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문학의전당 시인선 187)
노승환 시집
「문학의전당 시인선」 187 『사랑』. 삼성에 입사하여 해외법인장, 본사 인사팀장을 거쳐 현재 자문역으로 있는 노승환 시인의 첫 시집. 문학청년 시절, 청록파 박두진 시인에게 “고도의 윤리성을 획득케 한 시적 저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외대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바쁜 삼성맨으로 일하면서도 부지런히 시를 적으며 항상 시의 곁을 지켰다. 이제 그 오랜 열정의 결과물로서 50편의 ‘사랑詩’ 연작을 한 권의 시집으로 촘촘히 엮어낸 그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앞으로도 강렬한 진정성으로 시를 쏟아내는 시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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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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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글]
노승환의 『사랑』은 첫 구절부터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이내 먹먹해진다. 자전적 시 같기도 하고…… 그러나 어쩌면 그 시의 주인공은 나일 수도 있다. 우리 모두에게 던져주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 이것은 결국 '내가 쓰고 있는 시구나' 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호탕하고 자신감 있게 살았던 노승환 시인 앞길에 무슨 일이 놓여 있는 게 분명하다. 그것이…… 바로 나이기도 하다.
―이문세(가수)
배우로서 영화, 드라마에서 수많은 사랑 연기, 눈물 연기를 해왔지만 시를 읽고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다. 한없이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사랑 안에 때로는 아픔도 있고 슬픔도 있는데, 그런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가 노승환의 시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집 『사랑』은 지금 사랑을 하는 분들에게 그리고 사랑으로 인해 마음 아파하는 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빛을 발할 것이다.
―정준호(배우)
사랑은 서로가 주고받는(授受之禮) 것이다. 나 위주의 사랑은 외롭고 쓸쓸하다. 상대와 함께하려면 우선 배려가 필요하다. 오랜 과거도 그렇고 지금 이 시대도 똑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을 읽으며 마치 여자의 마음을 노승환에게 도난당한 듯한 착각을 했다. 여자도 아닌 남자가 여자의 심리를 어떻게 알고 이처럼 적나라하게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노승환은 여자의 눈물을 잔인하게 훔쳤다. 앞으로 더 흘릴 눈물이 걱정된다.
―임학선(한국무용가, 성균관대학교 교수)
시를 쓰는 사람만이 시인이다. 그는 시를 쓴다. 시로 슬퍼하고, 시로 기뻐한다. 시가 있어서 그가 있다. 그는 노승환이다. 그의 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것들을 신념을 다한 언어로 붙잡고 있다. 그의 시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숙연한 의식을 행한다. 그래서 아름답다.
―허연(시인)
삼성맨에서 시인으로
세상에 던지는 사랑의 화두, '사랑詩'
삼성에 입사하여 해외법인장, 본사 인사팀장을 거쳐 현재 자문역으로 있는 노승환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문학청년 시절, 청록파 박두진 시인에게 "고도의 윤리성을 획득케 한 시적 저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외대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바쁜 삼성맨으로 일하면서도 부지런히 시를 적으며 항상 시의 곁을 지켰다. 이제 그 오랜 열정의 결과물로서 50편의 '사랑詩' 연작을 한 권의 시집으로 촘촘히 엮어낸 그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앞으로도 강렬한 진정성으로 시를 쏟아내는 시인일 것이다. 사회적 성공과는 무관하게 늘 그와 함께했던 고독과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노승환 시인. 그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사랑의 화두인 시집 『사랑』은 그 처절한 싸움의 출발이다.
그대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독
그 애절하고도 치명적인 사랑의 시학
노승환 시집 『사랑』은 그 제목에서 여실히 드러나듯이 '사랑'을 핵심 주제로 한 첨예한 결실이다. 시집에 실린 한 편 한 편들은 모두 그 절절함과 진정성에서 매우 강렬하고 또 오롯하다. 모든 작품은 연작 구성을 취하고 있고, 현저한 장거리 시편인데다, 그 안에 시인의 격정과 온정, 현실과 기억, 삶과 꿈 그리고 사랑이라는 화두에 바친 갈등과 기억의 드라마를 가득 담고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사랑을 노래할 때 '만남-헤어짐'이라는 보편적 이원론에 뿌리를 내린 채 '기다림'이라는 행위를 개입시키게 마련인데, 노승환 시인의 사랑론(論)은 그렇게 온화하고 차분한 '기다림'을 통해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소용돌이치는 내면을 반영함으로써 이루어지는 특성을 지닌다.
처음 그대의 눈빛은/내 가슴을 무너지게 하였습니다.//그리고 내 눈에 비친 그대는/나의 눈을 단숨에 멀게 만들었습니다.//아무리 둘러봐도 그대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아무리 살펴봐도 그대밖에 없었습니다.//이렇게 첫눈에 빠진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나를 알아주는 그대에게 안길 수밖에 없었습니다./나만 바라보는 그대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나는 그대의 선택이었고/그대는 내가 맡긴 나의 운명이었습니다.//이렇게 눈먼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랑 1」 부분)
시인은 자신을 단숨에 눈멀게 한 사람, 가슴을 무너지게 한 그 사람의 눈빛, 오로지 "그대밖에 보이지" 않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야말로 "첫눈에 빠진 사랑"이, "나를 알아주는 그대"이자 "나만 바라보는 그대"를 향한 "운명"과도 같은 "눈먼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시인은 '그대'를 바라보기 위해 전혀 다른 곳을 향하지 않았던 자신의 생애를 고백하기도 한다. 오로지 "그대를 가꾸고 그대를 보살펴야 할 나의 운명"을 받아들인 채, "그대의 지친 눈빛을 매만져"주었던 기억이 새로운 것이다(「사랑 13」). 그렇게 사랑의 시작은 생생하고 따뜻한 기억으로 충일하다. 그것은 "나에게 닥친 운명은/피할 수 없는 그대와의 사랑"(「사랑 3」)이었던 것이다. 시인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사랑에 눈을 뜬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건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은 비로소 이 세상에 '있게' 되는데, 어느 날부터 비로소 '있게(be)' 된 그 존재야말로 사랑의 대상을 넘어 우주에 가득한 존재로 확장되어가게 마련이다. 시인에게 '그대'는 그렇게 찾아와 그렇게 커간 존재였던 셈이다.
그러다가 "그대와 나는 유전적으로 다른 남남"이었고 "어느 하나 닮은꼴이 없는 남남"(「사랑 2」)이었던 까닭으로 그 사랑은 차차 결속이 느슨해지고 급기야는 이별이라는 상황을 맞게 된다. 물론 이별을 시인이 원했던 것은 아니다. 시인은 오히려 "나는 그대의 전부가 아니라/그대의 절반이라도 되고"(「사랑 7」) 싶었는데, '그대'가 '나'를 버리고 떠나간 것이다. 그리고 이별이 시작되었다. 그 불가항력의 소멸 앞에서 시인은 망연자실과 원망을 교차하면서 "지울 수 없는 애증"(「사랑 47」)을 거듭 고백하는 것이다.
내가 필요할 때 그대는 없었습니다.//내가 원할 때/그대는 그대 곁에 나를 두지 않았습니다.//그대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돌이키지 못하는 그대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돌이킬 수 없는 그대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무모한 기대인 줄 알면서도/내 눈물을 닦아줄 수 없는 그대인 줄 알면서도/그대에게 매달렸습니다.//그대와 엇갈린 욕심인 줄 알면서도/내 구겨진 자존심을 안아줄 수 없는 그대인 줄 알면서도/그대에게 나를 맡겼습니다.//혼자 슬퍼해야 하는 나를 알면서도/그대 없이 혼자 일어날 수 없는 나를 알면서도/그대에게 안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 9」 부분)
언제나 '그대'는 부재하는 사람이었다. 필요할 때도 원할 때도 '그대'는 시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간절하게 시작된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불구적 관계로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돌이키지 못하는 그대 마음을 알고" 있기에 "혼자 슬퍼해야 하는 나"와 "그대 없이 혼자 일어날 수 없는 나"를 견뎌가고자 한다. 왜냐하면 여전히 "나의 배후에는 그대밖에" 없고 "내 배후로 지목받는 사람은 바로 그대"(「사랑 15」)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대'는 접속과 지배와 외면을 동시에 수행한 운명과도 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대의 인질"(「사랑 36」)이자 "그대의 볼모"(「사랑 37」)가 된 시인은, 사랑의 불가피성과 불가능성으로 생을 지속해간다.
그대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독
그 애절하고도 치명적인 사랑의 시학
우리는 흔히 '사랑'이란 누군가에게 바쳐진 시간의 총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것은 '사랑'이 근본적으로 자기애적인 측면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타자 지향성을 그 핵심 성격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기도취의 낭만적 몽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하여 타자를 향해 아득하게 번져가는 마음이 곧 '사랑'의 모순과 복합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승환 시인이 노래하는 '사랑'은 이러한 복합성 곧 자기애와 타자 지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늦은 오후 해가 기울 듯/우리의 사랑이 기울고 있습니다.//기운 해가 노을을 따라가듯/우리의 사랑이 저물고 있습니다.//작별의 두려움에 잠시라도 피할 곳을 찾아/그대가 세운 철조망을 뛰어넘었지만/어둠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눈을 뜨고 보아도 눈을 감고 보아도/보이는 것은 없습니다.//그대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가시에 찔려 피가 쏟아져도/그대를 뒤쫓아갈 수 있다면/잠시라도 스쳐 지나갈 수 있다면/그대 등 뒤에 서서/마구 쏟아지는 눈물을/그대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돌부리에 넘어져도/그대를 찾을 수 있다면/단 일 분이라도 그대를 볼 수 있다면/그대 앞에 서서/왜 내가 그렇게 힘든 존재가 되었는지/그대에게 밝히고 싶습니다.//한 겹, 두 겹 늘어나는 철조망. (「사랑 21」 부분)
해가 기울듯 "우리의 사랑이 기울고", 노을이 저물듯 "우리의 사랑이 저물고" 있다. "그대가 세운 철조망"을 넘어보고 이별의 두려움을 넘어보았지만, 지극한 어둠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대'를 찾을 수 없는 칠흑의 어둠을 뚫고라도 "가시에 찔려 피가 쏟아져도" 찾아갈 수만 있다면, "돌부리에 넘어져도" 찾을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현실적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그대 앞에 서서/왜 내가 그렇게 힘든 존재가 되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시인은 그대와 자신 사이에 "한 겹, 두 겹 늘어나는 철조망"을 응시할 뿐이다. 그 철조망 사이로 시인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그대의 존재가 되어/그대를 가로막고 그대 주위를 서성거리겠습니다"(「사랑 4」)라고 다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나는 그대와의 기억을/하루도 빠짐없이 차곡차곡 외우고" 있고 "그대는 나를/떠날 수도 버릴 수"(「사랑 26」)도 없는 것이다.
내가 이쪽으로 가면 그대는 저쪽으로 가고/내가 저쪽으로 가면 그대는 이쪽으로 갔습니다.//내가 앞으로 가면 그대는 뒤로 가고/내가 뒤로 가면 그대는 앞으로 갔습니다.//그대가 가는 길은 내가 가는 정반대의 길이었습니다.//내가 그대를 쫓아가면/그대는 가던 길을 바꾸었습니다.//내가 따라붙으면/그대는 가던 길을 급히 꺾었습니다.//나는 그대를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나와 맞닥뜨리지 않으려는 그대. (「사랑 43」 부분)
이제 서로 방향을 달리한 두 사람의 갈등이 더욱 심화된다. "그대가 가는 길은 내가 가는 정반대의 길"이고 "내가 그대를 쫓아가면/그대는 가던 길을" 바꾸기까지 하니 말이다. 자연스럽게 "나는 그대를 당해낼 수" 없게 되고, 어떻게든 "나와 맞닥뜨리지 않으려는 그대"는 시인의 '원적지(原籍地)'이자 '원격지(遠隔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그대의 과거에 내 이름을 빼라고 하였지만/그대는 지독하게 내 이름을 들쑤셔"(「사랑 2」) 놓았다고 한다. 아마도 둘 사이의 이별이 항구화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대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독"(「사랑 30」) 때문에 서로는 서로를 완벽하게 떠나거나 서로에게서 완전히 소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항용 '사랑에 빠진다(falling in love)'라는 비유를 즐겨 쓰는데, 노승환 시편에서의 '사랑'이란 이처럼 깊이 빠져버린 경우이다. 일찍이 프롬(E. Fromm)은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라고 갈파하였는데, 이는 수동적 정동(passive affect)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 활동(active activity)으로서의 속성이 사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보면, 노승환 시인의 '사랑'은 가장 원초적 의미에서의 능동적 활동이자, 동시에 그 안에 푹 빠져버린 낭만적 행위의 극점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도저한 슬픔과 결핍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그 사랑을 항구화하려 노력한다.
그대를 바라봅니다./무심한 그대이지만 눈을 감고 그대를 연상합니다.//눈길 가는 얼굴.//겉으론 우쭐대면서도/유난히 그늘진 슬픔이 가득합니다. (「사랑 34」 부분)
노랫말 소절 소절마다 감성 덧셈을 하고/온종일 애잔한 멜로디를 흥얼거렸던 그 시절.//내 이상향이 아니어도/사랑을 쫓아 밤낮 가리지 않고/여기저기 떠돌았던 그 시절.//돌아가고 싶습니다.(「사랑 24」 부분)
비록 무심한 '그대'이지만 시인은 오래도록 '그대'를 바라보기도 하고 눈을 감고 오래도록 '그대'를 연상하기도 한다. 그렇게 언제나 "눈길 가는 얼굴"을 향하는 "그늘진 슬픔"이 바로 시인이 가지고 있던 원형적 사랑의 에너지였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비록 이상향은 아니었을지라도 "사랑을 쫓아 밤낮 가리지 않고/여기저기 떠돌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시인의 원망(願望)은, '사랑'의 힘겨움과 힘 됨, 눈부심과 눈물겨움을 동시에 붙안고 가는 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내 가슴에 박힌 역한 그대일지라도/나는 이 세상 유일한 그대 편"(「사랑 45」)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유일성은 궁극적으로 다음과 같은 대단원의 긍정으로 귀결하게 된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그대를 선택한 것은 나의 행복이었습니다.//많고 많은 사람 중에/그대를 사랑한 것은 나의 행복이었습니다.//우리의 사랑은/거품처럼 사라지는 그런 사랑이 아니었습니다.//이 세상 아무도 없는 나를 지켜주어서 고맙습니다./이 세상 제일 바보 나를 사랑해주어서 고맙습니다.//사랑했습니다./많이 사랑했습니다./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했습니다.//그대가 목에 걸어준 십자가 목걸이는/내가 가지고 떠나겠습니다.(「사랑 50」 부분)
사랑의 불연속성과 미완의 형식에 바쳐진 애가(哀歌)
노승환 시인은 숱한 갈등과 상처와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대'를 선택하고 사랑한 것이 결국 "나의 행복"이었노라고 고백한다. 그 궁극적 행복감이야말로 자신의 사랑을 "거품처럼 사라지는 그런 사랑"이 아니게끔 만든 동력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대'는 "이 세상 아무도 없는 나를 지켜"주었고, "이 세상 제일 바보"인 시인을 사랑해준 것이다. 그리고 시인은 그 사랑에 궁극적 긍정과 감사를 드리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사랑"했다는 고백과 함께 "그대가 목에 걸어준 십자가 목걸이"를 강렬하고도 소중한 흔적으로 가지고 떠나는 시인의 뒷모습이 아련하고도 아름답게 남는다. 온갖 "사랑의 균열"(「사랑 49」)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완성을 꿈꾸는 역설이 이렇게 수행된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이번 시집에서 몰아친 격랑(激浪)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가닿은 사랑의 대안(對岸)이 되는 셈이다.
두루 알다시피 '사랑'이란 근본적으로 비논리성이나 배타성 또는 유아론적 성격을 속성으로 한다. 하지만 성숙한 사랑은 자신의 통합성(integrity)을 유지하는 조건 아래서 이루어지는 결합을 말한다. 노승환 시인의 이번 시집은 "나를 외면하는 그대의 이기심"(「사랑 3」)에도 불구하고 "내 눈을 가리고, 내 귀를 닫고/오직 그대에게 내 운명의 끈을"(「사랑 18」) 맡긴 채 그러한 '사랑'의 영원성을 믿고자 한 결실이다. 그래서 이토록 애절하고도 치명적인 '사랑의 시학'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가 노래한 '사랑의 시학'을 통해, 사랑이란 이렇게 언제나 영원하려 하는 원심적 속성과 결코 영원할 수 없는 구심적 속성을 동시에 거느린 것임을, 그리고 언제나 아름답고도 고통스럽게 펼쳐져갈 수밖에 없는 것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애잔하고 깊지 않은가.
목차
목차
사랑 1
사랑 2
사랑 3
사랑 4
사랑 5
사랑 6
사랑 7
사랑 8
사랑 9
사랑 10
사랑 11
사랑 12
사랑 13
사랑 14
사랑 15
사랑 16
사랑 17
사랑 18
사랑 19
사랑 20
사랑 21
사랑 22
사랑 23
사랑 24
사랑 25
사랑 26
사랑 27
사랑 28
사랑 29
사랑 30
사랑 31
사랑 32
사랑 33
사랑 34
사랑 35
사랑 36
사랑 37
사랑 38
사랑 39
사랑 40
사랑 41
사랑 42
사랑 43
사랑 44
사랑 45
사랑 46
사랑 47
사랑 48
사랑 49
사랑 50
해설 | 애절하고도 치명적인 사랑의 시학 / 유성호(문학평론가)
저자
저자
바로 '사랑詩'는 그 처절한 싸움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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