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애인(시인동네 시인선 35)
이은유 시집
1996년 『현대시』로 등단한 이은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태양의 애인』. 다양한 층위의 주제의식을 보여주면서, 그 외양도 산문시적 행태로부터 단형 서정시 형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연의 위대한 원리를 발견하는 시, 인생을 깊이 성찰하는 시, 일상의 비루함을 반성하는 시, 현상을 심미적으로 감각하는 시 등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크게 4부로 나뉜 이 시집은 '당신,', '문 없는 문', '몹쓸 연애', '먼지의 원무를 보는 일로 인생을 바칠 수도 있다', '화요일에 감사한다', '겨울은 가을이다', '나무의 기운' 등 주옥같은 시편을 수록했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인동네 시인선〉 035. 1996년 『현대시』로 등단한 이은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이은유는 이 세상에 완전한 사랑, 완전한 은유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민첩하게 간파할 줄 아는 시인이다. 이 시집에 빈도 높게 드러나는 사랑의 결핍과 충족 욕망은 인생의 진실을 간파한 사람만이 간직할 수 있는 성찰의 결과다. 「햇빛의 말을 들었다」에서 "그날 햇빛의 말을 들었다/각도를 달리하며 내리꽂히는 말들/햇빛의 수다에 귀가 따가웠다"는 고백이나, "서서히 실어증 걸린 시간들이 몸 푸는 소리를 냈다"는 고백은 시를 통해 그러한 진실을 발견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하여 이은유 시인의 시 쓰기는 사랑의 진실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귀머거리, 벙어리에서 탈출하는 일이다.
[출판사 서평]
이은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태양의 애인』은 다양한 층위의 주제의식을 보여주면서, 그 외양도 산문시적 행태로부터 단형 서정시 형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연의 위대한 원리를 발견하는 시, 인생을 깊이 성찰하는 시, 일상의 비루함을 반성하는 시, 현상을 심미적으로 감각하는 시 등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다만 이 시집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면서 가장 빈도 높게 나타나는 테마는 바로 사랑이다. 요컨대 이은유 시인에게 사랑은 삶의 은유이자 시의 은유이다. 그녀에게 사랑과 시는 모두 타자를 품어 안거나 타자와 길항하면서 인생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은유의 원리와 일치한다. 이 시집에서 시와 사랑은 서로 원관념이자 보조관념의 역할을 하면서 인생의 속곳을 깊이 파고든다.
이은유 시인이 사랑의 언어를 말하고 듣고자 하는 욕망은 현실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 속에는 절대적인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은 사랑이 결핍된 곳이다. 일평생을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사랑을 부단히 시도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은 완전한 사랑에 이르고자 하는 열망의 제스처에 불과하다. 삶은 세상에는 없는 단 하나의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한 방황의 연속이다. 인간 세계에서 사랑과 이별이 잦은 것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속물적 욕망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먼 산의 무지개를 잡으러 산 위에 올라간들 그것을 손에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절대적인 사랑은 언제나 인간의 현실에서 먼 곳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시집에는 "너와 나의 관계는 가까워질수록 높아진다"(「태양의 애인」)는 시구가 있다. 그것은 마치 숲속의 나무가 굵어지면서 다른 나무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연상시킨다. 그렇게 가까워지는 것은 동시에 나무의 키가 하늘을 향해 성장해 나가는 것과 동시적으로 이루어진다. "가까워질수록 높아진다"는 것은 그러한 의미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은유 시인이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랑의 속성과 관계 깊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완전한 사랑이라면 나무들이 성장을 통해 하늘을 향해 나가는 것은 현실의 사랑이다. 나무가 아무리 태양 아래서 성장을 한다고 해도 태양에 도달할 수는 없는 것처럼, 인간이 현실에서 아무리 사랑을 한다고 해도 완전한 사랑에는 이를 수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절대적인 사랑의 시니피에를 향한 현실의 사랑은 다양한 버전으로 구체화되는 시니피앙들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사랑들은 모두 절대적인 사랑을 향한 영원한 열망을 간직한다. 그 열망이 현실에서는 실현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인간은 사랑을 포기할 수 없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단 하나의 이상적 사랑을 향한 현실의 사랑을 계속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 사랑의 시니피에를 향한 시니피앙들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여 사랑이 비록 순간적이고 불완전하거나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질지라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은유 시인, 아니 세상의 모든 시인들은 그러므로 앞으로도 계속 사랑의 시니피에를 찾아 방황할 것이다. 사랑의 시는 그 시니피에를 찾기 위한 시니피앙들의 한없는 미끄러짐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담아낸다.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사랑의 시니피앙들을!
[시인의 산문]
슬픔의 무늬를 입는다.
너무 많은 벼락이 와서 무늬가 되었다.
모여 있는 경련들이 흩어지듯 굳어갔다.
솟아나는 흔적, 흔적들
상처가 습관처럼 두려웠다.
문득, 당신은 피어난다.
마음이 되고 소리가 되고 생일이 되고 그 노래를 듣는다.
당신, 저 황홀한 빛깔.
목차
목차
제1부
어떤 노래
나에게 오는 계절
햇빛의 말을 들었다
하관이 닮은 사람
청주
절벽
먼지의 힘
속도 감정
저물 무렵, 격포
가죽치마를 입은 밤
지붕 위의 남자
돌아오다
당신이 나를 부를 때
빛의 속살
제2부
목련꽃 주차장
고요에 숨다
낯선 풍경
인연
그 남자의 머리칼
지평선을 지나다
처여가스버스
봄날
짧은 치마의 시절
청풍정 연가
괜찮아
새로 생겨난 길
한 사람을 따라갔다
다시, 스물세 살
제3부
그곳과 이곳 사이
태양의 애인
적벽강
식물성 약속
벽에 울다
다시 간월도에 가시거든
우렁각시
언제나 내륙
그림자 진다
나뭇잎을 묻혀오다
눈 오는 날
생의 간극
꽃 소식
제4부
당신,
문 없는 문
몹쓸 연애
먼지의 원무(圓舞)를 보는 일로 일생을 바칠 수도 있다
화요일에 감사한다
거울은 가을이다
나무의 기운
주의사항
루드베키아
오래전 당신은 새였다
가문비나무의 눈빛을 발견했다
소리 피는 나무
비가 오면
12월
해설 사랑의 시니피에를 찾아서 / 이형권(문학평론가)
저자
저자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