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어느 숲지기의 꿈 | 최병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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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의 시집 『나무처럼』은 시인이 나무를 통하여 삶의 깊이를 체득하고 발견하는 양상이다. 나무에 대한 그의 애정과 사색은 젊은 시절부터 산림청 공무원으로 살아온 직업의식이 세월과 더불어 철학적 이념으로 심화된 것이다. 시인은 나무를 자신과 동일화의 과정 즉 일체감으로 인식한다. 나무가 곧 시인 자신이며 나무의 생애와 애환이 자신의 그것으로 치환된다. 그런 점에서 그는 나무를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한 걸음 나아가 새로운 자아를 확장한다고 보겠다.
이 시인은 대체로 세 가지 방향에서 시의 세계에 접근한다. 첫째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국가에 대한 애정과 충성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도덕적 이념적 지향성의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들은 때로는 태초의 창조신화로 거슬러 오르기도 하는 거대담론의 축을 형성한다. 이에 비해서 상당수의 작품들은 일상적 삶에서 자기발견과 성찰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나무를 매개로 하는 작품들이 많지만, 그 외에도 여행지의 감상이나 삶의 사소한 영역도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시인은 감정의 절제 속에서 대상을 이성적으로 또는 합리적으로 관조한다. 그리고 세심한 관찰을 통하여 새로운 진실의 발견이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이는 우주의 재창조라는 시 창작 본래의 영역에 근접하려는 시인의 노력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경향은 인간의 본성적인 순박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시인의 내적 감정이 순수한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다. 아버지를 회상하는 일련의 작품들이나 내적욕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소박한 서정시들이다. 인간본연의 정서나 내재적 욕망은 대체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그대로가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들을 염두에 두고 이 시인의 작품 세계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나무’를 통한 정체성 확인과 자아의 확장, 홍성암 문학박사 전 동덕여대 교수).
이 시인은 대체로 세 가지 방향에서 시의 세계에 접근한다. 첫째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국가에 대한 애정과 충성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도덕적 이념적 지향성의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들은 때로는 태초의 창조신화로 거슬러 오르기도 하는 거대담론의 축을 형성한다. 이에 비해서 상당수의 작품들은 일상적 삶에서 자기발견과 성찰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나무를 매개로 하는 작품들이 많지만, 그 외에도 여행지의 감상이나 삶의 사소한 영역도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시인은 감정의 절제 속에서 대상을 이성적으로 또는 합리적으로 관조한다. 그리고 세심한 관찰을 통하여 새로운 진실의 발견이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이는 우주의 재창조라는 시 창작 본래의 영역에 근접하려는 시인의 노력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경향은 인간의 본성적인 순박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시인의 내적 감정이 순수한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다. 아버지를 회상하는 일련의 작품들이나 내적욕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소박한 서정시들이다. 인간본연의 정서나 내재적 욕망은 대체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그대로가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들을 염두에 두고 이 시인의 작품 세계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나무’를 통한 정체성 확인과 자아의 확장, 홍성암 문학박사 전 동덕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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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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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지향의 거대 담론
최병암 시인의 시적 담론에는 이상적인 민족관 내지 국가관이 거대 담론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공복으로서 자신의 임무를 이념화한 양상으로도 이해하게 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시들이 지나치게 개인화되어 왜소한 감상적 한풀이식 서술로 축소되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이 시인의 이러한 담론은 시의바람직한 발전에 기여하리라고 생각한다.
산림문학회가 수여한 제3회 '산림문학상'(2017년 3월) 수상작으로 「덕유산 주목」이 선정된 바가 있다. 이 때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주목하면서 "시인의 꾸준한 창작에의 열정과 특히 근래에 발표된 시들에서 보이는 왜소한 서정에서 벗어나 자연이 지닌 웅혼한 기개를 드러내려는 그 기상"에 주목한다고 밝힌바가 있다.
이미 죽은 지 족히 천년 가까운
네 잔해를 보노니
저는 북풍 모진 겨울바람을 견디려
그 몸을 더욱 날카롭게 세웠구나.
서릿발보다 날선 비수 같은 네 몸으로
감히 저 높은 하늘을 찔러
이 넓은 하늘이 저리도 새파래졌느냐.
- 「덕유산 주목」의 일부-
이 작품은 덕산德山으로 불리는 덕유산과 '서릿발보다 날 선 비수'로 비유된 고사목의 대비가 즉, '어머니/아들'의 대립항으로부터 '주목/광활한 하늘'로 확장시키는 놀라운 발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작은 간난에도 일희일비하는 보통사람들의 하산下山이 상징하는 사랑의 충전이 오늘의 삶을 정화시키는 위로로 다가오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게 한다는 뛰어난 표현력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거대담론으로서의 시편들은 다음에서도 살피게 된다.
태초에 하늘 열리고
온 땅이 요동칠 때
하늘에서 내린
하느님의 정수 받들려
세상 모든 산들이 일제히 일어나다
오직 한 곳 점지 받은 이곳
아! 백두여!
여기서 비로소 우리 땅이 시작하고
한반도는 오롯이 신령한 땅이 되었구나
- 「백두여! 아 천지여!」의 제1연 -
저 아득한 역사의 시초에
세상을 깨운 그 때부터 너는
분명 고귀한 직분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 셀 수 없이 많은 날
너희 족속은
특별히 구별된 제사장처럼
다른 모든 족속보다
가장 먼저 잠을 깨어
뭇 생명을 흔들어 일으키는구나.
- 「새벽닭」 중에서 -
앞의 시는 태초의 창조에서 시작되어 5천 년 전 단군임금에 의한 개국과 2천 년 전 고구려의 기상과 그 이후의 역사와 민족의 수난사를 다룬다. 그리고 오늘날의 민족적 중흥을 조명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개관하고 민족의 이상에 대한 꿈을 펼쳐 보인다. 한반도에 터전을 잡은 우리민족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이 느껴진다. 그런 조국을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후손만대 물려주어야 할 위대한 자산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뒤의 작품은 '새벽닭'을 소재로 한 것이다. 새벽닭이 우렁찬 목소리로 태양을 경배한 후에 하늘을 비상하려는 자세를 유지한다. 닭은 오래된 꿈을 실현하고자 분홍빛 여명에 물든 동쪽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그런 웅혼한 기개와 의지는 곧 우리 민족의 의지며 기개다. 동시에 이 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민족적 과제다. 자손만대에 빛나야할 민족적 과제를 "새벽닭"의 울음에 의탁해 본 것이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긍지와 사명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시인의 자세라고 하겠다. 두 작품이 지니는 소재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추구하는 이념이 지향하는 바가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상적 삶에서의 자기 발견과 성찰
앞의 시들이 이념지향적인데 비해서 상당수의 작품들은 일상적 삶에서 자기발견과 성찰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대체로 나무를 매개로 하는 작품들이 많지만, 그 외에도 여행지의 감상이나 삶의사소한 영역도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시인은 감정의 절제 속에서 대상을 이성적으로 또는합리적으로 관조한다. 그리고 세심한 관찰을 통하여 새로운 진실의 발견이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이는 우주의 재창조라는 시 창작 본래의 영역에 근접하려는 시인의 노력이기도 하다.
이 시집의 표제시인 『나무처럼』에서 시인은 나무에 대한관찰, 나무에 대한 사색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내고자 한다. 온갖 시련에도 말없이 기다리다가 봄이되면 새파란 이파리로 재생하는 나무의 삶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여름엔 비바람 겨울엔 눈보라
또 온갖 새들 몰려와
품은 열매 모두 쪼아내어도
말없이 기다리다 봄 되면 다시
새파란 이파리로 돋아나는 나무처럼
- 『나무처럼』의 일부 -
시인은 "나무처럼" 살겠다고 다짐한다. 오직 한 곳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면서도 하늘 높은 곳을 우러러 힘차게 가지를 뻗는 불굴의 기상을 본받고자 한다. 온갖 시련에도 굽히지 않고 모두를 포용하는 나무가 되고자 한다. 살생을 모르고 미물인 벌레까지도 모두 포용하면서 오로지 태양의 은총만을 갈구하는 그런 나무가 되고자 한다. 시인은 자연물인 나무의 본질을 관조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 하고 또한 자신이 추구해야 하는 이념의 지표로 삼고자 한다. 이는 나무와 자신을 동일시한 것이며 또한 나무를 통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참으로 합당하다
그 성품은 선비처럼
꼿꼿하고 깨끗하니
그 솔바람 맞으면
귀 밑 가 서늘해진다.
- 「정이품송」 중에서 -
이 시는 시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품성의 양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경우다. 항상 반듯하게 살고자 한다. 합당한 삶을 지향한다. 선비처럼 꼿꼿하고 깨끗하게 살고자 한다. 그런 기개를 배우고자 한다. 평생 욕심 없이 한 줌 햇빛으로 만족하는 삶. 소박하고 겸손한 삶. 그것이 시인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지표이기도 하다. 시인의 이런 청정무구한 심성은 곧 나무를 통해서 배우고 체득한 것이다. 산과나무와 더불어 평생 살아온 직업이 이념화된 것이다. 시집 전반에 걸쳐 발견되는 나무 관련 시들은 대부분 비슷한 체험의 소산이라고 하겠다.
이 시집에는 나무이외에도 풀과 꽃 같은 자연물 그리고 여행지의 체험 또는 사소한 삶의 일상사사도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물을 대하는 관조의 틀은 앞의 작품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시인 자신의 심성에서 자연스럽게 발로되는 심상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란한 수사를 피하고 사물의 본질로 곧바로 다가서는 우직함 때문일 것이다.
아무도 너를 보지 못해도
황금빛 꽃을 피우는구나
아무도 너를 찾지 않아도
천상의 향을 풍기는구나
- 「난초」 중에서 -
그곳은 정녕 신이 사는 땅
죄 있는 자 범접치 못할 거룩한 성전
천국으로 향하는 새하얀 오솔길을
참회하듯 숨죽이며 삼가 오른다
- 「곰배령」 중에서 -
수 많은 빛의 중첩
평생 쌓은 환희와 회한처럼
모두 한데 어우러진 찬란한 향연을 마치고
그렇게 하루가 끝나가고
그렇게 한 인생이 저물고 있구나
- 「일몰」 중에서 -
일련의 시들에서 보이는 바 시인이 대상에 접근하는 방법은 직접적이고 경험적이다. 그리하여 시인이 체득하는 대상에서의 진실은 곧 독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상을 바라보는 사색의 깊이 속에서 인간의 의식 또한 성숙되고 심화된다. 시인과 독자의 체험적 공유는 감동의 폭을 그만큼 확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삶의 성찰에 대한 진지함은 시인 자신의 인격도야이며 동시에 세계에 대한사색의 심화다. 그의 시들이 시인의 진지함으로 인해서 다분히 엄숙주의와 결부되지만 더러는 해학적인 시편 또한 없지 않다.
참 적나라하다
두껍게 껴입은 체면 벗어 걸고
힘껏 조였던 삶의 오기 끄르고
최후의 자존심마저 내리고 앉아
남에게 도저히 보여주기 부끄러운
욕망의 썩은 내 풀풀 날리며
내 속에서 지난 하루 내내
부글부글 끓어오른 증오
고민고민 꾹꾹 누른 회한
부들부들 밀려오던 긴장
순간순간 몸서리 친 이기
어서 빨리 나에게서 나가라고
온 몸에 힘을 준다
- 「배변의 잠시」 중에서 -
이 시는 용변의 철학이라고 할까 다분히 해학적인 표현이다. 이런 표현에서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일상적 삶의 한 단면을 사색하게 된다.
도덕적이고 규범적인 시인의 삶에서 문득 보이는 이런 해학은 감정의 카다르시스에 크게기여하리라고 본다. 인간은 고등한 신과 하등한 동물의 사이를 유동적으로 옮겨다니는 존재다. 지나친 엄숙주의에서 오는 삶의 불균형을 이런 식의 방법으로 해소함으로써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이 시인의 도덕적 성품과 의욕적인 직업의식 그리고 합리적 사고의 내면에는 이런 해학이 공존하고 있어서 삶의 여유로움과 타인에 대한 관대함 등이 가능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인생을 편협하고 각박한 현실로 가두지 않고 일말의 여유를 확보함으로써 큰 그릇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인간 본성적 감정의 자연스런 발로
최병암 시인은 교육받은 세대로서 고위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감정과 이성을 잘 관리해 온 슈퍼에고의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내면의 심연에는 인간 본성적인 서정이 넘치는 인물임을 시의여러 곳에서 감지되는데 특히 서정적인 짧은 시편들과 아버지를 회상하는 시편들에서 잘 표출되고 있다.
첩첩겹겹
산줄기
타래타래
실개천
몽실몽실
흰 구름
거침없는
마파람
- 「문장대」의 전문-
저 어쩔 수 없이
망연한 눈물
태초부터 쏟아져
가득한 슬픔
아득한 수평선에서부터
밀려오고 밀려오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 「바다」의 전문-
서정이 넘치는 이런 시들은 울컥 쏟아지는 눈물처럼 감정이 솟구치는 그대로를 표현한 것이다. 엄격한 직장생활의 바쁜 나날 속에서도 잠시 자신을 비우고 순수한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갔을 때의내밀한 의식 저 심층에서 솟아오르는 샘물같은 서정, 정서 그것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른 부차적인 설명이 필요 없는 감정그 자체를 대상화하여 보여준 것이다. 이런경우 시어는 서술의 매개물이 아니고 감정을 전달하는 대상 그 자체다.
첩첩 산, 타래타래 개천, 몽실몽실 구름 거침없는 바람. 자연 현상을 이처럼 간결하게 제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언어를 대상화 하는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자연을 어떤 설명적 매개 없이 직접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느낄수 있는 언어의 마술에 접할 수 있게된다. 즉 감정이입의 방법으로 우주를 들여다보는 언어의 마술을 이 시인은 상당히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를 회상하는 일련의 시편에서는 간절한 혈연적인 인간애와 더불어 헌신적 부모의 은혜에 감격하는 모습을 살피게 된다. 근래우리가 잃어버린 것 중의 하나가 부모의 은혜에 대한 고마움이 아닌가 싶다. 흔히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은"으로 표현되는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 인간의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것에 대한 인식, 그런 것들을 우리는 많이 잊고 산다. 우리 자신을 존재케 하는 가장 본원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부모에 대한 효도의 마음은 다음 시들을 통해서 살피게 된다.
아버지 보이셔요?
현충원 가는 길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요
도로를 따라 이팝나무들이
줄지어 활짝 피었어요.
5월의 눈부신 바람을 타고 들어온
이 하얀 꽃향기를 들이켜 보셔요.
- 「아버지를 품에 안고」의 제1연 -
이렇게 시작된 이 시는 "젊은 시절 늘 아픈 저를 업고 그 먼 도립병원까지 밤길을 쉬지 않고 뛰셨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 이어진다. 누구에게도 이와 비슷한 한두 개의 기억을 갖고 있으리라. 그러나 아버지는 우리가 효도할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가셨다. 그래서 평생 갚지 못하는 후회, 안타까움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놓쳐 버린 지난 날이 너무도 한스러운 것이다.
먼 옛날 초등학교 첫 등교 날
가난한 아버지는 내가 대견하다고
학교 교문 앞 허름한 구멍가게에서
크림빵 한 개 사주셨지.
- 「크림빵 한 개」의 초반부 -
돌아가시기 전 호스로 이유식만 삼년
아욱국 한 번 먹고 싶다던
야위고 늙으셨던 아버지…
아욱국 훌훌 드시던
그 옛날 젊으신 아버지 모시고
오늘 저녁은
아욱국을 먹고 싶다.
- 「아욱국」의 종반부 -
앞의 시는 하얀 구름 같은 크림빵이 먹기 아까워 작은 손에 쥐고 아버지만 돌아보는데 어떤 윗반 학생이 재빨리 그걸 채서 달아나 버린 이야기다. 교문 밖에서 어쩔 줄 모르고 내 이름만 부르시던 아버지. 그 때는 빼앗긴 크림빵 때문에 울었지만 지금은 교문 밖의 아버지가 생각나서 운다. 이런 단순한 서사는 그 단순성 때문에 더 감동적이다.
뒤의 시는 돌아가실 때의 아버지 모습이다. 이런 체험은 시인만의 것이 아니다. 시련의 역사를 살아온 독자들 모두의 몫이기도 하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지난날의 엄청난 시련들이 주마등 같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엔 미처 몰랐던 그런 아버지의 곤고한 삶이 성인이 된 지금에야 아프게 회상 된다. 아버지와 아욱국 한 번 같이 먹고 싶은 소박한 소망. 지금에 이르러 그런 소망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갚을 수 없는 큰 빚으로 남는다. 이런 정서를 확대하면 이 모든 것들이 우리민족의 수난사며 살아 있는 우리모두가 아버지의 세대에게 진 큰 빚이다. 이 시가 크게 공감을 주는 것은 이런 역사적 시련의 강을 함께 건넜던 모든 독자들과 그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인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은 이처럼 평범한 것들이다. 일상적이다. 누구에게나 흔히 발견되는 종류다. 문학이 감동적이기 위해서는 이런 일반화가 중요하다.
시인의 기억 속에 오래 잠들어 있던 회한의 심정을 꾸밈없이 직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서정의 불씨를 피우게 되는 것이다.
이제 첫 시집을 내는 최병암 시인은 이러한 자신의 시 세계가 자신의 시적 성장과 더불어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고 확장될 것인지를 항상 새롭게 탐색하면서 시의바다로 항해해야 하리라고 본다. 그리하여 인생에 대한 체험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을 통해서 자신을 보다 확장시키고 승화시키는 과정을 겪어야 하리라고 본다.
산림복지를 맡고 있는 고위직 공무원이 나무에게서 얻은 영감들을 서정 어린 언어로 끌어올려 한 권의 시집을 펴냈다.
'어느 숲지기의 꿈'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시집은 1993년 사무관으로 산림청에 임관한 뒤 지금까지 25년 동안 줄곧 나무와 동고동락해왔던 최병암 산림청 산림복지국장(52)이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84편의 시들로 엮어져 있다.
산림정책과장, 산림이용국장, 산림보호국장 등 요직을 두루 맡으며 나무와 불가불의 운명에 놓여 있던 시인은 재선충으로 소나무들이 몸살을 앓을 때에는 제주를 비롯한 전국 지방을 다니며 나무 옆을 지켰다.
그의 시 대부분은 자신의 일터이기도 한 자연에 대한 사랑과 경외가 가득 담겨있다. 산림 공무원으로서 부르는 나무 찬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을 닮아가기도 한 최 시인의 특징은 표제 시 <나무처럼>에서 잘 나타난다.
이 시에서 그는 "나무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드높은 이상을 품고 푸름을 잃지 않으면서 인간을 위해서는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헌신하는 위대한 존재"라고 소개한다.
'나무는 신과 가장 닮은 존재'라고 말하는 시인은 나무의 덕성을 찬미하며 나무를 닮아가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스스로를 각성시키는 자성가(自省歌)이자 세상을 일깨우는 경세문(警世文)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인에게는 사람도 한 그루의 나무이다. 초·목(草·木), 산·림(山·林), 자·연(自·然), 인·생(人·生) 등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나무처럼』에서 결국 나무의 나이테는 사람의 생으로 확장된다.
총 84편의 시 중에서 절반이 나무 얘기라면 나머지 절반은 사람 얘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시는 나무와 숲을 직접 노래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 시들은 그가 만났다 헤어진 동료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선물로 준 헌시이기도 하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정이품송」 등 잠깐 함께 일하다 헤어진 계약직 직원부터 위로는 퇴임하는 산림청장까지 주위 사람들을 위해 약 20년 이상 헌시를 쓴 시인 공직자로 산림청 내에 알려져 있다.
특히, 「어느 간벌목의 편지」는 유망한 부하직원이 '희생목'이 되어 전혀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을 나무에 빗대어 쓴 시다. 우리 곁에 우뚝 서서 든든한 힘이 되어 주던 나무가 어느 날 저 산등성이 너머에서 기계톱 소리가 들리면 영영 헤어지게 되듯이 유망한 부하 직원이 갑작스러운 변고로 전직하는 뒷모습을 보며 아픈 가슴을 달랜 시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아버지를 품에 안고」이다. 2년 전(2015년 5월 9일) 병들어 고생하시다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시며 북받쳐 오르는 천붕(天崩)의 눈물은 아름다운 시어들로 영글어졌다.
아버지 보이셔요? / 현충원 가는 길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요 / 도로를 따라 이팝나무들이 / 줄지어 활짝 피었어요.
이렇게 시작된 이 시는 "젊은 시절 늘 아픈 저를 업고 그 먼 도립병원까지 밤길을 쉬지 않고 뛰셨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 이어진다. 홍성암 전 동덕여대 교수(문학박사)는 "누구에게도 이와 비슷한 한두 개의 기억을 갖고 있으리라. 그러나 아버지는 우리가 효도할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가셨다. 그래서 평생 갚지 못하는 후회, 안타까움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놓쳐 버린 지난날이 너무도 한스러운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쓴 「크림빵 한 개」와 「아욱국」은 아버지에 대한 진한 추억이 배어있다. 필부들이 나이 들어 느끼는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대변한다.
먼 옛날 초등학교 첫 등교 날 / 가난한 아버지는 내가 대견하다고 / 학교 교문 앞 허름한 구멍가게에서
크림빵 한 개 사주셨지. - 「크림빵 한 개」의 초반부 -
돌아가시기 전 호스로 이유식만 삼년 / 아욱국 한 번 먹고 싶다던 / 야위고 늙으셨던 아버지… / 아욱국 훌훌 드시던 / 그 옛날 젊으신 아버지 모시고 / 오늘 저녁은 / 아욱국을 먹고 싶다. - 「아욱국」의 종반부 -
앞의 시는 하얀 구름 같은 크림빵이 먹기 아까워 작은 손에 쥐고 아버지만 돌아보는데 어떤 윗반 학생이 재빨리 그걸 채서 달아나 버린 이야기다. 교문 밖에서 어쩔 줄 모르고 내 이름만 부르시던 아버지. 그 때는 빼앗긴 크림빵 때문에 울었지만 지금은 교문 밖의 아버지가 생각나서 운다. 홍성암 씨는 "이런 단순한 서사는 그 단순성 때문에 더 감동적"이라고 평했다.
『나무처럼』에 담긴 시를 읽다 보면 새로운 자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거나 생소한 나무종의 경우에는 친절하게 설명을 달았다. '브리슬 콘 소나무'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있는 나무로 수령이 최고 4800년에 이른다"는 사실도 각주를 보고 알게 된다. '장성 숲 어느 날'이란 시에는 지난 1987년 타계한 고 임종국 씨가 사재를 털어 축령산 일대 민둥산 570헥타르에 약 280만 그루의 편백을 심어 숲을 가꾸었다는 설명을 접하면 한 사람의 일대기를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 쉬운 시어로도 모자라 시를 통해 독자와 대화를 나누고 공감을 하고 싶은 시인의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쉬운 시어로 써 내려간 『나무처럼』은 자연 사랑과 사람 냄새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나무가 속삭이는 밀어들을 가슴에만 묻어두기 아까워 시를 써 내려갔다는 최 국장은 2010년 『산림문학』 신인상(시 부문)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문단에 들어섰다. 최병암 시인의 스승인 임보 시인은 제자의 시집을 출간 전에 읽어보고 "최 시인은 산림을 보살피는 기관에 몸을 담고 수목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무의 소중함과 그 덕성에 눈과 가슴이 열린 것 같다. 목신이 있다면 아마도 이 시집의 출간을 크게 기뻐할 것"이라고 찬사했다.
한편 산림청은 시인 공직자를 다수 배출한 일명 "시인청(詩人廳)"이기도 하다. 조연환 시인(전 산림청장)을 비롯하여 김청광 한국산림문학회 이사장, 이용직 소설가, 이현복 작가 등이 산림청 출신이다. 또 산림청 출신 문인들이 주축이 된 '(사)한국산림문학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컬처플러스 간, 168쪽, 14,000원)
[추천사]
최병암 시인은 보통의 시인들과는 좀 다른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숲을 관리하는 관료이면서 시를 좋아하는 문인입니다. 옛날의 왕정 때는 시를 아는 문인들을 관직에 등용했기 때문에 벼슬하는 이들이 시를 쓰는 일은 당연했습니다만 요즘은 보기 어려운 사례입니다.
전통적인 동양의 시관에서 보면 시는 읽는 이의 마음을 온유돈후溫柔敦厚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즉 마음을 따스하고 부드럽게 하며 인정을 도탑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시인이 세상을 온유돈후하게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최병암 시인의 경우를 보면서 나는 오늘날에도 관료들에게 시를 익히게 하면 세상이 얼마나 부드러워지겠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최병암 시인의 작품에는 거의가 다 온유돈후한 건실한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을 기록한 시편들도 적지 않습니다만, 대부분은 자연에 대한 사랑―특히 초목들에 대한 애정―이 넘친 찬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제의 시 『나무처럼』만 읽어 봐도 그의 시적 특성을 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 오직 한곳에
깊이 뿌리박고
한 걸음 미동도 못하면서도
하늘 높은 그곳을 우러러
가지를 힘차게 뻗는 나무처럼
여름엔 비바람 겨울엔 눈보라
또 온갖 새들 몰려와
품은 열매 모두 쪼아내어도
말없이 기다리다 봄 되면 다시
새파란 이파리 돋아내는 나무처럼
결코 한평생에 살생이란 없다.
벌레부터 사람까지 만 생명 품어 길러도
은혜를 갚으라 하지 않고
오직 태양의 은총만을 기다리며
빛이 육신이 된 나무처럼
나무처럼, 그 나무처럼...
- 『나무처럼』 전문 -
전 작품이 나무를 매체로 한 비유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제1연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드높은 이상을 품고 있는 나무처럼, 제2연은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푸름을 잃지 않는 나무처럼, 제3연은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나무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는 혹은 그렇게 살아가자는 소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나무의 덕성을 찬미하면서 그를 닮고자 하는 기원입니다. 스스로를 각성시키는 자성가自醒歌이며, 세상을 일깨우는 경세문警世文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상의 어떤 성인聖人도 나무가 지닌 덕德을 따르기는 어려울지 모릅니다. 나무처럼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초탈하게 살아가는 생명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깨어있는 사람들은 그런 나무의 덕성을 지켜보면서 이를 본받고자 합니다. 최 시인은 산림을 보살피는 기관에 몸을 담고 수목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무의 소중함과 그 덕성에 눈과 가슴이 열린 것 같습니다. 목신木神이 있다면 아마도 이 시집의 출간을 크게 기뻐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디 이 시집이 세상의 곳곳에 널리 파급되어 시인이 지닌 따스한 사랑의 마음이 차가운 세상을 훈훈하게 덥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최병암 시인의 시적 담론에는 이상적인 민족관 내지 국가관이 거대 담론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공복으로서 자신의 임무를 이념화한 양상으로도 이해하게 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시들이 지나치게 개인화되어 왜소한 감상적 한풀이식 서술로 축소되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이 시인의 이러한 담론은 시의바람직한 발전에 기여하리라고 생각한다.
산림문학회가 수여한 제3회 '산림문학상'(2017년 3월) 수상작으로 「덕유산 주목」이 선정된 바가 있다. 이 때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주목하면서 "시인의 꾸준한 창작에의 열정과 특히 근래에 발표된 시들에서 보이는 왜소한 서정에서 벗어나 자연이 지닌 웅혼한 기개를 드러내려는 그 기상"에 주목한다고 밝힌바가 있다.
이미 죽은 지 족히 천년 가까운
네 잔해를 보노니
저는 북풍 모진 겨울바람을 견디려
그 몸을 더욱 날카롭게 세웠구나.
서릿발보다 날선 비수 같은 네 몸으로
감히 저 높은 하늘을 찔러
이 넓은 하늘이 저리도 새파래졌느냐.
- 「덕유산 주목」의 일부-
이 작품은 덕산德山으로 불리는 덕유산과 '서릿발보다 날 선 비수'로 비유된 고사목의 대비가 즉, '어머니/아들'의 대립항으로부터 '주목/광활한 하늘'로 확장시키는 놀라운 발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작은 간난에도 일희일비하는 보통사람들의 하산下山이 상징하는 사랑의 충전이 오늘의 삶을 정화시키는 위로로 다가오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게 한다는 뛰어난 표현력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거대담론으로서의 시편들은 다음에서도 살피게 된다.
태초에 하늘 열리고
온 땅이 요동칠 때
하늘에서 내린
하느님의 정수 받들려
세상 모든 산들이 일제히 일어나다
오직 한 곳 점지 받은 이곳
아! 백두여!
여기서 비로소 우리 땅이 시작하고
한반도는 오롯이 신령한 땅이 되었구나
- 「백두여! 아 천지여!」의 제1연 -
저 아득한 역사의 시초에
세상을 깨운 그 때부터 너는
분명 고귀한 직분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 셀 수 없이 많은 날
너희 족속은
특별히 구별된 제사장처럼
다른 모든 족속보다
가장 먼저 잠을 깨어
뭇 생명을 흔들어 일으키는구나.
- 「새벽닭」 중에서 -
앞의 시는 태초의 창조에서 시작되어 5천 년 전 단군임금에 의한 개국과 2천 년 전 고구려의 기상과 그 이후의 역사와 민족의 수난사를 다룬다. 그리고 오늘날의 민족적 중흥을 조명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개관하고 민족의 이상에 대한 꿈을 펼쳐 보인다. 한반도에 터전을 잡은 우리민족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이 느껴진다. 그런 조국을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후손만대 물려주어야 할 위대한 자산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뒤의 작품은 '새벽닭'을 소재로 한 것이다. 새벽닭이 우렁찬 목소리로 태양을 경배한 후에 하늘을 비상하려는 자세를 유지한다. 닭은 오래된 꿈을 실현하고자 분홍빛 여명에 물든 동쪽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그런 웅혼한 기개와 의지는 곧 우리 민족의 의지며 기개다. 동시에 이 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민족적 과제다. 자손만대에 빛나야할 민족적 과제를 "새벽닭"의 울음에 의탁해 본 것이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긍지와 사명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시인의 자세라고 하겠다. 두 작품이 지니는 소재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추구하는 이념이 지향하는 바가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상적 삶에서의 자기 발견과 성찰
앞의 시들이 이념지향적인데 비해서 상당수의 작품들은 일상적 삶에서 자기발견과 성찰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대체로 나무를 매개로 하는 작품들이 많지만, 그 외에도 여행지의 감상이나 삶의사소한 영역도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시인은 감정의 절제 속에서 대상을 이성적으로 또는합리적으로 관조한다. 그리고 세심한 관찰을 통하여 새로운 진실의 발견이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이는 우주의 재창조라는 시 창작 본래의 영역에 근접하려는 시인의 노력이기도 하다.
이 시집의 표제시인 『나무처럼』에서 시인은 나무에 대한관찰, 나무에 대한 사색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내고자 한다. 온갖 시련에도 말없이 기다리다가 봄이되면 새파란 이파리로 재생하는 나무의 삶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여름엔 비바람 겨울엔 눈보라
또 온갖 새들 몰려와
품은 열매 모두 쪼아내어도
말없이 기다리다 봄 되면 다시
새파란 이파리로 돋아나는 나무처럼
- 『나무처럼』의 일부 -
시인은 "나무처럼" 살겠다고 다짐한다. 오직 한 곳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면서도 하늘 높은 곳을 우러러 힘차게 가지를 뻗는 불굴의 기상을 본받고자 한다. 온갖 시련에도 굽히지 않고 모두를 포용하는 나무가 되고자 한다. 살생을 모르고 미물인 벌레까지도 모두 포용하면서 오로지 태양의 은총만을 갈구하는 그런 나무가 되고자 한다. 시인은 자연물인 나무의 본질을 관조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 하고 또한 자신이 추구해야 하는 이념의 지표로 삼고자 한다. 이는 나무와 자신을 동일시한 것이며 또한 나무를 통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참으로 합당하다
그 성품은 선비처럼
꼿꼿하고 깨끗하니
그 솔바람 맞으면
귀 밑 가 서늘해진다.
- 「정이품송」 중에서 -
이 시는 시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품성의 양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경우다. 항상 반듯하게 살고자 한다. 합당한 삶을 지향한다. 선비처럼 꼿꼿하고 깨끗하게 살고자 한다. 그런 기개를 배우고자 한다. 평생 욕심 없이 한 줌 햇빛으로 만족하는 삶. 소박하고 겸손한 삶. 그것이 시인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지표이기도 하다. 시인의 이런 청정무구한 심성은 곧 나무를 통해서 배우고 체득한 것이다. 산과나무와 더불어 평생 살아온 직업이 이념화된 것이다. 시집 전반에 걸쳐 발견되는 나무 관련 시들은 대부분 비슷한 체험의 소산이라고 하겠다.
이 시집에는 나무이외에도 풀과 꽃 같은 자연물 그리고 여행지의 체험 또는 사소한 삶의 일상사사도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물을 대하는 관조의 틀은 앞의 작품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시인 자신의 심성에서 자연스럽게 발로되는 심상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란한 수사를 피하고 사물의 본질로 곧바로 다가서는 우직함 때문일 것이다.
아무도 너를 보지 못해도
황금빛 꽃을 피우는구나
아무도 너를 찾지 않아도
천상의 향을 풍기는구나
- 「난초」 중에서 -
그곳은 정녕 신이 사는 땅
죄 있는 자 범접치 못할 거룩한 성전
천국으로 향하는 새하얀 오솔길을
참회하듯 숨죽이며 삼가 오른다
- 「곰배령」 중에서 -
수 많은 빛의 중첩
평생 쌓은 환희와 회한처럼
모두 한데 어우러진 찬란한 향연을 마치고
그렇게 하루가 끝나가고
그렇게 한 인생이 저물고 있구나
- 「일몰」 중에서 -
일련의 시들에서 보이는 바 시인이 대상에 접근하는 방법은 직접적이고 경험적이다. 그리하여 시인이 체득하는 대상에서의 진실은 곧 독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상을 바라보는 사색의 깊이 속에서 인간의 의식 또한 성숙되고 심화된다. 시인과 독자의 체험적 공유는 감동의 폭을 그만큼 확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삶의 성찰에 대한 진지함은 시인 자신의 인격도야이며 동시에 세계에 대한사색의 심화다. 그의 시들이 시인의 진지함으로 인해서 다분히 엄숙주의와 결부되지만 더러는 해학적인 시편 또한 없지 않다.
참 적나라하다
두껍게 껴입은 체면 벗어 걸고
힘껏 조였던 삶의 오기 끄르고
최후의 자존심마저 내리고 앉아
남에게 도저히 보여주기 부끄러운
욕망의 썩은 내 풀풀 날리며
내 속에서 지난 하루 내내
부글부글 끓어오른 증오
고민고민 꾹꾹 누른 회한
부들부들 밀려오던 긴장
순간순간 몸서리 친 이기
어서 빨리 나에게서 나가라고
온 몸에 힘을 준다
- 「배변의 잠시」 중에서 -
이 시는 용변의 철학이라고 할까 다분히 해학적인 표현이다. 이런 표현에서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일상적 삶의 한 단면을 사색하게 된다.
도덕적이고 규범적인 시인의 삶에서 문득 보이는 이런 해학은 감정의 카다르시스에 크게기여하리라고 본다. 인간은 고등한 신과 하등한 동물의 사이를 유동적으로 옮겨다니는 존재다. 지나친 엄숙주의에서 오는 삶의 불균형을 이런 식의 방법으로 해소함으로써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이 시인의 도덕적 성품과 의욕적인 직업의식 그리고 합리적 사고의 내면에는 이런 해학이 공존하고 있어서 삶의 여유로움과 타인에 대한 관대함 등이 가능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인생을 편협하고 각박한 현실로 가두지 않고 일말의 여유를 확보함으로써 큰 그릇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인간 본성적 감정의 자연스런 발로
최병암 시인은 교육받은 세대로서 고위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감정과 이성을 잘 관리해 온 슈퍼에고의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내면의 심연에는 인간 본성적인 서정이 넘치는 인물임을 시의여러 곳에서 감지되는데 특히 서정적인 짧은 시편들과 아버지를 회상하는 시편들에서 잘 표출되고 있다.
첩첩겹겹
산줄기
타래타래
실개천
몽실몽실
흰 구름
거침없는
마파람
- 「문장대」의 전문-
저 어쩔 수 없이
망연한 눈물
태초부터 쏟아져
가득한 슬픔
아득한 수평선에서부터
밀려오고 밀려오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 「바다」의 전문-
서정이 넘치는 이런 시들은 울컥 쏟아지는 눈물처럼 감정이 솟구치는 그대로를 표현한 것이다. 엄격한 직장생활의 바쁜 나날 속에서도 잠시 자신을 비우고 순수한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갔을 때의내밀한 의식 저 심층에서 솟아오르는 샘물같은 서정, 정서 그것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른 부차적인 설명이 필요 없는 감정그 자체를 대상화하여 보여준 것이다. 이런경우 시어는 서술의 매개물이 아니고 감정을 전달하는 대상 그 자체다.
첩첩 산, 타래타래 개천, 몽실몽실 구름 거침없는 바람. 자연 현상을 이처럼 간결하게 제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언어를 대상화 하는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자연을 어떤 설명적 매개 없이 직접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느낄수 있는 언어의 마술에 접할 수 있게된다. 즉 감정이입의 방법으로 우주를 들여다보는 언어의 마술을 이 시인은 상당히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를 회상하는 일련의 시편에서는 간절한 혈연적인 인간애와 더불어 헌신적 부모의 은혜에 감격하는 모습을 살피게 된다. 근래우리가 잃어버린 것 중의 하나가 부모의 은혜에 대한 고마움이 아닌가 싶다. 흔히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은"으로 표현되는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 인간의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것에 대한 인식, 그런 것들을 우리는 많이 잊고 산다. 우리 자신을 존재케 하는 가장 본원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부모에 대한 효도의 마음은 다음 시들을 통해서 살피게 된다.
아버지 보이셔요?
현충원 가는 길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요
도로를 따라 이팝나무들이
줄지어 활짝 피었어요.
5월의 눈부신 바람을 타고 들어온
이 하얀 꽃향기를 들이켜 보셔요.
- 「아버지를 품에 안고」의 제1연 -
이렇게 시작된 이 시는 "젊은 시절 늘 아픈 저를 업고 그 먼 도립병원까지 밤길을 쉬지 않고 뛰셨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 이어진다. 누구에게도 이와 비슷한 한두 개의 기억을 갖고 있으리라. 그러나 아버지는 우리가 효도할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가셨다. 그래서 평생 갚지 못하는 후회, 안타까움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놓쳐 버린 지난 날이 너무도 한스러운 것이다.
먼 옛날 초등학교 첫 등교 날
가난한 아버지는 내가 대견하다고
학교 교문 앞 허름한 구멍가게에서
크림빵 한 개 사주셨지.
- 「크림빵 한 개」의 초반부 -
돌아가시기 전 호스로 이유식만 삼년
아욱국 한 번 먹고 싶다던
야위고 늙으셨던 아버지…
아욱국 훌훌 드시던
그 옛날 젊으신 아버지 모시고
오늘 저녁은
아욱국을 먹고 싶다.
- 「아욱국」의 종반부 -
앞의 시는 하얀 구름 같은 크림빵이 먹기 아까워 작은 손에 쥐고 아버지만 돌아보는데 어떤 윗반 학생이 재빨리 그걸 채서 달아나 버린 이야기다. 교문 밖에서 어쩔 줄 모르고 내 이름만 부르시던 아버지. 그 때는 빼앗긴 크림빵 때문에 울었지만 지금은 교문 밖의 아버지가 생각나서 운다. 이런 단순한 서사는 그 단순성 때문에 더 감동적이다.
뒤의 시는 돌아가실 때의 아버지 모습이다. 이런 체험은 시인만의 것이 아니다. 시련의 역사를 살아온 독자들 모두의 몫이기도 하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지난날의 엄청난 시련들이 주마등 같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엔 미처 몰랐던 그런 아버지의 곤고한 삶이 성인이 된 지금에야 아프게 회상 된다. 아버지와 아욱국 한 번 같이 먹고 싶은 소박한 소망. 지금에 이르러 그런 소망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갚을 수 없는 큰 빚으로 남는다. 이런 정서를 확대하면 이 모든 것들이 우리민족의 수난사며 살아 있는 우리모두가 아버지의 세대에게 진 큰 빚이다. 이 시가 크게 공감을 주는 것은 이런 역사적 시련의 강을 함께 건넜던 모든 독자들과 그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인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은 이처럼 평범한 것들이다. 일상적이다. 누구에게나 흔히 발견되는 종류다. 문학이 감동적이기 위해서는 이런 일반화가 중요하다.
시인의 기억 속에 오래 잠들어 있던 회한의 심정을 꾸밈없이 직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서정의 불씨를 피우게 되는 것이다.
이제 첫 시집을 내는 최병암 시인은 이러한 자신의 시 세계가 자신의 시적 성장과 더불어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고 확장될 것인지를 항상 새롭게 탐색하면서 시의바다로 항해해야 하리라고 본다. 그리하여 인생에 대한 체험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을 통해서 자신을 보다 확장시키고 승화시키는 과정을 겪어야 하리라고 본다.
산림복지를 맡고 있는 고위직 공무원이 나무에게서 얻은 영감들을 서정 어린 언어로 끌어올려 한 권의 시집을 펴냈다.
'어느 숲지기의 꿈'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시집은 1993년 사무관으로 산림청에 임관한 뒤 지금까지 25년 동안 줄곧 나무와 동고동락해왔던 최병암 산림청 산림복지국장(52)이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84편의 시들로 엮어져 있다.
산림정책과장, 산림이용국장, 산림보호국장 등 요직을 두루 맡으며 나무와 불가불의 운명에 놓여 있던 시인은 재선충으로 소나무들이 몸살을 앓을 때에는 제주를 비롯한 전국 지방을 다니며 나무 옆을 지켰다.
그의 시 대부분은 자신의 일터이기도 한 자연에 대한 사랑과 경외가 가득 담겨있다. 산림 공무원으로서 부르는 나무 찬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을 닮아가기도 한 최 시인의 특징은 표제 시 <나무처럼>에서 잘 나타난다.
이 시에서 그는 "나무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드높은 이상을 품고 푸름을 잃지 않으면서 인간을 위해서는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헌신하는 위대한 존재"라고 소개한다.
'나무는 신과 가장 닮은 존재'라고 말하는 시인은 나무의 덕성을 찬미하며 나무를 닮아가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스스로를 각성시키는 자성가(自省歌)이자 세상을 일깨우는 경세문(警世文)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인에게는 사람도 한 그루의 나무이다. 초·목(草·木), 산·림(山·林), 자·연(自·然), 인·생(人·生) 등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나무처럼』에서 결국 나무의 나이테는 사람의 생으로 확장된다.
총 84편의 시 중에서 절반이 나무 얘기라면 나머지 절반은 사람 얘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시는 나무와 숲을 직접 노래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 시들은 그가 만났다 헤어진 동료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선물로 준 헌시이기도 하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정이품송」 등 잠깐 함께 일하다 헤어진 계약직 직원부터 위로는 퇴임하는 산림청장까지 주위 사람들을 위해 약 20년 이상 헌시를 쓴 시인 공직자로 산림청 내에 알려져 있다.
특히, 「어느 간벌목의 편지」는 유망한 부하직원이 '희생목'이 되어 전혀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을 나무에 빗대어 쓴 시다. 우리 곁에 우뚝 서서 든든한 힘이 되어 주던 나무가 어느 날 저 산등성이 너머에서 기계톱 소리가 들리면 영영 헤어지게 되듯이 유망한 부하 직원이 갑작스러운 변고로 전직하는 뒷모습을 보며 아픈 가슴을 달랜 시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아버지를 품에 안고」이다. 2년 전(2015년 5월 9일) 병들어 고생하시다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시며 북받쳐 오르는 천붕(天崩)의 눈물은 아름다운 시어들로 영글어졌다.
아버지 보이셔요? / 현충원 가는 길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요 / 도로를 따라 이팝나무들이 / 줄지어 활짝 피었어요.
이렇게 시작된 이 시는 "젊은 시절 늘 아픈 저를 업고 그 먼 도립병원까지 밤길을 쉬지 않고 뛰셨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 이어진다. 홍성암 전 동덕여대 교수(문학박사)는 "누구에게도 이와 비슷한 한두 개의 기억을 갖고 있으리라. 그러나 아버지는 우리가 효도할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가셨다. 그래서 평생 갚지 못하는 후회, 안타까움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놓쳐 버린 지난날이 너무도 한스러운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쓴 「크림빵 한 개」와 「아욱국」은 아버지에 대한 진한 추억이 배어있다. 필부들이 나이 들어 느끼는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대변한다.
먼 옛날 초등학교 첫 등교 날 / 가난한 아버지는 내가 대견하다고 / 학교 교문 앞 허름한 구멍가게에서
크림빵 한 개 사주셨지. - 「크림빵 한 개」의 초반부 -
돌아가시기 전 호스로 이유식만 삼년 / 아욱국 한 번 먹고 싶다던 / 야위고 늙으셨던 아버지… / 아욱국 훌훌 드시던 / 그 옛날 젊으신 아버지 모시고 / 오늘 저녁은 / 아욱국을 먹고 싶다. - 「아욱국」의 종반부 -
앞의 시는 하얀 구름 같은 크림빵이 먹기 아까워 작은 손에 쥐고 아버지만 돌아보는데 어떤 윗반 학생이 재빨리 그걸 채서 달아나 버린 이야기다. 교문 밖에서 어쩔 줄 모르고 내 이름만 부르시던 아버지. 그 때는 빼앗긴 크림빵 때문에 울었지만 지금은 교문 밖의 아버지가 생각나서 운다. 홍성암 씨는 "이런 단순한 서사는 그 단순성 때문에 더 감동적"이라고 평했다.
『나무처럼』에 담긴 시를 읽다 보면 새로운 자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거나 생소한 나무종의 경우에는 친절하게 설명을 달았다. '브리슬 콘 소나무'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있는 나무로 수령이 최고 4800년에 이른다"는 사실도 각주를 보고 알게 된다. '장성 숲 어느 날'이란 시에는 지난 1987년 타계한 고 임종국 씨가 사재를 털어 축령산 일대 민둥산 570헥타르에 약 280만 그루의 편백을 심어 숲을 가꾸었다는 설명을 접하면 한 사람의 일대기를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 쉬운 시어로도 모자라 시를 통해 독자와 대화를 나누고 공감을 하고 싶은 시인의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쉬운 시어로 써 내려간 『나무처럼』은 자연 사랑과 사람 냄새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나무가 속삭이는 밀어들을 가슴에만 묻어두기 아까워 시를 써 내려갔다는 최 국장은 2010년 『산림문학』 신인상(시 부문)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문단에 들어섰다. 최병암 시인의 스승인 임보 시인은 제자의 시집을 출간 전에 읽어보고 "최 시인은 산림을 보살피는 기관에 몸을 담고 수목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무의 소중함과 그 덕성에 눈과 가슴이 열린 것 같다. 목신이 있다면 아마도 이 시집의 출간을 크게 기뻐할 것"이라고 찬사했다.
한편 산림청은 시인 공직자를 다수 배출한 일명 "시인청(詩人廳)"이기도 하다. 조연환 시인(전 산림청장)을 비롯하여 김청광 한국산림문학회 이사장, 이용직 소설가, 이현복 작가 등이 산림청 출신이다. 또 산림청 출신 문인들이 주축이 된 '(사)한국산림문학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컬처플러스 간, 168쪽, 14,000원)
[추천사]
최병암 시인은 보통의 시인들과는 좀 다른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숲을 관리하는 관료이면서 시를 좋아하는 문인입니다. 옛날의 왕정 때는 시를 아는 문인들을 관직에 등용했기 때문에 벼슬하는 이들이 시를 쓰는 일은 당연했습니다만 요즘은 보기 어려운 사례입니다.
전통적인 동양의 시관에서 보면 시는 읽는 이의 마음을 온유돈후溫柔敦厚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즉 마음을 따스하고 부드럽게 하며 인정을 도탑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시인이 세상을 온유돈후하게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최병암 시인의 경우를 보면서 나는 오늘날에도 관료들에게 시를 익히게 하면 세상이 얼마나 부드러워지겠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최병암 시인의 작품에는 거의가 다 온유돈후한 건실한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을 기록한 시편들도 적지 않습니다만, 대부분은 자연에 대한 사랑―특히 초목들에 대한 애정―이 넘친 찬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제의 시 『나무처럼』만 읽어 봐도 그의 시적 특성을 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 오직 한곳에
깊이 뿌리박고
한 걸음 미동도 못하면서도
하늘 높은 그곳을 우러러
가지를 힘차게 뻗는 나무처럼
여름엔 비바람 겨울엔 눈보라
또 온갖 새들 몰려와
품은 열매 모두 쪼아내어도
말없이 기다리다 봄 되면 다시
새파란 이파리 돋아내는 나무처럼
결코 한평생에 살생이란 없다.
벌레부터 사람까지 만 생명 품어 길러도
은혜를 갚으라 하지 않고
오직 태양의 은총만을 기다리며
빛이 육신이 된 나무처럼
나무처럼, 그 나무처럼...
- 『나무처럼』 전문 -
전 작품이 나무를 매체로 한 비유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제1연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드높은 이상을 품고 있는 나무처럼, 제2연은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푸름을 잃지 않는 나무처럼, 제3연은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나무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는 혹은 그렇게 살아가자는 소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나무의 덕성을 찬미하면서 그를 닮고자 하는 기원입니다. 스스로를 각성시키는 자성가自醒歌이며, 세상을 일깨우는 경세문警世文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상의 어떤 성인聖人도 나무가 지닌 덕德을 따르기는 어려울지 모릅니다. 나무처럼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초탈하게 살아가는 생명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깨어있는 사람들은 그런 나무의 덕성을 지켜보면서 이를 본받고자 합니다. 최 시인은 산림을 보살피는 기관에 몸을 담고 수목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무의 소중함과 그 덕성에 눈과 가슴이 열린 것 같습니다. 목신木神이 있다면 아마도 이 시집의 출간을 크게 기뻐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디 이 시집이 세상의 곳곳에 널리 파급되어 시인이 지닌 따스한 사랑의 마음이 차가운 세상을 훈훈하게 덥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목차
목차
추천사 / 임보 04
저자 서문 08
草·木
나무처럼 17
마로니에 나무 앞에서 18
덕유산 주목 21
감나무 22
늙은 꽃 24
당산목처럼 26
정이품송 28
동공목 30
난초 31
연꽃 32
꽃보라 흩날린다 34
꽃무릇 35
헌화 36
준경묘 미인송 38
어느 간벌목의 마지막 편지 40
다만 잠잠할 따름 43
브리슬 콘 소나무 44
순천만 갈대 46
수국 강송곁에 피다 48
山·林
산을 오르며 51
곰배령 52
백두여! 아, 천지여! 54
푸른 초장 57
대관령 솔숲 58
숲의 대양으로 59
향일암 가는 길 60
산방산 61
라다크의 태양은 빛나고 62
그곳엔 아직도 아름다운 숲이 64
소광리 숲 66
청산별곡 67
장성 숲 어느 날 68
죽은 소나무들을 위한 조시 70
림의 침묵 72
문장대 74
사려니 숲 75
광릉 전나무 숲 76
천리포 연가 78
시오름 연가 80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82
自·然
구름을 헤치고 가는 달처럼 85
거북, 알을 낳다 86
일몰 88
오래 바라본다 89
새벽닭 90
세상이 왜 이토록 아름다운지 92
모슬포의 아침 94
더반의 바다 96
안동 가는 길 98
그 아름다운 밤에 100
금강이 잠들다 102
처음 내린 눈 104
바다 106
청춘바다 107
바지락 칼국수 108
백경을 위한 노래 109
혜성의 노래 110
시의 창세기 111
평화의 노래 112
햇빛 신문 114
人·生
저만치 있네 117
전령에게 바치는 노래 118
목욕탕 119
축복 120
에밀레종 122
그대 떠난 겨울 하늘 124
성탄전야 125
슬픈 한나여! 126
배변의 잠시 128
윤두서를 그리며 129
도요타 130
나무를 심은 사람 132
당신의 뒷모습 134
심청, 부활하다 136
크림빵 한 개 137
아욱국 138
화장을 하며 140
사임당의 꿈 142
아버지의 손 144
아버지를 품에 안고 146
내 친구 인도여 148
어머니 집에 가면 150
그 날 151
내 죽거든 152
최병암의 시 감상 / 홍성암 154
저자 서문 08
草·木
나무처럼 17
마로니에 나무 앞에서 18
덕유산 주목 21
감나무 22
늙은 꽃 24
당산목처럼 26
정이품송 28
동공목 30
난초 31
연꽃 32
꽃보라 흩날린다 34
꽃무릇 35
헌화 36
준경묘 미인송 38
어느 간벌목의 마지막 편지 40
다만 잠잠할 따름 43
브리슬 콘 소나무 44
순천만 갈대 46
수국 강송곁에 피다 48
山·林
산을 오르며 51
곰배령 52
백두여! 아, 천지여! 54
푸른 초장 57
대관령 솔숲 58
숲의 대양으로 59
향일암 가는 길 60
산방산 61
라다크의 태양은 빛나고 62
그곳엔 아직도 아름다운 숲이 64
소광리 숲 66
청산별곡 67
장성 숲 어느 날 68
죽은 소나무들을 위한 조시 70
림의 침묵 72
문장대 74
사려니 숲 75
광릉 전나무 숲 76
천리포 연가 78
시오름 연가 80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82
自·然
구름을 헤치고 가는 달처럼 85
거북, 알을 낳다 86
일몰 88
오래 바라본다 89
새벽닭 90
세상이 왜 이토록 아름다운지 92
모슬포의 아침 94
더반의 바다 96
안동 가는 길 98
그 아름다운 밤에 100
금강이 잠들다 102
처음 내린 눈 104
바다 106
청춘바다 107
바지락 칼국수 108
백경을 위한 노래 109
혜성의 노래 110
시의 창세기 111
평화의 노래 112
햇빛 신문 114
人·生
저만치 있네 117
전령에게 바치는 노래 118
목욕탕 119
축복 120
에밀레종 122
그대 떠난 겨울 하늘 124
성탄전야 125
슬픈 한나여! 126
배변의 잠시 128
윤두서를 그리며 129
도요타 130
나무를 심은 사람 132
당신의 뒷모습 134
심청, 부활하다 136
크림빵 한 개 137
아욱국 138
화장을 하며 140
사임당의 꿈 142
아버지의 손 144
아버지를 품에 안고 146
내 친구 인도여 148
어머니 집에 가면 150
그 날 151
내 죽거든 152
최병암의 시 감상 / 홍성암 154
저자
저자
최병암
1966년 인천 출생
1989 중앙대 법학과 출신
1993년 인하대 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2007년 영국 리즈대 환경대학원 졸업(생태경제학 석사)
2010년 『산림문학』 신인상(시 부문) 등단
2016년 제3회 산림문학상 수상 (운문 부문)
(사)한국산림문학회 회원, (사)우리시진흥회 회원,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1993년 산림청 사무관 임용(제36회 행정고시). 산림정책과장, 산림이용국장, 산림보호국장 등 역임
현재 산림청 산림복지국장
1989 중앙대 법학과 출신
1993년 인하대 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2007년 영국 리즈대 환경대학원 졸업(생태경제학 석사)
2010년 『산림문학』 신인상(시 부문) 등단
2016년 제3회 산림문학상 수상 (운문 부문)
(사)한국산림문학회 회원, (사)우리시진흥회 회원,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1993년 산림청 사무관 임용(제36회 행정고시). 산림정책과장, 산림이용국장, 산림보호국장 등 역임
현재 산림청 산림복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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