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비(시에시선 16)
정바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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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온기를 찾아 성찰하고 존재의 의미를 사유하는 노래
정바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빛비』가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에 새겨놓은 정바름의 사랑은 이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힘찬 소리를 내며 물줄기로 쏟아진다. 그의 사랑은 ‘씀바귀’ 쓴맛과 단맛의 생명력 안에 괴어 있다. 그래서 그가 우려내는 사랑의 향기는 이제 어둠 속에 더 깊고 그윽한 맛을 풍겨준다. 그가 사랑을 통해 성찰하던 삶의 시선. 그의 시 정신 한가운데 스미던 종교적 심상은 스스로 살아가는 길에 빛을 열어준다. 영혼의 온기를 찾아 끝없이 성찰하고 존재의 의미를 따라 깊이 사유하는 정바름. 이제 그는 진정 자신만의 눈빛으로 생을 이해하고 노래한다.
멀리서 한 사내가 다가오자
개가 왕왕왕(王王王) 짖었다
사내가 왈왈왈(曰曰曰) 대꾸하자
제법 개소리가 통했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 오고갔다
사람도 어느 경지에 오르면
개가 되거나
개소리쯤 지껄일 수 있겠다
개도 어느 경지에 오르면
개 같은 인간 정도는 될 수 있겠다
주거니 받거니
개 같은 시절이 흘러갔다
?「낮술을 마시다가」 전문
그는 평소 과묵하고 낮은 목소리에 자기주장도 강하지 않다. 그는 자신과 다른 생각에는 무관심하거나 거리를 두고 구태여 끼어들려고도 하지 않는다. 구석의 그림자들이 다 그렇다. 그렇지만 때로는 그 구석의 기둥을 위해하거나 구석의 기울기에 변형을 초래하는 것에는 과도하리만큼 극한 감정을 보이기도 한다. 그의 시에 간간이 절제되지 않고 쓰여진 “미친”, “주둥이를 쫙 찢어야 비로소 봄” 등등의 극단적 언어의 조합은 내면에 숨어 있는 혁명가의 숨결이기도 할 것이다.
역전의 낡은 식당,
짐짓 근엄한 노인 몇이서
서울시장 후보로 누가 좋은지
눈빛이 결연하였다
아암, 그가 백 번은 낫지
말깨나 하는 노인이 재벌총수를 추켜올리자
일제히 한목소리로 화답하였다
이유도 논리도 없었다
신앙 같은 거였다
난 야당 지지하는 젊은 놈들 대가리를 뽀개서
뇌를 해부해보고 싶어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밤낮없이 도끼를 들고
아들 손자를 향해 휘두르는
그들의 대.한.민.국
나도 당신의 대가리를 뽀개 보고 싶다
?「도끼로 이마까라 상」 전문
이에 반해 그런 감정을 차분히 누르고 자신을 보듬거나 스스로를 토닥이는 시들을 보면 아직은 그가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는 시에서 “가슴에 꽃 한 송이 피우고 싶어/꽃씨 한입 털어 넣었”기도 하고(「눈물꽃」), “메마른 밭에 단비가 내리자/푸른 풀 쑥쑥 솟아올”라 “와글와글” 난데없이 “개구리 소리도 따라 피”기도 하고(「개구리 씨앗」), “가끔씩”은 자신의 “뿔의 안녕을 확인”하기도 한다(「누비아아이벡스의 짝짓기 수칙」). 이렇게 그는 시를 통해서 작고 귀여운 아름다운 삶을 꿈꾸기도 한다.
메마른 밭에 단비가 내리자
푸른 풀 쑥쑥 솟아올랐다
와글와글 개구리 소리도 따라 피었다
저렇게 허다한 말들이 어디에 숨어
생명을 간직하고 있었을까
징그러운 폭염에 말문이 막혀
살으나 산것 같지 않던 세월에도
땅속 깊이 눈물을 감추고
촉촉한 풀섶의 기억을 더듬어
서로의 생명을 다독여가며
모질게 간직한 말의 씨앗들
단비가 내리자 일제히 싹을 틔워
온 들판을 뒤흔들고 있다
?「개구리 씨앗」 전문
그의 시 많은 부분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주 보게 된다. 무겁고 진하게 드리워진 무기력과 안타까움은 시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자신을 위로하는 또 하나의 이미지로 대신하기도 한다. ‘산이 되거나, 세상에 던져진 육신 한 짝이 되거나. 부처나 보살이 되거나, 인연의 굴레를 하나씩 벗으며 소명으로 향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향적산 오르는 길에
버려진 구두 한 짝
힘겨운 산행길에 누가 신고 왔을까
흙이 쌓이고 빗물이 고이고
햇살도 겅중겅중 지나간 뒤
낡은 구두짝에 풀이 돋았다
백골산 오르는 길에
새로 생긴 봉분 하나
외로이 누운 육신 위로
듬성듬성 풀이 자라났다
힘겨운 인생길 또 누가 다녀갔는가
세상에 던져진
육신 한 짝
?「육신 한 짝」 전문
항상 옆에 있어야 될 것이 사라지거나 멀어질 때 오는 무기력이나 비통함, 우연찮게도 그에게는 이런 이별이 자주 일어났다.
가까운 주용일 동인의 죽음과 독일에서 지내며 그의 시에 감동받고 연락을 주고받다가 친해진 오케스트라 지휘자 임 선생님의 죽음, 암으로 생을 마감하는 또 한 명의 지인을 보내며 그는 스스로 자신의 생은 미리 짊어져야 할 상흔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스스로 무기력에 순응하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작스런 또 하나의 비보는 큰형의 사망 소식이었다. 자주 보지 못함이 부족함이나 아쉬움을 더 크게 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은 해결하지 못한 커다란 짐을 마음에 오래 두게 된다(「빛비」). “인연의 굴레를 하나씩 벗으며/소멸로 향하는 길” 그는 스스로 인연의 굴레를 하나씩 벗으며 무기력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시는 삶의 존재론적 속성과 본질을 꿰뚫어낸다. 꿈속에서 만난 죽은 친구. 그는 죽은 척했노라고. 그러니까 죽은 그는 죽은 척하고, 자신은 오랜 세월 ‘살은 척’하고 살아 있었다니. 오, 이 끔찍한 모순 의 진리. 그 속에서 우리는 쉬지 않고 살아온 것이다. 정바름의 시에는 무엇보다 생명의 힘으로 안을 둘러친 배음(背音)이 깔려 있다. 그의 시에 비치는 명징함. 그것은 제2의 단순성으로, 수많은 시간의 결 이 쌓이고 쌓여 우러난 빛과 멋과 사랑의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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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바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빛비』가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에 새겨놓은 정바름의 사랑은 이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힘찬 소리를 내며 물줄기로 쏟아진다. 그의 사랑은 ‘씀바귀’ 쓴맛과 단맛의 생명력 안에 괴어 있다. 그래서 그가 우려내는 사랑의 향기는 이제 어둠 속에 더 깊고 그윽한 맛을 풍겨준다. 그가 사랑을 통해 성찰하던 삶의 시선. 그의 시 정신 한가운데 스미던 종교적 심상은 스스로 살아가는 길에 빛을 열어준다. 영혼의 온기를 찾아 끝없이 성찰하고 존재의 의미를 따라 깊이 사유하는 정바름. 이제 그는 진정 자신만의 눈빛으로 생을 이해하고 노래한다.
멀리서 한 사내가 다가오자
개가 왕왕왕(王王王) 짖었다
사내가 왈왈왈(曰曰曰) 대꾸하자
제법 개소리가 통했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 오고갔다
사람도 어느 경지에 오르면
개가 되거나
개소리쯤 지껄일 수 있겠다
개도 어느 경지에 오르면
개 같은 인간 정도는 될 수 있겠다
주거니 받거니
개 같은 시절이 흘러갔다
?「낮술을 마시다가」 전문
그는 평소 과묵하고 낮은 목소리에 자기주장도 강하지 않다. 그는 자신과 다른 생각에는 무관심하거나 거리를 두고 구태여 끼어들려고도 하지 않는다. 구석의 그림자들이 다 그렇다. 그렇지만 때로는 그 구석의 기둥을 위해하거나 구석의 기울기에 변형을 초래하는 것에는 과도하리만큼 극한 감정을 보이기도 한다. 그의 시에 간간이 절제되지 않고 쓰여진 “미친”, “주둥이를 쫙 찢어야 비로소 봄” 등등의 극단적 언어의 조합은 내면에 숨어 있는 혁명가의 숨결이기도 할 것이다.
역전의 낡은 식당,
짐짓 근엄한 노인 몇이서
서울시장 후보로 누가 좋은지
눈빛이 결연하였다
아암, 그가 백 번은 낫지
말깨나 하는 노인이 재벌총수를 추켜올리자
일제히 한목소리로 화답하였다
이유도 논리도 없었다
신앙 같은 거였다
난 야당 지지하는 젊은 놈들 대가리를 뽀개서
뇌를 해부해보고 싶어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밤낮없이 도끼를 들고
아들 손자를 향해 휘두르는
그들의 대.한.민.국
나도 당신의 대가리를 뽀개 보고 싶다
?「도끼로 이마까라 상」 전문
이에 반해 그런 감정을 차분히 누르고 자신을 보듬거나 스스로를 토닥이는 시들을 보면 아직은 그가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는 시에서 “가슴에 꽃 한 송이 피우고 싶어/꽃씨 한입 털어 넣었”기도 하고(「눈물꽃」), “메마른 밭에 단비가 내리자/푸른 풀 쑥쑥 솟아올”라 “와글와글” 난데없이 “개구리 소리도 따라 피”기도 하고(「개구리 씨앗」), “가끔씩”은 자신의 “뿔의 안녕을 확인”하기도 한다(「누비아아이벡스의 짝짓기 수칙」). 이렇게 그는 시를 통해서 작고 귀여운 아름다운 삶을 꿈꾸기도 한다.
메마른 밭에 단비가 내리자
푸른 풀 쑥쑥 솟아올랐다
와글와글 개구리 소리도 따라 피었다
저렇게 허다한 말들이 어디에 숨어
생명을 간직하고 있었을까
징그러운 폭염에 말문이 막혀
살으나 산것 같지 않던 세월에도
땅속 깊이 눈물을 감추고
촉촉한 풀섶의 기억을 더듬어
서로의 생명을 다독여가며
모질게 간직한 말의 씨앗들
단비가 내리자 일제히 싹을 틔워
온 들판을 뒤흔들고 있다
?「개구리 씨앗」 전문
그의 시 많은 부분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주 보게 된다. 무겁고 진하게 드리워진 무기력과 안타까움은 시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자신을 위로하는 또 하나의 이미지로 대신하기도 한다. ‘산이 되거나, 세상에 던져진 육신 한 짝이 되거나. 부처나 보살이 되거나, 인연의 굴레를 하나씩 벗으며 소명으로 향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향적산 오르는 길에
버려진 구두 한 짝
힘겨운 산행길에 누가 신고 왔을까
흙이 쌓이고 빗물이 고이고
햇살도 겅중겅중 지나간 뒤
낡은 구두짝에 풀이 돋았다
백골산 오르는 길에
새로 생긴 봉분 하나
외로이 누운 육신 위로
듬성듬성 풀이 자라났다
힘겨운 인생길 또 누가 다녀갔는가
세상에 던져진
육신 한 짝
?「육신 한 짝」 전문
항상 옆에 있어야 될 것이 사라지거나 멀어질 때 오는 무기력이나 비통함, 우연찮게도 그에게는 이런 이별이 자주 일어났다.
가까운 주용일 동인의 죽음과 독일에서 지내며 그의 시에 감동받고 연락을 주고받다가 친해진 오케스트라 지휘자 임 선생님의 죽음, 암으로 생을 마감하는 또 한 명의 지인을 보내며 그는 스스로 자신의 생은 미리 짊어져야 할 상흔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스스로 무기력에 순응하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작스런 또 하나의 비보는 큰형의 사망 소식이었다. 자주 보지 못함이 부족함이나 아쉬움을 더 크게 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은 해결하지 못한 커다란 짐을 마음에 오래 두게 된다(「빛비」). “인연의 굴레를 하나씩 벗으며/소멸로 향하는 길” 그는 스스로 인연의 굴레를 하나씩 벗으며 무기력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시는 삶의 존재론적 속성과 본질을 꿰뚫어낸다. 꿈속에서 만난 죽은 친구. 그는 죽은 척했노라고. 그러니까 죽은 그는 죽은 척하고, 자신은 오랜 세월 ‘살은 척’하고 살아 있었다니. 오, 이 끔찍한 모순 의 진리. 그 속에서 우리는 쉬지 않고 살아온 것이다. 정바름의 시에는 무엇보다 생명의 힘으로 안을 둘러친 배음(背音)이 깔려 있다. 그의 시에 비치는 명징함. 그것은 제2의 단순성으로, 수많은 시간의 결 이 쌓이고 쌓여 우러난 빛과 멋과 사랑의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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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목차
목차
시인의 말·05
제1부
씀바귀·13
눈물꽃·14
열꽃·15
개구리 씨앗·16
별에게·17
이명(耳鳴)·1·18
이명(耳鳴)·2·20
이명(耳鳴)·3·21
이명(耳鳴)·4·22
1악장 알레그로·23
산에서 보았다·24
야합·25
제2부
득도(得道)·29
박 원장의 초상(肖像)·30
살은 척·32
수도산(修道山)을 오르며·33
관음봉 아래·34
그 말·36
아홉 수(壽)·38
산이 되다·39
비야골 경전·1·40
비야골 경전·2·42
비야골 경전·3·43
누구였을까, 나는·44
낙엽 위험구간?·46
제3부
거두절미·51
벽화 속 예수·6·52
벽화 속 예수·7·54
낙인(烙印)·55
왼발, 왼발·56
모가지론(論)·58
다불유시 출좌우(多不有時 出左右)·60
미친 봄날·2·61
미친 봄날·3·62
미친 봄날·4·63
엘 샤다이·64
낮술을 마시다가·65
도끼로 이마까라 상·66
제4부
육신 한 짝·71
통(通)·72
납작·73
누비아아이벡스의 짝짓기 수칙·74
사소한 목숨·75
문득 오후 네 시·76
간청(懇請)·77
그 형·78
치매 인형·80
한라산을 넘으며·82
구석으로부터·84
빛비·86
발문·87
제1부
씀바귀·13
눈물꽃·14
열꽃·15
개구리 씨앗·16
별에게·17
이명(耳鳴)·1·18
이명(耳鳴)·2·20
이명(耳鳴)·3·21
이명(耳鳴)·4·22
1악장 알레그로·23
산에서 보았다·24
야합·25
제2부
득도(得道)·29
박 원장의 초상(肖像)·30
살은 척·32
수도산(修道山)을 오르며·33
관음봉 아래·34
그 말·36
아홉 수(壽)·38
산이 되다·39
비야골 경전·1·40
비야골 경전·2·42
비야골 경전·3·43
누구였을까, 나는·44
낙엽 위험구간?·46
제3부
거두절미·51
벽화 속 예수·6·52
벽화 속 예수·7·54
낙인(烙印)·55
왼발, 왼발·56
모가지론(論)·58
다불유시 출좌우(多不有時 出左右)·60
미친 봄날·2·61
미친 봄날·3·62
미친 봄날·4·63
엘 샤다이·64
낮술을 마시다가·65
도끼로 이마까라 상·66
제4부
육신 한 짝·71
통(通)·72
납작·73
누비아아이벡스의 짝짓기 수칙·74
사소한 목숨·75
문득 오후 네 시·76
간청(懇請)·77
그 형·78
치매 인형·80
한라산을 넘으며·82
구석으로부터·84
빛비·86
발문·87
저자
저자
정바름
1964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93년 『한국시』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가 있다. 현재 '큰시' 동인, 대전작가회의 회원, <협동조합 뮤즈>의 이사장으로 클래식 공연의 해설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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