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무렵(문학의전당 시인선 206)
이정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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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위로하는 싱싱한 삶의 문장들!
〈문학의전당 시인선〉 206. 대전에서 태어나 2004년 『시와정신』에 「궁남지(宮南池) 지룡(池龍)」 외 4편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정희 시인의 첫 시집. 이정희 시인은 “시인은 남을 대신해 울어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람의 무렵』에는 마음을 울먹거리게 하는 그리움의 풍경과 서로의 상처에 기대 아픔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시인은 일상에서 길어낸 싱싱한 삶의 문장으로 그 울음들을 다독이며 ‘상처의 연대의식’을 통한 위로를 꿈꾼다. 이는 동병상련, 즉 아픔만이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는 마음이다. 시인은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는 서정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번 시집을 통해 아무리 차가운 마음에 닿아도 그 마음을 대신 울어주고자 하는 시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문학의전당 시인선〉 206. 대전에서 태어나 2004년 『시와정신』에 「궁남지(宮南池) 지룡(池龍)」 외 4편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정희 시인의 첫 시집. 이정희 시인은 “시인은 남을 대신해 울어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람의 무렵』에는 마음을 울먹거리게 하는 그리움의 풍경과 서로의 상처에 기대 아픔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시인은 일상에서 길어낸 싱싱한 삶의 문장으로 그 울음들을 다독이며 ‘상처의 연대의식’을 통한 위로를 꿈꾼다. 이는 동병상련, 즉 아픔만이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는 마음이다. 시인은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는 서정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번 시집을 통해 아무리 차가운 마음에 닿아도 그 마음을 대신 울어주고자 하는 시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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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상한 뺄셈의 세계
?이정희 첫 시집 『바람의 무렵』에 부쳐
박진성(시인)
1.
이정희의 첫 시집 원고를 시인으로부터 받은 날, 원고를 출력해서 시 묶음을 책상에 놓아두었다. 밤에, 원고를 읽는 대신, 시집 원고에 가만히 귀를 대어보았다. 무슨 소리가 들릴 것도 같았고, 손가락 대신 귀의 피부로 먼저 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내겐 있었다.
내가 아는 인간 이정희는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몇해 전 나는 시인과 한남대 평생교육원에서 처음 대면했다. 나는 강사로 시인은 수강생으로 만났지만 사실 내가 배운 게 더 많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수업이 끝난 오후 같이 점심을 먹을 때 혹은 차를 마실 때 시인은 타인의 말을 정말 열심히 들어줬다. 누군가의 고민을 듣다가 정말 열심히 듣다가 건네는 그녀의 조언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그때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 이젠 기억할 수 없지만 어쩌면 나는 '듣는 사람의 태도' 같은 걸 그녀에게서 배웠던 것 같다.
혹시 시인은 잘 듣는 사람이 아닐까? 타인의 목소리를, 사물의 소리를, 세계의 비밀을 열심히 정성을 다해 듣는 사람은 아닐까? 열심히 잘 들어준 다음, 타인에게 사물에게 그리고 세계에게 겨우 자신의 한마디를 보태는 게 아닐까? 마침내 온전히 나 아닌 것들에게 나 자신을 온전히 투사하는 일이 아닐까?
2.
다 주는 시들이 있다. 자신이 시 속으로 끌어온 대상들에게 자신의 온 마음을 다 주는 시들이 있다. 이만큼 주었으면 됐다고 우리가 방심하고 있을 때, 없는 것을 기어이 만들어 보태주는 시들이 있다. 이정희의 시적 주체들은 기어이 '다 주는 자리'에 자신의 거처를 마련하고 있는데 이렇게 결곡하고 이렇게 곡절한 마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다 준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가. 전력으로, 사력을 다해, 온 마음을 다해 준 사람에게는 공허가 남지 않는다. 대신 온전한 사랑이 남는다.
"하얘지도록 피 흘린/꽃, 벚꽃"의 자리가 이정희의 마음의 자리라고 우리는 말해야 한다. 계속 주는데도, 계속 비워내는데도, 꽉 차는 마음이 있다. 이 이상한 뺄셈의 세계를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하나. "제 스스로를 비워도 그득한"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의 시인은 견디고 있다. 주면서, 마침내 바닥까지 주면서 한 인간이 이렇게나 이상한 세계를 견디고 있다.
3.
최근에 시인 이정희를 만났었다. 달 커피공작소. 대전 용전동의 자그마한 커피숍. 그리고 한적한 오후. 왜 시를 쓰게 되었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유년 시절부터 시를 쓰기까지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고통이었지만 그녀만 앓을 수 있는 고통이었고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삶의 소소한 기쁨들이었지만 그녀만 누릴 수 있는 기쁨들이었다. 어떤 고통도 또한 어떤 기쁨도 추상화될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은 개인의 고유한 무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나는 그녀에게 '배울' 수 있었다. 7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만난 자리였지만 오후를 다 보내고 저녁에서야 그녀와 헤어져 집에 돌아왔다.
봄밤이었다. "이승에서 저승/젖은 발로 이사 가는/한 사람을 배웅"(「봄밤의 이사」)하듯, 장미가 난분분하게 봄이라는 계절을 배웅하고 있었다. 꽃이 핀 자리보다는 꽃이 진 자리, 바로 그 자리가 이정희의 시의 자리라고 말하고 싶다. 수런대는 봄의 소리를 끝까지, 기어이 다 듣고, 마침내 떨어지는 꽃잎처럼, 그녀의 시는 주로 '듣는 곳', '떨어진 곳', '배웅하는 곳'에 있다. 어떤 어두운 내면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쪽보다 듣는 쪽을 택한다. 그렇게 듣는 일이 그/그녀에게는 바로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잘 듣는 사람이 잘 말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평범한 사실을 그녀의 시를 통해 배웠다.
다행이지 않은가. 이렇게나 잘 들어주는 사람이 지척에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폭력적이지 않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들려주는 사람이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이. 정말로 다행이지 않은가. 이제 그 시인이 긴 시간의 침묵을 버리고 시집을 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지 않은가. 이렇게 부족한 글이나마, 그녀의 시집에 보탤 수 있다는 것이.
4.
첫 시집의 무게를 알기에 계절을 넘겨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 글은 어딘가 시인 이정희를 닮은 구석이 있다. 나는 한 계절 동안 이 시인에게 내 마음을 다 주었다. 아니다. 다 주려고 노력했다. 끝까지 듣는 사람, 다 주는 시인 이정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이 시집의 시들이 세상으로 느리게 그리고 넓게 퍼졌으면 좋겠다. 잘 들어주는 그녀의 목소리를 이제는 세계가 들어줄 차례다. 오늘밤은 그녀의 시집 원고에 다시 귀를 대어봐야겠다.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다. 나도, 그녀의 시도, 또한 이 세계의 모든 나무들도, 고요하게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밤이면 좋겠다.
?이정희 첫 시집 『바람의 무렵』에 부쳐
박진성(시인)
1.
이정희의 첫 시집 원고를 시인으로부터 받은 날, 원고를 출력해서 시 묶음을 책상에 놓아두었다. 밤에, 원고를 읽는 대신, 시집 원고에 가만히 귀를 대어보았다. 무슨 소리가 들릴 것도 같았고, 손가락 대신 귀의 피부로 먼저 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내겐 있었다.
내가 아는 인간 이정희는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몇해 전 나는 시인과 한남대 평생교육원에서 처음 대면했다. 나는 강사로 시인은 수강생으로 만났지만 사실 내가 배운 게 더 많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수업이 끝난 오후 같이 점심을 먹을 때 혹은 차를 마실 때 시인은 타인의 말을 정말 열심히 들어줬다. 누군가의 고민을 듣다가 정말 열심히 듣다가 건네는 그녀의 조언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그때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 이젠 기억할 수 없지만 어쩌면 나는 '듣는 사람의 태도' 같은 걸 그녀에게서 배웠던 것 같다.
혹시 시인은 잘 듣는 사람이 아닐까? 타인의 목소리를, 사물의 소리를, 세계의 비밀을 열심히 정성을 다해 듣는 사람은 아닐까? 열심히 잘 들어준 다음, 타인에게 사물에게 그리고 세계에게 겨우 자신의 한마디를 보태는 게 아닐까? 마침내 온전히 나 아닌 것들에게 나 자신을 온전히 투사하는 일이 아닐까?
2.
다 주는 시들이 있다. 자신이 시 속으로 끌어온 대상들에게 자신의 온 마음을 다 주는 시들이 있다. 이만큼 주었으면 됐다고 우리가 방심하고 있을 때, 없는 것을 기어이 만들어 보태주는 시들이 있다. 이정희의 시적 주체들은 기어이 '다 주는 자리'에 자신의 거처를 마련하고 있는데 이렇게 결곡하고 이렇게 곡절한 마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다 준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가. 전력으로, 사력을 다해, 온 마음을 다해 준 사람에게는 공허가 남지 않는다. 대신 온전한 사랑이 남는다.
"하얘지도록 피 흘린/꽃, 벚꽃"의 자리가 이정희의 마음의 자리라고 우리는 말해야 한다. 계속 주는데도, 계속 비워내는데도, 꽉 차는 마음이 있다. 이 이상한 뺄셈의 세계를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하나. "제 스스로를 비워도 그득한"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의 시인은 견디고 있다. 주면서, 마침내 바닥까지 주면서 한 인간이 이렇게나 이상한 세계를 견디고 있다.
3.
최근에 시인 이정희를 만났었다. 달 커피공작소. 대전 용전동의 자그마한 커피숍. 그리고 한적한 오후. 왜 시를 쓰게 되었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유년 시절부터 시를 쓰기까지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고통이었지만 그녀만 앓을 수 있는 고통이었고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삶의 소소한 기쁨들이었지만 그녀만 누릴 수 있는 기쁨들이었다. 어떤 고통도 또한 어떤 기쁨도 추상화될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은 개인의 고유한 무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나는 그녀에게 '배울' 수 있었다. 7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만난 자리였지만 오후를 다 보내고 저녁에서야 그녀와 헤어져 집에 돌아왔다.
봄밤이었다. "이승에서 저승/젖은 발로 이사 가는/한 사람을 배웅"(「봄밤의 이사」)하듯, 장미가 난분분하게 봄이라는 계절을 배웅하고 있었다. 꽃이 핀 자리보다는 꽃이 진 자리, 바로 그 자리가 이정희의 시의 자리라고 말하고 싶다. 수런대는 봄의 소리를 끝까지, 기어이 다 듣고, 마침내 떨어지는 꽃잎처럼, 그녀의 시는 주로 '듣는 곳', '떨어진 곳', '배웅하는 곳'에 있다. 어떤 어두운 내면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쪽보다 듣는 쪽을 택한다. 그렇게 듣는 일이 그/그녀에게는 바로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잘 듣는 사람이 잘 말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평범한 사실을 그녀의 시를 통해 배웠다.
다행이지 않은가. 이렇게나 잘 들어주는 사람이 지척에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폭력적이지 않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들려주는 사람이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이. 정말로 다행이지 않은가. 이제 그 시인이 긴 시간의 침묵을 버리고 시집을 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지 않은가. 이렇게 부족한 글이나마, 그녀의 시집에 보탤 수 있다는 것이.
4.
첫 시집의 무게를 알기에 계절을 넘겨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 글은 어딘가 시인 이정희를 닮은 구석이 있다. 나는 한 계절 동안 이 시인에게 내 마음을 다 주었다. 아니다. 다 주려고 노력했다. 끝까지 듣는 사람, 다 주는 시인 이정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이 시집의 시들이 세상으로 느리게 그리고 넓게 퍼졌으면 좋겠다. 잘 들어주는 그녀의 목소리를 이제는 세계가 들어줄 차례다. 오늘밤은 그녀의 시집 원고에 다시 귀를 대어봐야겠다.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다. 나도, 그녀의 시도, 또한 이 세계의 모든 나무들도, 고요하게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밤이면 좋겠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순한 눈
가슴에 얹힌 말
까슬한 눈망울
궁남지(宮{南池) 지룡(池龍)
종이관(棺)에 눕다
달과 꽃
애인 있어요
안 오신 듯 다녀가셨으나
거꾸로 탑 쌓기
봄의 무릎
찔레꽃
사진 속에 누웠네
줄
이석증(耳石症)
미리 쓰는 편지
제2부
부활절
빈 과녁
갈아입는 집
가을 묵상
나비화석
봄밤의 이사
흐르는 사람들
피지 못한 우물
과꽃 필 무렵
담벼락에 쓰다
은상어
외발 전족(纏足)
극심
꿈꾸는 나팔꽃
그네
제3부
그녀들의 이름
엄마의 다리미
대화
깜빡깜빡
춘포(春布)
야방(夜)
은 탯줄
화이트데이
다시 빈혈
헌화가(獻花歌)
그늘 냄새
대신철거 메모
얄궂데이
아지랑이 유모차
도솔비
제4부
부부
벌레랑 우리랑
종려주일
무너진 성
나팔꽃씨
소쇄소쇄
다시 깨어나는 산
나비넥타이 화병
저물녘
주차장의 도
와수(臥樹)
종근이 오빠
명치에서 물비린내가 났다
소나무 수도원
선악과에 갇혔네
발문|이상한 뺄셈의 세계 박진성(시인)
해설|당신을 대신해 울어주는 구름 길상호(시인)
제1부
순한 눈
가슴에 얹힌 말
까슬한 눈망울
궁남지(宮{南池) 지룡(池龍)
종이관(棺)에 눕다
달과 꽃
애인 있어요
안 오신 듯 다녀가셨으나
거꾸로 탑 쌓기
봄의 무릎
찔레꽃
사진 속에 누웠네
줄
이석증(耳石症)
미리 쓰는 편지
제2부
부활절
빈 과녁
갈아입는 집
가을 묵상
나비화석
봄밤의 이사
흐르는 사람들
피지 못한 우물
과꽃 필 무렵
담벼락에 쓰다
은상어
외발 전족(纏足)
극심
꿈꾸는 나팔꽃
그네
제3부
그녀들의 이름
엄마의 다리미
대화
깜빡깜빡
춘포(春布)
야방(夜)
은 탯줄
화이트데이
다시 빈혈
헌화가(獻花歌)
그늘 냄새
대신철거 메모
얄궂데이
아지랑이 유모차
도솔비
제4부
부부
벌레랑 우리랑
종려주일
무너진 성
나팔꽃씨
소쇄소쇄
다시 깨어나는 산
나비넥타이 화병
저물녘
주차장의 도
와수(臥樹)
종근이 오빠
명치에서 물비린내가 났다
소나무 수도원
선악과에 갇혔네
발문|이상한 뺄셈의 세계 박진성(시인)
해설|당신을 대신해 울어주는 구름 길상호(시인)
저자
저자
이정희
저자 이정희는 대전에서 태어나 2004년 『시와정신』에 「궁남지(宮南池) 지룡(池龍)」외 4편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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