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첼로
민순혜 수필집
민순혜 수필집『내 마음의 첼로』. 저자 민순혜의 수필 작품을 담은 책이다. '사진작품', '사진사의 빛과 그늘', '그림 한 점', '빨간 뿔테안경', '복사꽃 피는 계절', '영어반 수다쟁이들' 등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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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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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기 전이어서 출출했던 참에 팝콘을 꺼내먹으면서 봉투를 둘러보았다. 그녀가 상냥하게 말했다.
"저희는 H 교회에서 나왔어요. 매주 금요일에 팝콘을 나눠 드리고 있어요."
"아, 네."
나는 대답을 하고 가던 길을 바삐 가려고 발을 내딛는데 그녀가 재차 말했다.
"우리 교회에 꼭 한번 오세요. 우리 교회는 바로 저 길 건너편에 있어요."
"네? 아! 네."
내가 다시 가려는데 그녀는 자신이 그 교회 사모(師母)라고 했다. 수줍은 듯이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침 햇살에 반사되어 우아하고 이지적으로 보였다. 옆에는 신도인 듯한 여자 서너 명이 커다란 프라이팬에 팝콘을 튀기고 있었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서 있는 모습이 마치 내가 어릴 때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놀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나는 문득 그녀를 돕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그녀를 도와서 교회에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것이었다. 사실 그곳은 작은 동네에 비해 교회가 많은 편이다. 그래선지 길에서 전도지와 사탕, 튀밥 봉지 등을 자주 받는 편이지만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때로는 길을 막고 서서 종이컵에 차를 따라주면 곤혹스럽기조차 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들은 교회 전도활동이기보다는 동네 이웃 아주머니처럼 정겹게 느껴졌다.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사모는 볼펜을 꺼내면서 내 연락처를 물었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의 뜻이 있다면 교회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불현듯 '여호와의 증인'이 된 절친했던 친구 생각이 떠올라서였다.
그 친구는 어려서부터 나와 한동네에 살면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에 다녔다. 그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서울에 있는 외국인 회사에 취업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혼했다. 그 당시 그녀는 맞벌이 부부로 외견상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괴팍한 남편의 성격 때문이었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친구가 번번이 이혼을 결심했다가도 그때마다 화해를 자청했던 건 외아들의 장래가 걱정되어서였다. 아들을 편모슬하에 키웠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의 표정이 밝았다. 그녀가 서울에 살고 있어서 친정이 있는 대전에 와야 차라도 한잔 나누던 터였다. 그날도 친정에 왔다면서 차 한잔하자고 해서 만났는데 전에 없이 환한 표정이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말했다.
"너, 남편하고 사이가 좋아졌구나!"
그녀는 그렇다고 하더니, 그러나 그분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거라고 아리송한 대답을 했다. 나는 문득 '애인이 생겼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령 그녀가 불륜관계에 빠졌다 해도 그녀를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남편의 잦은 폭력으로 온몸에 피멍이 들어서 울던 그녀였기에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는 '여호와의 증인'이 된 것이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던 이웃집 아주머니가 '여호와의 증인'으로 친구를 교회로 인도해서였다.
그녀는 내가 별로 놀라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했다. 사실 나는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그녀의 외아들 병역의무가 걱정되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증인이 되고 나서 남편을 더욱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해서였다. 그녀의 남편도 그녀를 좇아서 교인이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결혼한 후 처음으로 그때가 가장 행복한 가정생활이었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후 그녀가 이혼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매사 트집을 일삼는 남편이 시간이 지나자 종교에도 예외 없이 사사건건 따지다 보니 또 싸움이 돼서 급기야 이혼을 결심하였다고 했다. "증인도 이혼해?"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친구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차마 말이 안 나왔다.
사실 성격은 본인이 고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을 게다. 친구는 남편과 바로 재결합을 하였지만 얼마 안 가 다시 이혼했다고 했다. 그 후 소식이 끊겼다. 타지에 사는 오빠가 친정 부모님을 모셔갔기 때문에 친구는 대전에 올 일이 없었다. 몇 년 전 여고 동창이 우연히 그녀를 보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녀 외아들의 병역의무가 여전히 궁금하기는 했지만.
나는 가끔 그 친구를 떠올리곤 한다. 암흑 같은 캄캄한 동굴 속을 헤매던 그녀한테 한 줄기 빛과 같았던 이웃 아주머니의 친절함이 결국 그녀한테 무엇이 되었는지. 오늘 아침 나 역시 배고플 때 팝콘 한 봉지를 전해 받던 감동과 같은 걸까.
―「팝콘 한 봉지의 유혹」 전문
[추천사]
민순혜 수필가의 글은 일상에서 건져 올린 작은 소품들의 화려한 외출이다. 때로는 화사하게 때로는 슬프거나 아름답게 그려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이면의 느낌과 또 다른 형태의 삶을 보여주면서 독자에게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함께 할 것인지 아니면 멀리서 떨어져 관찰할 것인지. 다양한 질문들 속에는 낡고 칙칙한 것에서 반짝이는 햇살을, 눅눅한 빗방울에서 피아노 소리를, 때로는 슬픈 눈물을 감춘 안타까운 웃음을 마주하기도 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주변에 대한 예민하고 예리한 촉각들은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충분하다. _박권수(시인)
작가의 글은 일탈에서 벗어나 무덤덤한 필체로 그의 경험을 써내려간다. 여행을 통하여 자연과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삶의 지혜가 엿보이는 소탈함도 함께. 호놀룰루, 일본의 히지초 등을 여행하면서 시작된 우연한 만남은 여행의 활력소가 되고, 무한한 감성을 지닌 민순혜 작가의 글은 나에게 또 다른 설렘으로 다가온다. 낯선 지방의 이국적인 풍경과 그곳에서의 순수한 만남, 우연한 해프닝 등을 담담한 필체로 써내려갈 때 작품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도 그곳을 여행하고 있는 것 같은 즐거운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나 또한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느끼게 되어서다. 그녀는 평소 필내음(충남의대 문학모임) 문학동인회에 참여하여 동인들과 함께 음악적, 감성적 이미지의 다양한 소재에 대한 영감을 공유한다. 동인으로서 이 작품들 속에서의 다양한 소재는 나로 하여금 시적 영감과 자유로운 인간관계에서 오는 새로운 희망을 접하게 되어 건조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고인 물은 썩듯이 여행은 인간이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이다. _김기범(대전 테크노성모외과 원장)
목차
목차
제1부 오후의 단상
팝콘 한 봉지의 유혹·13
장뇌삼 한 뿌리·17
나의 스마트폰·22
사진작품·26
사진사의 빛과 그늘·30
그림 한 점·34
빨간 뿔테안경·39
복사꽃 피는 계절·44
영어반 수다쟁이들·49
여동생·54
나의 외국어 혼돈 스토리·58
첫인상·62
닥터 김·66
유카리나 선생·70
김연옥 약사의 펀펀(Fun Fun) 색소폰 연주·74
선택의 어려움·78
빗·82
봄이 오면·86
겨울 문학기행·90
행복한 산책·95
제2부 내 마음의 첼로
눈 오는 날·101
두물머리·106
가을날, 은행나무 아래에서·109
그 해변·114
인도음식점'뉴 타지마할'·119
북촌 갤러리·123
한 편의 시·127
가인 이혜자 시인·131
가슴에 새긴 전화번호·135
환청(幻聽)·138
그는 오선지에 여행 아이콘을 그린다·142
말 한마디가 가져다 준 행복·145
어느 교포 학부모의 충고·149
불편한 관계·153
그 남자·156
한강 세빛둥둥섬에서·160
스승·164
태풍(颱風)을 넘어·168
제3부 그리움의 초상
라플린(Laughlin)·175
필라델피아 여행기·180
호놀룰루의 추억·184
남태평양 연안·189
문화의 차이·194
낯선 풍경·199
스페인을 다녀와서·204
오사카에서의 2박 3일·209
대한해협(大韓海峽)을 건너며·214
히지초(日出町)의 아침·219
하노이 하롱베이·223
옌타이 부채·227
배려·230
훠꿔(火鍋 huoˇguo ̄)·234
양꼬치와 빠이주·238
해돋이 여행·242
저자
저자
2010년 『시에』로 등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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