려고 얼굴 사진을 찍어서 사진 밑에 이름을 적어서 공부하듯 외웠다.
1구와 2구를 합해 60여 가구, 주민은 100여 명. 그런 정성으로 섬 할매들과 주민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일단, 병단, 모단, 용단/ 애심, 충심, 은심, 효심, 포심, 공심…〉('유배의 땅' 중)
섬 할매들의 애잔한 이름과 징하고 장한 삶이 그의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섬의 현실, 섬 각시가 섬 할매가 되어 이윽고 하나둘 세상을 뜨는 적막한 현실이 담긴 시들이 여럿이다.
〈아흔 여섯 해를 살았습니다/ 구십 년을 바닷가에서 살고/ 여섯 해를 요양원에서 살았습니다// 요양원에서/ 바다가 몹시 그립다고 했더니/ 죽어야 돌아갈 수 있다고 해서/ 나는 죽었습니다// 명지조개 눈뜨는 사월/ 명지조개 캐러 가고 싶어/ 나는 죽었습니다/ 죽어 가루가 되어 아들 품에 안겨/ 당신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이제 살 것 같습니다〉('바닷가 장례식' 전문)
섬이 당신의 한세상이고 우주였던 할매의 죽음. 할매도 섬을 떠받치는 존재였으리라. 그 할매들이 하나 둘 세상 뜬다. 가슴이 아리지만 '아, 이제 살 것 같습니다'에서 왠지 환한 안도감이 든다. 섬과 바다와 하나된 삶과 죽음이 거기 있다.
여전히 현역인 할매들의 꿋꿋함도, 삶의 뜨끈한 활기도 건져올려낸다.
톳 양식이 주업인 섬. 겨울 초입이면 다음해 톳 농사를 앞두고 '일없이 놀던 다리 고장난 할멈들도 이 집 저 집 불려 다니는 아르바이트 일감'이 밀려든다. 그 일하는 정경이 선연하고 물큰하다.
〈…일없던 빈손에 만원 몇 장 쥐어보는 일/ 아직 다 식지 않았음을 꺼지지 않은 불씨임을/ 증명하는 일/ 하루 세끼 따순 밥도 좋고/ 얼굴 맞대는 것은 더 좋고/ 다리 허리가 좀 아픈들 대수이랴/ 콧물 재채기 감기인들 못 나누랴/ 갯내음 집안 가득 들여놓고/ 팔순의 할멈들 모여 앉아/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청춘을 불러오는 일에 버금가는 것〉('겨울 초입' 중)
"아그들, 그 말이 그렇게 정감있더라고예"
그가 좋아하는 전라도말 중 하나는 '아그들'.
"할머니들이 자식들을 아그들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그렇게 정감있더라고예." 경상도에서 쓰는 '아덜'과는 또다른 맛을 느꼈다. '아그들'이 나오는 시가 있다.
〈…할머니는 마당가 감나무를 손끝으로 가리키더니/ 주먹을 쥐어 보이며 감꽃처럼 웃으신다/ 감나무에 새 잎 돋고 여름이 그 위를 지나가면/ 기적처럼 주먹만 한 감이 열릴 것이란 상상을 하신 것이다/ 다리 허리가 아프시다고 늘 찡그리시던 할머니가/ 자신의 젖가슴을 흔들며 감꽃처럼 웃으시는 것은/ 아그들이 오면 그 주먹만 한 감을 먹일 것이라는/ 할머니만의 수화임을/ 나는 안다〉('농아 할머니'중)
"진료소 바로 옆에 농아 할머니가 사시는데 그 분은 자식들을 표현할 때 꼭 당신 가슴을 만지는 거라예. 젖먹여 키웠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고, 가슴 속에 늘 있는 존재라는 말 같기도 하고. 그 모습이 참 마음에 다가왔어요."
"시험은 또 무슨 시험? 암시랑토 않구만"
섬의 생존조건은 가혹하다. 바다에 생사가 걸려 있다. 바다가 뒤집히고, 울고, 부수고, 끝장낼 듯한 그런 날들을 수없이 겪어내고 또 살아낸다.
〈…살아야 한다/ 살아서 자식들을 키워야 한다/ 저 흙속에 무 씨도 쪽파 씨도 키워야 하고/ 물속에 어린 새끼들도 키워야 한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태풍 솔릭' 중)
말리는 것은 섬의 일상이다. 눈물도 기다림도 말린다.
〈…마음속에 기다림을 묻고 사는 사람들/ 마파람 샛바람에 톳을 말리고/ 미역 다시마 우뭇가사리를 말리고/ 그리움에 젖은 눈시울을 말린다〉('우체부' 중)
바다 너머 육지에 사는 자식들 향한 그리움 깊다.
〈선선한 하늬바람/ 따끈한 마른 햇볕/ 장어 우럭 광어 서대/ 나란히 누워 몸을 말리고 있다// 추석이 올 것이다/ 꾸덕꾸덕 말라진 놈들 채반 위에 쪄서/ 아그들 입으로 들어가는 오진꼴을/ 못내 보고자븐 홀어매는 펴고, 뒤끼고, 매만지고/ 두드리고, 추리고, 까불고// 추석이 올 것이다/ 아그들이 올 것이다/ 죽은 지아비가 올 것이다// 올 가을에는〉('가을' 전문)
섬살이 몇 년이건만 수시로 안개는 그에게 시험지를 내민다.
〈안개가 또다시 시험지를 내민다/ 팔딱팔딱 뛰는 성질머리/ 아직도 못 죽였다고/ 앞으로 섬에 살 자격이 있는지/ 시험을 봐야 한단다…〉('저시정 경보' 중)
그도 이제 "시험은 또 무슨 시험? 잘 살고 있구만, 암시랑토 않구만"이라고 능청스레 대꾸할 줄 아는 섬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참을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그리움을 아는 사람으로, 마파람 샛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섬에서 살아간다.
"옛날엔 너무 부럽더라고예. 섬집 마당에 고기 널어진 것 보문, 하하."
그런 것이 좋아뵈던 사람인 그. 이제 빨래처럼 고기 널고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내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이/ 참 촌스럽기도 하지/ 참 섬스럽기도 하지〉('시금치 한 소쿠리' 중)
대마도에서 촌스럽게, 섬스럽게 살고 있다.
■ 해설
《살아보니 사랑이어라》는 대마도 섬의 사계절을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로 풀어낸 시집이다. 대개가 일상의 삶을 통한 시인 자신의 체험적 관조로 직조된 시로서 평이한 일상의 언어로 짜여져 쉽게 읽혀진다.
현학적인 지식의 남발이나 실없는 언어의 기교에 치우친 남용과 오류에서 벗어나 섬과 섬 주민들의 진솔한 삶을 시인의 형안(炯眼)을 통해 자연과 인간과의 삶을 재해석한 시편들이라 정겹다.
- 이일기 〈시인·문학예술 발행인〉
〈바다를 보기 위해/ 날마다 보기 위해/ 오롯이 보기 위해/ 나는 섬으로 왔다〉('이유' 중)
경상도에서 전라도 이 먼데섬까지 온 이유다.
마당에 바다를 들여놓은 진료소, 그곳이 그의 직장이자 살림의 터전이다.
태어난 곳이 낙동강 지류인 경북 경산 금호강 속 작은 삼각지.
간호사가 되어 종합병원과 산간 오지마을 보건진료소장으로 30여 년 일하다 퇴직한 뒤 대마도 보건진료소 근무를 지원했다. 섬살이를 '꿈 목록 1번'으로 품은 지 오래다.
2017년 7월, 대마도에 처음 들어올 때 이틀이나 팽목항에서 발이 묶였다. 안개 때문이었다.
〈…섬에는 아무나 들어오는 게 아니예요/ 검문을 받아야 합니다/ 내가 처음 대마도에 오려 했을 때/ 만 이틀 팽목항에서 검문을 받았지 뭡니까//
헤엄은 치느냐/ 물때를 아느냐/ 바람이 뭣이냐/ 소소리바람과 소슬바람을 아느냐…〉('안개' 중)
"섬생활이란 이런 거구나 절감하고 들어왔어요."
〈고동을 줍고/ 고기를 잡고/ 고사리 꺾고// 대마도 고씨들/ 나가 완전 접수해 부렀어라…〉('가고 싶은 섬 2' 중)
이제 그런 넉살을 떨 수 있을 만치 섬의 시간이 채곡채곡 쌓였다.
육지에서는 마파람인지 샛바람인지 모르고 살다가 바람을 알게 되고 물때라는 시간을 알게 됐다. 태풍, 결항, 피항, 선창, 갯바위, 조락, 군소, 보말, 박대, 서대, 조피볼락 같은 말들이 일상으로 들어왔다. 책에도 갯내음이며 해무며 섬살이가 아니었더라면 배어들지 않았을 간간함이 가득하다.
일단, 병단, 모단, 용단… 섬 할매들의 삶
섬에 와서 그가 제일 먼저 치켜든 일은 마을 지도 그리기였다.
"누가 어디 사는지를 알아야 하잖아요. 한밤중에라도 누가 전화 걸어서 아프다 하면 제가 얼른 그 집에 달려가야 하는데 집을 모르면 안되잖아요."
걸음걸음 집집이 섬을 더트며 지도를 그렸다. 사람들 이름을 빨리 익히려고 얼굴 사진을 찍어서 사진 밑에 이름을 적어서 공부하듯 외웠다.
1구와 2구를 합해 60여 가구, 주민은 100여 명. 그런 정성으로 섬 할매들과 주민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일단, 병단, 모단, 용단/ 애심, 충심, 은심, 효심, 포심, 공심…〉('유배의 땅' 중)
섬 할매들의 애잔한 이름과 징하고 장한 삶이 그의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섬의 현실, 섬 각시가 섬 할매가 되어 이윽고 하나둘 세상을 뜨는 적막한 현실이 담긴 시들이 여럿이다.
〈아흔 여섯 해를 살았습니다/ 구십 년을 바닷가에서 살고/ 여섯 해를 요양원에서 살았습니다// 요양원에서/ 바다가 몹시 그립다고 했더니/ 죽어야 돌아갈 수 있다고 해서/ 나는 죽었습니다// 명지조개 눈뜨는 사월/ 명지조개 캐러 가고 싶어/ 나는 죽었습니다/ 죽어 가루가 되어 아들 품에 안겨/ 당신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이제 살 것 같습니다〉('바닷가 장례식' 전문)
섬이 당신의 한세상이고 우주였던 할매의 죽음. 할매도 섬을 떠받치는 존재였으리라. 그 할매들이 하나 둘 세상 뜬다. 가슴이 아리지만 '아, 이제 살 것 같습니다'에서 왠지 환한 안도감이 든다. 섬과 바다와 하나된 삶과 죽음이 거기 있다.
여전히 현역인 할매들의 꿋꿋함도, 삶의 뜨끈한 활기도 건져올려낸다.
톳 양식이 주업인 섬. 겨울 초입이면 다음해 톳 농사를 앞두고 '일없이 놀던 다리 고장난 할멈들도 이 집 저 집 불려 다니는 아르바이트 일감'이 밀려든다. 그 일하는 정경이 선연하고 물큰하다.
〈…일없던 빈손에 만원 몇 장 쥐어보는 일/ 아직 다 식지 않았음을 꺼지지 않은 불씨임을/ 증명하는 일/ 하루 세끼 따순 밥도 좋고/ 얼굴 맞대는 것은 더 좋고/ 다리 허리가 좀 아픈들 대수이랴/ 콧물 재채기 감기인들 못 나누랴/ 갯내음 집안 가득 들여놓고/ 팔순의 할멈들 모여 앉아/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청춘을 불러오는 일에 버금가는 것〉('겨울 초입' 중)
"아그들, 그 말이 그렇게 정감있더라고예"
그가 좋아하는 전라도말 중 하나는 '아그들'.
"할머니들이 자식들을 아그들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그렇게 정감있더라고예." 경상도에서 쓰는 '아덜'과는 또다른 맛을 느꼈다. '아그들'이 나오는 시가 있다.
〈…할머니는 마당가 감나무를 손끝으로 가리키더니/ 주먹을 쥐어 보이며 감꽃처럼 웃으신다/ 감나무에 새 잎 돋고 여름이 그 위를 지나가면/ 기적처럼 주먹만 한 감이 열릴 것이란 상상을 하신 것이다/ 다리 허리가 아프시다고 늘 찡그리시던 할머니가/ 자신의 젖가슴을 흔들며 감꽃처럼 웃으시는 것은/ 아그들이 오면 그 주먹만 한 감을 먹일 것이라는/ 할머니만의 수화임을/ 나는 안다〉('농아 할머니'중)
"진료소 바로 옆에 농아 할머니가 사시는데 그 분은 자식들을 표현할 때 꼭 당신 가슴을 만지는 거라예. 젖먹여 키웠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고, 가슴 속에 늘 있는 존재라는 말 같기도 하고. 그 모습이 참 마음에 다가왔어요."
"시험은 또 무슨 시험? 암시랑토 않구만"
섬의 생존조건은 가혹하다. 바다에 생사가 걸려 있다. 바다가 뒤집히고, 울고, 부수고, 끝장낼 듯한 그런 날들을 수없이 겪어내고 또 살아낸다.
〈…살아야 한다/ 살아서 자식들을 키워야 한다/ 저 흙속에 무 씨도 쪽파 씨도 키워야 하고/ 물속에 어린 새끼들도 키워야 한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태풍 솔릭' 중)
말리는 것은 섬의 일상이다. 눈물도 기다림도 말린다.
〈…마음속에 기다림을 묻고 사는 사람들/ 마파람 샛바람에 톳을 말리고/ 미역 다시마 우뭇가사리를 말리고/ 그리움에 젖은 눈시울을 말린다〉('우체부' 중)
바다 너머 육지에 사는 자식들 향한 그리움 깊다.
〈선선한 하늬바람/ 따끈한 마른 햇볕/ 장어 우럭 광어 서대/ 나란히 누워 몸을 말리고 있다// 추석이 올 것이다/ 꾸덕꾸덕 말라진 놈들 채반 위에 쪄서/ 아그들 입으로 들어가는 오진꼴을/ 못내 보고자븐 홀어매는 펴고, 뒤끼고, 매만지고/ 두드리고, 추리고, 까불고// 추석이 올 것이다/ 아그들이 올 것이다/ 죽은 지아비가 올 것이다// 올 가을에는〉('가을' 전문)
섬살이 몇 년이건만 수시로 안개는 그에게 시험지를 내민다.
〈안개가 또다시 시험지를 내민다/ 팔딱팔딱 뛰는 성질머리/ 아직도 못 죽였다고/ 앞으로 섬에 살 자격이 있는지/ 시험을 봐야 한단다…〉('저시정 경보' 중)
그도 이제 "시험은 또 무슨 시험? 잘 살고 있구만, 암시랑토 않구만"이라고 능청스레 대꾸할 줄 아는 섬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참을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그리움을 아는 사람으로, 마파람 샛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섬에서 살아간다.
"옛날엔 너무 부럽더라고예. 섬집 마당에 고기 널어진 것 보문, 하하."
그런 것이 좋아뵈던 사람인 그. 이제 빨래처럼 고기 널고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내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이/ 참 촌스럽기도 하지/ 참 섬스럽기도 하지〉('시금치 한 소쿠리' 중)
대마도에서 촌스럽게, 섬스럽게 살고 있다.
■ 해설
《살아보니 사랑이어라》는 대마도 섬의 사계절을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로 풀어낸 시집이다. 대개가 일상의 삶을 통한 시인 자신의 체험적 관조로 직조된 시로서 평이한 일상의 언어로 짜여져 쉽게 읽혀진다.
현학적인 지식의 남발이나 실없는 언어의 기교에 치우친 남용과 오류에서 벗어나 섬과 섬 주민들의 진솔한 삶을 시인의 형안(炯眼)을 통해 자연과 인간과의 삶을 재해석한 시편들이라 정겹다.
- 이일기 〈시인·문학예술 발행인〉
목차
목차
007_ 序詩 - 바다의 노래
■ 봄 - 도다리
015_ 봄
017_ 봄 봄
018_ 도다리쑥국
020_ 행복
023_ 3월 풍경
025_ 4월 풍경
027_ 군소(바다토끼)
029_ 바닷가 장례식
031_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032_ 가고 싶은 섬 1
035_ 가고 싶은 섬 2
039_ 농아 할머니
041_ 중재(仲裁)
042_ 5월 풍경
044_ 아침 산책
047_ 6월 풍경
049_ 기해년(己亥年) 봄
051_ 구인광고
■ 여름 - 민어
055_ 여름
057_ 우체부
059_ 여섯 살 서연이
060_ 어매 1
063_ 어매 2
065_ 달
066_ 여름 손님
069_ 정자
071_ 남의 말을 하지 맙시다
073_ 태풍 솔릭
075_ 태풍 이비인후과
078_ 어느 노인의 고백
081_ 제비와 캥거루
082_ 안개
084_ 저시정 경보
086_ 유배의 땅
089_ 살아보니
091_ 장기 기증
093_ 이유
■ 가을 - 전어
097_ 가을
099_ 가을비 오는 날
101_ 해님의 일과
103_ 춤추고 싶은 날
105_ 우리 섬 대마도
107_ 병어조림
111_ 수요일에 종소리
112_ 눈물샘
114_ 사는 것이 죄
117_ 은인
119_ 땟마의 눈물
120_ 낚시
123_ 낙지잡이 현역
125_ 바보
127_ 고발장
129_ 화합가(和合歌)
131_ 폐선
133_ 빈집
134_ 호상(好喪)
137_ 단풍바다
■겨울 - 숭어
140_ 겨울 초입
143_ 꽃
145_ 한때는
147_ 결항 1
149_ 결항 2
151_ 인공관절
153_ 겨울 손님
155_ 섬 살이
156_ 멸치배의 겨울
158_ 겨울에 꾸는 꿈
161_ 졸업
163_ 경로당 발전소
164_ 선창
167_ 고향
169_ 게울타리고둥
171_ 시금치 한 소쿠리
173_ 동행
174_ 누가 울거든
177_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178_ 시인의 말
180_ 해설 | 대마도 섬시인의 진솔한 사랑의 원형(原形) _ 이일기
■ 봄 - 도다리
015_ 봄
017_ 봄 봄
018_ 도다리쑥국
020_ 행복
023_ 3월 풍경
025_ 4월 풍경
027_ 군소(바다토끼)
029_ 바닷가 장례식
031_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032_ 가고 싶은 섬 1
035_ 가고 싶은 섬 2
039_ 농아 할머니
041_ 중재(仲裁)
042_ 5월 풍경
044_ 아침 산책
047_ 6월 풍경
049_ 기해년(己亥年) 봄
051_ 구인광고
■ 여름 - 민어
055_ 여름
057_ 우체부
059_ 여섯 살 서연이
060_ 어매 1
063_ 어매 2
065_ 달
066_ 여름 손님
069_ 정자
071_ 남의 말을 하지 맙시다
073_ 태풍 솔릭
075_ 태풍 이비인후과
078_ 어느 노인의 고백
081_ 제비와 캥거루
082_ 안개
084_ 저시정 경보
086_ 유배의 땅
089_ 살아보니
091_ 장기 기증
093_ 이유
■ 가을 - 전어
097_ 가을
099_ 가을비 오는 날
101_ 해님의 일과
103_ 춤추고 싶은 날
105_ 우리 섬 대마도
107_ 병어조림
111_ 수요일에 종소리
112_ 눈물샘
114_ 사는 것이 죄
117_ 은인
119_ 땟마의 눈물
120_ 낚시
123_ 낙지잡이 현역
125_ 바보
127_ 고발장
129_ 화합가(和合歌)
131_ 폐선
133_ 빈집
134_ 호상(好喪)
137_ 단풍바다
■겨울 - 숭어
140_ 겨울 초입
143_ 꽃
145_ 한때는
147_ 결항 1
149_ 결항 2
151_ 인공관절
153_ 겨울 손님
155_ 섬 살이
156_ 멸치배의 겨울
158_ 겨울에 꾸는 꿈
161_ 졸업
163_ 경로당 발전소
164_ 선창
167_ 고향
169_ 게울타리고둥
171_ 시금치 한 소쿠리
173_ 동행
174_ 누가 울거든
177_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178_ 시인의 말
180_ 해설 | 대마도 섬시인의 진솔한 사랑의 원형(原形) _ 이일기
저자
저자
이순태
1950년 경북 경산 금호강 속 작은 삼각지에서 태어나 간호사가 되었고, 종합병원과 오지마을 보건진료소장으로 30여 년 일했다.
현재 진도군 조도면 대마도보건진료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2018년 계간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했으며, 부지런히 시를 쓰고 사진을 찍어온 지는 꽤 오래 되었다.
《살아보니 사랑이어라》가 첫 시사진집이다.
현재 진도군 조도면 대마도보건진료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2018년 계간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했으며, 부지런히 시를 쓰고 사진을 찍어온 지는 꽤 오래 되었다.
《살아보니 사랑이어라》가 첫 시사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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